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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26화 (22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26화>

“방금 전은 정말로 놀라웠습니다!”

올해의 길드 선정식이 끝난 후.

제프 회장은 성지한과의 만찬 자리에서, 침을 마구 튀기면서 그를 추켜세웠다.

“영광의 홀에 모인 관객들에게, 모두 그런 방법으로 사인을 하다니……! 내 수많은 플레이어를 만나 보았지만, 그렇게 힘을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사람은 보질 못했습니다!”

올해의 선수 시상식에 빠짐없이 참석해서 상을 수여하던 제프 회장.

그는 세계 탑급의 플레이어들을 누구보다도 많이 만나 보았지만.

성지한 같은 힘을 보여 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홀 내부의 관객들에게, 전부 피해를 입히는 거야 다른 플레이어도 할 수 있겠지만…….’

세계의 탑급 메이지 같은 경우.

대마법을 사용하면, 홀 전체를 불바다로 만드는 게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왼팔에, 모두 정교한 사인을 남긴 건 이야기가 달랐다.

힘의 컨트롤이 기존의 탑급 플레이어와는 차원이 다른, 완숙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뜻이니까.

“별거 아닙니다.”

“하하. 겸손하기까지 하십니다. 데이비스 감독. 방금 전에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대단했죠. 역시 성지한 선수입니다!”

오늘 만찬에 참여한 지구 대표팀 감독, 데이비스는 엄지를 척 올렸다.

엘프와의 개막전 때 질 뻔한 게임을, 성지한 덕에 되돌려서 그런지.

그는 기본적으로 성지한에게 우호적이었다.

거기에.

“저. 성지한 선수…… 다음 스페이스 리그 경기가, 일주일 후에 잡힌 것 알고 계셨습니까?”

“벌써 일주일 후군요.”

그는 오늘, 성지한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입장이기도 했다.

“그 경기와 관련해서 하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만…….”

“부탁이라면?”

“저…… 성지한 선수. 현재 세계 랭킹 11위이신 것. 알고 계시죠?”

세계의 플레이어 랭킹.

이 랭킹의 선정 방식에는, 레벨이 가장 주요 지표로 자리했으며.

그 이외에도 여러 항목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최종 종합 점수가 매겨졌다.

성지한의 강력함은 이제 전 세계의 사람들도 인류 최강일 거라고 인정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레벨이 낮아서, 세계 플레이어 랭킹에는 실력에 걸맞은 순위에 위치하질 못했다.

‘근데 벌써 11위라고?’

히든 보스 성지한이 벌어 오는 경험치가 쏠쏠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250레벨이 되지 않았는데.

TOP 200에 속한 플레이어들이 죄다 250레벨을 넘어선 걸 생각했을 때, 너무나도 높은 순위다.

“11위라…… 세계 랭킹을 딱히 확인을 안 해 봐서 몰랐는데, 예상보다 높군요. 레벨이 아직 250도 아닌데 말이죠.”

“레벨이 가장 중요한 평가 척도이기는 하지만, 성지한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거둔 업적이 워낙 대단하니까요. 11위는 상당히 낮게 평가된 순위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데이비스는 살짝 말을 흐렸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이 11위가. 정말로 중요합니다.”

“밴 카드 때문입니까?”

“예. 상대 종족이 아무래도, 1~10위 중 3명에게 적용되는 밴 카드를 가장 많이 쓸 거라고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저번 경기 땐 엘프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서 사용하질 않은 거지.

원래는 범용성을 따지면, 1-10위 밴 카드가 가장 쓸 만했다.

상대 종족이 이 카드를 꺼낼 때.

성지한이 걸리냐 안 걸리냐가,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중요했다.

“저…… 그러니 다음 주까지만 11위에 머물러 계시면 안 되겠습니까? 게임 플레이를 딱 일주일만 쉬셨으면 합니다!”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감독으로 부임해 있을 때만 해도 플레이어들에게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던 데이비스.

하지만 스페이스 리그의 중요도는 국가대항전보다 훨씬 중요했기에.

그는 성지한에게 고개를 숙여가면서,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번 경기는…… 우르크였나.’

성지한이 다이아 승급전을 치를 때 만나서, ??가 사라지고 순위가 공개된 우르크.

현재 순위는 20위로 꼴찌를 달리고 있는 종족이었지만.

그들도 마냥 약하기만 한 이들은 아니었다.

특히.

‘엘프에게 처형당하기 전, 우르크의 핵심 플레이어는 상당히 강했다.’

우르크의 전사는, 그 당시 인류 최강 전사 검왕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인류는 2연패에 빠진 후, 최하위를 확정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던전에 고생했지.

우르크는 1승 1패로 중위권에 올라서나 싶었지만.

세계수 엘프를 만나 연전연패하고, 우르크의 전사도 처형당하면서 인류와 사이좋게 하위권을 전전했다.

‘아무리 강등권에서 경쟁했던 우르크라도, 현재의 전력은 방심해서는 안 될 상대야.’

성지한은 그리 판단하며, 감독의 부탁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레벨 업은 최대한 늦춰 보지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히든 보스 성지한이 경험치를 벌어 오는 건, 제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일단 전 세계의 다이아 플레이어들에게 일주일만, 성지한님 레이드하지 말라고 공문을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TOP10 플레이어 중 7, 8, 9, 10위 선수들을 잠시만 대기 길드에 받아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죠.”

성지한이 그렇게 부탁을 들어주자, 데이비스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부탁을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TOP을 경쟁하는 플레이어가 레벨 업 레이스를, 인류를 위해 스스로 멈춰 주시다니…… 역시. 성지한 선수는 배틀넷 플레이어들의 모범이십니다. 협회 차원에서, 경기가 끝난 후 특별상을 수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옆에서 포상 이야기를 꺼내는 제프 회장.

“아. 그래요. 그럼 요 일주일간은 오랜만에 푹 휴식을 취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미국은 볼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렇게 관광을 즐겼다가 스페이스 리그를 진행한 후, 또다시 영광의 홀에서 특별상을 받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미국의 명소.

저번 생에서 갈 만한 곳은 이미 다 가 보았다.

굳이 일주일의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아뇨. 경기 대비 훈련은 해야죠. 상은 이제부터 한국에 와서 주십시오.”

“아. 하, 한국에서 말이죠…….”

“예. 하늘 위에서 시간 낭비가 심하더라구요. 오기 힘들면 안 주셔도 되구요.”

배틀넷 연맹 회장에게 상을 주고 싶으면 니가 오라고 말하는 플레이어.

원래의 다혈질적인 제프 회장 성격이라면 버럭 성질을 낼 만도 했지만.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웃었다.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가야죠. 성지한 선수에게 무려 상을 드릴 수 있는 기회인데!”

영광의 홀에서 성지한이 모두에게 사인하는 장면을 본 이후.

제프 회장은 그에게 직함을 들이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세기 다시 띄워 드릴까요? 언제로 하면 될지…….”

“밥 먹고 바로 가죠, 뭐.”

성지한의 말에, 제프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들었지만.

“윽…… 오너님. 오늘 바로 귀국이요? 저…… 하루만 쉬면 안 될까요? 태평양 건넌지 얼마 안 됐는데…….”

같이 식사를 하고 있던 이하연이 깜짝 놀라며 부탁하자.

“내일 가겠습니다.”

일정을 하루 뒤로 미루었다.

일반인인 이하연 입장에서는, 일정이 하드 했으니까.

“예. 그러시죠. 그럼 내일 전세기를 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제프 회장이 직접 나서서 일정을 조율하고.

만찬을 끝낸 성지한 일행은, 연맹에서 제공하는 최고급 호텔에 하루 투숙하게 되었다.

‘여기도 오랜만이군.’

성지한에게는 제 2의 고향이나 다름없던 뉴욕.

연맹에서 제공해 준 객실도, 아메리칸 퍼스트의 전사 시절 머문 적이 있던 곳이었다.

화려한 객실 안을 쭉 둘러보며, 그가 잠시 추억을 떠올리고 있을 때.

똑. 똑.

객실 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갈게요. 성지한 씨.”

들어와도 될까요도 아니고, 들어가겠다고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여성의 목소리.

스으으윽…….

그와 동시에, 객실 문이 투명해지며, 한 여자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성지한은 그쪽으로 스윽 고개를 돌리곤, 두 눈에 이채를 띄었다.

“당신은…… 아까 사인을 피한 사람이군.”

영광의 홀을 완전히 장악했던 그림자영역.

이를 통해 모두에게 사인을 해 주었지만.

단 한 명.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은 사인을 하려던 순간 기척이 사라졌었다.

‘심상치 않은 존재라고는 생각했는데, 오늘 바로 찾아왔군.’

여성은 성지한의 말을 듣고는, 입가에 기쁜 듯 미소를 지었다.

“흐응. 맞아요. 역시, 감이 좋아. 쓸 만한 아이로군요…… 무신의 대적자가 될 만해요.”

“……무신의 대적자?”

무신 소리가 나오다니.

성지한은 여성을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도 무신의 종인가?”

“네. 무신의 네 번째 종…… 예언능력자, 노스트라다무스랍니다.”

*   *   *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여러 이름으로 활동했지만, 마지막 유희는 노스트라다무스였지요. 이름이 길다면, 피티아로 불러 주세요.”

여성은 싱긋 웃으며, 성지한의 객실이 마치 자기 방인 양 돌아다녔다.

“방 좋네요~ 여기 침대에 좀 누워도 돼요?”

그러면서,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침대로 점프하는 피티아.

“와, 푹신한 거 봐!”

성지한은 헤죽거리면서 좋아하는 그녀를 보며, 약간 맥이 풀렸다.

뭐야 쟤?

“무신의 종자. 그만 일어나고 볼일이나 말해라.”

“누워서 말하면 안 돼요? 당신 때문에 잘 자다 깼다구요.”

“……좀 알아듣게 설명해 주겠나?”

“아. 너무 맥락이 없었나? 당신이 공허의 마녀를 해방해서, 제가 대신 공허의 마녀가 돼서 종말을 주관하는 예언을 봤어요. 그래서 잠이 깨 버렸다구요.”

“……뭐? 공허의 마녀라니. 누나랑 네가 관련되어 있다고?”

공허의 마녀 이야기에, 성지한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자.

“공허의 마녀가 누나였어요? 흐으음…….”

피티아는 침대에서 쪼그려 앉은 채, 성지한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자…… 그럼 예언 시작!”

그러자, 두 눈이 계속 반짝거리는 그녀.

그 모습은 마치 카메라 플래시를 연속으로 터뜨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초간 성지한을 바라보았을까.

피티아는 주먹으로 침대를 퉁퉁 내려쳤다.

“아…… 왜 안 되지? 성좌 강림으로는 안 되나?”

“성좌 강림이라…… 너도 롱기누스와 같은 케이스인가?”

“그래요. 본체로 올 순 없어서 말이에요. 아. 이런 경우는 우리 주인밖에 없었는데…… 무혼 때문인가? 아니면 당신, 혹시 무신의 아바타 같은 건가요?”

예언이 안 통하는 걸, 상대에게 되묻는 예언자.

성지한은 4차원 같은 그녀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예언이 안 통하는 걸 왜 나한테 물어보지? 그것보다, 공허의 마녀에 대해 자세히 말해 봐라.”

“그거요? 별거 없어요. 공허의 마녀가 당신 누나라면 배드엔딩인데…… 말해 줘요?”

“……배드엔딩이라고?”

“네. 당신이 괴물과 싸워서 그녀를 구했다가, 공허의 힘을 너무 많이 쓴 반작용으로 거기에 빨려 들어갈 뻔했고. 공허의 마녀는 기껏 해방되었는데 당신을 위해 자기희생을 해 버렸죠.”

피티아는 태연하게 자신의 예언을 말하다, 공허의 마녀가 사라진 항목에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서! 내가 대신 종말을 주관하라면서 끌려갔다고요! 그걸 내가 왜 하는데 진짜.”

“공허에 내가 잠식되었다니…….”

“무신의 종자 말이라 믿기 힘들죠? 안 믿어도 돼요. 예언이라고 뭐 다 맞는 건 아니니까.”

씨익.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안 믿는 놈들이 꼭 예언대로 하더라.”

“…….”

갑자기 방에 난입해서, 폭탄만 터뜨리는 4번째 무신의 종자.

“아, 이렇게 하면 예언이 되려나?”

반짝. 반짝.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린 채, 눈빛을 다시 플래시처럼 터뜨리는 피티아.

“아. 안 되잖아! 그럼 이렇게!”

이번엔 세모를 그리는 걸 보면서 성지한은 생각했다.

‘제정신이 아닌 여자 같지만…… 아까 말은 미친 소리라고 치부하기에는 꺼림칙하군.’

무신과 공허의 마녀, 무신의 종자 등.

방랑하는 무신 쪽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를, 그녀는 너무나도 쉽게 말했다.

그냥 헛소리 그만하고 꺼지라고 하기에는, 그 정보가 아쉬운 상황.

‘그래도 이대로 주도권을 빼앗기면, 저 여자에게 끌려다닐 뿐이다.’

저 마이페이스인 여자에게 휘둘리지 않을 방법이 뭐가 있을까.

성지한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가 자신을 ‘네 번째’라고 소개한 것을 떠올렸다.

‘멸신결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무공은, 롱기누스와 동방삭과 연관이 있었지.’

그렇다면 네 번째 무공도, 그녀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비록 내 능력 부족으로 사용하지 못했던 무공이지만…… 운을 띄울 수 있겠군.’

무성 성지한 시절에는, 무력이 부족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네 번째의 멸신결.

하지만 무공 명으로, 속성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다.

네 번째의 속성은 수水.

성지한은 그녀에게 물었다.

“예언이 네 능력이라…… 네 권능은 근데 왜 물과 연관되어 있지?”

“찰칵. 찰칵! ……네? 물요?”

이제는 입으로 찰칵 찰칵 소리를 내며 눈빛 터뜨리던 피티아는.

“……응? 아닌데? 난, 불. 대재앙일 텐데…….”

성지한의 말에 손가락을 푼 채, 눈동자를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어…… 근데. 이거 맞는 말……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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