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264화 (26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64화>

뉴욕의 배틀넷 연맹에서 알려진 뉴스는, 금방 전 세계에 널리 퍼졌다.

그냥 3경기 끝나고 보너스를 받는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은.

옵션 항목을 보고는, 각자 전문가로 빙의되어서 분석에 들어갔다.

-보너스 옵션? 이거 고르는 거였어?

-8국 대표와 성지한에게 선택권이 있었다고?

-이 내용 공개 안 되었으면 영영 모를 뻔했네;

-무슨 일로 공개했대? 이런 건 뒤에서 합의하는 게 아니었나 ㅋㅋ-이거 효율은 국가 보너스가 최고 같은데?

-실질적으로 20개국만 혜택받는 건데 그걸 고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형평성 문제 일어날 거 같은데.

-그래도 20개국 소속 플레이어가 인류 대표팀의 90퍼센트를 이루는데…… 정예만 키우는 게 맞지 않음?

보너스 옵션 중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건 역시 국가 보너스.

워낙 다른 옵션에 비해 효율이 좋았기에, 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리고 이 사실이 알려진 지 3일 후.

“이제부터, 보너스 옵션 선택을 위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뉴욕 배틀넷 연맹의 공개 회의실에는.

각국의 협회장 대표들이 모두 모인 채, 서로 조심스레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어떻게 진행된다고 합니까?”

“선택권을 지닌 대표들이 연설을 하고, 각국의 협회장 대표들이 보너스 옵션에 투표를 한다고 하더군요.”

“신기하네요. 옵션 선택은 결국 8국 대표와 성지한 선수만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자기들끼리 결정해도 되었을 텐데…….”

“성지한 선수가 강하게 공개회의를 주장하자고 했다더군요.”

“저희야 좋지만. 왜 굳이…….”

원래라면 투표권도 없어야 할 협회장들.

성지한이 자리를 마련해 준 덕분에 권한은 얻게 되었지만.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글쎄요…….”

“성지한 선수가 마지막에 연단에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럼 그의 생각을 알 수 있겠죠.”

“한데 멕시코 협회장님은 어디에 투표하려고 하십니까?”

“저희는 기프트 발생 확률 증가에 하려고 합니다. 걸출한 선수 한 명이 나오면 나라 순위가 뒤바뀌는데. 저희도 그런 운을 노려봐야지요.”

인류 전체의 효율을 보자면 국가 보너스가 낫다지만.

TOP 20위 안에 들지 못하는 나라에게는, 그저 상위 국가의 들러리를 서는 격이었으니.

각자의 입장에서 무슨 옵션을 선택할지 눈치가 오가는 가운데.

드르르륵.

“오.”

“드디어 들어오는군요…….”

8국의 협회장과, 성지한이 회의실로 입장했다.

*   *   *

“……이러한 연유로, 저희 영국은 ‘국가 보너스’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돌아가면서 연설을 하는 8국의 협회장.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들은 모두 기존의 입장대로 국가 보너스 옵션 선택을 주장했다.

-역시 강대국들, 자기들 유리한 대로 주장하는구만 ㅉㅉ-아니, 근데 우리한테도 좋은 거 아님 저거?

-ㅇㅇ…… 우리도 배틀넷 업계에선 강대국 라인이잖아.

-요즘 랭킹 포인트 벌어들이는 거 장난 아니던데. 내년에 TOP 10은 무조건 들고 5위도 노려볼 만할걸?

-성지한도 성지한이지만, 검왕이나 윤세아도 배틀넷에서 포인트 많이 벌어들이니까…….

-그러네. 우리도 잘나가는구나? 그럼 국가 보너스 찬성해야겠네?

한국 시청자들은 국가 보너스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국가 보너스라니…… 그럼 상위권 국가만 혜택을 독점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된다면 나라 간의 격차는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분위기가 좋다지만, 배틀넷 순위가 떨어진다면 던전이 마구 생길 텐데…… 그때 자국을 지켜야 할 플레이어들이 균등하게 성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20위에 속하지 않는 국가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탐탁지 않아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회의장에 참석한 각국 협회 대표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인류 대표팀을 위해서라지만…… 결국 자국 이기주의 아닙니까?”

“중위권 국가부터는, 이 보너스는 거의 효과가 없는 수준입니다.”

“저희는 국가 보너스 옵션에 반대합니다.”

많은 나라의 대표들이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옵션을 공개하는 게 아니었는데…….’

‘이거, 한국에도, 자신에게도 좋은 거잖아. 왜 성지한은 이런 선택을 한 거지?’

시끌벅적해진 회의장 상황이 그대로 생중계되고.

8국의 협회장은 원망 섞인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왜 쉽게 합의 보고 끝낼 걸, 어려운 길로 가려고 하는 건가.

한편 성지한은, 팔짱을 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피티아의 예언대로라면, 공개한 후 새로운 선택지가 나와야 했는데.

추가된 옵션은 전혀 없었다.

‘예언…… 쓸모없나. 새로운 선택지가 나온다더니.’

생각해 보면 피티아가 자신을 노스트라다무스라더니, 딱히 세상이 1999년에 멸망하지도 않았지.

“자. 그럼. 마지막으로, 성지한 플레이어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8국의 대표가 연설을 끝낸 후.

마지막으로 연단에 올라서게 된 성지한은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짝짝짝짝…….

다른 대표가 올라올 때에 비해, 거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는 회의실.

공개회의를 주장한 게 성지한임을 알고 있는 타국 협회장들은, 그에게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리고.

-오 성지한 차례임?

-휴 안 늦고 방송 켰다.

-회사에서 몰컴 중인데 앞자리 부장님도 똑같은 거 보시네 ㅋㅋㅋ-우리 회사는 아예 직원 다 보라고 틀어 놓음 ㅋㅋㅋ성지한 차례가 되자, 안 그래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이번 회의의 시청자 숫자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인류 최고의 플레이어가 굳이 이런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한 이유가, 드디어 나올 차례였으니까.

연단에 올라선 성지한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덤덤히 마주했다.

굳이 공개회의를 진행한 만큼, 그만의 복안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눈빛.

‘그런 거 없는데.’

성지한이 입꼬리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문을 열려고 할 때.

[세계 랭킹 1위입니다.]

[상위 구역, ‘스페이스 4’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스페이스 리그에서 3회 이상 MVP를 받았습니다.]

[소속 종족, ‘인류’ 1/5의 주목을 받습니다.]

[소속 행성을 완전히 아우르는 성좌가 존재합니다…… 존재하지 않습니다.]

[행성 ‘지구’의 ‘성좌 후보자’에 오를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모든 조건을 달성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히든 보너스 옵션이 드러납니다.]

[히든 보너스 옵션, ‘별을 쫓는 자’가 활성화됩니다.]

피티아의 예언이 실현되었다.

*   *   *

성지한은 연설 직전, 새로 추가된 옵션을 바라보았다.

[별을 쫓는 자]

모든 플레이어가 이른 시기에 ‘성좌 후보자’가 될 자격을 얻은 플레이어를 쫓아갑니다.

1등과의 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모든 면에서의 성장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1위가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할수록, 이 효과는 강화됩니다.

만약 이 옵션이 적용된 상태에서 1등이 순위를 300일 이상 유지할 시.

그 플레이어는 정식으로 ‘성좌 후보자’가 됩니다.

‘흠…….’ 랭킹 1위이자, 성좌 후보자가 된 플레이어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마련된 보너스 옵션.

이것이 주는 버프 수치는, 언뜻 계산해 보아도 지금 가장 많이 거론되는 국가 보너스를 훌쩍 뛰어넘었다.

‘근데 이거. 정작 나한테는 효과가 없군.’

혼자 저 멀리 앞서 나가는 플레이어와 보조를 맞추라는, 보너스 옵션 ‘별을 쫓는 자’.

1등을 추격하라는 버프 효과인 만큼, 막상 1등에게는 성장 보너스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후발주자들에게 추격의 기회를 주는, 손해 보는 거나 다름없는 옵션.

하지만 성지한은 맨 마지막 줄을 주목했다.

‘300일 동안 계속 1등 하면, 성좌 후보자가 될 수 있어.’

용족과의 스페이스 리그 경기 이후, 랭킹 1위로 올라선 성지한.

2위로 떨어진 올리버와의 격차는 크지 않았지만.

성지한은 계속 1위를 계속 유지할 자신이 있었다.

‘이거랑 내 목숨이랑은 뭔 관련인진 모르겠지만…….’

피티아의 예언 중, 이게 목숨을 살릴 거라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걸 제외해도, ‘별을 쫓는 자’는 충분히 선택할 만한 옵션이었다.

“성지한 선수…… 왜 가만히 있지?”

“긴장했나?”

“그가 긴장할 사람입니까? 그것보단 뭘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허공을 누르는 게, 시스템 메시지 같군요?”

성지한이 연단에 올라서서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자, 웅성거리는 협회장 대표들.

“여러분. 지금, 새로운 옵션이 추가되었습니다. 8국의 협회장께서도 한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이, 이건…….”

“아까만 해도, 분명히 없었는데……!?”

성지한의 말에, 협회장들은 옵션을 확인하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니, 조금 전만 해도 없던 게 언제 갑자기 생긴 거야?

“새로 생긴 옵션은, ‘별을 쫓는 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별은, 물론 저구요.”

그러면서 공유되는 옵션 내용.

-와 이거 뭐냐…… 1등이랑 격차가 벌어질수록 버프를 준다고?

-인류한테 딱이네? 효과도 국가 보너스보다 훨씬 낫고.

-근데 성지한은 버프 못 받잖아 이럼 ㅡㅡ

사람들은 버프 효과에 감탄하면서도, 성지한이 여기에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는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보너스 옵션은, 이거로 가도록 하죠.”

“……저,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성지한 선수께서는 효과를 받지 못할 텐데.”

“괜찮습니다. 그거 없이도, 계속 1등을 유지할 거니까요. 성좌 후보, 욕심이 나는군요.”

오히려 300일 이상의 장기 집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사자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저희는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성지한 말고는, 모두가 유리한 보너스 옵션 조건.

비록 ‘성좌 후보자’ 항목 하나가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성좌 후보자…… 결국 후보일 뿐 아닌가?’

‘거기에 다른 성좌보다, 차라리 같은 현대인이 성좌를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이 옵션, 후발주자에게 엄청난 메리트다. 일단은 성장이 중요해.’

협회장들은, 먼 이야기 같아 와닿지 않는 ‘성좌 후보자’보다.

실리를 중시했다.

“그럼 투표에 들어가겠습니다.”

“개표 결과는…….”

“만장일치로, ‘별을 쫓는 자’가 이번 옵션으로 통과되었습니다!”

땅. 땅!

만장일치로 통과된 보너스 옵션.

국가 보너스 이야기할 때만 해도 분란의 조짐이 보였던 회의실은, 이로 인해 극적으로 화합이 된 상태였다.

“공개회의를 하자고 한 이유가…… 이 옵션 때문이셨습니까?”

“성지한 플레이어. 이것도 혹시 예지몽이었나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것참. 미리 귀띔이라도 해 주셨으면 좋았을 걸요……!”

8국의 대표들은 며칠 전과는 달리 환한 얼굴로 다가와 너스레를 떨었다.

“미리 말씀드리면, 예지가 퇴색될 수 있어서요.”

성지한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답하면서도.

‘옵션을 활성화한 메시지 하나가 신경 쓰이는군.’

별을 쫓는 자가 활성화되었을 때 떠올랐던 메시지 중, 특이했던 글귀를 떠올렸다.

[소속 행성을 완전히 아우르는 성좌가 존재합니다……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거…… 존재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인류 출신 성좌야, 없지는 않았다.

무신의 종들만 해도, 롱기누스부터 피티아까지 죄다 성좌 아니었던가.

물론 그들이 지구를 완전히 아우르는 성좌인지는 모르겠다만.

‘피티아와 연락이 되면, 이에 대해 물어봐야겠군.’

*   *   *

무신의 별, 투성.

그 중심에는, 무신이 뇌신에게서 강탈한 신왕좌가 자리하고 있었다.

번쩍! 번쩍!

사방으로, 폭발하던 신왕좌의 빛은.

슈우우우……!

무신이 앉아 있던 중심부로 모여들더니, 강렬한 뇌기가 모조리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나 신왕좌에서, 마지막까지 그에게 흡수되지 않고 번뜩이는 건 붉은빛의 뇌전.

‘……주인께서, 적뢰는 끝까지 흡수하질 못하시는군.’

동방삭은 멀리서 그 모습을, 가라앉은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때.

한참 기운을 흡수하던 무신이 나직이 음성을 내뱉었다.

[동방삭.]

“예. 주인이시여.”

[뇌신의 잔당을 추적하는 일, 어찌 되었는가.]

“피티아가 따라잡는 중입니다.”

[너도 가서, 잡아 와라.]

파지지직…….

동방삭은 신왕좌에서 끝까지 흡수되지 않는 적뢰를 바라보면서.

가라앉은 눈으로 답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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