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46화〉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동북아시아 지역 리그,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이번 주부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겐 고된 레이스가 시작되죠. 일주일에 대만과 중국전, 2연전을 펼친 이후 스페이스 리그까지 대비해야 하니까요!
=이런 타이트한 일정 때문에, 대만전 때는 성지한 선수가 출전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성지한 선수. 출전 명단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죠! 대한민국 대표팀. 대만 상대로 전력을 다 꺼내 들었습니다!
3월 말부터 시작되는 지옥의 레이스.
한국 대표팀에게는 다행히도, 첫 단추는 상대적 약소국인 대만이었다.
-해설자들 너무하네. 대만 토끼 취급임? ㅋㅋㅋㅋ
-상대적으로 약하긴 하잖아?
-대만도 다른 리그 갔으면 나름 중상위권인데, 하필 동북아시아 리그에 들어와서…….
-ㄹㅇ 동북아 리그 자리가 진짜 최악임 ㅋㅋㅋ 서유럽 리그 넘지 않았나?
-당연하지 ㅋㅋ 서유럽에 대만 가면 중위권 이상은 할걸? 여기가 진짜 헬이야 헬.
-오늘은 골렘 맵 나와도, 안 밀릴 테니 맘 편히 보겠네 ㅋㅋ-ㄹㅇ 일본처럼 신들린 뽑기 해도 우리가 이김 ㅋㅋ안 그래도 전력상 우위에 있는데.
저번 대만전과는 달리 대표팀 명단에 성지한까지 포함되어 있자,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승리를 낙관하고 있었다.
일본이 보여 준 대 한국전 승리 공식, 골렘 결투맵 뽑기마저도.
대만의 서포터 전력이 한국보다 약해서, 써먹을 수가 없었으니까.
이번 게임만큼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한국 승이다.
이런 인식은 한국 시청자뿐만이 아니라.
-성지한 나왔네…… 스페이스 리그에 집중하지 왜 국가대항전까지 나와?
-3:0 가겠다.
└ 성지한 안 나와도 3:0이었을걸?
└ 그건 그래…… 윤세진 윤세아 부녀 누가 막을 거야?
-대만 국가 순위 올라가는 것보다, 저들이 스페이스 리그에서 인류 순위를 지켜 주는 게 더 던전 안 생기는 길일 듯.
-이미 그러고 있잖아…….
대만의 시청자들도 모두 공유하고 있었다.
한편, 한국 대표팀 선수 대기실.
윤세아는 성지한이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 옆에서 고개를 힐끗 내밀었다.
“삼촌. 뭘 그렇게 봐?”
“허우택 선수 경기 화면.”
“아…… 그 노인 선수? 그 사람, 강하긴 했지. 우리 대표팀 쓸어버릴 땐 깜짝 놀랐다니까?”
저번 경기 때 1경기 승을 가져왔던 노인 선수, 허우택.
그의 무위는 확실히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너무 쉽게쉽게 베서…….”
윤세아는 주위를 힐끗 둘러보더니, 성지한에게 귓속말했다.
“우리 대표팀 전사가 얼마나 약하면 저렇게 썰렸겠냐는 평가가 많았어.”
허우택이 벤 상대는 성지한과 검왕이 빠진 한국 대표팀.
이 둘이 빠지면, 세계 최고의 전사진은 순식간에 최약체로 바뀌었기에.
노인 플레이어의 힘이 강하긴 해도, 성지한이나 검왕 급에는 미치지 못할 거란 평가가 많았다.
이후에는, 또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기도 했고.
하지만.
“아니. 약해서 썰린 게 아니야. 미국 전사들이 와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겠지.”
“그, 그래…….”
“어. 그의 검이 워낙 압도적이거든. 이거 진작 볼걸, 아쉽네.”
성지한은 허우택이 검을 휘두르는 장면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예전에 무혼이 없던 시절 이 경기를 보았으면, 그도 윤세아와 똑같은 평가를 내렸을지 몰랐지만.
무혼을 지닌 채로 허우택의 검을 보니, 그의 수준이 얼마나 고절한지를 알 수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꼭 맞붙었으면 좋겠군.”
“삼촌 어차피 필밴이라, 못 나오지 않아?”
“그건 두고 봐야지.”
“아…… 저번 같은 케이스 기대하는 거야? 러시아랑 일본전 때 같은.”
상식적이라면 성지한을 필밴하는 게 당연했지만.
롱기누스와 피티아의 경우를 보면.
감독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성지한이 출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동방삭도 경기를 치르고 싶다면, 알아서 밴 안 당하게 하겠지.’
성지한은 그리 예상했고.
=어, 대만 대표팀…… 성지한 선수를 밴하지 않습니다!
=대신, 1~10위 선수 2명 밴 카드를 택했군요!
그의 예상대로, 대만 감독은 성지한 집중 밴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꺼내든 건, 10위까지의 선수 2명 랜덤 밴.
-성지한을 살려?
-대만…… 무슨 자신감임?
이 선택은, 예상 밖이긴 했지만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었다.
-아니 이건 운에 모든 걸 맡기는 거 같은데 ㅋㅋㅋ
-그러게. 성지한 밴해 봤자 검왕 살면 어차피 경기 지는 거잖아.
-10명 중 1, 2등이 걸리기만을 기도하는 건가 ㅋㅋㅋ
-역시 최후에는 기도메타죠?
성지한을 날려 봤자, 윤세진 부녀가 있는 한국 대표팀을 대만이 이기긴 힘들었으니.
대만 감독은, 10명 중 1, 2등이 밴당하기만을 기원하면서 밴 카드를 던진 것이다.
‘잘 됐군. 동방삭과 싸울 수 있겠어.’
성지한은 출전 준비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런 밴 카드가 실제로 먹힐 확률이야, 지극히 낮았으니.
이번 경기는 출전할 수 있겠지.
하지만.
=어. 어…….
=1, 2위. 모두 밴 당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죠? 이 카드가 통하다니……!
“엥? 진짜?”
윤세아는 밴 결과를 보고는 눈을 깜빡였다.
성지한과 윤세진이 동시에 밴당한 1경기.
[오…….]
대만 감독은 자신이 밴 카드를 꺼내 놓고도, 이 결과를 보고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게 되네?”
“운도 좋군.”
“그래도 대만전에 이래서 다행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번 밴 결과에 놀랐지만.
그래도 상대가 최약체라 그런지, 크게 동요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이러면 1경기는 전사진 없이 치르는 건가?”
“야! 우리도 있긴 있다고……!”
“저번에 대만한테 뚫린 게 누구였더라?”
“으…….”
오히려 성지한과 윤세진이 없는 전사진을 놀리면서.
여유롭게 경기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후후. 잘됐네. 이번 시리즈 MVP는 내가 따야지~”
윤세아는 MVP를 따겠다며 호언장담한 채 1경기에 나섰고.
=한국 대표팀…… 성지한 선수와 윤세진 선수가 밴 당했음에도 1경기를 압도합니다!
=윤세아 선수의 화살. 저번보다 더 강력해졌어요! 누구도 막지 못합니다! 어. 근데 허우택 선수…… 피했습니다?
=저 보이드 애로우를 피하는 건 처음 보는군요! 윤세아 선수, 허우택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화살을 쏩니다만…… 이걸 10발이나 피해냅니다!
=아…… 그래도, 마지막 한 발을 맞고 사망하는군요!
=윤세아 선수. 1경기를 지배합니다!
대만의 노인 전사, 허우택에게만 화살이 좀 안 먹혔을 뿐.
그녀는 나머지 플레이어를 죄다 꿰뚫어 버린 채, 1경기 MVP를 차지했다.
“MVP 땄네.”
“축하한다, 세아야.”
성지한과 윤세진은 1경기 MVP를 딴 윤세아를 축하해 주었지만.
“어…… 근데.”
막상 MVP를 딴 윤세아는 표정이 밝지 않았다.
“아. 저 허우택 선수. 좀 찝찝한데.”
“화살 피해서?”
“응. 그리고 11발째도, 피할 수 있었는데 일부러 맞아준 느낌이야…….”
“나도 그렇게 봤어. 확실히 요주의 상대더군.”
윤세진은 윤세아의 말에 동의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독님께 말씀드려야겠어. 대만처럼 1~10위 밴하지 말고, 저 선수를 밴해야겠다고.”
“아. 매형. 밴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응? 왜?”
“저, 저 선수랑 한 번 맞붙기로 했거든요.”
“아. 그래…….”
윤세진은 곰곰이 생각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히려 감독님께 밴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 감독님이라면 허우택 선수를 미리 밴하려고 할 수도 있으니까.”
“예.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둘이 노영준 감독에게 가서 부탁을 하자.
“알겠네. 허우택은 밴 하지 않도록 하지.”
감독은 이를 바로 들어 주었다.
‘허우택이 좀 잘하긴 하지만…… 굳이 지한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서까지 밴할 필욘 없지.’
이제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된 성지한.
허우택 같은 애매한 선수 때문에, 그의 부탁을 거절할 필요야 전혀 없었다.
노영준 감독은 밴카드에 허우택 대신, 대만의 다른 서포터 이름을 적어 넣었고.
=대만 감독. 이번엔…… 검왕을 밴합니다?
=아니, 이번에는 운에 안 맡기나요…… 거기에 성지한 선수를 살리는군요!
대만 감독도, 2경기 때에는 성지한을 살렸다.
* * *
-성지한을 풀어…….
-대만 감독 멘붕했나;
-성지한이랑 검왕 밴 당해도 이겼는데 이번 게임은 볼 것도 없겠구만.
-이런 게 강팀을 응원하는 느낌인가…… 긴장감이, 전혀 들지 않아.
-긴장감 필요 없어. 걍 강팀 팬 할래 ㅋㅋㅋㅋ
-ㄹㅇ 긴장감 챙기다가 옆집에 던전 생김 ㅎ;
1경기 압승 후.
2경기에 성지한까지 풀린 걸 보자, 한국 시청자들은 이미 결과를 승리로 예상했다.
=2경기 맵은 트레인입니다!
=두 기차가 나란히 달리는 이 맵…… 일반적으로 원거리 전력이 강한 팀이 강세를 보이죠!
=물론, 우리의 성지한 선수는 그 먼 거리를 그대로 주파하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지만 말이죠!
=거기에 성지한 선수가 기차에서 가만히 쉬고 있어도, 원거리 전력 자체도 저희 대표팀이 강세입니다. 안 그래도 강력한 대한민국 궁수진에, 윤세아 선수가 합류했으니까요!
=이 경기, 도저히 질 수가 없는 게임입니다!
성지한이 풀린 데다가, 맵마저도 한국에 유리한 트레인 맵.
한국 해설진도 2경기를 낙관하며, 도저히 질 수가 없다고까지 코멘트했다.
쿠궁. 쿠궁.
거리를 벌린 채로, 나란히 달리는 두 기차.
대만 기차를 바라보던 윤세아는, 거리를 가늠해 보더니.
“삼촌. 대만 기차에 좀 있다 날아가면 안 돼? 나 2경기도 MVP 따 보게.”
성지한에게 웃으며 부탁했다.
이미 승리는 확정 짓고, MVP에 신경을 쓰는 상황.
하나 성지한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러긴 늦었는데.”
“응? 왜 늦어?”
“저길 봐.”
성지한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하늘에는.
대만의 노인 플레이어, 허우택이 둥둥 떠 있었다.
“엥…… 저 사람. 날 수도 있어? 언제 저기 갔대?”
“갔다 오마.”
휙!
성지한이 경공을 사용해 날아오자, 허우택.
아니 동방삭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왔나. 후임.”
“후임이라. 무신의 종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게 자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네. 나중엔 결국 하게 될 거야.”
“종이 되느니 죽죠.”
“후우…… 역시 교육이 필요하구만.”
스으으으…….
동방삭의 뒤에, 태극이 떠올랐다.
검고 흰 문양이 서로 맞물린 채, 서서히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세상이.
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음……!”
모든 것을, 이 세상마저도 빨아들이는 태극.
암혼와류가 수백배 강력해진다면, 이런 위력이 나올까.
쿠르르르……!
저 멀리 있던 한국과 대만의 기차마저도.
태극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일제히 날아오고 있었다.
성지한은 바로 공허를 끌어올리며, 전력을 다했다.
“공허. 위험한 힘을 사용하는구나…….”
성지한의 몸에 공허의 기운이 퍼져 나가며, 그가 태극의 움직임에 저항하자.
동방삭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후임으로 들어오면, 그 힘을 다 털어 버려야 할 걸세. 영원히 나랑 일해야 하니까 말일세. 빨리 죽으면 무슨 소용인가?”
“그럴 일 없습니다.”
“쯧. 집중 교육이 필요하구만.”
스으윽.
동방삭은 띄워 놓은 태극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던 태극이 잠시 멈추더니.
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태극마검을 뽑겠네. 이를 못 견딘다면…… 무신께 일초지적일 뿐이지.”
그리고 그가 태극 안으로 손을 집어넣자.
세상이, 종이 구겨지듯 일그러졌다.
그리고.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태극에서 나온 백색의 검이.
어둠을 토해 내었다.
‘이건……!’
무혼의 영역마저도, 단번에 뛰어넘은 어둠.
성지한의 전신이 금세 태극의 마魔 속에 잠기고.
[2경기가 종료됩니다.]
국가대표 경기가 역대 최단 시간을 기록하며,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