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67화>
‘아르트무. 그도 이 게임에 참전했었나?’ 자신을 우주 제 1의 대장장이라고 말하는, 드워프 출신의 플레이어.
저번에 진행된 게임에서, 청혈마족에게 세뇌당해서 성지한에게 자폭을 감행한 그는.
-자네…… 저번 일은 미안하네. 근데 혹시, 장비 사고 싶은 것 없는가? 특별가로 모시겠네.
사과 메시지와 함께, 물건을 사지 않겠냐는 의사를 전달했다.
처음에는 특별가로 물건을 싸게 판다고 하니까, 성지한도 관심을 보였지만.
-그런데 말이네…… 자폭 모드로 내가 입은 타격이 너무 심하네.
-게임 속에서 쓴 건데, 복구 안 됐나?
-세뇌 상태에서 모든 걸 끌어모은 자폭이라 그런지, 복구가 안 된 아이템이 너무 많아…… 제작 공정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일단 복구부터 해야 하네.
-그래서 뭘 원하는데?
-그…… 내게 GP 좀 투자해 줄 수 없겠나?
자폭 공격을 감행했으면서, 아르트무는 GP 투자를 부탁했다.
그래도 성지한은 처음엔 대장장이와의 끈을 유지하기 위해, GP를 투자하려고 했지만.
-오. 투자 가능하다고? 그럼 1000억 GP 정도 어떤가?
-없다. 그런 돈.
-그럼 990억 GP는…….
-접어.
상대가 요구하는 액수가 너무 커서, 투자를 접은 채 연락을 받지 않고 있었다.
-좋아. 그럼…… 500억 GP는 어때?
그럼에도 매일같이, 메시지를 보내서 가격을 찔끔찔끔 깎던 아르트무는.
-좋아! 300억. 300억 GP는 어떤가? 자네도 저번에 내게 받은 이용권, 써먹기 위해서는 대장간이 정상화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 투자해 주면 100년간 대장간 10퍼센트 할인권까지 주도록 하지!
얼마 전, 자기 딴에는 파격이라고 투자 액수를 300억까지 줄인 상태였다.
성지한은 그간, 이 메시지에 전혀 응답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명예의 전당에 어떻게 올랐는지나 물어봐야겠군.’
에픽 퀘스트 보상을 위해서, 그는 아르트무에게 응답했다.
-아르트무. 명예의 전당엔 어떻게 올랐지?
-드디어 답을 해 주는군…… 근데 명예의 전당? 내가? 어디서?
-리그 경쟁전, ‘행성 개척’에서 말이다.
-아~ 그 맵? 내가 거기서 명예의 전당에 올랐었나? 내가 한 건 개척밖에 없는데…… 잠시 기다려라.
그러면서 잠시 메시지가 끊겼던 아르트무에게서, 판매 제안이 들어왔다.
-[22차 진화형 드워프 생체로봇] 구매하겠나? 개척에 도움이 될 거다. 1기당 10억 GP에 팔지.
-쓸 만하냐?
-구형이긴 하지만, 행성 개척 때 쏠쏠히 사용했다. 너희 종족도 우리와 같은 최하급이니, 오히려 구형 드워프가 도움이 될 거다.
드워프족의 진화를 위해, 배틀넷에 계속 참여를 하는 아르트무.
그는 구식 드워프 로봇을 이번 기회에 재고 떨이하려는 것 같았다.
성지한은 그의 속셈이 뻔히 보였지만.
‘지금은 에픽 퀘스트 클리어가 중요하지.’
그깟 GP보다야, 무혼을 발전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일단 10개만 줘 봐.
-알겠다. 로봇 패키징하고, 전송준비를 하지. 1시간 정도 걸릴 거다. 고객님! 그때 거래창을 띄우겠다!
그러면서 사라지는 메시지 창.
‘그동안 게임을 진행해야겠군.’
성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콜로니를 완성하라는 미션 목표야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유되었지만.
“그래서…… 우리 뭘 하면 되지?”
“글쎄. 콜로니 건설하라는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설마 플레이어들이 직접 건설하라는 건 아닐 테고…….”
뭘 해야 할지 몰라 사람들이 모두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배틀넷은 전투 게임이었지.
뭘 만들라고 하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그때.
[플래닛 포인트를 모아, 베이스 캠프를 건설하세요!]
[플래닛 포인트는 행성의 토착 생명체를 잡거나, 가치 있는 물품을 획득했을 때 오릅니다.]
[퍼스트 길드의 ‘지도자’가 플래닛 포인트를 활용할 권한을 지닙니다.]
[*주의 : 퍼스트 길드의 지도자가 사망할 경우, 해당 종족은 그 즉시 행성 개척에서 탈락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며, 플레이어들에게 길을 알려 주었다.
“일단 플래닛 포인트부터 모으죠. 각 길드의 책임자분들은, 원래 길드로 복귀하고 주변을 정찰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저는 북쪽으로 가 보겠습니다. 저쪽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군요. 가서 포인트 벌어 오죠.”
인류 플레이어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지도자가 죽으면 끝나는 행성 개척.
정석적으로 플레이할 거면, 원래는 지도자가 가장 안전한 곳에 있어야겠지만…….
‘성지한 선수를 누가 잡겠어.’
‘그리고 그를 잡을 정도의 적이 나온다면, 어차피 게임 끝난 거 아닌가?’
성지한의 초월적인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플레이어들은, 그의 행동을 저지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삼촌 잘 다녀와~ 포인트 많이 벌어 오고~”
“그래. 너도 정찰하고 있어.”
“응. 나도 10등 안에는 들어야지!”
“매형. 저 없을 동안 대기 길드 플레이어들을 부탁합니다.”
“그래. 잘 다녀오게.”
타 길드 지도자들을 제외하고, 순수 대기 길드 출신으로 참가한 이는 총 6명으로.
성지한과 윤세진 부녀.
거기에 아카리, 마시드, 소피아가 참가해 있었다.
“지한~ 이제 절 확실하게 대기 길드로 받아 준 건가요?”
“아뇨, 서포터가 필요해서요.”
원래 오리지널 대기 길드 소속은, 임가영이었지만.
레벨이 참가 플레이어들에 비해 크게 뒤처진 데다가, 서포터 포지션이 필요했기에 이번 경쟁전엔 참전을 하지 못했다.
소피아는 성지한의 대답에 빙긋 웃으면서, 옆을 바라보았다.
“에이, 그냥 데려가세요. 아메리칸 퍼스트에서도 저 포기했어요~ 그쵸? 길드 마스터?”
“소피아는 뛰어난 서포터지만, 플레이어 성께서 원하신다면야 저희는 포기하겠습니다. 얼마든지 데려가십시오.”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 마스터, 올리버까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옆에서 거들었다.
“뭐, 생각해 보죠.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오. 긍정적인 대답! 지한~ 가기 전에, 버프 드릴게요!”
번쩍!
성지한의 몸에 새하얀 빛이 반짝이며 버프가 들어오자, 처음에 그는 덤덤한 표정을 지었지만.
화르르륵……!
빛이 사라지나 싶더니, 마지막에 타올라 사라지자 그는 눈을 크게 떴다.
‘버프가…… 적용되네?’
무혼을 지닌 후, 서포터들의 버프는 그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공허의 힘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건 가능해서, 공허로 힘을 증폭시켜왔는데.
이번 소피아의 버프는 비록 100퍼센트의 효과를 보이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그를 강화시켜 주었다.
“버프에 혹시 성화의 힘도 들어갑니까?”
“네. 맞아요! 한 번 쓰면 신성력이 고갈되지만…… 제가 신경 좀 썼어요! 헤헤.”
“이거 괜찮군요.”
성지한의 칭찬에, 눈을 동그랗게 뜬 소피아는 곧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지한에게 그런 평가를 받다니…… 성좌께 전수받은 보람이 있네요!”
“그럼 버프 효과 좀 실험하고 오죠.”
슉!
성지한은 성화가 담긴 버프를 두른 채, 북쪽으로 경공을 펼쳤다.
그가 진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키이이익……!
모래바닥에서, 거대한 지네가 튀어나오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지만.
‘포인트나 벌어 볼까.’
스으으윽.
성지한의 왼손에서 이클립스가 피어오르더니, 그가 검으로 가볍게 세로를 그었다.
치이이익!
일검에 갈라지는 거대 지네.
지네의 갈라진 시체가 모래바닥에 떨어지자.
스스스스…….
그 아래에서, 커다란 개미떼가 셀 수 없이 튀어나왔다.
거대지네를 먹어 치우려는 청소부들.
‘잘됐군.’
성지한은 인벤토리에서 봉황기를 꺼내, 하늘 위로 던졌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천주심판天主審判
그러자, 하늘 위에서 거대한 원형의 구멍이 하나둘씩 뚫리기 시작하며.
붉은 뇌전을 머금은 거대한 뇌창이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지지직……!
하늘에서 대지로 내리꽂히는 거창.
그것은 지네의 시체를 노리던 개미떼뿐만이 아니라.
모래바닥 아래에 숨어 있던, 수많은 행성의 토착 생명체까지 일제히 전멸시켰다.
[플래닛 포인트를 1121 획득합니다.]
[베이스 캠프 건설이 가능합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캠프 건설에 필요한 포인트를 벌어 버린 성지한.
-이거 행성 개척이 아니라 학살이네요 ㄷㄷ
-저거 하늘에 구멍 뚫리는 거, 창 1개만 튀어나오는 거 아니었어? 언제 5개로 업그레이드 됨?
-그러게. 성지한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성장해 버려서…….
-원래 지도자는 행성 개척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인 거 같은데, 그냥 혼자서 다 쓸어버리시네 ㅋㅋㅋ-보호? 누가 누굴 보호함 ㅋㅋㅋㅋ 499명이 성지한 발목 안 잡으면 다행이지.
-같은 편 입장에서 계속 그를 보았으면 좋겠다. 이런 게, ‘편안함’인가…….
대지가 초토화되는 걸 보면서, 구독자들은 같은 편일 때는 누구보다도 든든한 그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정작 성지한은 시커멓게 타오른 대지를, 불만족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버프를 받고도, 5개가 한계인가. 무신이랑은 아직 차이가 크군.’
뇌신의 신왕좌에 쳐들어왔을 때, 무신이 보여 준 힘.
그건 지금의 성지한으로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스케일이었다.
비록 그가 천주심판에 적뢰를 담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소환된 창의 숫자부터가 너무 차이 났다.
‘갈 길이 멀다.’
인류 랭킹 1위는 했다지만.
무혼을 두고 다퉈야 할 무신과의 격차는, 아직도 하늘과 땅 차이였다.
‘어디, 천주심판 6개까지는 띄워 봐야곘어.’
베이스 캠프 건설 포인트는 벌었다지만, 성지한은 수련을 위해 귀환하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플래닛 포인트를 1006 획득합니다.]
[플래닛 포인트를 1377 획득합니다.]
혼자서 그렇게 포인트를 수급하면서, 대지를 시커멓게 물들이던 성지한은.
[경쟁 종족, 조인족의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리그 경쟁전에 매칭된 종족 중 하나인, ‘조인족’과 대면할 수 있었다.
* * *
조인족.
새 머리에, 날개가 달린 인간형의 종족은.
우르크, 인류와 함께 최하위를 다지는 단골 손님이었다.
우르크에 비해서는 육체적인 힘이 약하고, 인류에 비해서는 정교함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그들이 최후의 순간, 18위로 강등전에 굴러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비행 능력이 아주 쓸 만했지.’
고속비행이 가능한 조인족.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에게 맞는 맵을 선택해서, 승리를 꾸역꾸역 쌓아 올렸다.
인류도 그들과의 경기에서, 맵 뽑기를 잘못하는 바람에 허무하게 패배한 게임이 여럿 될 정도였으니까.
휭. 휭.
성지한이 옛날 생각을 하며, 전진을 멈추지 않자.
조인족 몇몇이 하늘 위를 날아다니면서, 성지한을 관찰했다.
“인류…….”
“4위 종족인가?”
“겉보기에는 그리 강한 거 같지는 않군.”
“겉보기? 엘프에게 그렇게 당해 놓고, 아직도 그런 거에 속을 참인가?”
현재 순위 20위인 조인족은, 엘프와도 경기를 치른 건지.
성지한의 겉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방심을 하지 않았다.
‘옆에 있으면 귀찮은데. 미리 정리해야겠군.’
성지한은 그런 조인족을 보면서, 북쪽으로 나선 김에 적을 쓸어버리려고 했다.
그때, 그의 눈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의 : 개척자 보호 기간입니다.]
[개척자 보호 기간 중, 상대 종족의 영역에 침입할 시 강력한 디버프가 발동합니다. 동시에, 침범당한 종족에게 ‘보호’ 버프가 부여됩니다.]
[개척자 보호 기간은 게임 시작 후, 3일째까지 적용됩니다.]
개척자 보호 기간.
행성 개척 시작부터, 3일째까지 해당하는 이 기간은.
개척 종족끼리 시작부터 부딪치지 말라는 장치 역할을 했다.
“키익! 키익!”
“개척자 보호?”
그리고 이 메시지는 성지한에게만 뜬 게 아닌지.
그의 주변을 날아다니던 조인족의 움직임이 도발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휭! 휭!
“날개도 없는, 볼품없는 하급 종족!”
“니네는 이거도 못 하지? 자! 시작해라!”
찍! 찌찍!
하늘 위에서, 성지한을 향해 정교하게 날아드는 누런 액체.
“히히. 히히히! 오줌 발사!”
“시~원하군!”
개척자 보호 기간만 믿고, 조인족은 성지한에게 오물을 일제히 투척했다.
이거 맞고 도망치면 그것도 상대에게 수치를 안겨 줬으니 좋고.
도발에 넘어가서, 반격해 오면 버프 - 디버프가 발동할 테니 상대 플레이어를 제압할 수 있겠지.
뭐가 되었든, 이득이다.
조인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신나게 싸재꼈지만.
“천박한 건 여전하군.”
“키…… 익?”
성지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치이이익!
싸재낀 오물과 함께, 하늘을 날고 있던 조인족 무리가 일제히 불타올랐다.
“너흰 그냥.”
비록 조인족의 이번 도발 자체는, 해 볼법한 판단이었지만.
“최하위해라.”
하필, 상대를 잘못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