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29화>
성지한의 배틀튜브 채널.
거기서는, 일방적인 학살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화르르륵!
[무, 무슨 일이냐!]
[이건…… 드래곤 브레스?]
마스터 리그에 올라온 후, 외계의 종족이랑만 매칭되는 성지한이.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하늘에서 거대한 불을 쏘아 낸 것이다.
그렇게 멀리서 일방적인 공격을 펼치자, 끝나는 게임.
시청자들은 이를 보면서 한마디씩 꺼냈다.
-어 벌써 끝났어요? 알람 보고 잠깐 화장실 갔다 들어왔는데 ㅠㅠ
-큰 거 보심? 똥 쌀 때도 폰으로 봐야지 ㅉㅉ
-요즘 일반 매칭 게임은 오래 걸려 봤자 10분 컷이야 ㅋㅋㅋ
서울 강남에서 벌어졌던 성좌 롱기누스와의 전투 이후, 성지한은 요 일주일간 배틀넷 일반 게임을 매칭했다.
매칭 시스템에 의해, 고평가된 그는 마스터 리그에서도 강자들과 매칭되었지만.
결과는, 언제나 성지한의 완승이었다.
-아무리 외계인이라도 성지한 님 상대가 되겠어? 성좌도 잡으셨는데.
-그거 ㄹㅇ임? ㄷㄷ
-ㅇㅇ 강남에서 성좌 강림했다고 검왕이 직접 이야기했잖아
-성좌까지 이겼으니, 다른 애들이야 만나면 그냥 필패네 ㅋㅋㅋㅋ
-아. 화면 어두워진다.
-벌써 종료인가…… ㅠㅠ
시청자들의 대화가 무르익기도 전에, 게임이 종료되면서 닫히는 채널.
근래 일주일간의 게임은 항상 이래서, 시청자들은 감질맛만 나는 상태였다.
한편.
‘이렇게 빨리 끝내도, 레벨 업 했네.’
게임에서 나온 성지한은, 자신의 성장세를 살펴보았다.
원래 마스터 리그에 도달하면, 레벨 업 하는 속도가 한참 느려야 정상이었지만.
VIP 회원권을 얻고 온갖 버프가 중첩되어서 그런지, 성지한의 성장 속도는 아직도 상당히 빨랐다.
‘레벨 360이라…….’
성지한은 상태창에서 능력치 쪽을 살펴보았다.
이름 : 성지한
레벨 : 360
소속 : 마스터 리그 – 스페이스 3
무혼 : 299
공허 : 150
적 : 17
영원(불완전) : 2
그간 많이 성장한 능력치.
하나 성지한은 이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무혼은 299에서 변하질 않는군.’
그간 잔여 스탯 포인트를 투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올라 줬던 무혼은.
299에 도달하자,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꼼짝도 하질 않았다.
잔여 포인트를 투자할 수도 없는 상태라, 일단은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별의 능력.
‘공허는 지금 더 올려서는 안 되고.’
스탯 공허는 어찌 보면 올리긴 가장 쉬웠다.
아레나의 주인이 회수하지 않은 반가면, 공허처리장만 얼굴에 껴도 스탯이 쭉쭉 올랐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한도를 넘어서면 안 되는 능력.
원래는 200이었던 한도가 VIP 회원권을 통해 대폭 늘었지만.
‘그래도 수용 한도가 얼마나 늘었는지 수치가 딱 나오진 않았단 말이지.’
거기에 VIP 회원권은 6개월 기한이 지나가면 회수될 테니.
공허의 수용한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전에는, 절대 이 능력에 투자해선 안 되었다.
‘스탯 영원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불완전 스탯 영원.
처음에 2까지 오른 이후에는, 전혀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다.
영원 2에 해당하는 생명의 기운을 무한정 뽑아낼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이었지만.
그만큼 효과가 좋아서 그런지, 잔여 포인트는 투자가 불가능했으며 능력치는 오를 생각을 하질 않았다.
‘스탯 4개 중에서 실질적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은 적 하나였다.’
무혼마저 안 오르는 이상, 주어지는 잔여 포인트에서 투자할 건 적밖에 없었으니까.
성지한은 그간 모아놨던 잔여 포인트를 싹 다 투자하여, 적을 17까지 올렸다.
확실히 집중 투자를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불의 힘이 강력해졌을뿐더러 코드를 입력하는 것도 더 쉬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성지한은 만족할 수가 없었다.
‘무혼 299의 벽을 뚫어야 더 강해질 텐데…….’
아레나의 주인의 제안을 거절하고, 누나 성지아를 억류하고 있는 어비스의 존재.
상급 성좌급의 힘을 지녔다는 그와 싸우기 위해서는, 더 강한 힘이 필요했다.
하나 현재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은 적밖에 없었으니.
벽에 부딪힌 무혼의 한계를 빨리 뚫어야 했다.
‘멸신결에 대해 더 연구를 해야 한다.’
멸신결을 완성할 때면, 능력치가 오르던 무혼.
맨 처음 멸신결, 철혈십자는 이제 롱기누스의 창까지 얻으면서 분석이 대강 끝이 난 상태였지만.
두 번째인 만귀봉신부터는 나름대로 응용을 하긴 해도, 이를 완전히 터득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거기에.
‘세 번째 멸신결 회광반조는 영 운용법이 모호하단 말이지.’
화속성의 멸신결, 회광반조.
죽기 전에 잠깐 힘을 회복한 상태를 일컫는 이것은, 멸신결이라는 무공 구결과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거기에 발동 조건도 죽기 전이어야 되는 건지 모호해서.
성지한은 이름을 떠올리고 난 이후에도, 이 무공의 운용법에 대해서는 감을 잡지 못했다.
‘마스터 리그에서 승급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계속해서 성장하지 못하면 어비스의 주인에게 도전하는 건 무리다. 무혼의 벽을 어떻게든 뚫어야 해.’
성지한이 그렇게 299에서 멈춘 무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똑똑.
“들어오세요.”
“오너님…… 저예요.”
방 밖에 있던 이하연이, 게임이 끝나자마자 들어왔다.
* * *
방에 들어온 이하연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좋지 않았다.
일주일 전에 비해 눈 주위가 퀭한 데다가, 수척해진 얼굴.
그러면서도 눈빛만은 강렬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하연 씨, 잠 못 자셨어요?”
“예. 오너님 배틀튜브를 통해 외계인 채널 보는 게 신세계라서…….”
“하아암. 진짜 별게 다 있더라…….”
그런 이하연 뒤로 같이 들어오는 윤세아.
그녀도 피로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고레벨 플레이어라 그런지 이하연처럼 얼굴에 즉각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얼마 전에 본 건 ‘단돈 1000만 GP로 배틀넷 강등권 주민을 탈출시켜 준다는 제안. 진짜인지 실험해 보겠습니다.’였어.”
“그 제안. 진짜래?”
“아니. 포탈이 향하는 곳은 세계수 엘프 실험실이었다는 엔딩이었지.”
세계수 엘프.
그런 짓까지 하고 있었던 거냐?
“더 무서운 건, 그 영상에서 ‘세계수 연합의 명예를 악의적으로 깎아내렸으니, 이를 결코 묵과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리플을 단 세계수 연합 엘프였지.”
“그게 왜?”
“매주 한두 편씩 자기 채널에서 영상 업로드하던 외계인이, 이 리플 달린 이후로 100년간 업로드가 없대.”
입막음 당한 건가.
역시 세계수 엘프의 영향력은 대단하군.
“그 외에도 신기한 내용이 많아서 더 보고 싶었는데, 하연 언니가 일단은 집중하자고 해서.”
“응, 지금 중요한 건 오너님 구독자를 늘리는 거니까.”
이하연은 그러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처음에 오너님 계정을 통해 외계의 배틀튜브를 둘러보았을 땐, 구독자 늘리는 게 크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어요. 외계에 넘쳐 나는 게 성좌고, 강력한 플레이어들이긴 했지만. 오너님처럼 성좌도 아닌데 성좌를 꺾은 케이스는 극히 드물었으니까요. 컨텐츠로 만들 건, 얼마든지 있어 보였죠. 하지만…… 배틀튜브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문제라뇨?”
“배틀튜브에선…… 종족 차별이 너무 심해요.”
“종족 차별요?”
성지한이 의아해하자, 이하연이 부연 설명했다.
“외계와 교류하는 배틀넷의 종족들은 최소, 평가 기준 중급 이상…… 이들은 하급, 최하급 종족은 제대로 된 취급을 하지 않아요. 이들의 컨텐츠를 굳이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죠. 제가 그래서 하급, 최하급 종족 출신의 방송을 샅샅이 둘러봤는데. 구독자가 정말 안 늘더라구요.”
“그래요?”
“네. 그리고 봐도, 약간 자학적인 영상? 최하급 종족이 자기 비하하는 느낌의 컨텐츠만 조금 보는 정도예요. 보면서 역시 하등한 종족…… 이러는 느낌?”
“정확히 아는군.”
이하연의 분석에 성지한의 팔 안에 있는 그림자여왕이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아무나 외계의 배틀튜브를 볼 수는 없다. 플레이어로서 외계 종족과 교류할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하지. 그리고 그런 급에 오른 종족은, 웬만해서는 중급 이상…… 그들은 자신의 리그에서 하급, 최하급 종족을 짓밟으며 올라온 이들이다. 그들에게 하급 라인은 기본적으로 멸시의 대상이지.”
“그래? 그러면 오히려 최하급인데 내가 100명대인 게 이상한 거네?”
“그렇군…… 원래는 적은 숫자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최하급 종족 출신인 너에게 100명대가 모인 것도 신기하구나.”
최하급을 하찮게 취급하는 배틀튜브 외계 시청자들.
그들의 주목을 사기 위해서는, 보통 방법으로는 쉽지 않았다.
“거기에 종족이 너무 다양해서, 사는 생태계가 너무 다른지라 관심사도 제각각…… 최하급이라는 제한으로, 외계의 관심을 사는 건 더욱 쉽지 않아요.”
“그렇군요.”
“다만. 이런 플레이어들을 모두 묶을 수 있는 관심사가 하나, 있긴 했어요.”
그러면서 이하연은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바로, GP예요.”
“아무리 위로 올라가도 GP는 여전히 부족한가 봐. GP와 관련된 영상이 모두 인기 폭발이더라.”
“올라가면, 부활에 들어가는 GP 양이 더 늘어난다. 거기에 이상한 페널티가 있는 맵은 부활 GP를 10배씩 요구해서, 재수가 없으면 게임하다가 죽을 수도 있지. GP는 배틀넷을 살아가는 데 있어, 목숨줄이나 다름없다.”
상위 리그에 올라가도, 오히려 GP의 필요성은 증가한다는 그림자여왕.
생태계가 각자 다른 종족들에게도, 공통적인 관심사는 GP를 어떻게 버느냐였다.
“그래서 제가 착안한 게 있는데…….”
“그게 뭐죠?”
“스페이스 아레나예요!”
이하연은 눈을 번뜩였다.
“오너님도 예전에 게임으로 참가하신 적이 있었죠? 거기가, 우주 규모로 온갖 게임을 베팅하는 곳이래요!”
“언니 저번에 도박 접었다고 들었는데, 아레나 관련 자료 찾더니 눈빛이 변하더라…….”
“나 손 뗐어! 이번 거는 오너님 구독자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료 조사를 한 거지!”
옆에서 윤세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자, 급히 반박한 그녀는.
“이번 달 말에 아레나에서, 마스터 리그 소속 플레이어 경기가 있다고 해요. 오너님이 거기 나가서 최하급 종족 출신으로 연승하면, 베팅할 선수를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할 거예요.”
“스페이스 아레나…… 베팅에 눈이 먼 이들이 최종적으로 몰려드는 곳이지. 거기서 두각을 드러내면, 좋건 싫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다만 아레나의 구조상, 연승을 쭉 이어 가기는 힘들긴 한데…….”
“왜?”
“연승을 이어 가면, 아레나 측에서 급이 높은 적을 매칭해 주거든. 근데 한 번에 높이는 정도가 너무 높아서, 다들 최대 5연승 정도에서 고꾸라지더군.”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게임 맵으로 참여했던 스페이스 아레나 때에는.
꽤 손쉽게 연승했었는데.
그래서 나중엔 숨겨진 존재, ‘화신의 잔재’를 만나 그의 힘을 흡수하지 않았던가.
‘그건 그냥 게임 맵으로 해서 쉬웠던 건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그림자여왕에게 물었다.
“아레나에서 경험치도 주나?”
“레벨 업 때문에 그런가? 경험치 보상도 쏠쏠할 것이다. 다만, 패배 시 페널티도 크지…… 확실하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레벨만 대폭 깎일 수도 있어.”
“그건 괜찮아.”
아레나 따위에서 패배해서 레벨이 다운되면.
앞으로 만날 강대한 적들에게는 어떻게 대항하겠나.
성지한은 패배 페널티보다, 승리 보상에 관심을 집중했다.
“아레나, 참가하죠. 하지만 참가만 해서는 관심도가 낮아질 거 같은데.”
“거액의 셀프 베팅도 같이 겸하는 건 어떨까요? 플레이어 자신이 걸면 역시 관심도가 더욱 집중되거든요. 처음엔 물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레나에서 연승하기 시작하면 거액의 셀프 베팅한 게 같이 드러나면서 오너님을 거론하는 빈도가 늘어날 거예요. ‘이번에 나온 선수 봤어? 자기한테 GP 베팅 어마어마하게 하더라.’ 이런 식으로요. 그거 말고도…….”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침을 튀기며 설명하는 이하연.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생기가 감돌고 아이디어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도박은 끊어도 베팅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접질 못했네.
“삼촌 저번에 아레나에서 이긴 거도 미리 정리해서 영상 떠 두면 좋지 않을까? 아레나 미션에서도 이렇게 압살했다고 보여 주는 거지.”
“흠. 그거부터 올릴까?”
그렇게 윤세아의 제안을 받아들여, 예전 영상을 정리해서 올리자.
[구독자 ‘뤼에 인베스트먼트 대표 옥타인’이 1,000,000GP를 후원하며 메시지를 보냅니다.]
[외계의 존재입니다. 후원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이거, 그때의 문어?”
100여 명의 구독자 중 한 명이.
바로 후원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