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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74화 (27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74화>

조금 전.

‘역시 성좌급인가. 강하군. 이대로라면 속절없이 패배하겠어.’

성지한은 고엘프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을 떠올렸다.

수많은 무공이 그의 뇌리를 스쳤지만.

‘천수강신을 사용한다.’

그의 선택은, 최근 하이 엘프와의 싸움을 통해 어느 정도 단서를 잡은 천수강신이었다.

적뢰는 통하지 않고.

나머지 멸신결을, 여기서 사용하기엔 적합하지가 않았으니까.

‘생명의 기운을 다 날리더라도, 극한으로 써야겠어.’

생명의 기운을 내부에서 파괴시키면서, 사슬을 형성하는 천수강신.

성지한은 자신이 가진 것을 총동원해서 고엘프에게 대항하려고 했다.

그렇게 천수강신을 사용하기 위한 연료로서, 생명의 기운을 파괴하려고 들었을 때.

‘……음?’

체내의 기운을 총동원하던 그는, 천수강신이 뜻밖의 곳에서 적용이 되려는 걸 발견했다.

원래는 생명의 기운을 스스로 파괴하면서 발동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잔여 적뢰 쪽에서 싹을 틔우려 한 것이다.

‘스탯에 포함된 적뢰는 괜찮은데. 흡수하지 못한 것에만 이러는군…….’

유니크 스탯 ‘적뢰’에 포함되지 않은 잔여 전류.

미묘한 움직임을 보여 성지한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이 힘은.

위기 상황에 처한 지금, 점점 더 강렬한 적뢰를 방출하고 있었다.

‘뇌신이 역시 장난을 쳐 놨나.’

역시 이 막대한 기운을, 그냥 넘겨줬을 리가 없지.

성지한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예전에 골렘에게 천수강신을 사용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그저 엘프의 재생력을 구현하기 위해 천수강신을 사용했던 거지만.

기운이 소모되니, 전신이 사슬처럼 변했지.

‘여기에도 적용해 봐야겠어.’

차라리 잘되었다.

체내에서, 거슬리던 잔여 적뢰.

아예 천수강신의 연료로 사용하면서, 한 번에 없애 버려야지.

성지한은 그리 결심하면서, 천천히 멸신결을 준비했고.

[사, 사라진다. 나의…… 나의 힘이……!]

뇌신의 분신체를, 사슬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생명의 기운을 태우는 것보다, 네가 연료로써 훨씬 좋군. 뭔 차이일까?”

[큭…… 대체 무슨 소리를……! 어떻게 나의 힘을, 이렇게 분해할 수가 있지?]

“그러게. 나도 몰라.”

스르르르륵!

붉은 사자의 형상은 완전히 사라지고.

적뢰의 사슬은 오로지 고엘프를 향해서만 날아갔다.

그리고, 외부에 나와 있던 사자 머리가 사라지자.

성지한의 체내에 남아 있던 잔여 적뢰도 사슬이 되어 밖으로 나오며, 고엘프를 묶어 버렸다.

뇌신의 기운을 완전히 변형시키는 천수강신.

[제, 제발 멈춰 줘! 살려만 달라! 내가, 내가 네 종이 될 테니!]

뇌신은 자신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성지한에게 한 번만 봐 달라고 호소했지만.

“극존칭.”

[……뭐?]

“종이 될 생각이면, 극존칭을 써야지. 아까 네가 그랬잖아?”

지지지지직!

그 말에, 성지한의 체내에서 적뢰가 발작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종이 될 터이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뇌신의 우두머리 자리에서 탈출했던 붉은 사자는.

생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성지한에게 그리 호소했다.

그러자 성지한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천수강신을 더 강하게 발동시켰다.

“뇌신이 추하게 극존칭 쓰라고 진짜 쓰냐? 어떻게 신이 된 거야? 너 같은 종, 필요 없어.”

[이, 이 새끼가……! 죽인다. 네놈만은, 꼭 죽인다……!]

“그러시든가요.”

스르르륵!

적뢰의 사슬이 더 빠르게 성지한에게서 튀어나오며.

고엘프의 전신이, 완전히 이에 결박되었다.

그의 반가면은, 결박된 기운을 어떻게든 흡수하려고 들었지만.

지지지직……!

조금 전과는 달리, 가면의 표면에서는 붉은 전류가 가득 빛을 내뿜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구나. 어떻게 신을 변형해서, 이그드라실의 뿌리를 구현한단 말이냐…….”

“이그드라실의 뿌리라. 그게 뭔데?”

“……내 몸을 그걸로 감아 놓고는, 역으로 물어봐?”

“진짜 몰라서 그렇거든.”

콰직!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붉은 사슬은, 고엘프의 전신을 꽉 짓눌렀다.

살점이 타오르다가, 재생하고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고엘프.

하나, 그렇게 버티는 것도 잠시.

‘호오. 이건…….’

적뢰의 사슬에서, 막대한 생명의 기운이 흡수되며 성지한에게로 흘러들어왔다.

천수강신의 사슬에, 힘을 흡수하는 기능도 있었나?

‘천수강신 이거, 대체 정체가 뭐야.’

기본적으로 엘프의 재생력도 지니고 있으면서.

생명의 기운을 사슬로 변환하여, 상대를 묶는 무공.

멸신결의 마지막 무공 구결이라 그런지.

다른 멸신결에 비해서,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어쨌든 생명의 기운 흡수한 건 쓸 만하군.’

물론 천수강신이 성좌급인 상대의 힘을 모조리 흡수한 건 아니었지만.

일부만 하더라도, 성지한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콰직! 콰직!

성지한이 생명의 기운을 흡수할수록.

고엘프의 몸도, 더 이상 사슬을 버티질 못했다.

하나둘씩, 터져 나가는 육체.

“……허. 여기까진가.”

성지한의 목만 가져가겠다던 고엘프는.

사슬에 전신이 바스라지며, 오히려 자신이 목만 남았다.

“이번엔, 내가 패배했다고 인정하지. 그러니 힘을 거둬들여라.”

“……뭐?”

“사슬을 풀어라. 그럼, 이번 일은 넘어가지.”

그리고 목만 남은 고엘프는 태연하게.

성지한에게 자신을 해방하라고 말했다.

-??

-쟤 뭐래?

-미친 거 아냐?

-성지한 끌고 간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풀어라? ㅋㅋㅋㅋㅋ

대놓고 풀라고 요구하는 고엘프의 말에, 시청자들은 어처구니없어하는 반응을 보였다.

성지한을 끌고 가서 실험해야겠다고 한 게 몇 분 전인데.

이제 와서 저게 적반하장의 태도지?

하나 고엘프는 당당했다.

“나야 어차피, 죽어도 상관없다. 너 같은 하급 종족에게 이런 치욕을 당했으니. 돌아가도 후임에게 가면을 넘기고, 죽을 생각이니까.”

“아. 그러셔요?”

“다만, 이 가면이 부서지면…… 네놈도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도 거의 부서졌는데?”

적뢰에 잠겨, 완전히 금이 가고 있는 반가면.

‘금이 간 부위에서, 강렬한 공허의 기운이 흘러나오는군.’

성지한은 고엘프의 말이 단순한 엄포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금 갔는데도 이 정도로 공허가 흘러나오는데.

부서지면, 더 큰 난리가 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풀어 줄 수야 없지.’

스르르륵!

천수강신의 사슬이, 고엘프의 머리를 완전히 감쌌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괜히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부서지면 어떻게 될지 더 궁금해졌거든. 성좌 킬도 해야 하고.”

“성좌 킬…… 하. 하하. 그런 하찮은 것에 매달리다니. 역시 하급 종족이군…… 그래. 어디 해 보아라.”

고엘프가 비웃음을 흘리자.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슬을 조였다.

그러자.

지이이이잉……!

가면이 검게 물들더니 터져 나가며.

펑!

사슬을 완전히 밀어내며, 보랏빛의 소용돌이가 그 자리에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폭발적으로 퍼지는 공허.

=화, 화면이 보이질 않습니다!

=상대방의 가면을 부숴서 그런 걸까요?

=성지한 선수. 무사한 건지 걱정이군요……!

해설자뿐만이 아니라, 성지한 개인 채널을 보고 있던 시청자까지.

모두가 보랏빛으로 물든 화면만 보게 되었다.

그리고 외부자야 이렇게 화면만 못 보고 끝났지만.

‘……이 정도 공허가 저 작은 반가면 안에, 숨겨져 있었다고?’

성지한은 세상이 공허로 완전히 물들어 버린 걸 보면서 전율했다.

하늘과 땅, 해 와 바다가 있던 세계는.

단숨에 보랏빛 공허에 잠식되어 모든 게 녹아내린 상태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린 세계.

반가면에 봉인된 공허는, 고엘프가 그리 말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한데.

‘난 왜 멀쩡하지?’

정작 공허에 파묻힌 성지한은.

멀쩡한 상태로, 눈만 깜빡이며 서 있었다.

‘이놈들은 또 조종이 안 되고…….’

스르르륵!

타깃을 소멸시킨 천수강신의 사슬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이들은 공허의 기운에 물들어 보랏빛으로 변하는 와중에도, 힘을 잃지 않았다.

[스탯 ‘공허’가 1 오릅니다.]

오히려 대기의 공허를 흡수하여, 성지한에게 스탯을 올려 주는 사슬.

처음에는 성지한도 공짜로 스탯이 오르는 걸 반겼지만.

[스탯 ‘공허’가 3 오릅니다.]

계속 공허가 오르기 시작하자, 미간을 찌푸렸다.

‘스탯 오르는 거는 좋다만. 감당될 정도로만 올라야 하는데.’

너무 많은 공허 수치는, 플레이어를 집어삼킬 수도 있었으니까.

성지한이 사슬을 어떻게든 없애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순리를 역행하는 존재를 소멸시켰습니다.]

[‘녹색의 관리자’가 만든 봉인구를 부쉈습니다.]

[‘공허의 대행자’ 칭호가 ‘공허 집행자’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칭호가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한편.

무신의 별, 투성.

[안 되겠군…….]

뇌신과 전투를 치르고, 신왕좌에서 힘을 흡수하느라 그간 성지한의 성취를 보지 못했던 무신은.

그가 행성 개척 맵에서 고엘프를 죽이는 걸 보고는, 결단을 내렸다.

[당장 흡수한다.]

처음에는, 변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성지한이었지만.

저번에 신안으로 패배하는 미래를 보았을 때부터, 그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보여 준 힘은.

그에게 성지한을 지금 정리해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

‘이대로 놔뒀다가는, 큰 변수가 된다…… 대업을 망칠 존재가 되기 전에, 먹어치운다.’

스으윽.

그는 손가락을 뻗어, 사각형을 그렸다.

그러자, 거기에선.

그가 보고 있는 화면과 똑같은, 화면이 또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거기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지지직……!

[리그 경쟁전 맵입니다.]

[외부의 접근이 불허됩니다.]

그의 눈앞에, 배틀넷의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슥. 스슥.

무신은 이를 예상한 듯, 태연하게 경고 메시지 위에 글자를 그렸고.

[접근이 허용됩니다.]

메시지는 금방, ‘허용’으로 바뀌었다.

[이번엔, 더 흡수할 만하겠군…….]

지지지직……!

방랑하는 무신이 그렇게 담담히 말하며, 화면 안으로 손을 뻗었을 때.

쿠르르르!

갑자기 투성의 땅이 크게 뒤흔들렸다.

무신이 앉고 있는 신왕좌마저 흔들릴 정도로 강렬한 지진.

번쩍!

[접근이 불허됩니다.]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시스템 메시지는 다시 접근을 불허했다.

스으윽.

무신은 뻗은 손가락을, 다시 거둬들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겨우 저것으로 깨어났는가. 길가메시?]

그의 시선이, 북쪽을 향했다.

‘……그가 깨어났으니.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는 없겠군.’

하필 저 변수를 제거하기 전에, 그가 깨어나다니.

타이밍도 최악이군.

무신은 북쪽을 쭉 지켜보다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롱기누스. 너의 주인이 명령한다. 일어나라.]

뇌신을 박살 냈을 때, 창으로 쓰였던 롱기누스.

무신은 힘을 보충하고 있던 그를 깨워 명령했다.

[신살의 창으로, 성지한을 죽여라.]

그리고, 짧은 침묵 후.

롱기누스의 대답이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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