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61화>
‘벌써 수그리네?’
성지한은 뇌신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고는, 내심 놀랐다.
성좌의 후원이야, 사실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뭐라도 더 받기 위해서 아쉬워했지만.
성지한은 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서, 일부러 강하게 나가본 건데.
‘적뢰가 그만큼 탐나나.’
봉황염과 천뢰신결을 섞은 적뢰.
그 위력은 확실히 평소의 신결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하지만 뇌신이라면, 벼락을 다루는 신이니만큼 적뢰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왜 번개의 신이 적뢰를 탐내지? 네가 만들면 될 것 아닌가?”
성지한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시스템 메시지에서는 한동안 글이 더 올라오지 않더니.
[뇌신이 적뢰는 본래 섞을 수 없는 힘이라고 답합니다.]
[별의 능력을 지닌 당신만이, 섞을 수 있다고 뇌신은 안타까워합니다.]
[그가 재차 플레이어에게 물어봅니다. 무엇을 원하든 가능한 선에서 들어 줄 테니, 적뢰를 완성해 달라고 합니다.]
“원하는 거라…….”
성지한은 뇌신의 제안에 곰곰이 생각했다.
‘딱히 받을 게 떠오르질 않는군.’
무력과 포스 시절이었다면 스탯 포인트나 달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무공을 자신에 맞게 개조해야 무혼이 올랐기 때문에, 잔여 포인트도 그냥 쌓여 가고만 있었다.
GP도 지금 당장은 대기 길드를 운영하면서 들어오는 걸로 충분했고.
‘그나마 쓸 만한 건 아이템인가. 그래도 저렇게 적뢰에 목을 매는데, 아이템 하나 받고 해 주긴 아쉽단 말이지…….’
성지한은 성좌에게 뭘 받을지 고민해 보기로 하면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원하는 건 나중에 이야기하지. 근데 적뢰는 너한테 왜 필요한데?”
[뇌신이 그건 시스템을 거쳐서 답할 수 없는 물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시스템 창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플레이어 성지한에게 특별 던전 맵, ‘신왕좌 ? 뇌신’이 개방됩니다.]
[특별 던전은 허락된 플레이어인 성지한을 비롯하여, 그의 파티원만 들어갈 수 있는 맵입니다.]
[특별 던전은 일주일에 1번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특별 던전은 1일 1회 게임 플레이 제한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호오.’ 갑작스럽게 개방된 특별 던전.
성지한은 기존의 배틀넷 제한사항에 걸리지 않는 맵이 생긴 걸 보며, 성좌 뇌신이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저번 생에서 봤던 성좌 중, 이런 게 가능한 이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뇌신이 신왕좌에 도달한다면, 직접 답해 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그래.”
그렇게 레어 스탯, 업화에 특별 던전까지 안겨 주고 사라진 뇌신.
성지한은 승급전을 통해 얻은 보상을 정리해 보았다.
승급전에서 살아남으며, 업적 포인트는 180만이 들어왔으며.
레벨은 20이 올랐다.
‘이러다 12월에 다이아 갈지도 모르겠는데. 속도 조절을 조금 해야겠군.’
12월까지는 플레티넘이어야 스페이스 리그 개막전에서 플레티넘으로 출전할 수가 있으니까.
성지한은 저번 생에서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던 개막전을 떠올리며, 살짝 웃음 지었다.
그때 지구가 받아들인 처참한 결과를.
개막전 상대였던, 세계수 연합에게 거꾸로 돌려줘야지.
‘업적 포인트는 쓸 곳이 애매하군.’
기부를 5번 하지 않으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업적 상점.
가장 쓸 만한 항목인, 올 포 원은 이미 최대 레벨까지 확장했으며.
상태창 확장 등, 나머지 항목은 사실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었다.
‘그래도 나중에 어차피 업그레이드해야 할 테니. LV4까지 올려 두자.’
그는 그렇게 업적 포인트 105만을 사용해서, 상점의 모든 항목을 LV4까지 올리고, 70만이 넘게 남은 포인트를 어디 쓸지 고민했다.
‘랜덤 박스나 한 번 깔까.’
매달 바뀌는 이달의 랜덤 박스.
10월의 품목은 아이템이었다.
지금까지는 저기에 영 손이 가지 않았지만.
당장은 포인트 쓸 곳도 없으니, 성지한은 박스나 한 번 까기로 했다.
그리고.
“허…….”
[기부 초기화권]
-등급 : F
-업적 상점에 기부를 또다시 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은 기부천사!
성지한은 허탈한 듯 웃음을 지었다.
정말 F급에 걸맞은, 쓰레기 아이템이군.
하지만 이거, 지금 당장은 쓸모가 있었다.
‘업적 상점 업그레이드까지는 한 달 더 빨라지겠어.’
기부 초기화권을 써서, 성지한은 두 번째로 1만 포인트를 투척했다.
[시스템에 1만 포인트를 기부했습니다!]
[활력이 몸을 감쌉니다. 1달 동안 피로가 덜 축적됩니다.]
‘이제 3번만 더 하면 되나.’ 그러면 매달 한 번씩, 3달이 걸리는데.
성지한은 이걸 내년까지 끌고 싶지 않았다.
‘기부 초기화권, 한 장만 더 뽑아 볼까.’
성지한은 랜덤 박스에 다시 손을 뻗었다.
* * *
“……이게 다 뭐야, 삼촌?”
윤세아는 거실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보며, 황당한 목소리로 물었다.
기다란 휘장에, 불이 새겨진 조각상.
그 외에도 집이랑은 영 맞지 않는 잡동사니 천지였다.
“세아야, 뽑기는 하지 마라.”
“갑자기 웬 뽑기.”
“도박만 중독성이 강한 게 아니었어…….”
한 번 깔 때마다 3만 포인트를 요구하는 랜덤 박스.
70만에 달하는 업적 포인트가 다 사라지는 건 금방이었다.
‘마지막에 기부 초기화권을 하나 더 건져서 다행이지…….’
그거조차 없었으면, 진짜 소득이 1도 없을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스에서 나온 아이템들은 대부분 쓸모가 없었으니까.
[성화 조각상]
-등급 : C
-성화를 조각한 조각상.
-불의 기운이 은은하게 흘러나와, 집안이 따뜻해집니다.
“뭐야. 이거 아이템이었어? 근데…… 난방 효과? 이런 게 왜 C등급이야?”
“몰라, 부숴 버리자.”
“에이, 이쁜데 이거? 내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잘 활용해 볼게. 휘장은…… 버릴게. 그냥.”
그나마 몇몇 소품은 활용이 가능했지만.
기다란 휘장은 집 어디에도 둘 곳이 없었다.
“아니다, 뭘 버리러 가. 내가 그냥 지금 없애 버릴게.”
성지한은 윤세아가 휘장을 정리하려고 하자,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휘장.
찢겨 나간 천은 금방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평소보다 빠르게 소멸하는 게, 적잖이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또 뭐 없앨까.”
“음…… 조각상 두 개 빼곤 솔직히 다 쓸모없어 보이는데…… 어, 이거 단검은 장비 아니야?”
“아, 맞아.”
잡동사니들을 뒤적거리다가, 윤세아가 눈을 반짝였다.
붉은색 검집에 들어가 있는 핏빛 단검.
[흡혈귀의 이빨]
-등급 : S
-흡혈 괴수의 이빨을 깎아 만든 단검.
-이 검으로 상대방을 벨 시, 출혈 효과가 크게 증폭되며.
-상대의 피를 흡수하여, 자신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건 좋아 보이는데?”
“뭐, 나름 쓸 만은 하지.”
업적 포인트 70만을 넘게 쓰면서까지 뽑을 아이템은 아니지만.
거기에 이클립스에 봉황기까지 있는 성지한으로서는, 필요 없는 장비였다.
윤세아는 단검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그녀의 뒤편에 서 있는 아카리를 바라보았다.
“나도 단검은 안 쓰는데…… 아카리 언니 쓸래?”
어느새 아카리와도 말을 편하게 하는 윤세아.
물론 아카리는 어색한 한국말로 존댓말을 유지했다.
“저, 말입니까.”
“응, 단검 필요하잖아.”
그러면서 윤세아가 흡혈귀의 이빨을 건네주자.
아카리는 아이템 설명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 이렇게 좋은 아이템을……! 감히 받을 수가 없습니다!”
“에이, 오버한다. 언니도 다이안데 S급 장비는 기본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냥 써.”
성지한마저 그리 권유하자.
아카리는 단검을 양손으로 받아들인 채, 윤세아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예전에 모시던 시즈루한테는 몸 소유권까지 빼앗겼다가, 여기 와서는 계속 받기만 하는 그녀.
단검 하나에 목숨까지 이야기할 만큼, 그녀는 윤세아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었다.
‘체력 3 포기하길 잘했네.’
세계수 나뭇잎을 나눠 먹고, 다이아 암살자가 충성스러운 호위가 되면 이득인 교환이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아카리에게 물었다.
“근데 너 레벨 몇이지?”
“212입니다.”
“다이아 되면 레벨 진짜 안 오르더라. 언니 계속 게임하는데 1밖에 올랐어.”
“흠…… 국가 대표 되려면 225가 되어야 하는데. 하연 씨한테 집중 성장 넣어 달라고 해야겠네.”
“제가 국가 대표라니…….”
아카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한국의 국가 대표진은 궁수진이 강력하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저 같은 암살자가 필요할까요…….”
집중 저격을 통해 플레이어를 끊는 한국의 궁수진에, 암살자의 쓸모가 어디 있겠는가.
아카리의 그러한 의문은 타당했다.
하지만.
“궁수진 강력하니까 한 명 정도는 빠져도 돼. 그것보다 암살자 클래스가 대표팀에 제대로 안착만 하면, 전술적으로 써먹을 용도가 많아져.”
지금이야 대표팀 경기가 정면에서 쾅 붙는 힘 싸움 위주였지만.
게임 맵이 바뀌면, 언제든지 게임 양상이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일단은 225레벨 되는 데만 집중해. 그럼 국대 들어가는 건, 내가 진행할 테니.”
“알겠습니다……!”
성지한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카리의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 * *
TOP 25 경기 이후, 한참 성지한을 찬양하던 언론은.
이제 다음 달, 11월에 있을 첫 경기로 포커스를 돌렸다.
[11월의 첫 경기는 한일전. 8.15의 굴욕을 설욕할 것인가?]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어느새 대표팀의 핵으로 떠오른 성지한.]
[성지한 VS 검왕.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배틀넷 베팅 사이트에서는 검왕의 우위를 점쳐.]
-아 아쉽다. 성지한 더 크고 한일전 했으면 베팅 결과 반대였을 텐데.
-나 이제 성지한이 지는 게 상상이 안 되는데…….
-ㄹㅇ 팀은 발목을 오지게 잡아도 개인이 패배한 걸 본 적이 없음 ㅋㅋㅋ-검왕은 그래도 세계 최고의 전사잖아. 저번 일본 대 러시아전 보니까 여전히 세던데.
-성지한이 다이아였으면 모르겠는데, 아직은 검왕이 셀 거 같음.
└전 세계 배틀넷 포럼도 비슷한 의견인 듯 ㅇㅇ
한국 사람들은 모두 성지한을 응원하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워리어 1위한테는, 아직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전 세계의 배틀넷 팬들은.
-아무리 성이 강하다고 해도, 소드 킹에겐 안 되지.
-내년에 이번 빅 매치가 치러졌다면, 난 성에게 걸었을 거야.
-지한상 덕분에 기프트는 얻었습니다만…… 이제는 일본의 검에게 패배하실 시간입니다 wwww.
-성지한에 검왕에. 동아시아 리그 왜 이러냐? 왜 중국에는 저런 전사가 없냐?
-둘 다 알고 보면 죄다 코리아 출신입니다. 그곳은 전사의 땅입니까? 징병제라 그런가요?
-그럼 우리 이스라엘에도 전사들 튀어나왔어야지.
-어쨌든 이번에는 검왕 WIN. 다음은 모르겠다.
대부분 검왕에게 베팅을 했다.
하지만, 일단 대중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오히려 판단에 신중했다.
특히 일본 측 분석가들은 더 그런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흠…… 진짜 강하군.”
일본 감독은 성지한의 골드 시절 데이터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골드가 뭐 저리 미쳤어?
검왕이 훈련할 때의 데이터와.
성지한이 보여 주는 모습을 비교해 보면, 검왕이 근소 우위에 있기는 했지만.
‘지금 보여 준 게 저자의 끝은 아닌 거 같단 말이지…….’
성지한이 숨기고 있는 게 더 있다면, 두 전사의 대결은 백중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즈루님이 저 사람까지 꼬드겼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
일본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성지한과 이토 류헤이.
둘 다 일본 대표팀에 있다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따놓은 양상인데.
성지한의 데이터를 보니까, 다시 한번 시즈루의 실패가 아쉬웠다.
“감독님. 검왕님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내려가 보지.”
“네. 그런데, 이토 시즈루님도 같이 오셨습니다. 감독님께 꼭 드릴 말씀이 있다고…….”
“나한테?”
“예, 성지한을 확실히 제압할 비책이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일본 감독은 눈을 빛냈다.
이토 시즈루의 비책이라니.
이건 꼭 들어야 했다.
“내 바로 내려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