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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48화 (14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48화>

*   *   *

20분 전, 중국 팀 배틀넷 센터.

커넥터에서 나온 선수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하. 진짜…….”

“한 놈한테 뚫렸어? 워리어들 병신인가 진짜.”

다른 포지션 선수들이 대놓고 욕을 내뱉어도, 중국 워리어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원래도 네 개의 클래스 중 가장 전력이 약해서 줄곧 무시받아 오던 워리어진이었는데, 첫 게임 패배의 원인이 되니 욕을 더욱 대차게 먹은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머리 밀자고 했지?”

신승 이룡은 표정을 찌푸린 채, 동료 워리어들을 바라보았다.

“백팔나한진의 적합도가 낮으니까, 그놈이 승려가 아닌 플레이어들을 죽이잖아.”

“난들 저렇게 강할 줄 알았나…….”

“저희가 테스트할 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하아…….”

신승 이룡은 관자놀이를 질끈 눌렀다.

사실 저 말이 맞긴 했다.

백팔나한진을 비밀리에 테스트할 때, 상대방을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왔으니, 이제는 ‘이 정도’의 백팔나한진으론 안 됐다.

“대화는 끝났나? 그럼 이제 머리 밀어야겠군.”

“예. 감독님.”

중국 감독이 굳은 얼굴로 다가왔다.

그의 뒤에는, 바리깡을 든 코치 여럿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

“저, 전 빼 주면 안 됩니까? 머리 밀면 완전 못생겼단 말이에요!”

“가발 써! 요즘 퀄리티 좋더라.”

“저는 나한진 9인에 포함 안 됐는데…….”

“무슨 소리야? 연대책임 져야지. 니들이 잘했으면 첫 경기를 졌겠어?”

위이이이잉-

그렇게 중국의 워리어들은 모두 머리가 싹 밀리고 말았다.

사실 톱클래스의 워리어로서 사회적 지위가 상당한 이들이니만큼, 평소라면 이렇게 강제하긴 힘들었지만.

첫 경기 패배의 원인이 그들에게 있었기에, 머리 미는 것에 대해 반항할 수가 없었다.

“아…… 얼굴 뭐냐고오오!!!”

“성지한…… 이번엔 죽여 버린다…….”

반짝거리는 자신의 머리를 보며 악에 받친 중국의 워리어들.

다른 포지션 선수들은 멀리서 이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워리어 새끼들, 이번엔 좀 제대로 하려나?”

“빵즈 하나한테 밀리는 게 말이나 되는지…….”

“검왕 때도 그러더니 하여간! 쯧.”

여기에 더해, 중국 감독은 묵묵히 모욕을 참고 있는 워리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번 백팔나한진은 18명이 들어가라.”

“18명이라니……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성지한만 없으면 숫자가 부족해도 이긴다. 그렇지 않은가, 제갈헌?”

중국 감독이 뒤를 돌아보자, 코를 후비적거리던 장발의 남자가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빡빡이 새끼들만 잘하면 됩니다. 아니, 성지한만 전장에서 없애면 게임은 끝입니다.”

“좋아. 그럼 워리어는 성지한만 막는다. 시간만 끌어라. 굳이 제압할 생각 하지 말고.”

백팔나한진을 강화하여, 성지한만 묶어 두겠다는 전략.

이건 18명이 빠진 중국 대표팀이, 1명만 빠진 한국 대표 팀을 이길 수 있다는 전제에서 나왔다.

이는 상대 팀이 들으면, 굴욕적이라고 할 만한 전술이었지만…….

한국에게는, 이 전술이 너무나도 잘 통했다.

***

=아아아아아! 백팔나한진!!! 모두가 머리를 밀고 나오더니…… 1경기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성지한 선수의 움직임이 굼떠졌습니다!

=중국 대표팀! 18명이나 되는 워리어가 빠졌습니다! 여기선 한국 대표팀의 워리어들이 힘을 내야 합니다! 수적으로 2배 이상의 우위예요……!

한국의 사우스게이트 방어전.

성지한은 적 18명의 워리어와 함께 백팔나한진으로 사라지고.

중국 대표팀의 워리어는 12명밖에 남질 않았다.

이렇게 워리어 숫자가 차이가 나면, 수비 태세에 있는 한국의 워리어들이 도리어 돌진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아아~ 화력전에서 완전히 밀립니다! 제갈헌! 또 팔괘를 뽑았어요! 이번에는 리?, 불을 뽑았네요!

=헬파이어가…… 작렬합니다…… 대지가 완전히 불타오릅니다! 태극 워리어들, 나아가기는커녕 성문을 지키기도 힘들어합니다……!

=원거리 화력전은 너무 불리하군요!

99명대 82명.

숫자가 17명이나 차이 남에도, 한국은 압도적으로 밀렸다.

여기에는 제갈헌의 초월적인 마법도 있었지만.

한국 대표팀을 완전히 카운터 치는 적의 서포터도 있었다.

“아…… 저놈의 황룡!”

궁수진 리더, 하연주가 분통을 터뜨렸다.

집중 저격 타깃으로 지정한 플레이어들이 잘 죽질 않았다.

중국 대표팀의 주변을 떠도는 거대한 황룡이 타깃 플레이어가 정해질 때마다 그쪽으로 날아가 지켜 주었기 때문이다.

황룡 때문에 10킬이 5킬로 바뀌는 사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적의 융단폭격은 여전히 한국 선수들을 박살 내고 있었다.

=성지한 선수…… 힘내고 있습니다! 무승 중에 숨어 있는 9명의 선수를 제거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찾으면……!

=아. 하지만…… 김동우 선수, 전사합니다! 성문을 막을 워리어가 없습니다!

=중국 선수들이 성문 안으로 들어섭니다…….

=아…… 안타깝군요…… 99대 82의 싸움이었는데…….

해설자들은 한탄을 금치 못했다.

중국이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숫자의 차이가 저 정도인데도 완패를 당하다니.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의 채팅창에도 불이 났다.

-야 심하다 진짜 ㅋㅋㅋㅋㅋ

-성지한 없으니까 그냥 끝나네

-이젠 스킬도 주작이냐? 제갈헌 새끼는 왤케 미친 패만 뽑냐;

-주령령 황룡 세이브도 미쳤음ㄷㄷ 저격 찍힌 애 바로바로 보호하더라.

-야 우리 중국전 어떻게 이겼음? 궁수진 죄다 막히는 거 보니 완전 우리나라 카운턴데?

-그때도 검왕빨로 이겼지 ㅅㅂ ㅋㅋㅋㅋㅋ

성지한이 중국 선수 18명과 함께 백팔나한진 안에 들어갔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첫 게임의 승리가 바로 잊힐 만큼의 패배였다.

그리고 3차전 맵은, 러시아전과 똑같이 트레인 맵.

원거리전에 특화된 맵인 만큼, 여기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성지한 선수. 러시아전에서처럼 하늘에서 창을 내리찍습니다만…….

=중국의 서포터진,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어요! 황룡이 깃든 보호막이 너무도 강력합니다! 치명상을 입은 이들을 몇 보이지만 죽진 않는군요.

=과연 SSS급 기프트 서포터다워요. 주령령 선수, 대단합니다……!

=아아아! 또다시 불의 괘를 뽑은 제갈헌……! 대한민국의 기차에서 지옥불이 터져 나옵니다! 선수들이 학살당하고 있어요!

‘이거 생각보다 답이 없군.’

성지한은 불타오르는 기차에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트레인 맵에서의 중국은 세계 최강이나 다름없기에 난전이 예상됐지만.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밀릴 줄은 몰랐다.

‘아예 적 기차로 날아가야 하나.’

성지한은 기차 위에서 크게 도약했다.

허공을 밟으며, 벼락같이 나아가는 그에게.

“막아!”

“저놈만 신경 써! 막으라고!”

“리버스 그래비티!”

“슬로우!”

수많은 마법이 쏟아졌다.

이번엔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발을 묶을 수 있는 둔화류 마법이 주가 되었다.

꽤 방해가 거셌지만.

‘이까짓 것.’

성지한의 발걸음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아아~ 성지한 선수! 적의 마법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기차를 향한 적의 공세가 한층 약해졌습니다! 정말 팀에 기여하는 정도가 대단하군요!

성지한이 적 기차로 날아간 덕에, 당장 목전에 둔 팀의 전멸을 막을 수 있었지만.

“성지한 착지 지점으로 모여! 백팔나한진 준비해!”

“성지한만 사라지면 이긴다. 빵즈 놈들 거의 끝났어!”

그래도 게임 결과를 뒤바꿀 수는 없었다.

플레이어를 완전히 전장에서 유리시키는 백팔나한진.

그건, 한국 같은 성지한 몰빵 팀에게는 최악의 카운터였다.

1경기 때는 준비가 덜 돼서 게임이 비벼졌지만.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이 성지한을 시험하겠소이다.”

그 이후부터는 백팔나한진이 모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오늘은 괘가 잘 뽑히는구나! 미티어 스트라이크!”

슈우우우웅!

한국 기차 위로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내렸다.

이미 서포터진이고, 메이지고 와해된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운석 낙하를 막을 수가 없었다.

쾅!

[기차가 전복됩니다.]

백팔나한진에 들어서서, 대머리 중에 진짜를 찾던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여기 소환된 지 10분도 안 지난 거 같은데…….

‘벌써 졌어?’

[게임에서 패배합니다.]

“하하하! 벌써 끝나나? 너희 팀은 정말 약하구나. 그런 답도 없는 소국에 있느니, 대국 중의 대국인 중국으로 오는 게 어떻겠나?”

성지한의 근처에서 그를 견제하던 이룡은 그렇게 이죽거리며 로그아웃했고.

이 대화는 그대로 중계되었다.

-아오 저 땡중 새끼 개 짜증 나네 ㅡㅡ

-18명 가지고 한 명 묶어 두면서 지 잘난 듯 말하고 있어 ㅋㅋㅋㅋ-ㅅㅂ 근데 우리나라 대표팀 심하긴 하다...

-아니 이기는 건 바라지도 않아. 백팔나한진 격파할 동안 시간도 못 끄냐?

-ㄴㄴ 빨리 나오지 못한 성지한이 문제였고 ㅋㅋㅋ

-아 ㅋㅋㅋ 10초 만에 쓸어버려야지 뭐 하냐고... 뭐 하냐고오오오 ㅠㅠㅠㅠ 2, 3경기에서 완패를 당한 한국의 분위기는 초상집이나 다름없었다.

성지한이라는 카드가 봉쇄되어, 뭘 해도 질 것 같은 상황.

사람들은 다음 경기를 주목했다.

-4경기는 맵 뽑기였나?

-ㅇㅇ 제발 개인전, 워리어 개인전 되게 해 주세요 ㅠㅠ-궁수 개인전도 할 만함. 마법사 서포터만 아니면 됨 ㅋㅋㅋㅋ-단체전도 50인 이하면 백팔나한진 못 쓸 거 같은데...

-운빨로 게임 결판나겠네.

지역 리그의 1, 2, 3경기는 그 달의 정해진 맵대로 갔지만, 4, 5경기는 맵이 랜덤으로 배정되었다.

맵의 종류는 각양각색.

100인의 팀전 뿐만이 아니라 개인전이나 소수 정예로 싸우는 맵도 있었기에, 한국인들은 두 손을 보마 워리어나 아처 개인전 맵이 걸리길 기도했다.

그래도 개인 기량으로는 성지한이나 하연주가 중국 선수들보다 강했으니까.

하지만.

[4경기 맵은 개인전, ‘마법사의 탑’입니다.]

[메이지 클래스만 출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뽑기 운마저도 없었다.

현존 최강의 마법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제갈헌과 마법사끼리 맞붙어야 했으니까.

-졌네 ㅅㅂ

-1경기 딴 게 어디냐 에휴

-TV 끄고 자러 갑니다~^^ㅗ

맵이 확정되자마자, 채팅창의 한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중국인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끝났네.

-제갈헌이 게임을 끝내 줄 거야.

-빵즈한테 1게임 따인 게 마음에 안 들지만, 머리 밀고 난 이후 백팔나한진이 효과를 보인 건 고무적이야.

-쓰레기 워리어들은 머리 미는 게 그나마 쓸모가 있지.

-천마가 다이아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계속 빡빡이로 지내라.

그래서일까.

=한국 대표팀이 타임을 신청했습니다!

=아. 마법사 개인전인데…… 제갈헌 상대로 교체할 사람이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만…… 노영준 감독의 의중이 궁금해지는군요!

한국 대표팀이 타임을 잠깐 신청했음에도, 여기서 무슨 답이 나올 거라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교체된 선수의 명단이 뜨기 전까지만 해도.

=어. 어어……?

=자, 잠. 잠시만요! 이게 무슨……!

=대,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로, 성지한이 출전합니다!

***

“허허허…….”

노영준 감독은, 4차전에 참전하는 성지한을 보면서 방금 전 일을 떠올렸다.

-감독님. 제가 나서겠습니다.

-지한아…… 이번 게임은 메이지 클래스만 나갈 수 있는데…….?

-저 올 클래스인 거 아시죠? 메이지로도 출전 가능합니다.

-아…… 아! 그래! 그랬었지?! 그럼 이번 라운드에도 출전할 수 있겠구나!

노영준 감독은 지금까지, 성지한의 가치를 검왕과 동급으로 보았다.

검왕보다 힘은 아직 약할지 몰라도.

레벨만 더 오르면, 그를 뛰어넘을 재목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성지한의 가치는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 한 가지로 인해 또 한 번 상향 평가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만 있으면, 개인전은 이긴다고 보면 돼……!’

올 클래스.

이건 배틀넷 게임에서, 전략적으로 압도적인 이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영준 감독은 떨리는 눈으로 지금 중계되는 4경기 게임 화면을 바라보았다.

[뭐, 뭐야. 네가 어떻게 이 경기를 나와!]

[나도 마법사야. 자 봐 봐. 파이어.]

화면 속에서 경악하는 제갈헌에게, 성지한은 마법사의 기본 마법인 파이어를 보여 주었다.

[이, 이건…… 사기야! 조작이다!]

제갈헌은 그걸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5경기 가자.]

성지한의 접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제갈헌은 온갖 마법을 사용하면서 어떻게든 반항했지만.

아무리 팔괘 중첩이 있다고 해도, 1:1로 성지한을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푹!

[플레이어 ‘제갈헌’이 전사했습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난 4경기.

양국의 시청자들은 예상과 180도 뒤바뀐 경기 결과에 혼돈 상태에 빠졌다.

-???????? 뭐냐 쟤?? 왜 마법사로 나와?

-이 경기를... 이렇게 져?

-배틀넷 이 미친 게임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운영을 이따위로 해!?

-신성한 마법사들의 대결에 창칼을 휘두르는 게 말이 되냐!! 마법사 맵이면 마법으로만 싸운다던지 하는 룰이 있어야지!

중국 시청자들은 다 이긴 게임을 놓쳐서 분개했고.

-이 경기를...? 이걸? 이거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씨밬ㅋㅋㅋㅋㅋㅋ 파이어 개 어이없네 ㅋㅋㅋㅋㅋ-미쳤다 ㄹㅇ ㅋㅋㅋㅋㅋ 성지한 있으면 개인전 프리패스 각?

-5경기도 개인전 가즈아!!

TV 껐다가 성지한 나왔다는 소식에 헐레벌떡 게임을 다시 시청한 한국인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스코어 2:2.

다음 게임 맵의 뽑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진 상황.

-제발 단체전……!

-제발 개인전……!

양국의 시청자들은, 5경기 맵으로 뭐가 걸릴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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