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54화>
레벨이 100으로 오를 당시, 성지한은 브론즈나 실버 때와 같은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승률 1위로 골드리그를 마감했습니다.]
[‘골드의 지배자’칭호를 얻습니다.]
[TOP 100 승급전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골드의 지배자’는 ‘실버의 지배자’ 칭호에 비하면 올스탯 +7이 되는, 스탯 2개를 더 주는 칭호였지만.
‘칭호를 교환해도 무혼은 안 오르는군.’
무공을 발전시켜야지만 오르는 무혼은 칭호를 바꾸든 말든 변동이 없었다.
‘115에서 계속 정체네. 이거 차라리 백팔나한진에 다시 한번 갇히고 싶을 정돈데.’
성지한은 백팔나한진 안에서 천뢰봉염을 펼침과 동시에 능력치가 극적으로 상승했을 때를 추억했다.
그 일이 있은 후에도 빠짐없이 수련을 해 왔지만, 그때처럼 무혼이 발전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천뢰신결을 개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진도가 지지부진하니, 성장이 멈춘 것 같아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저번처럼 한 단계 위 승급전을 하라고 하진 않네.’
성지한은 추가로 시스템 메시지가 나오지 않는 걸 보곤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지던 실버 때도, 플레이어 수준이 리그를 아득히 뛰어넘었다며 강남 1 골드 리그 승급전 참가 자격이 주어졌는데.
이번에는 무혼까지 지니고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다이아리거를 찍어 누르는 무쌍을 보였음에도, 플래티넘 리그 승급전 참가 자격이 주어지질 않았다.
‘어차피 다이아를 바로 갈 생각은 없다지만…… 이상하군.’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기습적으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골드로 국가대표 경기를 치러서 승리하고, 경기 MVP를 3회 이상 획득했습니다.]
[별의 능력을 보유했습니다.]
[스페이스 리그의 승급전 참가 자격을 충족했습니다.]
[스페이스 리그 골드 TOP 25 승급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스페이스 리그!?”
드물게, 성지한의 두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저번 생을 통틀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스페이스 리그 승급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게 있는 줄조차 몰랐는데, 승급전 참여 자격이 주어지다니!
그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 주의 - 튜토리얼이 끝난 세계의 플레이어도 참전하는 승급전입니다. 신중히 결정하세요!
“당연히 참전해야지.”
성지한은 시스템의 주의 메시지를 가볍게 넘기곤, 참전을 결정했다.
[스페이스 리그 TOP 25 승급전에 참전합니다.]
[10월 27일에 경기가 펼쳐집니다.]
[‘우주 유망주 - 골드’ 업적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500,000 획득합니다.]
[‘튜토리얼에서 우주 유망주에 뽑히다.’ 업적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1,000,000을 획득합니다.]
“150만?”
참전 결정을 하자마자 쏟아지는 업적 포인트.
그건 지금까지 얻었던 업적 포인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액수였다.
그만큼 이게 말도 안 되는 업적이라는 의미였다.
‘지금까지 번 걸로 업적 상점 항목을 죄다 3레벨로 맞춰야겠군.’
레벨 7 업적 상점의 수많은 품목.
그중에는 지금 당장 올려 봤자 쓸모없는 성좌 슬롯이나 기프트 슬롯도 있었지만.
어차피 나중에 업적 상점 업그레이드 할 때 필요한 일이었기에, 지금 벌어 둔 김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레벨 3 되고도 포인트가 넘치는군.’
다만 상점 레벨을 올리기엔 ‘기부 5회’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에, 성지한은 남은 포인트로 ‘올 포 원’을 올리기로 했다.
그렇게 남은 업적 포인트를 모조리 사용하니, 올 포 원은 어느덧 LV.5가 되어 있었다.
그러자, 올 포 원의 효율이 기존의 4배에서 6배로 올랐다.
‘이제 6배가 됐으니 영감 좀 터졌으면 좋겠는데.’
영감의 가치를 높게 사 사류무사가 되었는데, 아직은 영감이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다.
‘이번엔 효과도 업그레이드되었으니 좀 다르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한 성지한은 승급전까지 수련에 쭉 전념했고.
그 결과.
[무혼이 5 상승합니다.]
사류무사의 효과가 제대로 터져서, 무공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무혼을 120으로 올리게 되었을 때.
성지한은 승급전에 출전할 수 있었다.
* * *
10월 25일.
=윤세아…… 또 사라집니다! 공격을 모조리 회피했어요!
=아니. 저건 또 무슨 수법이란 말입니까? 화살도 사라져, 자신도 사라져!
=단순히 투명 효과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 위에 파이어 월이 깔렸지만, 불이 꺼지고 드러난 윤세아에겐 아무런 데미지도 없었으니까요!
=아…… 둘만 남았습니다! 아, 또다시 발동된 투명 화살……!
TV 속에서 윤세아가 상대방을 꿰뚫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세아가 방방 뛰면서 거실로 달려왔다.
“삼촌! 삼촌! 나 우승했다!!”
“어. 보고 있었어. 축하해.”
“히히. 내가 나한테 걸라고 했을 때 삼촌은 시선 피했지? 전 결과로 증명했습니다! 제가 이번 실버, 1등입니다요!”
보이드 아처 클래스에, 성지한이 준 공허의 장막은 찰떡궁합이었다.
적의 위험한 공격은 장막을 뒤집어써서 피하고.
상대의 방어는 보이드 애로우로 죄다 무시한 채 적을 제압했다.
-?? 윤세아 뭐냐?? 왜 갑툭튀 우승??
-저기 가족 대체 뭐임? 성지한에 검왕 성지아 윤세아 죄다 수준이 차원이 다르네 ㄷㄷㄷ-윤세아 상대 개빡쳤을 듯ㅋㅋㅋ 뭐 뒤집어쓰면 사라지고 화살은 보이지도 않고 ㅋㅋㅋㅋ-ㄹㅇ 보는 나도 ㅈㄹ얄밉던데 ㅋㅋㅋㅋ-나 윤세아 팬이라 팬심으로 100만 원 베팅했는데 1억 됨... 윤세아님은 신이고 무적이시다!!
-와 ㅋㅋㅋㅋㅋ 100배 미쳤넼ㅋㅋㅋ
“헐 100배였어, 나? 아…… 아쉽다.”
“100배든 1000배든 베팅은 꿈도 꾸지 마.”
“아. 알았어. 안 해, 안 해!”
성지한이 단호하게 말하자 윤세아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리플을 계속 보던 그녀는 눈을 사로잡는 내용이 있었다.
-근데 성지한은 왜 베팅 사이트에 안 나옴? 전 재산 몰빵할 건데 ㅋㅋㅋ-이번엔 승급전 참가 안 하나 봐. 레벨 100 안 된 듯?
윤세아를 거론하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성지한 이야기.
배틀넷 베팅 사이트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게임이 바로 TOP 100 승급전이니만큼, 사람들은 성지한의 이름도 당연히 올라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 특이하게도 이번 달 승급전 명단에서, 성지한의 이름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삼촌 스페이스 리그 간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네.”
“뭐 굳이 알릴 필요 없잖아? 내일 되면 다 알 텐데.”
“야…… 역시 여유로워!”
“뭘. 그럼 너 우승 기념 외식이나 갈까? 레스토랑 하나 빌리자.”
성지한의 제안에 윤세아는 뺨을 긁적였다.
“삼촌 그건 너무…… 여유롭지 않아? 모레 삼촌 경기 끝나면 같이 먹어! 오늘은 준비해야지~ 스페이스 리그잖아!”
“그래, 그래. 알았어.”
그리고 10월 26일.
시스템에서 성지한이 스페이스 리그에 참전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는 당연하게도 난리가 났다.
[성지한! 인류 최초로 스페이스 리그 승급전에 참전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스페이스 리그. 그 베일이 걷힐 것인가?]
[외신에서도 긴급 타진! 성지한, 전 세계 언론 1면을 석권하다!]
-스페이스 리그?? 와 미쳤네 ㄷㄷㄷㄷ
-10년간 배틀넷 튜토리얼 하면서 스페이스 리그엔 뭐 있나 궁금했는데 성지한이 스타트를 끊네ㅋㅋㅋㅋㅋ-이야~ 이제 외계인 보는 거임?
-캬~~~ 외신 1면 대문짝만하게 실린 거 실화냐?? 국뽕 오진다! 주모오!! 여기 국뽕 한 사발 더!
-주모 이미 성지한 땜에 과로사했고 ㅋㅋㅋㅋㅋㅋ
내년에 스페이스 리그 - 브론즈에 소속되는 지구.
모두들 대체 우주 리그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해 하던 차에, 성지한의 승급전 참여는 전 세계적인 관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차마 잠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며, 스페이스 리그 승급전이 펼쳐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 날.
“다녀올게.”
성지한은 윤세아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게임에 접속했다.
* * *
[TOP 25 골드 승급전이 시작됩니다.]
[이번 미션은 서바이벌입니다.]
[‘신왕좌神王座’ 에 들어섭니다.]
번쩍!
‘신왕좌라. 처음 보는 맵인데.’
게임에 소환된 성지한은,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이 뻥 뚫려 있고, 하늘 위에는 태양 대신 진한 먹구름만 가득했다.
하나, 그 구름을 뚫고 빛은 25갈래로 나뉘어 대지를 비추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성지한을 내리쬐고 있었다.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플레이어를 비추는 빛.
성지한은 저 멀리에서 대지를 비추는 다른 쪽 빛도 바라보았다.
‘거인에 드래곤에…… 다들 한 덩치 하는 괴물 천지군.’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건, 거대 생명체들.
성지한의 수십 배는 되어 보이는 강철 거인에.
작은 산만 해 보이는 드래곤.
거기에 온갖 생명체가 융합된 대괴수까지.
어째 같은 TOP 25 플레이어라기보다는, 보스급 몬스터가 모인 것 같았다.
‘거대 개체는 15마리 정도인가.’
[크르르르…….]
[또 네놈인가.]
[징글징글하구나. 도마뱀!]
예전 TOP 25 경기 때도 본 건지, 거대 개체들은 서로 안면이 있어 보였다.
그들은 강렬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서로를 견제했다.
‘흐음…… 진짜 보스 몬스턴데. 저거.’
덩치에 걸맞은 힘을 보이는 거대 개체들.
그들 입장에서는 미물에 불과한 성지한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뭐 지들끼리 싸우면 좋지.’
지구에서야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눌렀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성지한은 무관심을 즐기며, 최대한 탐색전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나머지는 거대 개체는 아니더라도, 다들 적잖은 크기군. 인간형은 저 엘프 하나 정도인가…….’
성지한이 쭉 나머지도 지켜보고 있을 때.
“어머. 어머어머! 이게 누구야?!”
불쑥.
성지한의 근처로,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소환된 이들과는 달리, 인간 크기인 로브의 존재.
얼굴은 어둠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저 경박한 말투는 들어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너…… 죽은 별의 성좌냐?”
“맞아 머리야!! 나, 그러니까 내 이름이…… 맞다. 칼레인이었지?! 너만을 위해 만든 애칭!”
칼레인은 자신의 대 성지한용 이름을 떠올리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여기서 널 볼 줄이야! 내가 지구 접근이 막혀서 얼마나 원통했는데! 역시 우린 천생연분이야! 으히히히!”
“근데 넌 성좌 아니었나? 왜 여기 있지?”
“아. 이거 부캐야. 부캐.”
“……부캐?”
칼레인은 그리 말하며, 주위를 스윽 돌아보았다.
“TOP 25 참가할 정도면 대부분이 성좌 부캐들이야. 음…… 저기 저 용도 ‘용신’의 분신이고. 저 대괴수 안에는 공허의 의념이 담겨 있지. 나도 왕 유령 중 쓸 만한 거 끼워 맞춰서 신캐 만들었고~!”
개체 하나하나를 찍으면서, 상대의 본신을 맞추는 칼레인.
어째 듣다 보니, 승급전에 참여한 건 죄다 성좌의 분신 같았다.
TOP 25 승급전에 참가할 정도면 어쩔 수 없는 건가.
“근데 왜 굳이 분신을 만들어서 여기 참전을 하는 거지?”
“그야 승급전 보상이 짭짤하거든~ 난 이미 널 만나서 소원 성취했지만!”
“보상이 뭔데?”
“내 머리가 되면 자연스레 너도 알 수 있어. 머리야~!”
그놈의 대가리 소리.
성지한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됐다. 좀 가라.”
“머리야! 나, 나! 너를 위한 멘트 준비했어! 들어 줘!”
“뭔 지랄을 또 하려고…….”
“머리야~ 머리야~ 너, 내 머리가 되어 줄래? 난 네 심장이 되어 줄게!”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이딴 놈이 성좌지?
“지금 널 죽이면 되나?”
“안 돼, 안 돼! 게임 시작 안 했다고! 시작 전에 싸우면 페널티 얻어!”
칼레인은 손을 내저으면서, 하늘을 가리켰다.
“거기에 저 구름 색깔 봐! 운신雲神이나 뇌신雷神 걸릴 것 같은데…… 만약 뇌신의 왕좌로 걸리면. 우리 살기 바빠! 힘 뺄 필요 없다고!”
“뇌신이 그렇게 센가?”
“그럼. 신왕좌 중 제일 최악의 신이라고! 쟤들도 으르렁거리기만 하고 안 싸우잖아, 그래서.”
칼레인이 그렇게 손가락으로 드래곤과 거인을 가리키며 떠들자, 그들은 서로의 견제를 멈추고 성지한 쪽을 바라보았다.
[……‘죽은 별’의 성좌?]
[왜 이렇게 신났지, 저놈이?]
그들은 칼레인의 하이 텐션을 보고 의아해하더니.
성지한에게로 시선을 옮기고는 깜짝 놀랐다.
[저 미약한 벌레…… 성좌의 분신이 아니잖아?!]
[호오. 성좌의 분신이 아닌데 승급전을 참여한다고……?]
그렇게 용과 거인의 관심이 순식간에 성지한에게 쏠릴 때쯤.
[신왕좌의 신이 배정됩니다…….]
[신왕, 뇌신이 왕좌에 앉습니다.]
쿠르르르……!
구름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벼락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강렬한 노랏빛 번개를 보면서, 성지한을 쳐다보던 용과 거인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이런. 망했군.]
[진짜 뇌신이 걸리다니…….]
뇌신이 뭐가 문제길래, 성좌의 분신마저 저런 태도인 거지?
성지한이 궁금해할 때,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적으로 떠올랐다.
[뇌신의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사망할 시, 부활할 수 없습니다.]
[부활 불가 페널티로 인해, 게임을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게임을 포기하시겠습니까?]
‘부활 불가라고…….’ 생각보다 강력한 페널티에 성지한이 두 눈을 크게 떴을 때.
[난 가련다. 도마뱀.]
[나도 포기다. 이거 죽으면 언제 다시 키우나.]
번쩍! 번쩍!
25인의 플레이어 중 가장 강렬한 기세를 내뿜던 드래곤과 거인이 순식간에 게임을 포기했다.
“머리야. 우리도 포기할까? 나야 새로 키우면 되지만, 넌 그게 본캐잖아.”
“이 게임 보상이 뭔데?”
“보상? 아~ 그건…….”
칼레인은 조금 전과는 달리 승급전 보상을 순순히 말해 주었고.
“그럼 참가해야겠네.”
성지한은, 페널티에도 불구하고 참전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