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306화 (30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06화>

성지한이 전력을 다해 쓴 것은 단지 한 글자.

하나 이의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황금의 천장은 순식간에 빛을 잃더니.

금방 검은 공간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아니……!”

사라지는 건 글자가 쓰인 천장뿐만이 아니었다.

롱기누스를 묶고 있던 황금의 사슬.

이 층의 벽면과 바닥 모두가.

소멸이 전염되듯, 순식간에 검은 공간으로 변해 갔다.

“이, 이 힘은…… 신살의 창이 지닌, 소멸의 힘인가? 어떻게 이걸 벌써…….”

놀란 표정으로 사라지는 공간을 바라보는 길가메시.

그는 지지할 곳이 없는 발 쪽을, 쌍검을 띄워 대신 서며.

성지한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 옥상으로 올라가려 했는데, 없네?”

“내 질문에 대답하라!”

“내가 왜?”

성지한은 발끈하는 길가메시를 비웃으며, 위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사라진 천장 위쪽에는.

그가 예전에 보았던, 투성의 하늘이 떠 있었다.

우주와 닮은 어둠 속에서, 성좌의 무구가 별처럼 떠 있던 그 세계처럼.

하늘 위에는 수많은 무기가 떠 있었지만, 실제의 투성처럼 성좌의 힘 같은 것이 저기서 느껴지진 않았다.

아무래도 여기는 가상 세계이니, 성좌의 힘까지 구현하진 않았겠지.

“애초에 이곳이 이 탑의 최상층이었군.”

“…….”

“태초의 보물은 뭐냐?”

던전 맵 투성.

이 맵의 승리 조건은, 탑의 끝까지 올라가 태초의 보물을 먼저 차지하는 것이었다.

최상층은 이미 도달했으니.

이제 태초의 보물만 차지하면, 5경기는 승리할 터.

성지한의 물음에 대꾸한 건.

[신살의 창의 힘을 어떻게 쓴 거지…… 이 질문에 답하면, 내가 알려 주겠다.]

핏빛의 강철 거인 상태로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롱기누스였다.

“네가 알긴 하냐?”

[안다. 혹여나 내가 알고 있는 물건이 ‘태초의 보물’이 아니라면, 지구에 강림했을 때 널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약속이라.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이놈들 말을 어떻게 믿냐?

“난 너처럼 허락 안 받아도 힘을 쓸 수 있어서. 연구 좀 했지. 저번에 네게 신살의 창에 찔린 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핵심은 뺀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말했다.

[그때의 연구가 벌써 결실을 맺었다고…… 이 짧은 시간 동안?]

“그래.”

[도저히 믿을 수 없군…….]

“믿지 마, 그럼.”

[……그래. 도무지 믿기 힘들다. 날 풀어라, 길가메시. 녀석과 싸워서 저 공격을 받아 봐야겠다.]

그러자, 태초의 보물에 관해 이야기하기는커녕, 성지한과 싸우겠다고 나서는 롱기누스.

하나 길가메시는 그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늦었다.”

[뭐? 왜?]

“그의 힘은, 탑 전체를 직격했어. 이 상태로는 이 가상 공간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그러면서 길가메시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그쪽에는, 치솟았던 황금의 탑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보이고 있었다.

[아니…… 천장에 쓰인 문양 하나로?]

“그게 소멸의 권능이 지닌 힘이다.”

[……하.]

스으으으…….

롱기누스의 한숨과 함께, 그를 묶은 사슬이 풀리자.

강철 거인의 몸도, 서서히 투명해지더니 사라졌다.

그를 속박했지만, 이 공간에서 존재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던 사슬.

그게 사라지자, 롱기누스의 존재도 여기서 저절로 추방된 것이다.

그리고.

황금의 사슬과 롱기누스가 모두 사라진 곳에서.

스으으으…….

새하얀 붕대를 칭칭 감은 거대 구체가 떠올랐다.

“태초의 보물은 저기 있다.”

“저게?”

“그래. 저것의 주인이 되면, 네가 우승하겠지. 한국 대표팀은 우승할 테고. 다만, 네가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승리는 미국에게 돌아갈 거다.”

성지한은 그 말에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생존자가 없는데?”

“없다니.”

그 말에 길가메시는 거대 구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휘리리릭……!

그러자, 그 안에서 뻗어 나오는 무언가.

처음에는 이것이 길가메시가 사용하던, 황금의 사슬인 줄 알았지만.

=어…… 뭡니까, 이거. 사람이 꼬여 있습니다…… 맨 끝에는 얼굴만, 제대로 드러났구요.

=이, 이 사람. 마이클입니다! 아까 황금의 사슬로 변해 사라졌었는데요……!

=전사 처리가 되지 않아 의아했는데, 여기 있었습니까?!

구체에서 나온 것은, 머리만 온전한 채.

온몸이 비틀린 인간 밧줄이었다.

-아, 게임 한국 승으로 끝난 줄 알았더니 저거 뭐냐.

-밧줄에 목만 붙어 있는 거 같네 그냥.

-줄 자세히 보면 뭔가 살이 꿈틀거리는 느낌이긴 함…… 확대하면 뭔가 더 보이는 거 같고…….

-아 좀 그런 거 자세히 보지 말라구요 ㅡㅡ;

-표정도 무슨 마약한 얼굴 같네. 왜 이렇게 황홀해 함;

그렇게 인간 밧줄로 나온 건, 마이클뿐만이 아니었다.

“으…….”

“헤…….”

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대표팀 선수들도, 넋을 잃은 얼굴로 목만 남은 채 밧줄이 되어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대표팀은 모두 살아남았지. 오히려 너희 한국 대표팀이 두 명이 로그아웃한 덕분에, 수적으로는 불리하다.”

“저렇게 밧줄이 된 것도 생존자냐?”

“당연하지. 오히려 저들은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생명력에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스윽.

그러며 길가메시는 손을 들었다.

“아이야. 저것을 취하면 게임은 끝난다. 하지만, 네가 보아도 저것은 수상쩍지 않느냐?”

“그래, 함정이라면 너무 1차원적이라 할 정도로. 만지고 싶지 않게 생겼군.”

“아까 내 질문에 대답하면, 내가 잘 가공해서 주도록 하겠다.”

“뭐, 소멸의 힘?”

“그래.”

“아까 롱기누스에게 한 이야기가 전부인데.”

알맹이 없는 성지한의 말에, 길가메시는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군…… 어쩔 수 없이 힘을 써야겠구나.”

“가상 공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며?”

“그래, 롱기누스라는 숙주가 없으니, 기존의 탑은 더 유지할 수 없었지…….”

스윽.

그러며 길가메시는 성지한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새로이 머물 숙주야 여기 있지 않느냐.”

“……설마, 날 말하는 건가?”

“그래. 나의 권능도, 어디 한번 롱기누스의 것처럼 뛰어넘어 보거라.”

파스스스!

붕대 속에서, 성지한을 향해 일제히 뻗어 나오는 인간 밧줄.

“나의 권능은, 세계수 그 자체.”

그 모습을 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이것은, 단지 뿌리다.”

*   *   *

“아아아아!”

“성지한! 너도…… 이리로 와라!”

“함께하자!”

밧줄이 되어 성지한을 향해 날아오는 한미 대표팀 선수들.

해설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 이게 무슨…….

=배, 배런 선수. 맨 앞에 나서서 성지한 선수를 물려고 하고 있습니다!

=결승전 마지막 경기가, 이렇게 진행될 줄이야…….

치열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여겼던 마지막 경기는.

태초의 왕이 등장하면서, 이상하게 진행되더니 마지막에는 선수들이 모두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얼굴만 남은 귀신들이 쫓아오는 거 같네…….

-아, 연주 언니도 저기 있네 ㅠㅠ

-그냥 한국 승리 주고 게임 종료하면 안 될까? 나의 우상들이 저렇게 변한 걸 보니 가슴 아파서 못 보겠다.

-이 경기 끝나면 돌아오는 건 맞지……?

-성지한 괜히 동료애 발동해서, 적절히 대응 못 하는 거 아냐?

세계를 주름잡던 랭커들이 저리 되자, 시청자들 중에서는 차마 보지 못하겠다면서 TV를 끄는 사람들도 상당수였고.

몇몇 사람들은, 성지한이 저들을 보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어쩌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끄럽군.”

촤아악!

단칼에 그들의 목을 베는 성지한.

아군이었던 한국 대표팀의 머리도, 그는 가차 없이 썰어 버렸다.

“동료의 얼굴을 하고 있어도, 검의 움직임에 주저가 있진 않구나. 좋은 자세다.”

뒤에서 흐뭇하게 성지한의 검을 품평하는 길가메시를 향해.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데?”

“음…….”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용염天雷龍炎

용뢰龍雷

성지한의 손에 들린 봉황기가 길가메시를 향해, 용뢰를 쏟아 냈다.

지지직!

그러자 발밑을 받치던 쌍검을 들어, 용뢰를 막아 내는 윤세진의 몸.

그는 성지한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훗. 이 몸, 네 매형 아니었나?”

“괜찮아, 예전엔 시즈루 다음으로 죽이고 싶었거든.”

그러면서 가차 없이 공격에 들어가는 성지한.

캉! 캉!

윤세진의 쌍검이 나름대로 민첩하게 움직이며, 성지한의 몇 번 공격을 막긴 했지만.

“흠……!”

치이이익!

두 사람간의 차이는 이미 현격하게 나 있는 상태.

성지한의 창이 윤세진의 오른팔을 자르고.

곧 이어, 심장과 머리를 창으로 두 번 관통했다.

그리고 창에서 불이 피어오르자.

화르르륵……!

금세 불타 사라지는, 윤세진의 몸뚱어리.

-동료애는 무슨…… ㅋㅋㅋㅋ

-가차 없죠?

-윤세진 예전에 일본 검왕 시절 참교육이 부족하긴 했지 ㅋㅋㅋㅋ

-옆에서 길가메시로 빙의해서 쫑알쫑알 말하는 거 짜증 났는데 그대로 짓이겨 주네.

혹시나 성지한이 주저하면 어쩔까 생각했던 시청자들은 그의 가차 없는 일격에 환호성을 내보였다.

그리고, 뒤편의 윤세진을 처리한 성지한은.

“같이…… 하자……!”

다시 재생해 오는 목을 쳐 내며, 붕대의 구체에게 화력을 집중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용염天雷龍炎

천룡뇌화天龍雷火

하늘을 향해 쏘아지는 봉황기.

그것은 곧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 내며, 그 안에서 강렬한 화염을 쏟아냈다.

1, 2경기 때 미국 대표팀을 지형지물과 함께 휩쓸어버린 드래곤 브레스.

그 강렬한 화력이, 단 한 개체.

붕대의 구체에 집중되자.

화르르륵……!

붕대의 구체는 금방 불에 잠겨 사라졌다.

-끝인가?

-징글징글했다, 마지막 경기 진짜 ㅡㅡ

사람들이 그렇게 드래곤 브레스에 직격당한 붕대의 구체가 사라졌을 거라고 예상했을 때.

스륵. 스르륵.

허공에서 붕대가 생성되더니, 다시 구체 형태로 감기기 시작했다.

[강렬한 화력이구나. 하지만 그 힘이 아니면, 끝이 나지 않으리라.]

완전히 사라진 것 같더니, 또다시 살아나는 붕대.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여간 이 세계수와 관련된 것들은, 죄다 불사신이야.

‘소멸 코드를 자꾸 써 달라는 느낌이군.’

저렇게 대놓고 맞고 싶어 하면, 대부분 함정이지.

거기에 소멸 코드는 아까 써서, 또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조금 전에는 그나마 버프 상태여서 힘이 그로기 상태까진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버프 효과도 대부분 사라진 상황.

소멸 코드는 정말 확실할 때 아니고선, 사용해서는 안 됐다.

“들어와……!”

지지지직!

성지한은 자신을 향해 다시 뻗어 오는 배런의 머리에 용뢰를 퍼부은 후.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바벨탑이 사라진 이후, 완전히 검게 변한 맵.

다만 저 멀리 있는, 성좌의 무기가 떠 있는 밤하늘만큼은.

소멸 코드의 힘에도 잠식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 그냥 장식으로 보이는 성좌의 무구.

‘어, 근데…….’

하지만, 성지한은 그 무기의 별자리에서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조금 전에 보았을 때보다, 개수가 하나 줄어든 거 같은데.

“그만 저항하고, 우리와 같이 하거라. 이것도 다 너를 위해서다.”

대표팀 선수들의 얼굴로,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길가메시.

아무리 죽여도 저들은 팔팔하기만 했다.

성지한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휙!

고개를 돌려, 하늘 위로 날아갔다.

“어디 가!”

“같이 있자고!”

그러자 성지한을 향해 일제히 따라오는 선수들의 머리.

하나 성지한은 이를 무시한 채, 하늘 위로 올라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24개의 무구. 이 중 하나에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늘 위를 수놓은 성좌의 무구 중.

생명의 기운을 품은 무기를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작은 크기의 단검.

다른 무구의 존재감에 가려, 밑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무기였다.

스윽.

성지한이 이것에 손을 뻗자.

[태초의 보물을 손에 넣었습니다.]

[게임이 종료됩니다.]

급작스레 게임 종료 메시지가 떴다.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