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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46화 (14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46화>

*  *  *

전날, 임가영이 대기 길드에서 말한 그 ‘방법’의 정체는 바로 열애설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아가씨와 성지한 님의 스캔들이 터지면 됩니다.”

“야!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성지한 님. 본가에서 아가씨를 대기 길드로 보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아가씨로 성지한 님을 유혹해서 이성 길드로 영입시키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성지한 님의 위상이 너무 올라간 데다가…….”

임가영은 표정을 굳혔다.

“길드 마스터가 된 아가씨가 너무 잘나갔죠.”

“가족이 잘나가면 좋은 거 아닙니까?”

“안주인께서 싫어하십니다.”

이성가의 안주인 이야기에 성지한은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이하연은 배다른 자식이라고 했지.’

지금은 중증 치매로 입원 치료를 받으며,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이성 회장.

그는 건강할 때만 해도 여자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본처와는 소원해진 채, 밖에서 첩질을 하다가 생긴 자식이 바로 이하연으로, 딸이 없던 회장은 그녀를 각별히 아껴서 본가로 데려왔다고 했다.

회장의 본처도 배다른 자식인 이하연을 잘 받아들여 키웠다고는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사정은 달랐나 보군.’

이상한 남편감만 선으로 매칭시켜 주는 걸 보면,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

“가영아. 너 그렇게 말해도 돼? 어머님에게 거스르면…….”

“저희 집 아가씨 덕분에 독립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으응? 나 때문에?”

“돈, 벌게 해 주셨잖아요.”

“그…… 반대 베팅 말하는 거야?”

“네.”

“하아. 대체 얼마를 벌었길래…….”

“아가씨 덕에 확신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하반꿀 덕분에 종속된 상태에서 벗어나, 이제는 할 말은 하게 된 임가영.

“성지한 님이랑 열애설만 터진다면, 아무리 이성 가문이라고 해도 선을 보라고 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럼 아가씨도 길드 마스터 일을 계속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러며 임가영이 몇 마디를 더 보태서 성지한을 설득하려 했지만.

성지한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즉답했다.

“그거 좋네요. 열애설 터뜨립시다.”

“그리고…… 에. 네?”

그로선 육성 A를 지닌 이하연이 자리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OK였으니까.

“오늘 바로 터뜨리죠.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겠습니까?”

“그. 그럼…….”

*  *  *

늦은 밤, 한강 공원.

“가영 언니~ 조명 좀 더 밝혀 줘! 좋아. 이 정도면 됐고……! 자. 두 분! 나란히 앉아 주세요! 사이좋게!”

오늘 하루 열애설을 터뜨릴 사진 기자 역할을 하게 된 윤세아는 이리저리 지시를 내렸다.

“대충 찍어도 돼.”

“에이~ 삼촌! 첫 열애설 사진인데 잘 나와야지! 하연 언니도 예쁘게 나오는 게 좋잖아!”

이 자리에 모인 넷 중 가장 신난 건 윤세아였다.

그녀는 손을 휙휙 움직이며 지시를 내렸다.

“너무 서먹서먹해 보여요. 더 붙어요 더!”

“그래.”

스윽.

성지한이 다가오자, 이하연이 그를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 정말 죄송해요. 근데 열애설 터져도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요.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죄송하면 길드 마스터나 오래오래 해 주세요.”

“길드에 뼈를 묻겠습니다!”

“좋은 자세입니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윤세아가 훈수를 뒀다.

“좀 더 친밀하게! 아직도 남 같아.”

“스킨십 좀 해야 하지 않아? 조선 시대야, 뭐야?”

“삼촌. 언니 어깨에 팔 정도는 올리자. 열애설 사진인데 좀 확실한 게 있어야지!”

찰칵. 찰칵.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던 윤세아가 아쉬워했다.

“흐으음…… 그림은 예쁘게 잘 나왔는데. 뭔가 살짝 아쉽네. 스킨십이 더 있으면 좋겠어. 키스 신이라도 찍을까?”

“무슨 주작에 키스 신이 왜 나와?! 이 정도면 됐어!”

“언니. 확실히 해야지! 흉내만 내 보자. 아니면 선 볼 거야?”

여기 오는 동안 사정을 대강 들은 윤세아는 이하연의 약점을 압박했다.

“으윽…….”

“한 번만 하고 끝내죠. 그냥 입 맞추면 되나?”

성지한이 태연하게 말하며 불쑥 얼굴을 들이밀자.

“읏…….”

이하연이 얼굴을 붉히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 그걸 어떻게 해요!”

“아가씨께서는 평생동안 그런 행위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허들이 너무 높습니다.”

조명 담당인 임가영의 말에, 이하연이 뒤쪽을 노려보았다.

“너 때문이잖아! 옆에서 내가 누구랑 사귀나 맨날 감시했으면서!”

“이젠 맘껏 사귀셔도 됩니다. 아가씨 덕에 독립했으니까요. 프라이버시는 철저히 지켜 드리겠습니다.”

“언니~ 내가 실수했어. 우리 그냥 손이나 잡자, 그럼! 손잡고 걷는 거 찍음 되지 뭐! 풋풋하고 좋잖아!”

윤세아가 급 상냥한 어투로 말하자.

이하연은 이를 갈면서 소리쳤다.

“아. 해! 하면 되잖아!”

“언니. 괜찮아~”

“나도 괜찮아! 해. 당장 찍어!”

그러면서 성지한에게 다가가 입술을 쭉 내미는 이하연.

“오리도 아니고…….”

내밀어도 너무 과하게 내밀어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입 넣고, 긴장 풀어요.”

스윽.

성지한은 이하연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그렇게 카메라 각을 잡은 상태에서, 그대로 얼굴을 들이미는 성지한.

‘뭐, 뭐야. 왜 이렇게 능숙해?’

이하연이 당황하는 사이.

입술이 거의 맞닿을 듯 가까워졌다.

찰칵! 찰칵!

“오, 됐어!”

윤세아가 순식간에 촬영을 끝내자, 성지한은 바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것 좀 봐 봐. 사진 잘 나왔지?”

“괘, 괜찮네.”

이하연은 아직도 상기된 얼굴로, 사진을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성지한과 이하연임을 알 수 있는, 입술이 맞닿기 직전의 사진.

‘으…….’

사진 속 성지한은 태연하게 들이미는 데 비해.

자신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부끄러워하는 걸 보며,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너무 나만 긴장한 거 같잖아.’

“이걸 댓패치에 보내면 되겠다. 히히.”

“지, 진짜 이걸로 보내게?”

“응. 이거면 화제성 장난 아닐걸? 근데 언니…… 진짜 괜찮겠어? 이거 실리면, 대중적으로 시집 다 갔을 텐데.”

이하연은 윤세아의 물음에 잠깐 주저했지만.

‘……그 사람들이랑 선보는 것보단 낫지.’

선 자리에 일단 나가면, 아무리 자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집안에선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시킬 거다.

그렇게 사느니, 열애설 터뜨리는 게 백배 낫지.

“오너님도 진짜 괜찮은 거죠?”

“괜찮습니다. 열애설쯤이야. 오래 일하기나 하세요.”

“……좋아. 보내자!”

“넵. 전송합니다!”

윤세아는 특종 사진이라며 폭로 전문 언론사에게 사진을 전송했고.

다음 날.

당연하게도 난리가 났다.

*  *  *

“허허…… 그래서, 셀프로 터뜨린 거라고.”

“예. 선을 보게 놔둘 순 없죠.”

“그런 줄도 모르고 괜히 걱정했구먼.”

노영준 감독은 성지한의 멘탈이 멀쩡해 보이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국의 키 플레이어는 이제 누가 보더라도 성지한이다.

그가 흔들리면 안 그래도 힘든 중국전에서 이길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을 것이다.

“감독님.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뭐든 물어보게.”

“플레이어 아카리도 혹시 귀화하면 국가대표로 나설 수 있습니까?”

“음…… 가능은 할 걸세. 근데 그 친구 포지션이 암살자 아닌가?”

“네. 맞습니다.”

“암살자는 아처 클래스에 속해서, 그녀를 위한 자리가 없을 거야. 우리나라의 아처는 과포화 상태거든. 기본적으로 레벨 225는 넘어야 하네.”

“그렇군요.”

한국에서 가장 경쟁률이 박 터지는 포지션은 바로 궁수진이다.

레벨 211의 아카리가 들어가기에는 기본 조건이 되질 않았다.

‘암살자 하나 들어가면 전술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한데…… 일단 레벨 업을 하라고 시켜야겠군.’

성지한은 이번에 길드 빈자리 중 하나에 아카리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감독실을 나오자, 이번엔 궁수진 리더인 하연주가 다가왔다.

“성지한 선수. 괜찮으세요? 오늘 아침 뉴스…….”

“멀쩡합니다. 제가 터뜨린 거라.”

“헉. 그래요? 그, 그럼 진짜 사귀는 거네요?”

처음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었지만.

성지한이 터뜨린 거라고 하자, 그녀는 금방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어보았다.

“예. 뭐.”

“그렇구나…… 유리가 아침부터 이 기사 보고 저기압이더니. 계속 혼잣말로 ‘팬심은…… 흔들리지 않아.’이러고 있던데.”

“저한테도 문자가 오긴 했습니다.”

“뭐라고 왔어요?”

“음…….”

성지한은 핸드폰을 조작하더니, 한 문자를 보여 주었다.

[지한 님! 저도 길드 가입 시켜 주세요! 시켜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다 때려치울 준비 되어 있어요! 역시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어야 정이 쌓이는 것 같아요 ㅎㅎ...]

“아! 얘는 진짜 이젠 임자 있는 남자한테 뭐 하는 짓이래. 절대 안 된다고 해 주세요. 제발.”

“그렇게 보내긴 했습니다.”

“휴우…….”

하연주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이번엔 또 워리어진의 플레이어들이 다가왔다.

감독의 결정으로 인해 복귀한 1군 워리어들이었다.

“야. 진짜 미안했다. 저번엔 여친 있는 줄도 모르고 사람들 불러서.”

“그러니까요. 지한 형님. 정말 실례가 많았습니다!”

김동우와 이윤기가 다가오자, 하연주는 그들을 슥 노려보더니 성지한에게 말했다.

“전 먼저 가 볼게요.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라.”

“네. 들어가세요.”

노영준 감독의 간곡한 설득으로 인해, 하연주는 저들의 1군 복귀에 예전처럼 반대하진 않았지만.

꼴도 보기 싫은 건 저번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에이. 성질 하곤…….”

“우리가 다 좋은 의도로 한 거지. 억울해. 진짜.”

“무슨 용건입니까?”

성지한이 무표정하게 바라보자, 김동우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반말을 하며 말을 걸었지만.

왠지 분위기가, 말 편하게 놓기가 괜히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하하…… 이제 저희 복귀했으니, 다시 합을 맞춰야죠.”

“합이라…….”

성지한은 복귀한 1군 워리어들을 바라보았다.

경기 전에 파티를 벌였다 사고를 터뜨린 오합지졸들.

그래도 1군이라고 복귀를 시킨 노영준 감독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들과 별로 어울리고 싶지는 않았다.

“러시아전 보셨죠? 중국전도 저번처럼 제 위주로 가면 될 것 같군요.”

“아. 그렇다면, 삼각진으로…….”

“네. 그다음은 알아서 하시고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스윽.

성지한이 멀어지자, 이윤기는 한숨을 푹 쉬었다.

“흐으. 저번보다 훨씬 까칠해졌네요. 형님 소리도 못하겠네.”

“에라이. 됐다. 팀에 복귀한 것만 해도 어디냐.”

“당분간은 좀 사려야겠어요.”

“그래…… 이젠 여자 부르지 말자. 놀아도 나가서 놀아야지.”

“옙옙. 진형은 삼각진으로…… 해야겠죠?”

김동우는 차라리 잘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 어차피 중국전은 이기지 못할 텐데. 삼각진 펼치면 저놈이 책임 다 뒤집어쓸 거 아냐? 오히려 좋지 뭐.”

벌써부터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는 워리어진의 리더였다.

사실, 그런 마음가짐을 지닌 이는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국가대표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이 작전실에 모여 적의 전력 영상을 분석할 때마다 사방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 중국…….”

“진짜 오밸인데.”

“저거 어떻게 이기냐?”

그만큼 세계 2위, 중국의 전력은 강력했다.

“중국은 완벽한 팀이다. 특히 마법사와 서포터 전력은 세계 최강이지. 그나마 하나의 약점이 있다면, 체급에 비해 약한 워리어진이겠지.”

낙담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노영준 감독은 표정을 관리했다.

사실 전력이 역부족이라는 건 감독이 제일 잘 알고 있었지만.

자기마저 절망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대신, 희망적인 요소를 짚었다.

“다행히 1, 2경기는 저번 러시아전과 동일한 사우스게이트다. 1경기는 우리가 공격이고.”

“원거리전에는 저희가 밀릴 텐데요?”

“원거리전을 왜 하나? 성지한이 있는데. 그…… 즉사기를 적극 써서라도 1경기는 어떻게든 잡는다.”

성지한의 철혈십자.

사우스게이트처럼 지켜야 할 포인트가 있는 맵에서는 절대적인 위력을 자랑하는 기술.

노영준 감독은 1경기에서 그것만 믿었다.

아니, 그거밖에 믿을 게 없었다.

“그리고 다음 경기는…….”

2경기부터 5경기까지의 전략을, 노영준 감독은 쭉 브리핑을 했다.

감독의 설명을 들은 선수들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이거…… 성지한한테 몰빵하는 그림인데?’

‘검왕 있을 때랑 비슷한 전략이잖아 이거.’

중국전 모든 경기의 핵심 전력은 성지한.

러시아전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한국 대표팀의 전술은 어느새 성지한 중심으로 변해 있었다.

이러면…….

‘쟤가 무너지면 끝이네.’

성지한만 배제하면, 중국전 전략은 그냥 답이 없는 상태였다.

‘어차피 성지한 아니면, 이길 가능성이 없었으니까.’

‘이게 그나마 낫긴 하겠다…….’

‘검왕 때처럼 서포트에 집중해야겠군.’

그렇게, 한국 대표 팀은 성지한을 중심으로 전술을 준비했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중국전 경기 당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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