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84화>
성지한은 상태창의 스탯 용염을 살펴보았다.
197까지 도달한 용염 옆에는, 다른 스탯과는 달리 +마크가 있었다.
그걸 누르자.
[유니크 스탯, 적뢰와 융합을 시도하시겠습니까?]
예전에 보류해 두었던, 스탯 융합 창이 드러났다.
[스탯 ‘용염’의 수치가 적뢰에 비해 3 낮습니다.]
[스탯 융합이 실패할 확률이 미약하게 존재합니다.]
[정말로 스탯 융합을 시도하시겠습니까?]
3 차이도 차이라 그런지, 실패 확률이 있긴 있다는 시스템 메시지.
‘하자.’
하지만 성지한은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그러자.
[용염과 적뢰가 융합합니다…….]
[사용자가 지닌 기존의 능력과 연계되어, 융합 과정이 심층적으로 진행됩니다.]
[기존의 능력, ‘무혼’을 통해 ‘용염’과 ‘적뢰’를 더 효율적으로 합치고 현재 상황에 맞게 변형합니다.]
[기존의 능력, ‘공허’를 통해 두 스탯에서 적색의 관리자의 흔적을 찾아냅니다.]
여러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성지한의 눈앞에 떠올랐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적색의 관리자의 흔적이라고…….’
공허가 찾아낸 적색의 관리자의 흔적.
용염은 적색의 관리자가 드래곤 로드에게 부여한 능력이니, 그렇다 쳐도.
적뢰 같은 경우는, 뇌신에게 성지한이 개조해 주었던 능력이었는데.
이게 어떻게 적색의 관리자랑 연관이 되는지 의문점이 들었다.
‘내가 진짜 적색의 관리자랑 연관이 있나?’
이거 정말로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는 거 아냐?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일단은 일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았다.
체내에 가득 남아 있던 적뢰와, 용염의 힘이 사라지고.
치이이익!
“큭…….”
고통에 익숙한 그로서도, 아찔할 정도로 강렬한 통증이 일어나며.
성지한의 가슴팍에, 살갗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불길은 곧 한 형태로 모이면서.
초승달처럼 생긴, 붉은빛의 문양이 성지한의 가슴 중앙에 깊게 찍혔다.
그것의 크기는 손톱만큼 작았지만, 적뢰와 용염.
두 유니크 스탯의 힘이 모두 들어가고도 남았다.
그리고.
[無등급 스탯, ‘적赤’을 얻습니다.]
별의 능력이었던 무혼.
그와는 정반대로 등급이 없던 공허.
새로 추가된 스탯 적도, 공허와 마찬가지로 등급이 없었다.
[스탯 융합이 대성공합니다.]
[스탯 ‘적赤’이 1 상승합니다.]
대성공했는데도 겨우 1인가.
성지한은 처음엔 그리 생각했지만.
‘적 이거…… 능력치가 겨우 5군. 대성공이라 할 만하네.’
200과 197짜리 유니크 스탯을 두 개나 삼켜서 나타난 결과물은.
적 스탯 5였다.
4에서 1을 추가해 준 거니, 대성공의 보상이 상당하네.
‘한데 이건…… 어떻게 활용하지?’
적.
이름만 보면 적색의 관리자와 연관이 있는 고등급 능력치지만.
막상 이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에 대해서는, 단서가 없었다.
‘예전에 썼던 적뢰와 용염은 비슷하게 끌어낼 수는 있다만…….’
성지한이 손바닥을 펴자.
지지지직!
붉은 뇌전이, 그의 손에서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조금 전 사용했을 때보다, 용염이 확실하게 합쳐진 적뢰는.
비록 스탯이 200에서 적으로 합쳐져서 5로 줄었지만, 화력은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이게 끝인가?’
성지한은 의문이 들었다.
무등급 스탯 적.
그냥 용염과 적뢰를 합친 거 말고도, 쓰임새가 있을 거 같은데…….
“끝났나 보군. 그럼 이제, 다시 가겠다.”
한편, 성지한의 힘이 강해지자.
주변의 몬스터를 잡아 피를 흡수해 온 블라디미르가 그의 앞에 도착했다.
“그래. 와라.”
사실 블라디미르의 말처럼 끝났다고 하기에는, 능력 ‘적’에 대한 의문점이 많았지만.
이건 시간을 끌어 봤자, 어차피 결론이 날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아까 같은 시간 정지 상황에서, 능력을 활용해 보면 단서가 생길지도 모르지.’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슈우우우……!
롱기누스의 손에서, 혈창이 떠올랐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 아바타, 이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군.”
“알겠다.”
“이번에도 혈창의 조준을 이겨 내지 못하면, 너는 나에게 무조건 죽는다. 본신의 창은, 이보다 훨씬 강하니까.”
아바타의 것보다, 성좌 본신의 창이 강하니 이 정도는 이겨 내야 한다는 롱기누스.
성지한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그에게 손짓했다.
“걱정해 줘서 고맙군그래. 이겨 낼 테니 얼른 겨눠 봐.”
“흥. 그럼.”
뚝. 뚝…….
형태가 무너지기 시작한 롱기누스가, 창끝을 겨누고.
“이번에는, 끝까지 가지.”
스으윽.
창이 천천히 성지한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전신이 무너지며 바닥에 피를 쏟는 블라디미르.
첫 번째 창을 겨냥했을 때와는 달리.
두 번째에는 투창까지 해서 그런지, 롱기누스는 아바타를 더 이상 유지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또, 멈추었군.’
뚝.
육신은 또다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꿈틀거리는 것은, 세 가지 기운.
무혼과 공허, 거기에 가슴팍에 새겨진 적의 힘은.
완전히 멈춘 세상 속에서도, 어떻게든 움직임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
그리고.
꿈틀.
조금 전과는 달리, 미약하게 움직이는 성지한의 몸.
적의 힘이 추가되어서 그런지, 드디어 시간 정지의 완전한 구속에서는 벗어났지만.
‘이래도, 창을 피할 정도로 움직일 순 없어.’
천천히 날아오는 신살의 창을 막기란 무리였다.
적을 얻었음에도, 이게 한계인가?
‘……엔키두를 얻어도, 이거 써먹을 수가 없네.’
길가메시가 신살의 창에 대신 던지라고 가르쳐 준 엔키두 소환.
하나 이 시간 정지를 이겨 내지 못하는 이상, 엔키두 소환은 무리였다.
아바타의 창도 못 막는데, 성좌 롱기누스가 강림하면 과연 이겨 낼 수 있을까.
‘이건, 어떻게든 이겨 내야 해.’
성지한이 그렇게 현 상황의 타개책을 생각해 내고 있을 때.
피시시시…….
신살의 창이 천천히 날아오며, 끝에서 연기를 피웠다.
[타깃 조건, 일부 일치]
[소멸 코드 발현]
그러자 아까와 같이, 정체불명의 글자가 떠오른 신살의 창.
한데.
조금 전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음…….’
[타깃 정지 코드 실행 중]
피어오른 글자의 아랫줄에.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적색의 글자가 떠오른 것이다.
[명령어를 회수하시겠습니까?]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붉은 배경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 *
붉은 글자에, 붉은 배경의 시스템 창.
‘적의 능력을 얻어서, 숨겨진 코드가 드러난 건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고, 예를 누르려 했지만.
시간 정지 상태라,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하지만.
그리고.
[명령어를 회수합니다.]
의지만으로도 가능한 건지, 회수 절차에 들어간 시스템.
슈우우우……!
세 번째 줄, [타깃 정지 코드 실행 중] 문자가 창끝에서 성지한에게로 날아오며.
그의 가슴 쪽, 적의 기운이 모인 문양에 쏙 들어갔다.
그러자, 시간 정지 상태가 풀리며.
[명령어를 회수했습니다.]
[적의 수용 한도가 가득 찹니다. 명령어를 더 이상 회수할 수 없습니다.]
가슴 쪽 문양에 들어갔던 글자 일부가, 다시 튀어나와 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적의 능력치가 5밖에 안 돼서, 흡수에 한도가 있는 건가.
그래도 성지한의 몸에서 다시 튀어나온 글자는, 흡수했던 문장 중 맨 마지막 부위인 ‘실행 중’ 세 글자여서 그런지.
‘아직 움직일 수 있군.’
글자가 회수되었음에도, 성지한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타깃 정지 코드 글자, 다시 써지고 있네.’
맨 아랫줄에 다시 들어간 붉은 글씨는.
성지한이 흡수했던 앞 글자들을 다시 소환하고 있었다.
저 문장이 완성되면, 아까처럼 시간 정지에 들어서겠지.
“어디…….”
성지한은 봉황기를 꺼내, 천천히 날아오는 혈창을 향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봉염天雷鳳炎
적뢰포赤雷砲
지지지직!
조금 전 사용했을 때보다, 용염의 힘을 자연스레 머금어 훨씬 강력해진 적뢰포가 혈창을 직격했지만.
‘안 되네.’
적뢰는 혈창에 닿기도 전에,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소멸 코드가 발현되어 있는 신살의 창.
그건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걸 그냥 삭제시키고 있었다.
‘피하려고 해도, 결국 따라오고.’
휙!
경공을 극성으로 사용해서 하늘 위로 올라가도.
신살의 창은, 창끝을 성지한에게로 향한 채 천천히 날아오고 있었다.
시간 정지만 안 당하면, 창이 느리니 계속 도망치면 맞지는 않겠지만.
‘붉은 글자가 다시 완성되면, 아까 같은 꼴이 되겠지.’
시간 정지가 되면 언젠가는 창에 꽂혀 버릴 테니.
이렇게 도망만 치는 게 능사는 아니었다.
‘그걸 써 봐야겠군.’
툭.
하늘로 갔던 성지한은 다시 땅으로 착지해서.
“엔키두 소환.”
길가메시에게 배웠던 것을 사용했다.
그러자.
스르르륵!
성지한의 등 뒤로, 강철 사슬이 뻗더니.
철컥! 철컥!
그것은 한데 뭉치며, 강철갑주를 입은 존재로 변모했다.
길가메시가 소환한 것처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인간보다는 두 배 이상의 크기인, 강철거인으로.
“가라.”
휙!
성지한의 명이 떨어지자.
강철거인은 풀쩍 뛰어올라, 그의 앞을 지키듯 섰다.
점프 한 번 했을 뿐인데, 눈에 띄게 소모되는 생명의 기운.
‘지금 상태론, 이놈 소환수로 못 써먹겠네.’
엔키두가 지닌 힘은 엄청났지만, 이걸 운용하기에는 힘의 소모가 너무 심했다.
성지한은 일단은 본연의 목적대로 써먹기로 결심하고.
스윽.
엔키두의 옆쪽에 섰다.
그러자.
[타깃 조건, 완전히 일치]
[타깃 변경]
[소멸 코드 발현]
신살의 창에서 피어오르던 글자가 변형되며.
창끝이 성지한이 아닌, 엔키두를 향했다.
그러자 조금 전과는 달리,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신살의 창.
‘엔키두…… 이렇게 작동하는 거군.’
성지한은 옆에서 이를 지켜보다가.
이번에는 타깃이 안 돼서 그런지, 자신이 시간 정지의 대상이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육신을 지켜보다가.
‘타깃팅 변하는 건 확인했으니, 맞아 봐야지.’
스윽!
창이 엔키두를 꿰뚫기 전에, 그 앞으로 몸을 던졌다.
어차피 여기는 현실이 아닌, 게임 속.
신살의 창에 의해 죽는 경험은 저번에도 해 보았지만.
한 번 더 맞아서 경험치를 늘려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푹!
“와…….”
혈창은 성지한을 찌르기 직전.
위쪽으로 휘면서, 그가 아닌 엔키두만 꿰뚫고는 사라졌다.
타깃만 정확하게 없애는 혈창.
‘길가메시가 신살의 창과 상대할 때 쓰라며 가르쳐 준 이유가 있군.’
죽고 싶어도 못 죽게 하다니.
엔키두는 신살의 창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정말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혈창마저 사라지고 나자.
=어…….
=화, 화면이 다시 보입니다!
=근데 2경기…… 끝났네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허. 참. 블라디미르 선수만 나오면 이러는군요……!
2경기가 끝이 났다.
***
[러시아 전, 3:0으로 승리하다.]
[대한민국 대표팀, 챔피언스 리그 조 1위로 진출!]
[또다시 성좌가 강림한 블라디미르. ‘말 안 들었다고, 이제는 강림 안 하신답니다.’면서 울상을 지어.]
[여전히 압도적인 성지한. 그리고 눈에 띄게 강해진 윤세진. 한국 대표팀, 우승 후보 0순위로 등극하다!]
러시아 전을 3:0으로 이기며, 월드 챔피언스 리그에 조 1위로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대표팀.
비록 스페이스 리그 때문에 위상이 예전보다는 떨어진 챔피언스 리그였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전력으로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정 지은 탓인지, 대한민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삼촌. 어디 가?”
“수련해야지.”
“으 수련귀신…… 1위로 진출 확정 기념 파티한다는데? 오늘은 쉬지그래?”
아무리 그래도, 오늘 같은 날에도 수련하다니.
윤세아는 숨 좀 돌리라며, 수련한다는 성지한을 붙잡았다.
특별한 날이니, 하루쯤은 조카의 부탁을 받아 줄 만도 했지만.
“잠깐만 갔다 올게.”
지구로 돌아오자마자, 떠오른 메시지 때문에, 성지한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스탯 ‘적’을 확실히 흡수하여, 은폐하세요.]
[은폐가 실패할 시, 적색의 관리자 자리를 노리는 대성좌들이 당신을 감지합니다.]
[남은 시간 24:00:00]
성지한은 손을 흔들고는, 공허의 수련장으로 바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