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04화>
스페이스 리그에 들어서며, 리그 경쟁전으로 바뀐 다이아 승급전.
5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경기를 우승한 건, 바로 인류였다.
인류, 엘프, 메칸, 우르크로 이루어진 3그룹은.
거대묘지 맵이 바뀌기도 전에, 게임을 끝장내 버렸다.
=맵이 바뀌기 전에 게임을 클리어해서, 인류 1등은 확정입니다!
=1등 보상이 벌써 나왔군요…… 어, 이것은!
=승급전에서 승급 가능한 TO가 10% 늘어났어요!
=그것도 모든 리그 승급전 다 통합입니다! 기간은 1년 한정이지만, 엄청난 수치군요……!
인류가 리그 경쟁전에서 1등을 하자 얻은 보상은 예상보다도 더 좋았다.
모든 리그의 승급전에서, 승급할 수 있는 기회가 10% 늘어났으니까.
-TO가 늘었다고? 헐 ㄷㄷ
-지금은 50%잖아. 그럼 승급전만 가면 60%가 다 올라가는 거임?
-ㅇㅇㅇ 우리 형 맨날 플레 못 가던데 이젠 가겠네 ㅋㅋㅋ-허접 다이아만 양산되는 거 아닌가 이러면?
-허접이라도 다이아 많아지는 게 더 좋지. 강한 플레이어가 늘어나는 거잖아.
-성지한 또 한 건 했네 ㄷㄷㄷ
그 후로도 한참을 이번 보상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해설진들은.
리그 경쟁전의 스코어 보드를 띄웠다.
=다른 쪽은 아직도 경기가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로 나온 종족들의 스코어가 계속 변하고 있거든요!
=다른 그룹 경기도 보여 줬으면 좋겠는데 아쉽군요. 어. 그런데, 저희와 개막전에서 만난 세계수 엘프가 1그룹에서 압도적인 1등을 달리고 있습니다.
=세계수 엘프…… 역시 강력하군요. 유독 성지한 선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종족이 지닌 힘 자체는 확실히 독보적입니다.
=혹시 저 ?? 종족 중에서 몇몇이 더 있는 건 아니겠죠?
=에이. 설마요!
1그룹에서 압도적인 스코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수 엘프 - 71.
그리고 ??로 나와있는 2, 4, 5 그룹 1등도 거의 비슷한 스코어로 똑같이 1등을 차지하고 있었다.
-1등은 죄다 스코어가 비슷하네.
-설마 다 세계수 엘프는 아니겠지? ㅋㅋㅋㅋ
-에이 설마…….
-재수 없는 소리 하지도 마라 ㅡㅡ;;
그렇게 남의 경기 스코어 보드를 보고는 이게 우연의 일치다.
아니다를 가지고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하고 있을 때.
성지한은 펜트하우스로 로그아웃해서, 이번 경기 개인 보상을 바라보았다.
[특수 업적, ‘리그 경쟁전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500,000 획득합니다.]
[특수 업적, ‘리그 경쟁전 MVP’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500,000 획득합니다.]
[특수 업적, ‘거대묘지 파훼’를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1,000,000 획득합니다.]
[특수 업적, ‘방어 보다는 공격’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1,000,000 획득합니다.]
디펜스 맵에서 공격으로 게임을 끝내서 그런가.
여러 업적이 더 추가돼서, 총 300만을 얻게 된 성지한.
[레벨이 10 오릅니다.]
[1억 GP를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거기에 승급전 MVP로 레벨도 오르고, GP 보상량도 평소보다 확 뛰어서 1억 GP가 들어왔지만.
‘1000조를 거절해서 그런지 1억은 너무 작아 보이는군.’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제시한 GP에 비하면, 태양과 반딧불 정도의 차이가 있는 GP 보상.
겨우 이 정도에 시선이 갈 수는 없었다.
그것보다는 역시.
[성좌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마지막 문구에 집중이 되었다.
[‘죽은 별의 성좌’가 퀘스트 보상을 내리기 위해 플레이어를 ‘공허의 늪’으로 소환시키려 합니다.]
[소환에 응하겠습니까?]
공허의 늪.
이를만 들어서는, 영 의심쩍은 장소였지만.
[스탯 ‘공허’와 관련된 일은, 배틀넷 시스템의 주관하에 안전하게 진행됩니다.]
배틀넷 시스템이 이례적으로 나서서 안전을 보장하자.
“좋아.”
성지한은 소환에 응했다.
* * *
‘여기가 공허의 늪인가.’
소환에 응한 성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보랏빛으로 물든 세상.
하늘에서는 미약한 빛이 내리쬐고.
바닥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서서히 회전하고 있었다.
‘소용돌이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어마어마하군.’
성지한을 빨아들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돌아가는 소용돌이에는 한계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대체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성지한이 소용돌이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때.
스으으윽.
“머리야! 왔구나!”
그의 뒤편에서, 귀에 익은 경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본 성지한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이번엔 해골이 아니군.”
“공허 주려면 본신이 와야 해서 말이지.”
매번 언데드 상태로 다니던 죽은 별의 성좌, 칼레인.
하나 이번에 나타난 모습은 평소와는 달랐다.
검은 로브를 입은 채, 히죽거리며 서 있는 백발의 남성.
붉은 눈은 힘을 잃고 흐리멍텅했지만, 드러난 외모 자체는 엘프와 비교해도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너 인간이었나?”
“인간…… 그 허약한 너희 종? 그것보다 몇 단계는 위였지. 흠. 그래. 너희 용어로 따지면…… 신족, 아니다. 반신족 정도?”
“반신족이라.”
“그래. 한 때 아주 잘나갔지. 봐봐.”
칼레인은 자신의 눈 밑을 가리켰다.
특이하게 생긴 문자가 턱밑까지 쭉 쓰여 있었다.
외계의 언어라 그런지, 봐도 어차피 의미를 모를 것 같았지만.
번쩍!
문자에서 빛이 나자, 저절로 문구가 번역이 되었다.
[이것은 태양왕의 물건]
[그분만이 소유할 수 있다]
[탐하는 자, 삼족을 멸하리]
“뭐야? 이거.”
“태양왕께서, 날 총애해서 이렇게 낙인을 찍으셨다 이 말이야. 킬킬.”
“너도 성좌인데 그거 하나 못 지우냐?”
“뭐, 여러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우리 머리가 합류만 해 주면, 모든 게 해결될 거 같은데 말이야!”
성지한을 향해 두 팔을 뻗는 칼레인.
로브자락이 슬쩍 내려가면서, 손 아래의 팔이 드러났다.
얼굴이나 손이랑은 달리, 칼레인의 팔에는 뼈밖에 없었다.
‘목쪽도 아래는 뼈군.’
언데드와 반신족의 몸뚱아리가 뒤섞인 건가.
해골바가지 때보다는, 확실히 사정이 복잡해 보이기는 했지만.
‘뭐 나랑은 상관없지.’
여기 온 건 어디까지나 공허 능력을 얻기 위한 것.
성지한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칼레인에게 손바닥을 휘휘 내저었다.
“됐고 그건. 공허나 빨리 줘라.”
“에잉. 알았어. 야. 근데, 공허 주긴 하는데…… 너무 깊게 파고들면 안 된다?”
“그건 왜?”
“공허랑 너무 깊게 엮이면 오래 못 살거든. 내가 널 머리 삼을 수 없다 이 말이야.”
“……왜 오래 못 살지?”
성지한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칼레인에게 반문했다.
안 그래도 윤세아가 공허랑 엮여 있는 게 한편으로는 좀 불편했는데.
성좌가 저리 말하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공허는 장수를 할 수 없게 만들어. 종이 지닌 한계 수명에서 더 못 나가게 끝장을 낸다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너희, 인간이라고 했지? 니네 몇 년 사냐?”
“음…… 평균 70년?”
“아니. 그거밖에 못살아?”
칼레인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바닥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부우우웅…….
바닥의 소용돌이에서 보랏빛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네 능력이면, 70살은 그냥 넘을 거야. 수백 년? 그거도 쉽게 넘을 거라고 봐. 배틀넷의 각종 보조 효과를 포함하면, 천 년을 넘게 볼 수도 있겠지.”
“그렇게까지 오래 살 생각은 없는데. 네 말대로라면, 70살까지는 살 수 있는 거잖아?”
“그래. 너희 종에게 주어진 수명을 누릴 순 있어. 그 이상은 못 가지.”
“그럼 됐네.”
“후후…… 말은 그렇게 해도, 죽을 때 되면 다들 생각이 달라지지. 죽음의 권능을 관장하는 내가, 이에 대해선 자신 있게 보장할게. 70살되면 더 살고 싶어서 미칠 걸?”
성지한은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금이야 20대로 창창하니까 뭐 천 년이나 더 살겠어 싶지만.
막상 장수하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죽는 거 좋아하는 생명체가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성지한처럼, 종을 초월해서 장수하는 경우면 건강하게 오래 살 텐데.
죽음을 반기지는 않겠지.
“너는? 너도 공허 능력 있다며. 네 말을 들어 보면 공허랑 언데드는 영 맞지 않아 보이는데?”
“난 그래서 깊게 파고들지 않았지. 우주 전역을 뒤져서라도, 왕을 모조리 쳐 죽여야 하거든.”
탁. 탁.
자신의 뺨. ‘태양왕의 물건’을 가리키며 씩 웃는 칼레인.
그는 그러며 손바닥을 모두 펼쳤다.
“그래서 나 공허 스탯 10이야.”
“10? 그거밖에 안 되냐?”
“어. 이번에 니가 받는다고 하면 5 털거고.”
“흠…….”
“어때. 이래도 받을래?”
“어, 줘.”
칼레인이 경고해 준 이야기를 듣고도.
성지한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즉답했다.
‘천 년은커녕, 십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장담 못 하는 세상인데.’
무신과 무혼을 두고 경쟁하는 지금.
뭐든 힘으로 쓸 수 있는 건 죄다 끌어써야 했다.
그리고 공허 능력을 분석해야, 누나도 찾지.
“알겠어. 주긴 주는데…… 스탯 찍지 마라. 나중에 진짜 후회한다.”
“빨리 주기나 해.”
“100. 100이 한계야. 그 이상은 절대 넘지 마. 진짜. 머리야. 우리 오래가야지!”
진심으로 걱정하는 칼레인을 보면서,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손짓했다.
“주기나 하라니까.”
“그래. 옛다.”
슈우우우…….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던 바닥의 소용돌이가 역으로 회전하고.
[‘죽은 별의 성좌’가 자신이 지닌 능력, ‘공허’를 부여합니다.]
[‘공허’를 획득하시겠습니까?]
성지한은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면서, 주저 없이 예를 눌렀다.
[無등급 능력, ‘공허’를 얻습니다.]
[공허 능력치는 칭호 등, 스탯 + 효과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많이 투자할 수록, 공허의 의지에 귀속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무등급이라.
별의 능력이라는 무혼과는 완전히 등급이 하늘과 땅 차이군.
성지한은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여러 쟁쟁한 능력치 맨 아래에.
[공허 : 5]
공허만 수치 5로 초라하게 놓여 있었다.
‘추가 스탯 포인트 쓸 데가 없었는데 잘 됐군.’ 무공을 발전시켜야 오르는 무혼 덕에, 쌓여만 있던 추가 스탯 포인트.
하나 공허 스탯은 그런 제약이 없으니,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해 보였다.
물론 능력치를 바로 투자하기에는, 칼레인이 경고한 문제가 떠오르긴 했지만.
‘뭔 천 년을 살아.’
전생에서 지구 멸망을 지켜보고, 무신의 적이 된 성지한으로서는.
먼 미래보다는 현재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게 더 급했다.
거기에.
‘누나 꺼내 와야지.’
공허의 마녀가 된 누나도 구출해야 하니까.
공허에 대해 조금만 파악하면 스탯 포인트 몰빵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칼레인에게 물어보았다.
“야. 근데 조카 공허 능력 내가 뺏을 수 있냐?”
“조카라니. 아 그 여자? 쉽지는 않을 거다. 공허와 꽤 관련이 있는 거 같아서…… 공허에 투자를 좀 해야 할 텐데.”
“아하. 투자 좀 해야겠네.”
“야! 뭔 소리야. 그럼 무조건 70년 빼박이야.”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안 충분하다고! 야.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조카도 충분할 거 아냐 70년!”
“난 내 의지로 선택했고, 세아는 몰랐으니까.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줘야지.”
성지한의 말에 칼레인이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이 놈은 왜 오래 살 생각이 없어?
“야. 진짜. 공허 투자하기 전에 심사숙고해라. 한 번 100 되면 절대 되돌릴 수 없으니까.”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되돌려줘라.”
“야야. 잠깐. 이야기 좀 더 해. 죽음의 능력 쓸만했지? 내 머리가 되면 그거 천배 만 배는 누릴 수 있어!”
집으로 보내달라니까 또다시 질척거리려는 칼레인을 보면서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면, 이 능력 전수.
배틀넷 시스템의 주관 하에 안전하게 진행된다고 했지.
“시스템. 나 귀환시켜 줘.”
[플레이어 ‘성지한’의 공허 전수가 끝났습니다.]
[본래의 위치로 귀환합니다.]
“아 뭐 벌써 가냐! 야……! 절대 100찍지 마!”
마지막까지 100찍지 말라고 경고하는 칼레인.
그렇게 공허의 늪에서 귀환한 성지한은.
‘세아의 의중을, 그래도 한 번은 들어 볼까. 능력 바로 흡수하긴 그러니까.’
윤세아의 공허 능력치에 대해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가.
[공허 능력을 얻었습니다.]
[업적 상점이 개방된 상태입니다.]
[숨겨진 조건이 맞아떨어져, 업적 상점이 개편됩니다.]
[비밀 상점이 열립니다.]
‘……비밀 상점?’ 갑작스럽게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