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291화 (29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91화>

[배틀넷 커뮤니티에 접속합니다.]

[사용자에 맞게 UI가 자동으로 편집됩니다.]

지이잉.

메시지가 사라지자, 성지한의 눈앞에 화면이 떠올랐다.

‘인터넷의 게시판이랑 비슷하게 생겼군.’

사용자에 맞게 편집되었다고 하더니, 성지한에게 익숙한 형태로 떠오른 게시판.

[현재 접속 가능한 게시판은 일반회원 게시판입니다.]

성지한은 그곳에 들어가 보았다.

-NO.339 주홍 날개 용족에게 베팅을 추천하는 이유 (1)

-배틀넷은 베팅 사이트 수수료를 감면해야 한다!

-이 새끼들한테는 베팅하지 마라. 내 GP를 털어 간 종족 TOP 5

-이번 주 최고의 역베팅은?

‘뭔 죄다 베팅 이야기밖에 없네.’

혹시나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있을까 해서 들어가 봤는데.

신입회원 게시판은 죄다 베팅 관련 이야기밖에 없었다.

글을 눌러 봐도, 죄다 어느 종족에 베팅하는 게 좋다는 식의 내용 천지.

성지한은 도박 사이트나 다름없는 일반회원 게시판을 끌까 하다가.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글 제목을 발견했다.

-커뮤니티 신입입니다. 왜 여기는 죄다 베팅 이야기밖에 없어요? 실버 리그로 올라와서 커뮤니티 기능 해제돼서 기대했는데 영 실망이네요. 페이지를 쭉 넘겨도 뭔 죄다 베팅 이야기인지; 거기에 한 번 글 쓰는데 뭔 1억 GP나 드나요?

└ 일반회원 게시판이 원래 이럼

└ 1억 GP 제한 없으면 광고로 도배될걸?

└ 성좌 후보 이상만 갈 수 있는 정식회원 게시판은 가야 쓸 만해요

└ 거기도 쓸모없음. 돌아다니는 정보 반 이상이 구라라…….

└ 그래도 여기보단 나아 거기가. 다들 한 번 검증된 플레이어들이라.

글을 클릭하자, 여기에 달린 댓글은 일반회원 게시판에 대해 혹평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성지한은 그 글 외에도 게시판의 페이지를 넘기며 내용을 쭉 살폈다.

아까의 글처럼, 죄다 베팅 관련 내용밖에 없는 게시판.

‘여기선 건질 게 없겠군. 성좌 후보가 돼서 정식회원 게시판을 가야겠어.’

성지한은 커뮤니티 기능을 바로 끌까 하다가, 게시판 맨 위의 돋보기 버튼을 발견했다.

종료하기 전에, 한 번 검색이나 해 봐야겠군.

[검색 기능을 활용하시겠습니까?]

[100만 GP가 소모됩니다.]

‘검색도 돈을 받네.’

게시판 활용하는 데도 GP를 수금하다니.

성지한은 배틀넷 커뮤니티가 악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검색 기능을 활성화했다.

‘회원권 때문에 정체가 가려졌으니, 내 이름은 없겠고.’

성지한은 뭘 찾아볼까 고민하다가, NO.4212 인류를 검색했다.

그러자, 다른 글들과 다르게 하나의 글만 검색되었다.

-올해 가장 주목되는 브론즈 리그 후보.

새로운 리그는 언제나 변수가 넘쳐서 승부가 예측 외로 갈리고, 여기서 대박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신참자끼리 모인 브론즈 리그는 더욱 배당률이 요동치죠.

이번에 새로 열린 브론즈 리그 중, 세계수 엘프 5팀이 들어간 브론즈 리그가 있습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은 여긴 볼 것도 없겠다고 생각해서 분석조차 않았는데…….

놀랍게도 NO.4212 인류라는 최하급 종족이 약진해서 전문가들의 관심을 사고 있습니다.

이제 신참자 리그에 베팅이 가능한 시기가 오면, 이곳 리그와 인류는 지켜볼 만합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엔, NO.4212가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아요.

베팅 한 번 크게 들어가 보렵니다.

└ 신참자 리그에서 대박이 많이 나오지.

└ 근데 그건 세계수 엘프 없을 때 그런 거 아닌가요? 저긴 5팀이나 있는데…… 결국엔 엘프들이 1-5위 다 먹지 않을까요?

└ 근데 세계수 엘프 저 새끼들은 아직도 브론즈 리그에서 저럽니까?

└ 아직도라니 영원히 저럴 거 같은데.

└ 배틀넷은 왜 제재 안 하죠? 저희도 세계수 엘프에게 당하고 엄청 고생했는데.

└ 저희 성좌님이 매번 신고하셨는데 배틀넷에선 접수했다고만 알려 준대요.

└ 관리자가 세계수 연합 빽이잖아. 배틀넷이랑 이 새끼들 다 한통속이야 ㅡㅡ

인류 이야기로 시작해서, 세계수 엘프 성토로 끝나는 플레이어들의 반응.

자기네 리그에는 세계수 엘프 팀이 1, 2 정도밖에 없어서 다행히 승급했지.

인류가 속한 브론즈 리그에서는, 세계수 엘프 때문에 절대 승급이 불가능할 거란 평가가 많았다.

└ 그래도 안전 자산 세계수 연합에 걸까.

└ 세계수 연합은 어차피 지들이 베팅 크게 해서, 배당 거의 없던데요.

└ 1, 2퍼센트라도 먹는 게 중요하지.

그래도 세계수 엘프에 대해 비난하던 플레이어들도.

막상 돈 어디다 베팅할 거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세계수 엘프 쪽의 손을 들어 주고 있었다.

아무리 인류라는 종족이 변수가 되었다 한들.

결국에는 악랄한 세계수 엘프가 이길 거라고 믿는 분위기였다.

‘종족 베팅이 가능해지면, 인류에 거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군.’

성지한은 그렇게 플레이어들의 여론과는 반대로 생각하면서, 게시판을 끄려 했다.

그렇게 그가 X 버튼을 누르자.

[GP 대출은 세계수 연합에게! SSS급 기프트 플레이어를 맡기면 이자율이 대폭 줄어듭니다!]

게시판이 꺼지기 전, 팝업 창으로 광고가 튀어나왔다.

‘이놈들…… 대출까지 하고 있었어?’

고리대금업까지, 정말 안 하는 게 없는 세계수 연합.

거기에 SSS급 기프트 플레이어는 왜 맡기란 거야?

성지한은 질린 표정으로 광고를 끄려고 했지만.

[상담만 한번 받아 보시겠습니까?]

[혹시 저희의 소문 때문에 걱정하는 당신! 걱정하지 마세요! 아바타만 소환되니까요!]

X를 눌러도 메시지가 질리지 않고 튀어나왔다.

“아, 진짜 미친놈들인가.”

“……삼촌? 뭘 봐.”

“아 미안. 커뮤니티 끄려는데 광고가 계속 떠서.”

“그래? 배틀넷도 우리랑 별반 다르지 않네.”

“아니, 인간 사이트보다 악독해.”

아니오를 9번 눌렀는데도 꺼지질 않는 대출 광고.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또다시 손가락을 관성적으로 아니오에 가져갔지만.

[상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뭣?”

갑자기 상담에 응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바라보니, 소환 메시지의 예와 아니오 버튼이 뒤바뀌어 있었다.

‘뭐 이런 놈들이…….’

성지한이 어처구니없어하는 사이.

[소환에 응했습니다.]

[아바타가 ‘대출창구’로 소환됩니다.]

번쩍!

눈앞에 빛이 터져 나가며, 세상이 뒤바뀌었다.

*   *   *

세계수 연합의 대출창구.

그곳은 겉보기에는, 녹음이 우거진 평화로운 숲속 공간이었다.

다만.

번쩍!

그 안에 소환된 이들은, 하나같이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강대한 존재들이었다.

“아, 이 미친 새끼들이 진짜!!”

악어머리의 거대괴수는 쌍욕을 내뱉으며, 발로 나무를 걷어찼다.

우지끈!

그러자 한 방에 와르르 부서지는 숲의 일부.

“어이, 왜 그래. 진정해.”

“진정? 진정하게 생겼소? 이 미친놈들, 메시지를 대체 몇 번을 보내는 거요?”

“자네 신참자구만. 오른쪽 9번 왼쪽 1번 룰을 모르다니.”

“……그게 뭐요?”

“왼쪽으로 뒤바뀐 10번째 아니오만 잘 찾아서 눌렀으면 소환 안 당했을 거야.”

“하, 그러니까 말이오. 이 망할 놈들이 날 농락해?!”

빠드드득.

악어머리는 주변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화가 치솟았는지, 또 난동을 부렸다.

‘저 악어, 나같이 소환된 놈인가 보군.’

성지한도 대출창구로 소환되었을 때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악어머리가 저렇게 대신 분통을 터뜨리며 난동을 부리니, 조금이나마 속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여기선 굳이 같이해서 주목을 살 필요는 없겠지.

그때.

풀밭에 누워 있던 거인이 여유로운 태도로 악어머리에게 충고했다.

“그만하는 게 나을걸? 그거 나무 잘못 부수다간 세계수 연합 쪽에서 위자료 청구한다고.”

“위자료? 강제로 끌고 와선 위자료?”

“세상이 그런 걸 어찌하겠나. 거기에 나중에는 여기로 오고 싶어서 안달 날 걸? 굳이 밉보일 필요가 없어.”

“……여길 왜 오고 싶어 한단 말이오?”

“과일이 맛있거든.”

악어괴수는 어처구니가 없단 눈으로 거인을 쳐다보았다.

과일이 맛있다고 이딴 곳에 와?

“당신, 세계수 연합 끄나풀이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

“끄나풀이었으면 좋겠군그래. 그럼 계속 과일 먹을 수 있으니까.”

“하.”

악어머리가 거인에게 시선을 돌리고, 다시 나무를 부수려 할 때.

짝. 짝.

“환영합니다. 고객님.”

악어괴수의 뒤편에, 반가면을 쓴 엘프가 기척도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거. 그때 고엘프의 가면인가…….’

예전에 뇌신과 공멸한 고엘프와 비슷한 형태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사내.

하나 가면을 빼고는, 모습이 그와는 매우 달랐다.

딱딱한 인상의 저번 고엘프에 비하면, 계속 생글생글 웃음을 짓고 있는 남자 엘프는.

“이 자식……! 네놈이 책임자냐? 그딴 광고를 내서 날 여기에 소환하다니…… 당장 여기서 날 내보내라!”

악어머리가 고성을 지르며 화를 내자, 그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도 그러한 광고 방식은 너무 악의적이라는 데 대해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희 같은 말단은 중앙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법이라서…… 한 번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해? 됐고 당장 원래 세계로 보내!”

“정말로 상담받지 않으시겠습니까? 상담을 받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은품이 당신에게 주어질 거랍니다.”

“사은품 같은 소리 하네. 이 사기꾼들아. 당장 안 보내?”

사은품에 넘어가지 않는 악어머리.

반가면을 쓴 엘프는 그 말에 웃음 짓더니,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시길.”

딱!

그러자 대번에 사라진 악어머리의 육신.

‘그 광고 방식으로 소환한 거치고는, 미련 없이 풀어 주네.’

성지한은 그 모습을 보며 자기도 나갈까 했지만.

“쯧쯧. 저 친구 불쌍하구만.”

“여기까지 왔는데 적어도 한 번은 사은품 받아야지.”

“일반회원 게시판에는 사은품에 대해 별 내용이 없나 보지?”

“거기야 그냥 베팅 이야기만 나오잖아.”

다른 플레이어들이 서로 떠드는 소리를 듣고는 대체 그 ‘사은품’이 뭔지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

하나하나가 언뜻 보아도, 실력이 출중해 보이는 플레이어들.

각자의 세계에서 절대자로 군림할 그들이, 사은품에 얽매이는 게 특이했던 것이다.

‘사은품이 뭔지나 한번 봐야겠군.’

성지한은 처음 소환되었을 때의 화를 완전히 가라앉히고.

가라앉은 눈으로 상황 전개를 지켜보았다.

“자. 그럼 많이들 오셨으니, 대출상담 진행하겠습니다. 그 전에, 입가심을 먼저 하시죠.”

짝! 짝!

남자 엘프가 박수를 치자.

숲속에서 똑같이 생긴 엘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쟁반 위, 초록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포도를 든 채.

“오. 왔다!”

“오늘은 포도군!”

“이번엔 과연 스탯이 오르려나?”

“자넨 몇 번 먹었는데?”

“이번이 7번째네.”

과일을 보고는 몸을 일으키는 거인.

하늘에서는 거대한 새가 내려오고.

땅에서는 머리 세 개의 뱀이 꿈틀거리며 튀어나왔다.

다들 한가닥 하는 플레이어들이, 포도를 보고는 먹겠다면서 눈이 돌아간 상황.

‘저거 먹으면 스탯이 오른다고…….’

성지한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가만히 대기하고 있을 때.

“고객님.”

엘프 한 명이 웃는 얼굴로 다가와, 성지한에게 거대 포도가 든 쟁반을 내려 주었다.

“먼저 드시고, 저희랑 대출상담 진행하실게요.”

“이게 사은품인가?”

“아뇨. 사은품은 또 따로 있답니다.”

“흠.”

사람 귀찮게 했던 광고치고는, 괜찮은 건가.

성지한은 자기 머리만 한 포도알을 하나 뗐다.

그러자, 그에게 맞게 크기가 작아지는 포도알.

‘독은 없는 거 같군.’

성지한은 포도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거인이 말한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천상의 맛이 느껴지면서 포도가 입에서 녹아내렸다.

‘맛있군. 과일을 기다리는 이유가 있었네.’

하나 맛은 있어도, 스탯이 오르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

성지한은 주의를 늦추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포도를 입에 넣었다.

그렇게 쟁반에 가져온 포도를 다 먹고 나자.

‘호오…….’

체내에 보관하고 있던, 생명의 기운이 조금 늘었다.

그 양은 비록 미약했지만, 이렇게 과일 먹는 것만으로도 오르다니.

‘별 이상 없으면, 자주 와야겠는데.’

대출창구에 대해 처음으로 호의적인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다 드셨군요. 그럼 지금부터 상담 진행하실까요?”

옆에서 쟁반을 들고 있던 엘프가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그래. 온 김에 사은품도 챙기자.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

“아. 잠깐.”

가면의 엘프가 웃는 얼굴로, 그에게로 다가왔다.

“이분은 제가 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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