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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11화 (21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11화>

롱기누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동방삭을 바라보았다.

“무신과 동족이라니…… 성지한이 인간이 아니라 신족이란 말입니까?”

“신족이라…….”

동방삭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신족은 하나로 규정짓기 애매한 개념이지. 배틀넷의 종족 중, 초월자급에 해당되는 이들은 대개 신족으로 불리니 말일세. 인간형의 신족도 있고, 기괴망측하게 생긴 신족도 많지 않던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신족에게는 공통점이 있지 않습니까.”

“신족의 공통점이라. 그게 뭐지?”

“배틀넷에서 ‘신족’이라고 인정을 받은 이들이죠.”

우주에서, 각양각색의 종족이 참여하는 배틀넷.

여기서 신족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배틀넷의 공식 인정을 받아야 했다.

그 전에는 아무리 강력한 종족이라고 해도, 신족의 분류에 들어서질 못했다.

“배틀넷의 인정…… 맞네. 그 전엔 아무리 강한 종족이라 할지라도 반신족에 불과하지. 그리고 무신께서는, 배틀넷의 공인을 받은 신족인 게 확실하네.”

“그럼 성지한도 신족이 맞겠군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무신의 동족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롱기누스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반문하자.

뚝.

동방삭이 자신의 수염을 한 가닥 뽑았다.

“신족이면 스페이스 리그, 브론즈에 참여할 수 없어. 급이 다르지 않나. 인류 소속으로 못 나왔을 거네.”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그럼 왜 동족이라고 한 거야?

롱기누스가 의아한 듯 동방삭을 바라볼 때쯤.

스으으으…….

끊어져 나간 수염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자 그 연기는 동방삭 한자를 그리며,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내가 동족이라고 한 건, 그가 신살의 글자를 보았기 때문일세.”

“신살의…… 글자를?”

“그래. 자네야 아바타가 신살의 창에 흡수되어 사라졌을 때니까. 그 당시의 장면은 자세히 못 봤겠지만…… 그는 확실히 창의 연기 속에서 무언가를 응시하더군. 무신께서 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롱기누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신살의 창에서 나오는 보랏빛의 문자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창을 무신에게 허락받아서, 쓸 때마다 나왔으니까.

예전에는 이 글자의 뜻이 뭔지 모양을 완전히 외워, 해석해 보려 했지만.

세계 각지의 문자를 뒤져도 이것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고.

더 나아가 배틀넷의 번역 시스템으로도 해석이 안 되는지라 포기한 상태였다.

오로지 무신.

무신만이 이 글자를 알아보았는데…….

“……그건 놀랍군요. 무신께서만 보시는 문자를 읽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동족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성급하지 않습니까?”

“나도 구궁팔괘도를 사용할 때, 자네와 같은 글자가 나올 때가 있지 않던가?”

롱기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신이 만귀봉신으로 개량하기 전의 형태인, 동방삭의 구궁팔괘도九宮八卦圖.

그걸 사용할 때도, 신살의 창처럼 특이한 문자가 떠오르곤 했다.

“그때, 무신께서 이건 일족의 문자라고 읊조리신 적이 있었네.”

“일족이라…… 그거 하나 때문에 동족이라고 추측하신 겁니까?”

“그래. 근거는 빈약하네. 그래서 아직은 추측의 단계지. 하나, 무혼이 그에게 주어진 것도 그렇고…… 무신과 그는, 분명 밀접한 연관이 있어.”

“으음…… 그건 그렇습니다만…….”

일족의 문자라니.

롱기누스가 알쏭달쏭한 얼굴을 한 걸 보곤, 동방삭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성지한. 그 녀석을 잘 이용해야 하네. 그를 통해 문자의 뜻을 알아내면…… 우리의 ‘빼앗긴 업’과 관련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흠…….”

“그러니까 신살의 창이 막혔다고, 지구에 강림해서 그를 죽이려 하지 말게나.”

“너무하시군요. 절 뭐로 보고……! 제가 그런 걸로 복수할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동방삭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커다래진 호리병의 마개가 살짝이지만,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숨어 있질 못하겠군. 나가 보세나.”

“알겠습니다.”

퐁!

마개가 열리자, 열린 구멍 위로 날아오르는 두 사람.

‘성지한이 문자를 읽을 수 있다니…….’

롱기누스는 동방삭의 뒤에서, 복잡한 얼굴로 상념에 잠겼다.

*   *   *

공허의 수련장.

성지한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들어섰다.

수련장 진입이야 사실 배틀넷 센터에서도 할 수 있었지만.

‘수련에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거기에 그냥 있긴 그렇지.’

수련장에서 5.5배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해도, 언제 수련이 끝날지 몰랐기에.

그는 귀가해서 맘 편히 수련장에 들어가는 걸 택했다.

‘신살의 창에 꿰뚫렸을 때의 감각. 잊기 전에 빨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롱기누스가 발현한 신살의 창.

그게 몸에 꽂혔을 때, 내부에서 작용했던 움직임은 성지한에게 상당히 신선한 것이었다.

몸이 사라질 때 느껴지던 통각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특이하게 움직였던 무혼과 공허.

‘처음에…… 이렇게 했었나?’

그렇게 조금 전의 흐름을 따라 해 보려던 성지한은.

[최근 플레이한 전투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리플레이 기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리플레이라…… 이런 기능이 있었군.’

승급전 이후 얻은 공허의 수련장.

얻은 직후에는 리플레이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그 이후 게임을 한 번 진행해서 그런지, 이 기능이 열린 것 같았다.

“사용한다.”

최고의 공부 방법은 역시 복습이지.

성지한이 리플레이를 사용하려고 하자.

[현재의 리플레이 슬롯으로는 저장할 수 없는 데이터입니다.]

[리플레이 슬롯을 최고급으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슬롯 업그레이드에는 100만 업적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100만?’ 업적 포인트 100만.

이건 이면세계의 수련장을 개방했을 때 지불했던 수치다.

근데 무슨 리플레이 저장 공간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이만큼 들어?

성지한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 업적 포인트 많이 남아 있으니. 투자라고 생각하자.’

슬롯을 업그레이드하면 이게 어디 갈 게 아니니까.

성지한은 과감히 100만을 투자했다.

그러자.

[리플레이 슬롯에 오늘의 전투 기록이 저장되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를 플레이어 본인의 1인칭 시점과, 배틀넷 카메라가 비추는 3인칭 시점에서 전투 기록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성지한이 참여한 1경기와 4경기의 전투 기록이 저장되었다.

‘이거, 인터페이스는 배틀튜브 편집 화면과 흡사하군…….’

저번 생의 경험으로, 배틀튜브 편집도 어느 정도는 할 줄 아는 성지한.

그는 능숙하게 저장된 전투 기록을 잘라 냈다.

‘1경기 장면은 중요한 게 없군…….’

어디까지나 중요한 건 신살의 창에 찔렸던 그 순간.

성지한은 1경기 기록을 삭제하고, 4경기 재생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3인칭 시점에서는…… 그 글자가 안 떠올랐어.’

시청자 시점에서 보는 3인칭 모드.

거기서는 롱기누스의 창에서 피어오르는 글자가 나타나질 않았다.

성지한이 창에 꽂혀, 몸이 뻥 뚫리는 것도.

재생속도를 아무리 느리게 맞춘다 한들,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별로 도움이 안 되네. 이 모드는.’

그렇게 3인칭 모드의 점검을 끝낸 성지한은, 본격적으로 1인칭 모드에 들어섰다.

푹!

창이 십자에 꽂히고. 연기가 피어오르자.

[타깃 조건, 일부 일치.]

[소멸 코드 발현.]

거기서는, 3인칭 때는 보이지 않았던 글자가 떠올랐다.

어디서 쓰는 문자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내용은 이해가 되는 글자.

‘호오, 리플레이 모드에서, 재생, 멈춤. 속도 조절. 다 가능하군.’

성지한은 리플레이를 멈춘 상태에서, 글자를 잠시 지켜보더니.

이번에는 재생 속도를 낮춰서, 신살의 창이 작용하는 걸 몸으로 다시금 복습했다.

‘이거…… 100만의 가치가 있었어.’

느린 배속으로 여러 번 돌릴수록.

신살의 창에 대해, 하나씩 더 알아가는 성지한.

처음에 무슨 리플레이 모드에 업적 포인트를 100만이나 써야 하나 싶었지만.

신살의 창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 정도면 오히려 싸게 먹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게 재생하니 통각이 길게 유지되는 게, 귀찮기는 하지만.’

재생을 느리게 하니, 오래 유지되는 통각.

하지만 감각을 차단할 수는 없기에 성지한은 계속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도, 답을 찾으려 했다.

‘소멸 코드 발현…… 이거 방식이 특이하군.’

공허와 합세하여 무혼을 억제하는 신살의 창의 소멸 코드.

하지만 성지한의 몸 안에서 공허를 찾아내기 전.

철혈십자를 꿰뚫을 때에는, 신살의 창에 합세할 공허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 단단하던 철혈십자를 단번에 없애 버린 건, 무엇의 작용인가.

‘더 느리게 재생해 보자.’

찌르기의 시작점.

성지한은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더 느리게 리플레이를 돌렸다.

‘이 정도로는 파악이 안 되는군.’

한층 더 느리게.

성지한은 창에 찔리는 모든 과정을, 백 번 이상 돌려보고.

몸으로 계속해서 체감했다.

리플레이 모드가 아니었으면, 놓칠 만한 정보가 하나둘씩 들어와 퍼즐을 맞춰 갔다.

‘창이 꽂혔을 때부터, 십자의 내부에서 기이한 흐름이 일어났다.’

‘소멸 코드가 발현되자, 철혈십자가 내부에서부터 호응했어.’

‘철혈십자의 근간은 무혼. 소멸 코드는…… 무혼을 근원적으로 발화시켰다.’

순식간에 무혼을 태워 버리고 사라진 불꽃.

그것은 재생속도를 최대로 낮춘 이후에야, 잠깐이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타깃 조건, 일부 일치가 떴을 때, 공허가 잠시 떠올랐어.’

‘그게, 십자가의 무혼을 태우는 연료가 되었다…….’

철혈십자를 없애고, 성지한의 몸을 관통하게 만든 그 시작점은.

소멸 코드의 발현을 통해 피어오른 공허의 불꽃이었다.

순식간에 발화하고.

순식간에 꺼져서, 가장 느린 속도로 재생하기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공허의 불.

‘이거…… 나도 써먹을 수 있나?’

성지한은 눈을 반짝였다.

활용할 수만 있다면, 이건 그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성지한은 그렇게 재생을 끝내고.

‘이렇게 활용할까?’

‘아니. 이건 폐기다. 타깃 조건부터…….’

‘소멸 코드. 다시 봐야겠어.’

실제로 공허의 불꽃을 사용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리고.

2월 11일.

“흠…….”

50일 넘게 공허 수련장에 있던 성지한은,

“……원래는 목표는 이게 아니었는데.”

봉황기의 창끝에서.

한층 더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적뢰를 보면서 눈을 깜빡였다.

애초 목표는 공허의 불꽃을 다루려고 했는데.

‘적뢰…… 완성되었나?’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공허의 불꽃을 어떻게든 피워 내려고, 불완전한 적뢰를 섞었을 뿐인데…….

‘아니, 뇌신은 생각이 다를지도 모르지.’

성지한이 보기엔 완성된 적뢰였지만.

번개의 신 입장에서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을 지도 모르니까.

성지한은 확인을 받기 위해 수련장을 빠져나온 후, 게임에 접속하여 뇌신의 신왕좌 맵에 들어섰다.

“뇌신, 적뢰를 가지고 왔다.”

그렇게 해서 선보인 적뢰는.

[호오오……! 이 정도 완성도라니…… ]

“됐냐?”

[충분! 충분하다!]

뇌신에게서, 바로 합격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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