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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17화 (21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17화>

[……정말, 이쯤 되면 인정해야겠구나.]

저벅. 저벅.

성지한의 눈앞에, 보랏빛으로 석화된 여인이 나타났다.

윤세아를 쏙 빼닮은 얼굴을 한 그녀.

성지한에게 매우 익숙한 외모였다.

[미래를 바꾼 네 존재가, 환상이 아니라는 걸.]

“……누나야말로.”

성지한은 석화된 상태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그녀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진짜로 누나가…… 살아 있다니.’

비록 공허의 마녀로 윤세아의 성좌가 되어, 예측은 했지만.

의복은 성녀 시절, 최후의 순간 자기희생을 사용했을 때 입었던 옷과 똑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전신은 다섯 가닥의 사슬이 묶여 있고.

가슴 가운데 쪽에는.

‘자물쇠…….’

검은색의 자물쇠가 사슬과 같이 엮여, 잠겨 있었다.

‘공허의 기운이 가득하군.’

스페이스 4에 배정받을 만큼 강력한 성지한으로서도.

저걸 부술 수 있을지, 선뜻 자신이 없을 만큼 강렬한 기운을 내뿜는 자물쇠.

그가 그렇게 물끄러미 사슬과 자물쇠를 지켜보고 있을 때.

슈우우우…….

석화된 성지아의 이마에서, 새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동그랗게 뭉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은 빛의 눈.

바위로 된 그녀의 두 눈과는 달리, 제3의 눈은 실제 눈동자처럼 꿈틀거렸다.

“그건…….”

[외부의 시선은 일단 차단했다.]

“배틀튜브 말하는 건가?”

[그래. 일반인은 날 보기만 해도, 돌이 되어 버리니까.]

“난 괜찮은데?”

[넌 일반인이 아니잖니?]

그러며 성지아는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일단, 얘 좀 풀어 줄래?]

“흠. 살려 둘 필요가 있나, 얘? 매형 꼬드긴 것도 이 여자가 시즈루한테 권능을 줘서인데.”

빵!

그 말에, 서큐버스의 머리를 발로 한 대 찬 성지아는.

“아악! 너…… 진, 진짜로 때렸겠다?!”

[그냥 죽을래?]

“아, 아니…… 더 때려도 된다. 마녀여. 맘껏 발로 차려무나.”

서큐버스 퀸이 얼른 머리를 가져다 대자, 발로 머리를 스윽 밀어 버렸다.

“이. 익…… 진짜 차다니…….”

[시즈루와 윤세진, 그놈이 잘못한 거지. 권능 준 이 여자에게까지 책임을 다 물을 순 없어. 게다가 그녀는 욕망의 궁전의 책임자. 지금 여기서 사라지면, 큰 혼란이 벌어지거든.]

“흠. 혼란이라.”

[모든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들이 급작스레 비워진 왕좌를 놓고 경쟁할 거야. 지구는 유혹에 약한 행성. 가장 먼저 피해를 받게 되겠지. 멸망이 예정되어 있지만, 그 전에 세아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니…….]

푹.

성지한은 그 말에 땅에 꽂힌 검을 빼냈다.

그러자, 상반신만 남았던 서큐버스 퀸의 몸이 금세 재생되었다.

“으, 으으…… 너 마녀의 동생이었느냐?”

“응.”

“어쩐지, 급이 다른 괴물이 된 데는 이유가 있었구나. 마녀와 같다면, 그래. ‘선택받은’ 혈통인가…….”

의미심장한 소리를 하던 서큐버스 퀸은, 성지한에게 윙크를 날렸다.

“네가 더욱 탐나는구나. 나와 격이 완전히 맞아! 욕망의 궁전에서 나와 같이 살지 않겠느냐? 네 아이를 잉태한다면, 엄청난 존재가 나올 것 같아…….”

뻥!

조금 전보다, 더 강하게 서큐버스 퀸을 후려치는 성지아.

휭!

석화된 발이 퀸의 허리를 스치자, 그녀의 몸이 대번에 사라졌다.

[어딜 내 동생한테…… 꺼져라.]

“마, 마녀. 왜 그러느냐. 나 정도면 동생의 괜찮은 반려일 텐데?”

[당장 안 꺼지면 서큐버스 튀어나오든 말든 그냥 죽여 버린다.]

“아, 알았다고!”

성지아의 살벌한 기세에, 서큐버스 퀸은 얼른 등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그간 사슬 두 개가 더 생겼군.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느냐?”

[알 것 없다.]

“흥…… 성질하곤. 걱정해 줘도 까칠하구나.”

성지아의 사슬을 힐끗 보고는, 한마디를 더하며 사라졌다.

“사슬…… 안 좋은 건가?”

[힘을 좀 써서 생긴 거야.]

“내가 풀어 줄까? 전력을 다하면 될 것도 같은데.”

[아니, 절대 건드리면 안 돼. 위험한 물건이니까.]

그런 걸 왜 둘둘 두르고 있나.

성지한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본인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누나. 생각보다 강하군.’

상당히 강력한 존재였던 서큐버스 퀸 본체.

성지한도 만귀봉신이 있어서 쉽게 제압했지, 그게 없었다면 고전했을 존재였다.

한데 발차기만으로도 가볍게 제압하는 걸 보면, 성지아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짐작조차 가질 않았다.

성지한은 사라진 서큐버스 퀸 쪽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선택받은 혈통이 뭐야?”

[……지금 설명하긴 복잡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허를 담기 쉬운 존재야. 나처럼.]

“공허? 왜 우리가?”

성지한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성지한 집안은 그냥 평범한 한국인 가정이었는데.

왜 갑자기 선택받은 자가 된 거지?

뭔가 숨겨진 혈통의 비밀이라도 있었던 건가?

[그건 나도 모르겠어. 부모님도 평범하신 분이었거든.]

“흠…….”

[그것보다, 지한아. 여기 오래 있을 수는 없으니, 본론만 빨리 말할게.]

번쩍. 번쩍.

세 번째 눈이 더욱 빛을 발하며, 성지한을 주시했다.

[공허 스탯. 더 이상 올리지 마.]

“왜?”

[내가 너와 세아를 멸망에서 구할 거니까. 그런데 공허 능력이 너무 강하면, 피난처에 너희가 들어갈 수 없어.]

지이이잉.

그 말과 함께, 성지아의 앞에서 푸른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동그란 구형으로 이루어진 피난처는, 한눈에 봐도 작은 크기로 사람 한둘이 들어갈까 싶었다.

[이걸 통해서, 다른 행성으로 둘을 보내 줄게. 유사인류종이 사는 행성이라면…… 그래도 정착할 만하겠지.]

매형은 구원 명단에서 빠졌구만.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질문했다.

“멸망이라니. 인류는 지금 배틀넷에서 순항 중인데?”

[네가 개막전을 승리로 이끌어서, 잠시 착시효과가 나타난 거지. 종말의 사도는 이미 인류의 멸망을 확신하고, 준비하고 있어.]

성지아는 그러며 중간보스룸의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쳐들어온 종족들 어땠니?]

“쉽더라.”

[……널 기준 삼지 말고. 외계 종족과 인류를 종 대 종으로 비교해 보았을 때.]

“종으로 따지면? 대부분이 인류보다 훨씬 강하지.”

지옥마궁에 쳐들어오는 종족들은.

가장 약한 이가 아리엘 기준 중급 이상의 종족이었다.

성지한한테는 원샷에 죽긴 하지만, 각자 장점이 있는 이들.

모두 인류의 기본 스펙은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맞아. 인류는 원래 배틀넷에 초대를 받아서는 안 되는 종족이야. 그러기에는 개개인의 전투력이 너무 낮지.]

“근데 왜 초대된 거야?”

[글쎄…… 그것까진 모르겠어.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인류는 스페이스 리그를 넘지 못한다는 거야.]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류 멸망.

이미 저번 생에서 경험해 본 미래 아니었던가.

하지만.

“내가 없으면 모를까. 인류에 내가 소속되어 있으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언제부터 우리 동생이 이렇게 자신감이 넘쳤는지 모르겠네.]

“꽤 됐어.”

[하아…… 야, 진짜. 누나 말 들어!]

성지한은 피식 웃으면서, 주제를 돌렸다.

“나는 됐고. 누나야말로 어떻게 하면 그 원상태로 돌아오게 할 수 있지?”

[나? 공허의 마녀가 된 이상…… 원래대로 돌아갈 순 없어.]

“누나, 지금 눈 슬쩍 피한 거 알지? 거짓말할 때 나오는 습관.”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니까.]

“방법이 뭔데 그래서. 사슬 부숴? 아니면…… 어비스의 주인이라도 없애면 되나?”

[너! 그거 꿈도 꾸지 마. 그를 건드렸다간, 괜히 멸망만 앞당겨!]

스으으으…….

절대 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강조하는 성지아.

그녀의 모습이 서서히 투명해져 갔다.

[……내 충고 명심하렴. 내가 너희를 구할 때까지, 절대…… 공허 올리지 마. 어비스도 건드리지 말고.]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진 성지아.

보랏빛의 배리어가 사라지자, 시청자들의 채팅이 주르륵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 다시 화면 나온다!

-배틀튜브에도 랙이 있네;

-랙이 아니라 그냥 화면이 막힌 거 같은데?

-지한 님 채널 보다 보면 가끔 이럴 때 있음

-무슨 일 있었나요?

성지한 채널을 오랫동안 봐 왔던 사람들은 가끔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강력한 존재가 개입했다.

-조사단의 관측이 불가능할 정도라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한데 서큐버스 퀸도 저렇게 쉽게 제압하다니. 대체 이 플레이어, 뭐란 말인가?

-다이아 20개 있어요. 여기는 공략하면 안 될 것 같군…….

-우린 철수한다.

성지한 채널에 들어왔던 외계의 조사단은, 이 현상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어, 외계 손님들 주르륵 나간다;

-아니, 화면 좀 안 보이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었음?

-그런가 봐 ㅋㅋㅋㅋ

-괜히 저러니까 무슨 일 있었는지 궁금하네.

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순식간에 채팅방에서 나간 외계의 조사단.

그리고 그들이 나간 만큼, 중간보스룸의 문이 열리는 빈도도 줄어들었다.

-아, 이럼 1등이랑 격차가 안 주는데…….

-어떻게 해요 ㅠㅠ

-ㄴㄴ 좀만 기다리면 또 다른 호구들이 들어올 거야

-ㄹㅇ 잠깐 쉬는 타임임 ㅋㅋㅋ대폭 줄은 손님 때문에 시청자들이 이에 대해 왁자지껄 떠드는 와중에.

성지한은 조금 전 일을 떠올려 보았다.

‘누나는 확실히, 살아 있군.’

성녀 시절과는 달리, 강력한 석상 형태로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살아 있는 게 어딘가.

‘피난처라…….’

얼마 전까지는 자신과 윤세아를 환상이라고 치부했으면서.

속으론 몰래 피난처를 준비하고 있었나.

성지한은 누나답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뜻에는 부정적이었다.

‘인류가 멸망하고 세아랑 살아남는다 해도, 의미가 있을까.’

성지아가 말하는 걸 들어 보니 피난처로 보내 주는 건 둘로 한정된 것 같았다.

둘이서 다른 행성에 간다고 한들, 이종족들 사이에서 뭘 할 건가.

‘결국, 이번에도 누나 말 안 듣게 생겼네.’

성지한은 피난 가능성은 머리에서 지우고, 지금처럼 배틀넷에 전력투구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다음 목표는 어비스다.’

하지 말라는 건 또 해야지.

그는 피식 웃음 지었다.

*   *   *

스페셜 던전 게임, 마지막 날.

“손님이 뜸하네요.”

휭. 휭.

성지한은 창을 돌리며 하품했다.

성지아가 찾아온 이후.

무슨 소문이 돈 건지, 우주 손님들이 찾아오는 빈도가 뜸했다.

-그래도 1등은 하셨잖아요?

-ㄹㅇ 포인트도 2만 차이라 1등은 굳힐 거 같은데.

-아, 그리고 소식 들으셨어요? 대만전, 저희가 방금 승리했어요~

“대만전 이겼습니까? 이 맵 때문에 참가하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잘 됐군요.”

한 달에 두어 번 치러지는 국가대표 경기.

성지한도 웬만하면 다 참가하려고 했지만.

스페셜 던전 맵에서 몬스터를 소환하지 못하는 그의 사정상, 자리를 비우는 건 무리였다.

-괜찮아. 세진이도 있는데 대만전이야 뭐가 문제겠나.

그래도 이번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대만이라 그런지.

노영준 감독은 직접 채팅방에 와, 걱정하지 말고 게임하라고 말하고 갔다.

-근데 미친 할배가 1경기 쓸어버릴 때만 해도 지는 줄 알았음 ㅎㅎ-나도…… 존나 세더라 ㄷㄷ-그래도 1경기만 나오고 더는 안 나오드만.

-ㅇㅇ 대만 기사 보니까 1경기 하고 탈진했다는데? 할배 ㅋㅋㅋ-검왕님이 겨뤄보고 싶었는데 쓰러져서 아쉽다고 하던데.

-한국 입장에선 다행이지 뭐.

그런데 성지한 없이 치른 대만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국 시청자들은 일제히 ‘대만 할배’에 대해 언급했다.

‘할배? 노인 플레이어 중 강력한 이가 있었나……’

기프트는 기본적으로 랜덤으로 주어졌지만.

나이에 따라 부여되는 횟수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특히 60세 이상의 노년층에게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

성지한은 기억 속에는, 뛰어난 노인 플레이어가 거의 없었다.

특히 아시아권에선, 한 명도 없었는데…….

‘나중에 한번 플레이를 봐야겠군.’

성지한이 그렇게 기억 속에 없는 플레이어에게 관심을 지니고 있을 때.

쿠르르르…….

한동안 안 열리던 보스룸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손님 왔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용? ㅎㅎ

시청자들이 먼저 나서서 환대하는 침공자.

이번에는 어떤 종족이 한방에 썰릴지, 모두가 문을 쳐다보았고.

[이곳은 이제, 군단이 접수한다!]

-잉?

-쟤들이 여기서 왜 나와?

성지한 때문에 2등이 된.

아르트무 군단이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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