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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71화 (17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71화>

소드 팰리스 앞.

그곳에는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이제 돌아올 때가 됐는데…….”

“성지한 님이 포스를 써서 가로막아도, 일단 무조건 사진은 찍어야 해.”

“마비? 당하면 오히려 좋아. 성지한 님에게 마비 정돈 당해야지 기자 짬밥 좀 먹었다 할 수 있지.”

“맞아, 김 기자. 나 당하면 인증샷 좀 부탁해.”

무혼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해서, 성지한의 공간 장악에 대해서는 포스라고만 알고 있는 그들.

기자들은 포스에 매번 몸이 마비되었을 때마다 이를 질색했지만.

성지한이 국가대표가 된 이후로, 그의 인기가 수직 상승하면서, 이제는 그에게 마비를 당하는 것도 영광인 세상이 되었다.

스으윽.

그리고 곧 소드 팰리스로 거대한 리무진이 들어서자.

“협회 차량이다!”

찰칵. 찰칵. 찰칵.

기자들은 차량 주변으로 완전히 몰려들었다.

“지나가겠습니다.”

차 안에서 성지한이 나오면서 손을 뻗자.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기자들의 몸이 양옆으로 두둥실 떠오르며 길이 만들어졌다.

평소 취재가 너무 과열되었을 때, 성지한이 흔히 사용하던 방법.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기자들을 포스로 억누르기까지 했지만.

‘……왜 좋아해?’

어째 기자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몸이 굳기 전에는 표정을 찌푸리거나 무서워하는 게 정상인데.

지금은 오히려 웃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거기에.

“선배님, 다음에는 저도 부탁드립니다!”

찰칵. 찰칵.

후배 기자들은 그렇게 마비된 기자들을 찍어 주기까지 했다.

스윽.

거기에 성지한의 뒤에서 검왕 윤세진까지 내리자.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 소리가 더 빨라졌다.

“윤세진 님! 이제 완전히 귀국하신 겁니까?”

“다시 한국 국가대표팀에 복귀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두 눈은 어떠신지요?”

“일본 배틀넷 협회에서는 윤세진 님께서 살인죄를 저질렀다며 협회에 선수 자격 박탈을 건의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외에도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검왕 윤세진은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단지.

“살인죄라…….”

성지한이 터준 길을 천천히 걸어가던 그는.

기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전, 이토 시즈루를 죽이지 못했습니다.”

“예……!?”

“이토 시즈루가 죽지 않았다구요?”

“예. 추격이 불가능해서 귀국했을 뿐입니다.”

“일본 총리는 매혹이 풀렸다며, 이토 시즈루가 죽었을 거라 했습니다만…….”

“도망치기 위해 매혹을 풀었겠죠.”

진지한 어조로, 윤세진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   *   *

제주도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성지한 담당인 박윤식 과장은 제주도로 내려와 그들에게 최근 상황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일본 배틀넷 협회에서, 선수 자격 박탈을 추진한다고요?”

“예, 관리국 한국 대표가 그건 말도 안 된다고 열심히 주장하고는 있지만, 여론이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특히 동북아시아 리그에 속한 나라들은 모두 선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면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지라…….”

“기회다 싶은 거겠지.”

윤세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오랜 추격전 동안 면도를 못 해서 그런지 수염이 길쭉길쭉 나 있는 상태였지만.

막상 자신이 스스로 찌른 눈은 상처가 다 아문 상태였다.

시즈루가 죽은 이후, 성지한이 건넨 세계수의 잎사귀를 먹고 나자.

처음의 흉측했던 눈의 자상이 모두 회복된 것이었다.

물론, 시력까지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살기 위해 그녀를 죽였지만. 살인죄를 범한 것도 사실이다. 처벌은 피할 수 없겠지.”

아무리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적을 죽인다 한들.

현실에서 살인죄를 범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특히 윤세진은, 배틀넷 초창기부터 플레이어일수록 법과 규율을 지켜 와야 한다고 강조했던 입장이라 그런지.

자신이 살인죄를 범했다는 걸 인정하고는, 처벌받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한국 대표팀이야, 처남만 있으면 문제없겠지. 매혹당했을 때도, 내년이 되면 이기지 못하는 거 아닌가 조마조마했거든. 내가 있건 없건, 한국 대표팀이야 순항할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대표팀 선수가 되지 못할 거라고 이미 상정해 놓고 있는 윤세진과.

“아, 아닙니다! 시즈루는 제가 죽였습니다……! 그렇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뭐…….”

“살인죄는 제가 치르겠습니다. 일본에서도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이렇게라도 제 몫을 하고 싶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살인죄를 대신하겠다면서, 자신의 결심을 밝히는 아카리.

새삼 비장해진 비행기 안의 분위기를 느끼며.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매형,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이토 시즈루는 죽지 않았잖아요?”

“……뭐?”

“하아, 그 여자. 정말 징글징글하죠. 총리 세뇌까지 풀고 잠적해 버렸잖아요. 일본 남해까지 뒤지다가 결국 집착 발동이 끊겨서 귀국하게 된 건데…….”

성지한은 두 손에 깍지를 끼고는, 주변 사람들을 스윽 둘러보았다.

윤세진과, 아카리.

그리고, 박윤식 과장을 집중적으로 쳐다보았다.

“저희는 실패한 겁니다. 이토 시즈루의 흔적이 끊겨서 추적을 멈춘 거예요. 박윤식 과장님, 아시겠습니까?”

박윤식은 눈을 끔뻑끔뻑 깜빡이다가.

성지한의 말에서 눈치를 채고는 얼른 대답했다.

“그, 그렇죠! 어휴, 참. 이토 시즈루, 질겨요, 질겨! 너무 아쉽네요. 아예 뿌리를 뽑아 버렸어야 했는데……!”

“어…… ‘실종’으로 가는 겁니까?”

“가다니. 아카리, 무슨 소리야. 실종되었다고 하는 거야. 아직 한국어가 서툴구나.”

“앗! 죄, 죄송합니다…….”

성지한이 눈치를 주자, 바로 납득하는 아카리.

윤세진은 그 모습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지한아…… 그게 통할까?”

“저쪽이 먼저 억지를 부렸으니, 똑같이 대응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억지에는 억지로.

성지한은 더티 플레이에도 얼마든지 일가견이 있었다.

“거기에, 저희에겐 꺼낼 패가 있죠.”

“패라니…….”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스페이스 리그가 열립니다.”

“그렇지.”

오랜 튜토리얼이 끝나 가고.

이제 본격적인 스페이스 리그 시즌 개막까지는 2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토 시즈루가 죽지 않았다고 해도 저쪽에서 계속 억지를 부린다면, 보이콧 통보를 하죠.”

“스페이스 리그를…… 참가하지 않는다고요?”

박윤식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든 플레이어가 염원하는, 꿈의 무대 스페이스 리그.

그걸 선수 측에서 보이콧을 하다니…….

“국가대표에서 박탈당한 선수가, 스페이스 리그에 뽑히는 게 말이 됩니까? 저도 저쪽 주장에 따르면 살인 방조라는데, 자숙해야죠.”

“저, 그러다가 정말 저쪽에서 받아들이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랬으면 좋겠군요. 세계 1, 2위 워리어 없이 경기를 치러 봐야,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 테니까요.”

성지한은 저번 생에서 스페이스 리그 개막전 때의 일을 떠올렸다.

검왕이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던 개막전 시리즈.

그가 없었다면, 세계수 연맹과의 전투는 시시하게 3연패로 끝났을 것이다.

만약 그때 경기를 이긴 측이 지구였다면, MVP는 만장일치로 검왕이 받았겠지.

‘아쉬운 쪽은 누군지를 이참에 확실히 보여 줘야지.’

이번 생에는 개막전을 승리로 이끌고자, 준비한 게 많긴 했지만.

세계 배틀넷 협회에서 저렇게 나온다면, 성지한은 개막전에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당하고도 넘어가는 성인군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때 비행기에서 정한 방침에 따라서.

“일본이야말로, 이토 시즈루를 그만 숨기고 그녀에게 합당한 죄를 받게 하십시오. 만약 배틀넷 협회에서 한쪽의 말만 듣고 불합리한 처벌을 내린다면, 저는 스페이스 리그를 보이콧하기로 하겠습니다.”

윤세진은 기자들 앞에서 폭탄을 던졌다.

“스, 스페이스 리그를요……?”

“플레이어가 스페이스 리그를 불참한다니……!”

“국가대표 자격도 없는 플레이어가, 지구 대표는 어찌 되겠습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일본 측 주장에 따르면 저도 살인방조죄를 저지른 셈인데. 지구 대표 자격이 없을 것 같군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펜트하우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탄 성지한 일행.

“성지한 선수까지……!”

“저, 조금만 더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몸이 굳지 않은 기자들이 또 몰려들었지만.

포스에 가로막혀, 그들은 더 이상의 취재를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시즈루가 안 죽었어?”

“스페이스 리그 참가를 보이콧한다니…….”

“파장이 만만찮겠는데?”

마비에 걸리지 않은 기자들은 일제히 속보를 쏟아 내기 시작했고.

[죽지 않은 시즈루? 검왕, 일본 측에서 그녀를 숨기고 있다고 질타하다.]

[검왕과 성지한. 국가대표 선수 자격 박탈 시 스페이스 리그를 불참하겠다고 선언!]

세상은 검왕의 뉴스에 의해 다시 한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와 세게 나오네 ㄷㄷ;

-스페이스 리그를 불참한다고?

-아니 ㅅㅂ 당연한 거 아냐? 국대 선수 자격 박탈했는데 스페이스 리그 참가하라는 건 뭔 개 같은 심보임 ㅋㅋㅋ.

-얼마 전에 관계자 피셜로 연맹에서 검왕이 스페이스 리그에서 활약하면 자격 박탈 면제해 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뉴스 흘리던데…….

-지들도 혹시 보이콧할까 봐 걱정은 됐나 보네 ㅋㅋㅋ.

-이런 건 세게 나가야 한다!

-이러다 스페이스 리그에서 지면 전 세계 왕따되는 거 아냐? ㄷㄷ스페이스 리그 보이콧 소식에 한국 사람들은 환영하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스페이스 리그를 보이콧한다고? 말도 안 돼!

-배틀넷 선수가 스페이스 리그를 안 나간다니……!

-오히려 잘됐다. 성지한과 검왕이 아니더라도 지구에 인재는 많다!

-아니, 워리어 클래스는 대안이 없는 게 문제야. 스페이스 리그는 만전의 준비를 다 하고 출전해야지!

-성지한과 검왕이 싸우는 거 못 봤어? 저런 선수들을 출전 안 시키고 어떻게 리그에서 이기려고?

-그래! 시즈루도 죽지 않았다는 데 선수 자격 박탈은 성급한 거 아닌가?

-그걸 믿냐! 시즈루가 죽었으니 한국을 왔겠지!

-이기적인 한국 선수들! 죗값을 치를 생각은 하지 않고 제 할 일을 거부하다니……!

-역시 살인마집단 춍답군요 wwww.

외국에서는 보이콧을 선언한 검왕을 비난하면서도.

지구 최강의 전사 두 명이 스페이스 리그에서 빠지는 걸 우려하고 있었다.

스페이스 리그 보이콧 선언이 미치는 여파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있을 때.

“세아야…….”

윤세진은 딸을 만나고 있었다.

*   *   *

소드 팰리스의 펜트하우스.

윤세진은 떨리는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딸 앞에서 무슨 말을 하지?

‘내가 여기 올 자격은 있긴 한가.’

윤세아를 볼 낯이 없으니, 차라리 지금은 두 눈이 먼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아빠!”

보이지 않는 눈.

하나 귓가에 들리는 딸의 목소리는 기억 속의 명랑한 상태 그대로였다.

하지만 감각이 극도로 발달한 윤세진은 느낄 수 있었다.

윤세아가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가다듬으며 애써 밝은 소리를 낸다는 것을.

“나들이…… 잘 다녀왔어?”

나들이.

그녀는 웃는 얼굴로 그간의 일을 이 세글자로 표현했다.

“세아야……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긴! 작정하고 매혹을 써서 오는데 어떻게 당해 내!”

윤세진은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와 다를 바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집 나갔다 돌아온 아버지를 상대하는 딸을 보니.

시즈루에 미쳐서, 자기 입으로 난 딸이 없다고 몇 번이고 말했던 과거가 생각나면서.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래…… 사고였잖아. 그리고 결국 돌아왔으니까! 그럼 됐지…….”

애써 눈물을 참으며, 윤세진을 바라보던 그녀는.

그의 눈 쪽에 시선을 집중하고는, 아버지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눈은…… 괜찮아?”

“아니. 매형, 세계수의 잎사귀로 회복은 했지만 시력은 돌아오지 않았어.”

상태이상을 제거하고, 생명력을 회복시켜 주는 세계수의 잎사귀.

돌아오는 길에 이를 섭취했지만, 외상만 회복되었을 뿐 시력까지 돌아오지는 않았다.

“아…… 조금 일찍 먹었으면…….”

윤세아는 안타까워했지만.

“괜찮다. 자업자득인 것을.”

윤세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두 눈을 찌른 일에 있어서는, 일말의 후회도 없었으니까.

“아, 정말. 뭐가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눈을 회복시킬 방법도 배틀넷에는 있을 테니.”

“지, 진짜……?”

“그럼.”

“삼촌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진짜 방법이 있겠지!”

윤세진이 한국을 떠나고, 절망적인 상황일 때.

모든 상황을 다 타개하고, 매혹당한 아빠까지 데려와 준 삼촌.

이제 윤세아는 성지한이 무슨 말을 하든,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근데…… 그 여자, 진짜 안 죽었어?”

TV로 1층에서의 인터뷰를 봤는지, 조심스레 물어보는 윤세아.

뒤를 따르던 아카리가 조용히 답했다.

“죽었습니다. 그녀는 핏방울조차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아…… 역시 그렇구나. 난 혹시나 해서.”

“살려 뒀다간 두고두고 후환이 될 위험한 여자였지.”

“맞아. 휴우…….”

그제야 한숨을 푹 쉬며 안심하는 윤세아.

그간 시즈루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아, 그래.”

성지한은 그런 그녀를 향해, 인벤토리에서 아이기스의 반지를 꺼내 넘겨주었다.

“어, 이건…….”

“아이기스의 반지야. 누나의 유품이지. 그 여자가 쓰던 거라 좀 더럽긴 하지만, SSS급이니 깨끗이 씻어서 쓰자.”

“SSS급?? 어휴 그럼 안 씻어도 돼. 삼촌! 편집도 이럴 땐 쓸만하네.”

개조된 아이기스의 반지의 설명을 보면서 윤세아가 놀라고 있을 때.

가만히 이를 듣던 검왕이 입을 열었다.

“세아야. 혹시 그거, 지금 당장 필요하니?”

“아니, 그렇진 않은데…… 어차피 계속 1등하고 있거든. 왜, 필요해?”

보이드 아처의 사기성으로 인해 승급하고 나서도 1등을 달리고 있는 윤세아.

그녀가 눈을 깜빡이며 괜찮다고 하자, 검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그 반지로…… 네 엄마. 한번 찾아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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