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45화>
마지막 3번째의 게임 진행.
어비스의 주인 앞까지 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잭 3번째에서도 또 배신 때리네 ㅋㅋㅋㅋ
-중국의 스파이었다니 진짜 놀랄 노릇이다.
-지금 사람들이 죄다 잭 SNS 뒤지면서 과거 파헤치고 있는데 중국이랑은 1도 관련 없던데.
-미래에 회유 당한 거야, 그럼?
-잭은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면서 억울하다고 SNS에서 실시간으로 항변 중임 ㅋㅋㅋ
이번 게임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미지가 실추된 배런에 이어서, 스파이 혐의로 크게 피해를 받게 된 잭.
그가 그렇게 자신을 변호하는 사이, 성지한은 상하이에서 서해를 넘어서 다시 어비스의 주인 앞에 도착했다.
전신에 붉은 눈이 박혀 있는 보랏빛의 거인.
그리고 거인의 머리는, 워낙 공허의 운무가 짙게 깔려 있어서 그런지 멀리서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일단 약점인 머리부터 확인해 봐야겠어.’
휙!
성지한은 어비스의 주인과 동등한 높이로 올라서기 위해, 하늘 위를 날았다.
그렇게 올라서도, 공허 덕에 보이지 않는 머리.
‘어디.’
성지한은 머리를 파악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운무 속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성지한의 존재 자체를 없애려고 공허의 기운이 그를 덮쳤지만.
반가면 덕에 공허에 익숙해진 성지한은, 자하신공을 운용하며 조심스레 머리 쪽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공허가 1 오릅니다.]
그러자 성지한의 일부로 편입되면서 오르는 공허 스탯.
‘오래 있긴 힘들겠군.’
이제는 공허가 오르는 게 반가운 상황이 아닌지라, 성지한은 얼른 머리 확인만 하고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슬금슬금 접근을 하며, 안력을 최대한 집중하니.
‘……나무 머리상?’
어비스의 주인의 머리는, 몸처럼 붉은 눈이 박혀 있는 건 똑같았지만.
보라색 몸뚱어리와는 달리, 재질이 나무로 되어 있었다.
나무라.
이제 배틀넷에서 나무 재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세계수 연합 쪽밖에 없었다.
[공허가 1 오릅니다.]
성지한은 공허가 올랐다는 메시지를 보고는 일단 몸을 뒤로 뺐다.
‘뭐 하는 놈이야, 저거 진짜.’
어비스의 주인.
이것저것 뒤섞여서, 괴상망측하기 짝이 없네.
성지한이 머리를 확인하고는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배신자 목신족의 머리, 확인했습니다 (1)
-배신자 목신족의 머리, 확인했습니다 (2)
갑자기 외계의 채팅창에.
목신족의 머리를 확인했다는 채팅이 1부터 주르르륵 올라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1000까지 도배되는 채팅창.
-뭐야, 왜 세계수 엘프 놈들이 갑자기 도배함?
-어비스의 주인의 나무 머리…… 저들이랑 연관이 있나?
-목신족이 뭐야 근데?
-몰라 세계수네 배신자라는데.
-그런 애들이 한 둘임? ㅋㅋㅋㅋ
갑자기 성지한 채널에 쳐들어와, 채팅창을 도배하는 세계수 엘프.
외계 시청자들이 저들의 말에 의아해하는 사이.
세계수 엘프는 다른 채팅을 또다시 도배했다.
-목신족을 살려 준 공허를 규탄하며, 정식으로 항의합니다 (1)
-목신족을 살려 준 공허를 규탄하며, 정식으로 항의합니다 (2)
그러면서 또 1000까지 주르륵 써 재끼는 세계수 엘프.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규탄할 거면 딴 데서 할 것이지 왜 남의 채널에 쳐들어와서 저러고 있어.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야.’
외계의 시청자들 채팅엔 간혹 쓸 만한 정보도 올라왔는데, 이래서야 확인하기도 힘들어지잖아.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종합시청자 수치가 기준치를 돌파합니다.]
[‘스타’ 버프가 활성화됩니다.]
[종합시청자 평가치가‘무명을 겨우 벗어난’ 등급입니다.]
[모든 능력치가 20퍼센트 증폭됩니다.]
‘이게 지금 발동한다고…….’
성지한의 눈이 살짝 커졌다.
* * *
스타 버프.
이건 성지한이 VIP 회원권을 얻으면서 선택한 ‘스포트라이트’에 같이 있던 효과였다.
-배틀튜브를 켠 상태에서, 종합시청자 수치가 일정 기준을 돌파할 시 ‘스타’ 버프가 생깁니다. 스타 버프는 종합시청자 수치가 올라갈수록 효과가 강화됩니다.
여기서 나온 종합시청자 수치라는 평가 기준 덕분에, 외계의 시청자를 어떻게든 유치하려 하지 않았던가.
하나 외계인들이 환장하는 베팅 컨텐츠로 꽤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음에도 저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해서, 스타 버프 받기 힘들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계수 놈들이 이럴 땐 또 도움이 되는군.’
채팅창을 바라보는 성지한의 눈이 따듯해졌다.
생각해 보면 이놈들 덕분에 잔여 포인트도 많이 얻고, 반가면도 획득한 데다가 스탯 영원까지 얻었는데.
과거의 원한을 빼놓고 객관적으로 보면 세계수, 참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닐까?
‘20퍼센트 증폭이면 엄청나게 큰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도움이 되겠어.’
지금처럼 힘의 부족이 여실히 느껴지는 상황에선, 이것도 어디인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아까 2회차 때 공격을 가할 때와 같이 봉황기와 코드 입력기를 동시에 꺼냈다.
천룡뇌화로 적의 방어수단을 무력화시키고, 코드 입력기를 꽂아 넣는 공격 방식.
이건 지금 성지한이 가할 수 있는 최상의 공격 수단이었다.
그리고.
‘머리 쪽은 보호의 힘이 더 강할 수 있으니, 나도 직접 간다.’
소멸 코드 입력.
이건 리스크가 커서 그렇지, 근접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방식이었다.
성지한은 전투를 준비했다.
[성좌 도달 레벨이 767로 낮아집니다.]
조금 전 5분도 지나기 전에 죽어서, 레벨이 1밖에 떨어지지 않은 성좌 모드를 다시 키고, 반가면을 착용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증폭하는 힘.
성지한은 늘어난 힘을 감지하며, 눈에 이채를 띄었다.
‘성좌 모드와 반가면으로 증폭된 힘에서, 20퍼센트가 더 추가되는군. 이거 대단한데?’
이미 모든 강화가 끝난 최종적 수치에서, 또다시 20퍼센트를 늘려 주는 스타 버프.
외계 시청자들을 유치하려고 이런저런 수를 썼던 보람이 있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봉황기에 힘을 불어넣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용염天雷龍炎
천룡뇌화天龍雷火
새하얗게 점멸한 봉황기.
성지한은 여기에 혈족의 창에 소멸코드까지 작성하고는.
휙!
성지한은 저번처럼 두 창을 연속해서 던졌다.
그리고.
‘여기서 바로 다음 공격까지 들어간다.’
곧바로 검을 꺼내 들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멸신결滅神訣
만귀봉신萬鬼封神
상대의 공격을 일차적으로 막아주는 만귀봉신.
이걸 사용하면, 어비스의 주인에게 집중 견제를 받긴 했지만.
‘어차피 머리 공격하면 반격이 들어올 건 마찬가지야.’
힘의 차이는 절대적.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을 때, 유효타를 최대한 먹여야 했다.
천룡뇌화를 품은, 봉황기의 불꽃이 대기를 갈랐지만.
슈우우우…….
상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불은 힘을 잃었다.
그리고.
푹.
혈족의 창도, 상대의 머리 코앞에서 떠오른 배리어에 의해 박혀, 이를 부순 채 사라졌다.
확실히 더 보호 수단이 더 갖춰진 머리.
-팔이랑은 다르네…….
-딴 거에 신경 팔려 있어도 방어는 확실하게 하는구만.
-약점인 걸 알아도 공략이 불가능한데…….
스타 버프까지 받았음에도, 공격이 먹히지 않는 어비스의 주인을 보며 사람들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성지한은 혈족의 창이 부순 배리어 쪽으로 돌진했다.
[구궁팔괘도…….]
한편.
성지한의 만귀봉신을 보면서 그리 읊조린 어비스의 주인은.
번쩍!
눈동자를 돌리며, 다시 세상을 일그러뜨렸다.
‘이거까진, 만귀봉신으로 막을 수 있어.’
눈동자가 태극이 되기 전까지는, 방어가 가능한 상대의 공격.
스윽.
성지한은 손으로 다시 회귀해 온 혈족의 창에, 다시 소멸 코드를 입력해 투창했다.
푹!
그러자 나무로 된 머리의 뺨 쪽에, 창이 박히고.
[이건……!]
파아아앗!
뺨부터 광대까지가 금이 가더니, 순식간에 형태가 소멸했다.
휭. 휭.
그러자 더욱 빠르게 돌아가는 눈동자.
거기서 곧, 태극의 문양이 떠오르려고 했다.
하나 그 전에.
머리에 근접한 건 성지한이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
성지한은 지근거리에서 머리를 바라보았다.
뺨쪽이 터져서 그런가.
나무로 이루어진 머리는, 조금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경계선을 보이고 있었다.
각기 양 뺨과, 원래는 눈이 있어야 할 부위의 살점.
그리고 코. 입 부근의 살점이 파편처럼 나뉜 것이 합쳐진 형태가 바로 어비스의 주인의 얼굴이었다.
마치 모자이크와 같은 형태.
이제 보니 소멸 코드로 적을 타격해도, 없어지는 건 모자이크의 한 부분뿐인 건가.
‘머리 중에서도 뭐에 타격을 입혀야 할지, 선택을 해야겠군.’
성지한은 다른 모든 곳에는 눈동자가 있는데도, 하필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는 부위에 시선을 집중했다.
딱 봐도 저기가 수상하단 말이지.
성지한은 여길 향해 접근해서, 그 위에 소멸 코드를 직접 작성했다.
그러자.
[동방삭도 아닌 존재에게……!]
어비스의 주인에게서 비통한 음성이 들리더니.
펑! 펑! 펑!
그의 전신에 있는 눈이 모조리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보랏빛 피부의 살점마저 공허의 연기로 흩어지며 사라지는 거인.
확실히, 여기가 약점이 맞았나 보네.
성지한은 거대한 거인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어비스의 주인과 실제 전투에 들어갈 땐 그가 이렇게 방심해 줄지 몰라도…… 일단은 약점 확인이다.’
2억짜리 힌트.
톡톡히 값어치를 했군.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며, 거인의 붕괴를 지켜보고 있을 때.
꿈틀, 꿈틀…….
대지에 무너진 거인의 육신 중심에,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설마 아직도 안 죽었나요?
-아 끈질기다 끈질겨 진짜; 이젠 뒤질 때도 됐잖아요 ㅠㅠ
-인류 멸망 좀, 한 번이라도 피해 보자고…….
-아 근데 저런 괴물 북한 땅에서 살고 있는 거임? 하 ㅅㅂ;;; 앞으로 무서워서 잠도 못 자겠네.
그 모습을 보고는 질린 기색을 드러낸 시청자들.
물론 여기서 가장 질린 건 성지한이었다.
‘소멸 코드 몇 번을 이겨 내는 거야 진짜.’
이쯤 되야 대성좌 바로 아래급인 건가?
어쨌거나 적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휙!
성지한은 하늘에서 땅으로 착지했다.
하나, 거기서 보이는 건.
[NO DATA]
보랏빛의 기둥 위에, NO DATA라고 쓰여 있는 새하얀 글자뿐이었다.
-?? 뭐야 이거.
-NO DATA?
-배틀넷이 밸런스는 구려도 버그는 없는데.
-와, 이런 거 처음 봄; 어비스의 주인 정체가 뭐야 대체?
그걸 보고는 인류보다 더 놀라는 외계의 시청자들.
배틀넷 시스템을 오랫동안 같이 경험하며 살아온 그들에게도, 이런 현상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장난하나.’
데이터가 없다니.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보랏빛 기둥으로 다가갔다.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기둥.
성지한의 손에는, 아직도 이클립스를 꽂아 펼쳐 놓은 만귀봉신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그 상태로 다가가자.
슈우우우…….
NO DATA의 글자가 희미해지더니,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대가 당신의 접근만을 허용합니다.]
[배틀튜브를 끄시겠습니까?]
‘……’
뭐지.
진짜 데이터가 없던 건 아닌 건가?
안 끄면 NO DATA로 게임이 종료될 상황.
여기까지 와서, 수확이 없으면 안 되지.
[배틀튜브가 꺼집니다.]
[스타 버프가 해제됩니다.]
성지한이 배틀튜브를 끄자.
스으으윽!
보랏빛 기둥이 순식간에 커지면서, 성지한의 몸을 삼켜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빨려 들어간 세상은.
‘인류 멸망했을 때랑 비슷하네.’
아까 인류가 멸망할 때, 세계가 일그러진 모습에서 딱 멈춰져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수많은 존재들의 얼굴이 유령처럼 허공에 떠 있다는 점일까.
거기서 대부분 보이는 건, 거인 형태인 적의 일족과, 나무로 이루어진 머리인 목신족이었다.
‘죄다 거인들 머리만 있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도, 여전히 둥둥 떠 있는 건 거인의 머리뿐.
정보를 얻으러 들어왔는데, 뭔 놈의 머리만 득실득실하네.
[어비스의 주인, ‘??’이름이 밝혀집니다…… ]
[어비스의 주인의 이름은‘태극의 망혼’입니다.]
그때.
시스템 메시지에서, 어비스의 주인 이름이 밝혀졌다.
‘태극의 망혼이라. 동방삭과 연관이 있는 건가.’
그나마 이름 하나 건졌군.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면서 걸음을 계속하고 있을 때.
이름이 밝혀진 순간을 기점으로, 서서히 거인의 머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공에 대신한 것은.
‘……코? 저건, 눈인가.’
성지한에게는 익숙한 크기의, 얼굴 파편이었다.
어떤 것은 코.
어떤 것은 눈.
인간의 크기와 흡사한 얼굴 파편은.
이걸 보는 성지한에게,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주었다.
이 파편들…….
‘이거 어딘가, 눈에 익숙한데.’
뚝.
그가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걸음을 멈추었을 때.
번쩍!
빛이 반짝이며, 그의 사방에 떠올랐던 파편들이 한 데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각자 이리저리 꿰매이며.
조금 전, 어비스의 주인 얼굴처럼 파편이 합쳐진 형태를 이루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드러난 얼굴은.
“……나?”
바로, 성지한.
자신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