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188화 (18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88화>

2021년 1월 1일.

[NO.4212 인류의 튜토리얼이 끝납니다.]

[인류는 이제부터 스페이스 리그 - 브론즈 리그에 소속됩니다.]

배틀넷이 들어온 지 10년이 지나.

인류는 기나긴 튜토리얼을 끝내고, 본 게임을 마주하게 되었다.

[본 게임에 들어서, 변경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치 게임이 대규모로 업데이트되었을 때, 길게 쓰인 패치노트처럼.

시스템 메시지는 끝도 없이 길게 변경 사항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걸 언제 다 읽냐;;

-뭐 이리 변한 게 많아?

-기다리셈. 누가 정리해 줄 거임 ㅎㅎㅎ

처음에는 방대한 업로드 양에 질려 버린 사람들이었지만.

곧 배틀넷 전문가들이 나서서, 불친절한 패치노트를 정리해 주었다.

주로 인게임에서의 변화가 가장 커서 70퍼센트의 분량을 차지했고, 세상의 변화는 30퍼센트였지만.

일반인이 관심을 가지고, 체감되는 항목은 역시 후자였다.

[앞으로 던전 포탈이 보다 더 자주 생성됩니다.]

[스페이스 리그의 순위에 따라, 던전 포탈이 생성되는 국가의 범위가 늘어납니다.]

[하위권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리그에서 순위를 유지하세요!]

지금은 배틀넷 순위 하위 10퍼센트 국가에만 생성되는 던전 포탈.

그것도 북한처럼 아예 배틀넷 참여를 보이콧하다가, 페널티를 맞아 망해 버린 케이스가 아니고서는.

던전 포탈이 영토 전역에 생기지는 않아서, 어찌저찌 나라를 유지하고는 있었다.

그런데 이제 본 게임부터는, 스페이스 리그에서의 순위에 따라 던전 포탈의 생성 빈도가 결정된다니.

확실히 세상이 변화했다는 위기감이, 피부로 와닿았다.

거기에.

[GP는 이제 더 이상 달러와 고정으로 연동되지 않습니다. 스페이스 리그의 순위에 따라 환율이 변동합니다. 만약 스페이스 리그에서의 순위가 강등권으로 떨어지면, 환전 비율에 큰 페널티를 입습니다.]

지금까지는 1GP 당 1달러로 고정되었던 가격마저 변동하자.

GP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와 GP 떡상했닼ㅋㅋㅋㅋㅋㅋ 튜토리얼 끝나는 게 예감이 안 좋아서 풀매수했는데……!

-튜토리얼 이후엔 GP 휴지 조각 될 거라는 떡락충들 다 어디 감?? ㅋㅋㅋㅋ-하 ㅅㅂ 내가 걔네들 이야기 듣고 GP 죄다 환전했는데…… 어제로 돌아가고 싶다 ㅠㅠㅠㅠ-GP 지금 얼만데?

-1.4달러 ㅋㅋㅋ 튜토리얼 끝나자마자 40퍼센트 폭등함.

-아니, 아무리 그래도 왜 이렇게 올라?

-패치노트 보셈. 이제 GP 없으면 플레이어 죽는 시대임.

GP의 시세를 폭등하게 만든 요인은, 고정환율제의 변화와 더불어서.

인게임 내의 변화도 한몫을 했다.

[배틀넷 게임에서 전사할 시 GP가 차감됩니다.]

[보유 GP가 없을 경우, 죽음을 맞이합니다.]

플레이어가 적정 GP를 보유하지 않고 죽을 시, 이제 게임에서가 아니라 진짜로 사망해 버리는 배틀넷.

이 어마어마한 페널티에, 플레이어들이 미리 GP를 더 사두려고 해서 시세가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변경사항이 떴을 때부터 1.4달러였던 GP는.

한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써 2달러를 돌파하고 있는 상태였다.

-와, 첫날부터 장난 아닌데……?

-개막전 진짜 꼭 이겨야 할 듯. 그래야 GP 시세도 좀 안정되고, 던전 포탈도 안 생기겠지.

-그래서 상대가 누군데?

-스페이스 리그에 소속된 20팀, 우리 빼곤 모두 ?? 뜨던데? 리허설 때처럼.

성지한이 리허설 게임을 진행했을 때, 조우하지 않은 적 종족은 ??가 떴던 것처럼.

스페이스 리그 - 브론즈 리그에서 같이 배정된 적도 지금은 보이질 않았다.

이렇게 그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개막전을 시작하게 된 인류 대표팀은.

[3시간 후, 개막전이 열립니다.]

개막전을 3시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   *   *

‘골치가 아프군…….’

지구 대표팀 감독 데이비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현재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2018년에 아메리칸 퍼스트에 부임해서, 그때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월드 챔피언스 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었다.

이러한 실적을 인정받아서, 지구 대표팀 감독으로 추대될 때만 해도 좋았지만.

‘이렇게까지 일이 많을 줄은 몰랐어…….’

본 게임에 들어선 배틀넷의 개막전은, 준비할 게 상당했다.

특히.

‘밴과 셀렉트 카드. 이런 게 추가될 줄이야…….’

본 게임에 들어서서 추가된 밴과 셀렉트 카드.

밴 카드는, 상대 팀의 유력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아서는 기능을 했고.

셀렉트 카드는 각 경기에서 지정 맵이 나올 확률을 높이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이 두 카드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불리한 전력으로도 상대를 이겨 낼 수 있고.

아니면 유리한 전력으로도, 패배할 상황이 나올 수 있겠지.

‘카드 안에서도 옵션이 다양하군.’

데이비스는 급히 연맹의 전략분석관을 모두 소집해서.

개막전 때 이 카드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긴급 토의했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습니다.”

“가장 범용성 있는 밴 카드는 결국 이것 아닐까요?”

그리하여 뽑힌 밴 카드는, 상대 종족의 플레이어 1-10위에서 랜덤으로 3인을 출전 금지시키는 옵션을 지니고 있었다.

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특정 순위의 1인을 꼽느니, 안전하게 3명 자르고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맵을 고를 수 있는 셀렉트 카드에서는.

지금까지 튜토리얼에서 진행되었던 게임 맵이 모두 나와 있었다.

“이건, 지금까지 해 온 게임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2천명이나 선수가 소집되었지만, 대규모 전투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근래 치렀던 사우스게이트 같은 맵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리허설 게임이 보니 비행 종족도 많던데…… 공성맵이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따지면 할 만한 맵이 별로 없습니다. 사우스게이트가 트레인 맵보다는 나을 거예요.”

“그래. 사우스게이트를 우선적으로 지정하지. 어차피 지정해도 확률이 높아질 뿐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

그렇게 지구 대표팀은, 사우스게이트 맵에 우선적으로 셀렉트 카드를 사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대표팀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던 와중.

“아니…… 성지한 선수가 왜 예비명단에 없고, 본 명단에 있지?”

데이비스 감독은 선수 명단을 쭉 지켜보다가, 성지한이 끼어 있는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성지한의 실력이야, 뛰어난 걸 알고는 있었지만.

스페이스 리그의 경기는 다이아 이상만이 참여가 가능했다.

본 명단에 넣어 봤자, 의미가 없는 상황.

“성지한은 플레티넘이잖아! 예비 명단으로 빼야지!”

“아, 그게…….”

감독의 호통에, 배틀넷 연맹의 관계자는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리허설 게임 때, 연맹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명단에 넣어 주기로 약속을 해서요.”

“리허설은 어차피 그가 단독으로 클리어했잖아? 연맹에서 그 약속을 들어 줄 필요가 있는가?”

“그래도 인민회 빼고는 다 연맹에서 뽑은 명단으로 혜택을 보았고…… 검왕도 성지한을 꼭 자리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뭐? 검왕이?”

데이비스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자신도 성지한 같은 선수를 쓸 수만 있다면 당연히 선봉으로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애초에 출전 조건이 다이아가 아니면 안 되는데, 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려고 그러는 건가?

“그, 그래도 2000자리 중에 한 자리 정도는…… 어떻게 괜찮지 않겠습니까?”

“허……! 그 한 자리로 승패가 결정되면 어쩌려고……!”

“하지만 검왕의 태도가 워낙 완강해서…… 연맹에서는 문제가 커지느니 그냥 약속을 이행하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성지한 선수, 그렇게 안 봤는데…… 알겠네. 하나 다음에는 이렇게 넘어가지 않을 걸세.”

이미 연맹에서 이렇게 결정 난 이상 어쩔 수 없지만.

데이비스 감독은 매형까지 이용해서 어떻게든 명단에 들려는 성지한에게 실망을 드러냈다.

‘한 자리는 어쩔 수 없이 버려야겠군.’

2000명이 동원되는 맵만 걸리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데이비스는 코칭스태프와 함께, 개막전 게임 준비를 확정했다.

*   *   *

=여러분. 드디어 이날이 다가왔습니다……!

=스페이스 리그의 개막전이,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채널 0번에서 이루어지는 게임 중계는 그 어떤 때보다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배틀넷이 본 게임에 들어가면서, 스페이스 리그의 중요성이 더욱 도드라진 것이다.

=튜토리얼이 끝나면서, 많은 시스템이 추가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게임에서 특징적으로 보아야 할 것은, 밴과 셀렉트 시스템이죠!

그렇게 새로 추가된 시스템을 이야기하며, 인류 대표팀의 결정에 대해 간략히 브리핑한 해설진은.

화면에서 빛이 번쩍이며 메시지가 떠오르자 목소리를 높였다.

[스페이스 리그 경기를 치를 상대 종족이 결정됩니다.]

[상대는 ‘세계수 엘프 - 71’입니다.]

=오……!

=??로 나와있던 상대 팀이 드디어 나오는군요……!

=세계수 엘프 71……?

=저희 종족명은 인류로 끝나는 데 비해서, 저들은 표기가 좀 특이합니다!

세계수 엘프 - 71.

리허설 게임에서 나온 종족들도 저런 식으로 표기가 된 경우는 없었는데.

이번 개막전 상대는, 특이한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번쩍!

화면이 점멸하며, 세계수 엘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해설진은 일제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오…… 아름답군요!

=저희가 잘 아는 엘프 이미지 그 자체로군요!

=맞습니다. 예전에 콜로세움에 엘프가 소환된 적 있지 않았나요? 그들과 아주 흡사합니다!

예전에 콜로세움 관객석에서 소환되었던 아름다운 엘프처럼.

이번에 상대로 나온 엘프족도, 남녀 모두 하나하나가 극한의 미를 지니고 있었다.

-와…… 눈 호강하네.

-하나하나가 슈퍼모델 저리가라인데?

-이제 어디가서 엘프 엘프 수식어 붙이지 마라…… 진짜 엘프 뜨셨다!

사람들은 처음엔 외모만 보고 감탄했지만.

=아아……! 근데, 상대가 엘프족이라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엘프족에 대한 자료는, 콜로세움 관객석에만 있는 게 아니었거든요!

=엘프에 대한 정보가 또 있다구요? 그게 대체 뭡니까 크리스토프?

=예! 바로 성지한의 채널에서 한 번 재생이 되었죠. 자료 화면 보실까요?

0번 채널에서 성지한이 예전에 세계수의 나뭇잎을 얻을 때 엘프와 싸웠던 배틀 튜브 화면이 재생되자.

시청자들은 미의 현혹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으 근데 엘프족…… 재생력 개미쳤는데? 바퀴벌레는 저리 가라네.

-저거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

-개막전 이겨야 하는데 좀 걱정되네요 ㅠㅠ

성지한이니까 잡았지.

대표팀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엘프를 저렇게 소멸시킬 수 있을까?

사람들은 걱정이 앞섰다.

종족빨이 중요하다는 건, 혼돈의 전장에서 미리 시청한 만큼.

초재생력을 지닌 엘프족은 너무나도 위험한 상대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1경기, 시작되려 합니다.

=스페이스 리그부터는, 각 대표팀의 감독이 나와서 옵션 카드를 사용하고 게임이 진행됩니다.

=인류의 감독, 데이비스와.

=세계수 엘프의 감독…… 대신관으로 번역되는 인물이 나오는군요.

화면이 바뀌더니, 어둠 속에 불쑥 올라온 새하얀 테이블을 비추었다.

커다란 테이블의 양 끝에 서 있는 인물은, 인류의 감독 데이비스와.

새하얀 로브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엘프 감독 대신관.

“반가워요. 인류 여러분.”

청아한 목소리로 여인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감독 누나도 쩌네…….

-엘프는 그냥 다 최고임, 그냥…….

-그냥 웃기만 해도 미인계 완성이네, 진짜 ㅋㅋㅋ 외모 뭐 저리 사기냐.

-저런 종족이랑 어떻게 싸우지?

엘프 감독의 인사 한마디에 홀라당 넘어간 시청자들은, 그때만 해도 찬양을 일삼기 바빴지만.

[1경기의 밴, 셀렉트 카드를 정해 테이블 위에 올리십시오.]

“여기 있습니다.”

시스템의 안내에 따라, 인류 감독 데이비스가 미리 정해 둔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을 때가 되자 냉정을 되찾았다.

-엘프는 무슨 카드를 꺼낼까?

-쟤들도 정보 없긴 매한가지일 텐데.

-아 제발 익숙한 맵 걸려라……!

이런 5전 3선승제의 매치업은, 역시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한 법.

모든 이들의 시선이 엘프 감독이 꺼낼 카드로 집중될 때.

대신관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지며 뜻밖의 선택을 했다.

“저희는, 카드를 쓰지 않겠습니다.”

*   *   *

한편, 2천명의 플레이어가 소환된 인류의 선수 대기실.

“뭐지…….”

“왜 저런 선택을?”

인류의 플레이어들이 엘프 감독의 선택을 보고 의아해 하고 있을 때.

‘시작되었군.’

출전 자격이 없는 성지한은.

생글생글 웃는 대신관을, 가라앉은 눈으로 응시했다.

‘지금 실컷 웃어 둬라. 오늘 게임…… 네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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