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13화>
번쩍! 번쩍!
신좌에 빛이 번쩍이자.
“이거…… 대단한데? 지금까지 받은 안마 중에 가장 시원하군.”
자리에 앉은 윤세진은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EX급 스킬입니다. 그거.”
“……농담이지? 안마 의자가 무슨 EX급이야.”
“그러니까요.”
“시원한 거 말고, 부가 효과는 없나, 그럼?”
윤세진이 어이없다는 듯 그리 말했을 때.
슈우우우……!
그의 몸이, 새하얀 빛에 잠기기 시작했다.
특히, 빛이 가장 강렬히 빛나는 건 윤세진의 두 눈이 있는 부위.
“어…….”
윤세진은 두 눈 쪽에서 느껴지는 청량감에, 눈을 깜빡였다.
칼로 두 눈을 찌르고 짓뭉개졌던 눈 부위가.
순식간에 꽉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니…….”
잃어버렸던 두 눈이 제 기능을 하고.
시력이 말끔히 회복되었다.
“아, 아빠…… 눈이? 설마. 보여?!”
“어. 그래…… 세아 너.”
“아빠!”
놀란 얼굴로 윤세진에게 뛰어가는 윤세아.
하지만 신좌는 빛을 번쩍이며, 그녀의 접근을 막아섰다.
“이, 이건 왜 이래?”
“한 번에 한 명만 앉을 수 있어서 그런가 봐.”
“아…….”
기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려는 윤세아가 뺨을 긁적이자.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윤세진이 한마디를 했다.
“세아, 너. 근육 많아졌구나.”
“……시력 회복하자마자 딸한테 건네는 첫마디가 참. 감동적이시네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으으…… 그거 하지 마. 오글거려. 그냥 근육 많다 그래.”
윤세진의 말에 닭살 돋는다는 듯 자기 팔을 부여잡은 윤세아는.
성지한 쪽을 바라보았다.
“삼촌,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아빠 눈은 서포터들도 아직 치료 못한다고 했는데.”
“저 안마 의자. 신체를 최적으로 되돌리는 기능이 있거든. 등급이 EX니까 혹시 눈도 최적의 상태로 되돌리나 했지.”
“헐. 농담이 아니라 진짜 EX였어?”
“이런 거로 농담하겠냐? 매형. 시스템 메시지에 또 뜬 거 없습니까?”
성지한의 물음에, 윤세진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배틀넷이 공인한 신좌에 앉아서, 레벨 한계가 30 늘어났다고 나오는군. 신체를 최적의 상태로 되돌렸다고도.”
“공허 스탯의 수용 한계치 늘어났다는 메시지는 없구요?”
“그런 건 없네.”
“그렇군요.”
공허의 한계 +는, 공허 능력이 있어야지만 적용되는 건가?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세진에게 말했다.
“매형, 언론에는 회복 아이템 먹고 시력 되찾았다고 하죠.”
“그래…… 이 의자의 존재를 알릴 순 없지.”
“그리고 세아. 끝나면 다음엔 네가 앉아.”
“엥? 나? 나는 팔팔한데. 아빠 한 번 더 앉혀.”
“중복 안 돼. 그리고 테스트해 볼 게 있어.”
그렇게 해서, 윤세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다음 차례로 윤세아가 신좌에 앉았다.
번쩍! 번쩍!
그녀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고.
“와…… 이거 진짜 좋은데?”
안마가 필요 없다던 윤세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렸다.
신좌의 릴렉스 기능은 사라진 눈마저 다시 회복시켜 주었으니.
몸의 피로 따위야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오…… 나도 메시지가 떴어! 레벨 한계 30에, 삼촌이 말하는 공허 스탯 한계…… 이거 늘어났는데?”
“그래? 너 공허 스탯은 아직 없지?”
“응…… 스탯도 없는데 한계가 늘어났어.”
클래스는 공허 분석가지만, 아직 공허 스탯을 얻지 못했던 윤세아.
그래도 공허와 관련돼서 그런지, 윤세진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던 메시지가 나온 거 같았다.
“얼마나 늘어났어?”
“10 늘어났어. 110부터 공허의 의지에 귀속된다고.”
“난 5인데. 너한테 신좌의 효과가 더 좋네.”
“그래? 공허 분석가라 그런가? 근데 정작 중요한 공허 능력은 언제 얻는 건지…….”
한계만 늘어나면 뭐 하나.
정작 중요한 공허 능력이 없는데.
윤세아가 신좌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그리 한탄하고 있을 때.
[성좌 ‘공허의 마녀’가 신좌에 앉은 당신을 보고 크게 놀랍니다.]
[아무리 환상이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그녀가 잠시 고민합니다.]
윤세아가 클래스를 공허 분석가로 고른 이후, 그간 조용했던 공허의 마녀 쪽에서 메시지가 나왔다.
* * *
“오…… 엄마가 메시지를 보냈어!”
“그래? 뭐래 누나가.”
“어…… 일단.”
윤세아는 윤세진 쪽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빤 나가라는데.”
“……그래. 알았다.”
두 눈이 회복되어, 흐뭇한 얼굴로 윤세아를 바라보던 그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방을 나섰다.
“나는?”
“삼촌은 꼭 남으래.”
“꼭? 나한테 할 말 있나.”
“어…… 삼촌 보고, 혹시 공허에 능력을 많이 투자했냐고 물어보는데?”
“어. 55라고 전해 줘.”
“엄마가 오래 살 생각 없냐고. 그만 올리라고 엄청 잔소리한다.”
“괜찮아. 70까진 살잖아?”
지금까지 성지한에게 큰 도움이 된 공허 스탯.
특히 능력 자체 효과 뿐 아니라, 공허로 인해 얻은 여러 부가 효과.
공허 상점이나 수련장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되었다.
무신과 언제 맞붙을지 모르는데, 지금와서 공허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공허는 계속 끌고 갈거야.”
성지한이 확고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자, 윤세아의 시스템 창에 메시지가 주르륵 올라왔다.
[공허의 마녀가 역시 동생 말 절대 안 듣는다면서 한탄합니다.]
[이제는 오래 살기도 싫은 거냐면서 왜 저러냐고 합니다.]
[아무리 환상이라도 이런 거까지 리얼할 필요 있냐고 푸념합니다.]
성지한이 예전에 막 살았을 때, 성지아가 한숨 쉬며 이야기하던 레파투리가 시스템창에서 나오자.
윤세아는 자신의 뺨을 긁적였다.
‘이건 굳이 안 전해야겠다.’
그렇게 한참 성지한을 성토하던 공허의 마녀는.
[공허의 마녀가 정말 공허 능력을 가지고 싶냐고 물어봅니다.]
윤세아에게 본론을 꺼냈다.
메시지가 어째, 원한다고 하면 줄 거 같은 뉘앙스.
윤세아는 눈을 빛내면서 성지한에게 물어보았다.
“삼촌. 공허 능력, 그렇게 좋아?”
“왜?”
“엄마가 줄 것처럼 말해서.”
“넌 가지지 마라.”
“아, 왜. 나도 더 강해지고 싶어!”
“오래 살아야지.”
“삼촌은!”
“나? 나는 괜찮아. 다 방법이 있어.”
윤세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방법, 딱히 없어 보이는데 대충 대답한 느낌이 났다.
그때.
[공허의 마녀가 공허 능력치를 10 이상 올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한다면, 공허를 임시로 부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10? 그 이상은 문제 있어?”
[공허의 한계치와 현재 스탯이 100이상 차이 나야 한다고, 공허의 마녀가 강조합니다.]
“아하…….”
이번에 신좌에 앉아, 한계가 +10 늘어났으니.
10은 가져도 괜찮다는 건가.
“삼촌. 엄마가 한계치랑 현재 수치, 100만 떨어져 있으면 된대.”
“그래?”
“응. 나…… 할게?”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은 윤세아.
이런 상태에서는 설득이 전혀 먹히질 않았다.
‘……누나가 엇나가게 두진 않겠지.’
성지한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윤세아는 바로 메시지창 쪽으로 입을 열었다.
“약속할게, 엄마.”
[공허의 마녀가 플레이어 ‘윤세아’에게 공허를 임시로 부여합니다.]
스으으으…….
윤세아의 몸에서 보랏빛의 운무가 피어올랐다 몸에 흡수되면서.
그녀의 상태창에서 공허 능력이 생성되었다.
[공허의 마녀가 한계가 늘어날 때까지는, 절대로 공허 능력을 10 이상 올리지 말라고 다시 한번 당부합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한 번 더 10 이상 찍지 말라고 강조를 하고는, 메시지를 끝낸 공허의 마녀.
“엄마 갔네…….”
공허 스탯을 얻은 기쁨도 잠시.
성지아가 다시 조용해지자, 윤세아는 아쉬운 듯 시스템창을 지켜보았다.
한편.
[신좌가 역소환됩니다.]
[한 달 뒤에 재소환이 가능합니다.]
3명의 플레이어를 앉혔던 신좌는, 쓸모를 다하고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신좌…… 나름 쓸 만했군.’
윤세진의 두 눈을 순식간에 회복시킨 데다가, 공허 능력의 한계를 늘려 준 신좌.
아직도 이게 왜 EX급까지 받는지는 의아하긴 했지만.
그래도 꽤 쓸모가 있었다.
‘근데 누나의 말…… 죽은 별의 성좌 이야기와는 좀 다르군.’
죽은 별의 성좌는 성지한에게 공허 스탯 100 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성지아는 한계치와 공허 능력이 100 차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성좌 가운데서는.
아무래도 애초부터 성좌 명이 ‘공허의 마녀’인 성지아의 말이 더 맞겠지.
하지만.
‘누나 말에 따르려면, 신좌로 매번 공허 한계가 오른다 해도…… 10달 넘게 공허를 올리지 못한다.’
한 달에 한 번 소환되는 신좌.
그 주기를 꼬박꼬박 맞춰서 한계를 늘려도.
성지아의 말을 따른다면, 10달 넘게 공허 스탯은 내버려 둬야 했다.
‘내게 그럴 여유는 없다.’
성지한은 예전에 누나가 살아 있을 때처럼.
그녀의 말을 듣지 않기로 결심했다.
물론.
“세아, 너 10 이상 절대 올리지 마라.”
윤세아는 예외였다.
“알았어. 삼촌은? 삼촌도 100 차이 나게 할 거지?”
“아니, 난 괜찮아.”
“아 진짜……! 아까 엄마가 삼촌 여전히 말 안 듣는다고 한탄하더라.”
“그래? 이상하게 누나한테는 그렇게 되네.”
성지한은 피식 웃자.
“으이그. 진짜…….”
윤세아는 그를 슬쩍 노려보더니, 갑자기 가볍게 박수를 쳤다.
“아. 삼촌! 나 삼촌한테 자랑할 거 있다?”
“뭔 자랑?”
“나. 213레벨 됐어.”
대기만성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윤세아.
다이아 리그로 올라오고 나서도, 성장 속도가 눈부셨다.
“근데…… 삼촌은 레벨 몇이야?”
“나?”
성지한은 윤세아의 물음에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215네.”
“아~ 아쉽다. 이번엔 추월할 줄 알았는데! 게임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레벨이 높아?”
“승급전이랑 국가대표 경기 때 얻은 레벨 업 보상이 있거든.”
성지한은 그리 대답하면서도.
윤세아와 2레벨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현 상황을 보고, 내심 놀랐다.
‘대기만성 성장 속도…… 진짜 말도 안 되는구나.’
원래는 레벨 차이가 상당했는데.
성지한이 시즈루 잡는다, 엘프와의 경기 대비한다 하면서 잠깐 레벨 업을 멈춘동안.
윤세아가 어느덧 무서운 기세로 등 뒤까지 따라오고 있었다.
물론 좁혀진 레벨과는 달리,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지만.
“오랜만에 배틀넷 접속해야겠네.”
“삼촌, 드디어 시작하게?”
“어, 이대로 가만히 너한테 추월당할 순 없지.”
성지한은 그간 수련하느라, 접속하지 못했던 배틀넷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거기에 이제 레벨 업하면 공허도 더 올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 다이아 되고 처음으로 게임에 들어간 성지한은.
[평가기준 상위 0.001퍼센트 플레이어입니다.]
[다이아 리그, 스페이스-4 에어리어에 배정됩니다.]
‘스페이스 4?’ 강남 1 에어리어 대신.
스페이스 4 에어리어로 소속이 재배치되었다.
배틀넷이 본게임에 들어서면서, 생겨난 변화.
‘지구인은 스페이스 12까지가 최고였는데…… 갓 다이아로 4까지 올라가는군.’
성지한이 스페이스 에어리어를 보면서, 저번 생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 때.
[플레이어가 스페셜 던전 맵, ‘보스 선출전’에 배정됩니다.]
[‘보스 선출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그에게 스페셜 맵이 배정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