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296화 (29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96화>

-0…… 0이 몇 개야?

-천억 GP?

-와 셀레스티얼 큐브? 저게 뭐라고 ㄷㄷ

-외계 회장님 엄청 큰손이셨네…….

웬만한 금액 후원 가지고는 꿈쩍도 안 하던 시청자들이었지만.

이번에 외계에서 들어온 후원은 차원이 달랐다.

최근 GP 환율은 1GP당 2달러 부근.

1천억 GP는, 최소 2천억 달러나 마찬가지였다.

‘환락의 궁전 초대권이 1천억 GP였는데…… 이게 뭐라고 정보료를 지급하지?’

성지한은 손바닥 위에 있는 셀레스티얼 큐브를 바라보았다.

손 위에 쑥 올라가는, 작은 크기의 정육면체.

순백으로 빛나는 이 아이템은, 딱히 메시지 같은 게 뜨지는 않고 있었다.

“이거, 어디에 쓰이는 거지?”

[셀레스티얼 큐브는 종에게 설정된 진화 한계를 늘린다.]

“진화 한계라…… 그게 무슨 의미인가?”

[진화란 원래, 종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행위. 생물에게 있어서 사실 그건 변화라고 보는 것이 옳다. 덩치가 큰 생명체가 환경에 의해 줄어들 듯이. 하나 배틀넷에서의 진화는 다르다.]

“어떻게?”

[배틀넷에 참가한 모든 종은, 게임의 보상에 따라 자신들을 발전시킬 수 있지…… 너희에게도 이런 경험, 있지 않던가?]

‘행성 개척 때, 보상 같은 걸 말하는 건가.’

인류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갔던 행성 개척 맵의 자원 채취.

이때의 보상이 인류에게 끼쳤던 영향은 엄청나서, 전문가들은 사람의 평균 수명이 몇 년은 더 늘 거라고 예측했다.

그래서 배틀넷의 헤비 팬층은 스페이스 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으로 세계수 엘프와의 첫 경기를 뽑았지만.

라이트한 팬층은 자신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갔던, ‘행성 개척’ 게임을 뽑는 사람이 많았다.

-행성 개척 때 진짜 많이 건강해졌지. 피부에 여드름 엄청 사라짐 ㅎㅎ

-그때 나 출근하던 피부과는 파리 날리게 돼 버려서 나 짤렸음…… 사람들 환불 러쉬 엄청나더라.

-헐, 우린 환불 안 받아 주던데 단순 변심이라고 ㅡㅡ

-아버지 수술도 저 때였는데 덕분에 잘 받고 지금 건강하십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각자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감사 메시지를 올리기 시작하는 시청자들.

그만큼 행성 개척 때의 일은, 배틀넷이 인류에게 유용할 수도 있다는 걸 체감시켜 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행성 개척 맵에서 자원을 얻고, 사람들이 건강해졌다고는 하더군.”

[배틀넷을 하다 보면 그런 기회는 꾸준히 찾아온다. 그래서 배틀넷에서 오래 버틴 종족들은 다들 수명이 늘고, 전투에 걸맞은 육체로 진화하지…… 하나, 이 혜택에는 한계가 있지.]

“그게 아까 말했던 진화 한계인가?”

[그렇다. 종족 전체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이건 계속 중첩할 수가 없다. 언젠가는 ‘진화 한계’에 도달하지. 이 한계는 모든 종족에게 주어지는 설정값이 다르나.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종족의 ‘급’에 비례한다. 너희는 최하급일 테니, 진화 한계도 그만큼 빨리 찾아오겠지.]

-거참 최하급 종족 서러워서 살겠나 ㅡㅡ 한계도 낮네.

-지구에서는 만물의 영장인 인류가 외계 나가니 치이고 사는구만 ㅠㅠ

-꼴찌 조인족에게도 패배했자너…….

최하급이면 한계도 일반적으로는 최하급인가.

성지한은 가만히 셀레스티얼 큐브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배틀넷에서 빠져나올 건데, 굳이 이걸 인류에게 쓸 필요가 있나.’

아무리 봐도, 배틀넷에 고일 대로 고인 종족에게나 쓸모가 있어 보이는 셀레스티얼 큐브.

인류처럼 이 세계에서 탈주하는 게 목적인 종족은, 아무리 최하급이라고 해도 진화 한계치까지는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애초에 저번 생에서도, 행성 개척 맵 같이 종족 전체에 보너스를 주는 옵션은 없었으니.

특수한 맵이 아니고서야, 그런 기회를 맞이하긴 힘들겠지.

“이거, 다른 쓸모는 없고? 팔수는 없냐?”

[없다. 사고 싶어도 얻는 순간 종족에게 귀속되는 아이템이지. 이제 금방, 저절로 사용될 거다.]

“저절로 써져?”

뭐 이런 제멋대로인 아이템이 다 있어.

그냥 셀레스티얼 큐브는, 직접 써먹기보다는 정보료로 만족해야 하나?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지이이잉……!

새하얀 큐브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사용되었군. 인류여, 한계가 늘어난 것을 축하하지.]

어차피 도달할 수도 없을 것 같은 한곈데, 그게 늘어 봤자 뭔 소용이라고.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큐브가 사라지는 걸 지켜보았지만.

[배틀넷의 진화 한계가 설정되지 않은 종족입니다.]

[셀레스티얼 큐브 사용이 중지됩니다.]

뚝.

셀레스티얼 큐브에서 이러한 기계음이 울려 퍼지더니, 빛이 멎었다.

*   *   *

‘진화 한계가 설정되어 있지 않아?’

최하급 종족이면, 그만큼 한계도 낮다고 하더니.

이건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메시지가 아닌, 음성이 나와서 그런지 모두가 들어 버린 인류의 한계치에.

시청자들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응? 최하급은 한계도 최하급인 거 아니었어?

-인류…… 사실은 대단할지도?

-이러면 우리 계속 진화할 수 있는 거임?

-와…… 그럼 배틀넷에서 계속 알 박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한계 없는 인류…… 좋아. 배틀넷에서 버텨서, 신이 되는 거다!

-신은 무슨ㅋㅋㅋㅋ 성지한 없으면 꼴찌한테 처발리는 게 현주소구만

-그러니까 더더욱 성지한 있을 때 꿀 빨아야지!

이번에 행성 개척으로 얻은 보너스도 엄청났는데.

이런 게 계속 중첩되면, 신적 존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하급에서 벗어나 중급 종족 정도까지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행성 개척 때 워낙 효능을 체감한 사람들은, 그렇게 배틀넷 잔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뭣…… 한계가 없다고?]

옥타인은 깜짝 놀란 채,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거에 대해 뭐 할 말 없냐.”

정보를 제공한다더니, 벙어리가 된 그에게 성지한은 한마디 했지만.

[데이터에 없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설프게 코멘트하지 않는다…….]

“이런 일, 별로 없나 보지?”

[별로? 아예 없다. 전설적인 투자자, 나 옥타인의 데이터에도…… 이런 케이스는 풍문으로도 들려온 적이 없었다…… 다만. 한계가 없다는 건 결코 좋은 것이 아니지.]

“그런가.”

[그렇다. 이는, 원래라면 있을 수가 없는 일. 배틀넷은 이러한 일탈을 결코 두고 보지 않지…….]

“일탈이라. 세계수 엘프 놈들은 별짓 다 하던데?”

[그들은 힘 있는 자고…… 너희는 힘없는 자이지 않은가.]

관리자를 뒷배로 둔 세계수 엘프와, 그런 거 없는 인류.

둘 중 누가 먼저 배틀넷에서 칼을 댈지는 뻔했다.

“그런 거치고는 배틀넷에서 별 액션이 없는데.”

[원인을 파악 중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언제가 되었든, 이 버그는 결국 ‘수정’될 것이다.]

“흠…….”

[블루칩이여. 지분 투자 제안은 철회하겠다. 그러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구나.]

“어차피 지분은 할 생각도 없었다.”

[정보도 결정적인 것을 주기에는 내가 위험하겠군…….]

-뭐임. 빼는 거임?

-실망이네, 대표님 ㅡㅡ

-지분이야 그렇다 쳐도, 정보는 왜 안 줘?

-인류랑 엮이려는 걸 피하는 거 아니냐 이거 ㅋㅋㅋ

-아니, 우리가 뭔 잘못이냐구요!

전폭적으로 투자하려고 할 땐 언제고.

인류의 진화 한계 상태를 듣자마자, 발을 빼려 하는 옥타인.

그는 메시지를 보냈다.

[가기 전에 한 가지만 알려 주지. 길드 미션에서 고득점을 얻으려면, 길드원들이 골고루 스코어를 획득해야 한다. 혼자서 다 하려 하지 마라…… 혼자서는, 20라운드를 깨지 못한다.]

“그래. 잘 가라.”

[너희가 ‘수정’되기 전까지, 종종 베팅은 하지…….]

그걸 마지막으로, 옥타인의 메시지가 끊겼다.

‘손절하는 건 투자사 대표답게 빠르군.’

GP도 많이 주고, 정보도 나름 쏠쏠한 외계의 시청자였는데.

이렇게 가니 아쉽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셀레스티얼 큐브를 바라보았다.

인류에게 적용되지 않아서,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는 아이템.

‘한번 아르트무에게 가져가 볼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셀레스티얼 큐브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그렇게 일이 마무리될 무렵.

[정비 기간이 끝납니다.]

[11라운드가 시작됩니다.]

북벽을 향한 존재의 침공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 이거 디펜스였지? 라운드가 멈춰 서 잠시 까먹었네.”

“하긴 성지한님이 이종족들을 제압하느라 여기저기 가셔서. 인베이드로 착각했어.”

“근데 저희…… 같이 북벽을 막아야 할 종족들이 다 사라진 상태 아닌가요?”

“그러네요?”

원래는 이종족과 같이 방어해야 할 북벽의 길드 미션.

하지만 길드 심볼을 강화하느라, 이미 성지한이 이종족은 죄다 전멸시킨 상태였다.

하지만.

[북벽 – 12구역에 남은 종족이 ‘인류’ 하나입니다. 난이도가 보정됩니다.]

이 메시지가 뜨고.

슈우우우우……!

한없이 넓어졌던 성벽이, 다시 축소되었다.

인류가 막기에는 터무니없는 사이즈였던 성벽은.

10라운드 때까지 막았던 성벽만큼 작아지진 않았어도, 이제 인간 눈에 들어올 만한 스케일로 변했다.

“오……!”

“이러면 완전히 이득인데?”

그리고.

스으으윽……!

성벽 너머에, 새하얀 안개가 피더니.

거대한 크기의 영체가 무더기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은 각자 각양각색이었지만.

“어…… 쟤들 아까 죽은 이종족들 아냐?”

“벌써 유령으로 나오네.”

성지한의 손에 죽었던, 이종족들과 매우 닮아 있었다.

“3퍼센트의 힘이 공유되어 있으니, 저는 위험할 때만 나서겠습니다.”

셀레스티얼 큐브가 되기 전, 10강까지 올랐던 길드 심볼.

능력 공유 버프는 최초 1퍼센트에서, 3퍼센트까지 올라 있었다.

이것은 심볼이 셀레스티얼 큐브로 변환된 후에도 유지가 되어서.

플레이어들을 초강화시켜 주고 있었다.

“네!”

“맡겨 주십시오!”

“안 그래도 근질근질했습니다!”

성지한의 능력 3퍼센트를 공유받고, 힘을 한 번도 쓰지 못했던 랭커들.

그들은 이걸 써먹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성지한이 팔짱을 끼며 지켜보는 동안.

“와. 삼촌, 이거 봐! 보이드 애로우가 미사일이 됐어!”

“검기가 이렇게까지도 뻗어 나갈 수 있구나…….”

랭커들은 3퍼센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윤세아는 거대한 크기로 변한 보이드 애로우로 유령 무리를 단번에 찢어 버렸고.

검왕은 마치 성지한이 삼재검법을 사용했을 때처럼, 검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천지를 갈랐다.

“이런. 축구공, 터져 버렸네…….”

마시드처럼, 강력한 힘을 주체하지 못해 자신의 무기가 부서지는 케이스도 간혹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압도적인 힘으로, 성벽을 방어하고 있었다.

-이게…… 진짜 인류?

-아니 성지한 저력이 어느 정도야 대체? 이게 3퍼센트라고?

-랭커들 미친 듯이 세졌는데?

-와, 진짜 그랜드 마스터와 브론즈 차이라는 게 빈말이 아니었구나.

-성지한 토템 효과 죽이네. 이러다 쭉 팔짱만 끼고 있어도 될 듯 ㅋㅋㅋ

시청자들이 놀랄 정도로 강력해진 랭커들.

[11라운드를 클리어했습니다.]

그들은 성지한이 나서지 않아도, 계속해서 라운드를 클리어 해 나갔다.

[19라운드를 클리어했습니다.]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합니다.]

그리고 길드 미션은 어느덧, 마지막을 향했다.

*   *   *

한편.

무신의 별, 투성.

“한계가 없다니…… 인류가?”

힘을 회복하는 동안.

성지한의 채널을 지켜보던 롱기누스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배틀넷 세계에서 손꼽히게 약한 종족, 인류.

한데 이 종족에 한계가 설정되어 있지 않다니.

성좌에 오른 그로서도, 이 사실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때.

“내가 보던 걸 보고 있었군. 롱기누스.”

롱기누스의 구역에, 길가메시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길가메시? 어쩐 일이지?”

“힘의 회복은 어찌 되었나.”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얼마나?”

“확실히는 모른다. 몇 개월은 걸리겠지. 어쩌면, 1년 가까이 걸릴 수도 있고.”

속을 알 수 없는 길가메시의 물음에, 롱기누스는 두루뭉술하게 대꾸했다.

“1년까지라…… 그러다가 그가 성좌 후보자가 되면, 건드리지 못할 텐데.”

“성좌 후보자를 건드릴 시, 페널티 때문에 그런가? 어차피 그건 내가 감수하면 될 문제다.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닐 텐데.”

“아니, 이제는 너만 페널티를 감수하는 게 아니라서 문제다. 저놈이 아까 사고를 쳤거든.”

“설마 인류의 한계가 없다는 게 밝혀진 걸 말하는 건가?”

“맞아.”

“……그것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군.”

길가메시는 롱기누스의 물음에 그저 웃음만 지은 채, 대답하질 않았다.

대신.

“네 힘의 회복, 내가 도와주지.”

“뭣…….”

“그가 성좌 후보자가 되기 전에, 네가 강림할 수 있도록.”

롱기누스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