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347화 (34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47화>

[성지한, 미션 실패!]

[인류에게 멸망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종말론자들.]

[암담했던 인류의 미래. 방송 후 배틀넷 회의론자들의 의견에 힘이 실려.]

[최후의 10개국 중, 왜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 있었을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생존 국가 리스트.]

[이번 방송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배런과 잭? 관계자들,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고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

전 세계에 방영되었던 성지한의 특수 미션.

25일 승급전의 시청률을 역대 최저로 만들어 버렸던 그의 배틀튜브 방송은, 세간에 큰 화제를 낳았다.

-성지한이 미션 실패하는 거, 이번이 거의 처음 아님?

-솔직히 억울할 듯 어비스의 주인도 제압했는데 어쨌든 인류 멸망이라고 승급 안 시켜 줘 ㅋㅋㅋㅋ

-근데 어비스의 주인도 제압했는데 왜 인류는 멸망하는 거냐 ㅡㅡ

-그니까…… 배틀넷 보이콧해야 하는 거 아님?

-배틀넷이 거부하고 싶다고 거부가 되는 게임이냐 ㅋㅋㅋ

성지한으로서는 할 만큼 했지만, 어쨌거나 인류는 멸망했다면서 실패한 미션.

시청자들은 이것을 보며 미션의 불합리함을 느낌과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 어느 때보다 큰 불안감을 느꼈다.

-근데 진짜 저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ㅋㅋ 솔직히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10국에 남아 있는 게 말이 됨? 우린 챔스 우승국이라고.

-근데 최후의 10국 중에 우리나라 빼곤 다 배틀넷 순위대로 남았더라…….

-그 미션에서는 성지한이 랭킹 7위였다며. 성지한이 지금처럼 초강자가 아니었다면, 그런 미래가 나왔으려나?

-이번 거 미션일 뿐인데 너무 과몰입 ㄴㄴ 잭 개 불쌍하더라 미국 애들한테 융단폭격 당하고 있음 ㅋㅋㅋㅋ

-잭 근데 여자 친구가 중국사람이긴 하던데…….

-이번 방송 터지고 헤어졌대 ㅋㅋㅋㅋ

멸망한 미래상을 보면서 이거 게임일 뿐이다 vs 조심해야 한다로 사람들이 싸우고 있을 때.

특별미션에서 로그아웃한 성지한은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레벨이 30 오릅니다.]

[배틀튜브 채널이 ‘무명을 겨우 벗어난’ 등급으로 성장합니다.]

[성좌 명성을 50,000 획득합니다.]

‘비록 미션 보상은 없었지만, 성좌 명성은 상당량 얻었군.’

실패로 끝난 특별 미션.

하나 수확이 없진 않았다.

가만히 서 있는 어비스의 주인이라도, 어쨌든 머리를 부쉈기 때문인지 레벨이 30이나 올랐으며.

목신족의 등장 덕에, 세계수 엘프 라인이 시청자로 대거 들어오며 채널 등급이 성장해서.

성좌 명성 보상이 쏠쏠하게 들어온 상황이었다.

명성 5만이면, 성좌 상점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수치.

여기까지만 보면 실패치곤 괜찮은 보상이었지만, 성지한의 표정은 어두웠다.

‘……태극의 망혼에 내가 있을 줄이야.’

압도적인 힘을 지녔던 어비스의 주인, ‘태극의 망혼’.

그 안에 성지한의 파편들이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근데 거기에 내가 왜 이렇게 많은 거지?’

태극마검에 도전하던, 수많은 성지한.

그중에서는, 지금의 성지한처럼 스탯 적이나 영원은 없더라도.

무혼이나 공허는 훨씬 많이 지니고 있는 성지한도 몇몇 존재했다.

지금 현재의 성지한과 맞붙으면, 스탯 2개 차이가 있더라도 그쪽이 이길 정도로.

부서진 성지한 중에선, 이미 성장이 충분히 되어 있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분명, 이번이 과거로 돌아온 첫 회귀인데.’

성지한은 그렇게 태극의 망혼에 있는 자신을 생각하고 있을 때.

똑똑!

“삼촌! 엄마가 할 말 있대!”

밖에서 윤세아가 방문을 두드렸다.

“누나가?”

“응! 엄마. 나, 삼촌 앞이야.”

그렇게 해서 들어온 윤세아가 그리 말하자.

스으으으…….

그녀의 눈앞에, 보랏빛 기운이 일렁이더니 작은 크기의 성지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석상의 상태로, 여러 사슬에 묶여 있는 성지아.

하나 그녀의 몸을 얽매는 사슬은, 저번에 보았을 때보다 분명 줄어 있었다.

“사슬이 좀 없어졌네?”

[어비스의 주인이, 날 얽매던 사슬을 일부 풀어 줬어.]

성지한은 그 말에 이번 미션을 진행했을 때를 떠올렸다.

[난이도 최상을 골라 클리어할 경우, 마녀의 사슬이 3줄 풀립니다.]

비록 클리어는 하지 못했지만.

어비스의 주인에게 유효타를 먹여서 그런지, 좀 풀어 준 건가.

[그가 네 덕분에 ‘자신’의 장악력이 높아졌다고, 이건 그 보답이라고 전해달래.]

“어비스의 주인이?”

[응. 무슨 말인지 아니?]

“뭐.”

알기야 하지.

태극의 망혼 안, 성지한의 힘이 더 강해졌다는 거 아닌가.

‘이번 미션을 치르며 망혼 속 성지한도 강화된 건가…….’

이거 좋은 건지 모르겠군.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답할 거면 누나나 풀어 주라 그래.”

[아니. 그는 나를 놔줄 생각이 없어. 대신, 나에게 제안하더라. 피난처 만드는 거, 도와주겠다고 말이야.]

“피난처?”

[내가 저번에 이야기하지 않았니?]

지이이잉.

성지아의 앞에 푸른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동그란 구형으로 이루어진 물체.

그걸 보자, 성지한은 피난처에 대해 생각이 났다.

공허 능력이 너무 강하면, 못 탄다고 했던가.

한편.

윤세아는 신기해 하는 표정으로 이걸 바라보았다.

“엄마. 뭐야, 이거?”

[너랑 지한이랑 지구를 탈출할 수단이야. 인류가 멸망해도, 둘은 살아야지.]

“엑, 나랑 삼촌 둘만? 다른 사람은 어쩌고?”

[다른 사람…… 더 태울 사람이 있니?]

“아빠…….”

[그 인간은 안 돼.]

“아, 아니면 삼촌 여친이라도.”

[지한이 여친 생겼어? 정말? 누군데?]

“없어, 없어.”

성지한은 자신의 여자 친구 유무에 관심을 보이는 성지아를 보며, 사전에 이를 컷했다.

그러자 그녀는 실망하는 기색을 보였다.

[아직도? 이젠 슬슬 사람 좀 사귀는 게 어떠니. 네 나이도 이제 28이야.]

“엄마, 삼촌이 여자 많이 만나 봤다는데?”

[많이 만나긴 무슨.]

“나한텐 엄청 여유있게 이야기했는데.”

[조카 앞이라서 허세 부린 거야.]

“그래요?”

윤세아는 성지한을 보며 히죽거리자,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됐어. 배틀넷에서 벗어나면 그때 생각해 보지. 지금은 그럴 상황 아니야.”

[그거 다 핑계야. 6.25전쟁 때도 애들은 잘만 태어났단다.]

“누나…… 언제 적 6.25전쟁이야.”

[어비스의 주인은, 자신이 피난처를 넓혀 주겠다고 했어. 그렇게 되면 너희 둘이 들어가고도, 몇몇 사람이 더 탈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둘 다 멸망하기 전에 짝을 만들렴.]

“……무슨 노아의 방주야?”

윤세아는 떨떠름한 얼굴로 그리 반문하며, 말을 이었다.

“엄마…… 너무 인류 멸망한다고 단정 짓는 거 아니야?”

[너도 보았잖니. 특별 미션의 미래.]

“그건 미션일 뿐이고…….”

[아니, 현실이라고 생각하렴.]

믿고 싶지 않아 하는 윤세아에게 따끔하게 말하는 성지아.

그녀는 그러며 성지한에게 본론을 이야기했다.

[이제부터 세아에게 지원을 더 할 생각이야.]

“그래? 공허 때문에 조심하지 않았나.”

[그랬지. 하지만 사슬의 제약이 일부 풀려, 공허의 힘을 나도 같이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거기에, 어비스의 주인이 내건 조건도 이거였어. 확실하게 앞가림 하게 만들라고.]

앞가림이라.

인류의 멸망은 확정적.

어차피 가족을 피신시킬 거면, 그 전에 최대한 강하게 만들겠다…….

어비스의 주인은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앞가림이라니 너무하네…… 나도 인류 아처 중에선 탑급인데.”

[외계 기준에서 생각해야지. 인류에서 탑이어 봤자 의미가 없단다.]

“뭐, 그건 그렇죠…….”

현재 인류 플레이어들 중에서 최상위권이라고 해 봤자 도토리 키재기.

윤세아는 성지아의 말에 금방 수긍했다.

[그럼, 지한아. 세아 좀 부탁할게.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인데…… 굳이 나 때문에, 어비스의 주인에게 도전하진 마.]

“누나, 그놈 정체는 알고 있어?”

[어비스의 주인? 붉은 눈의 거인 아니니?]

“……그래.”

자신이 성지한이라고는 알리지 않은 건가.

그는 성지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은 도전할 생각은 없어. 힘을 더 길러야지.”

[……후우. 그래, 알았어. 절대 무리는 하지 마.]

그러고는 사라지는 성지아.

성지한은 그녀가 해 준 이야기를 듣고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면 녀석 덕분에, 보험은 생긴 건가.’

원래 성지한의 목적은, 가족을 살리고.

배틀넷에서 인류를 탈출시켜 원래의 세상을 복원하는 것.

하나 일을 그르치게 되면, 최소한 가족만이라도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

그리고 태극의 망혼에서, 영향력을 넓힌 ‘성지한’은.

인류의 배틀넷 탈출 가능성은 0으로 생각한 채, 가족들을 외계로 탈출시키는 걸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게 현실적인 건가.

그래도.

‘……그가 소유하지 않았던 힘. 적과 영원에 대해 더 연구를 해야겠어.’

성지한은 미리 패배를 생각하느니, 일단은 자신에게만 있는 가능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세아야, 나 수련 좀 하러 갈게.”

“응, 삼촌. 근데 이제 며칠 뒤면 리그전이야.”

“그래? 상대는 누군데.”

“메칸이래. 그때 그 기계 종족.”

기계 종족 메칸.

저번 생에서는, 안정적으로 중위권을 쭉 지키는 이들이었지.

인류에게만 맡기기엔 강력한 상대다.

‘이번에는 VIP 회원권 효과 좀 봐야겠군.’

성지한은 VIP 회원권의 옵션을 떠올렸다.

-VIP 회원권을 소지하고 있을 시, 50퍼센트 확률로 상대 팀의 밴 리스트에서 제외됩니다.

저번에 지녔던 회원권의 밴 회피는 발동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50퍼센트니 다르겠지.

어비스의 주인에, 동방삭에.

이길 엄두가 안 나는 초강자들이랑만 엮이다 보니, 이젠 브론즈 리그의 종족을 만나는 게 반가웠다.

‘오랜만에 숨 좀 돌려야겠네.’

성지한은 메칸 종족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   *

8월 1일.

달이 바뀌자마자, 인류의 스페이스 리그 경기가 시작되었다.

=8월의 첫날을 스페이스 리그 경기와 함께 맞이하는군요!

=오늘 인류가 상대해야 할 종족은, ‘메칸’입니다!

=메칸…… 현재 리그 순위 14위로, 중하위권에 위치하고 있군요.

=저희 인류는 이미, 한 번 이 종족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예. 맞아요. 성지한 선수가 출전했던 다이아 승급전…… ‘리그 경쟁전’ 때였죠?

리그 경쟁전 때, 세계수 엘프, 메칸, 우르크와 같이 경기를 치렀던 인류.

0번 채널에서는 그때의 경기 장면을 재생하고 있었다.

이족보행의 로봇 종족, 메칸.

이들은 인류에게 크게 감흥을 준 종족은 아니었다.

-그때의 로봇 종족인가. 별거 없었던 기억이 나는데…….

-ㅇㅇ 로봇들이 막 중화기를 퍼붓고 이러진 않더라.

-ㄹㅇ 최첨단 테크놀로지로 주먹질하고 있어 ㅋㅋㅋㅋ

이렇다 할 무기도 제대로 쓰지 않고, 강철의 몸뚱어리로 근접전을 펼치던 메칸.

개중에는 마법을 쓰는 로봇도 있어서, 로봇공학자들은 저게 무슨 혼종이냐고 경악하곤 했다.

-성지한이 밴만 풀리면 그냥 완승할 듯?

-VIP 회원권 옵션이 50퍼센트 밴 회피였나? 진짜 개사기던데 ㅋㅋㅋㅋ

-회원권 기간 끝나기 전에 뽕을 뽑아야지.

-인류가 멸망하는 미래 보지 않게, 이번에도 이겨 주세요, 제발.

-ㄹㅇ…… 오래 살고 싶습니다 ㅠㅠ

인류 멸망 시나리오 이후, 승패에 더욱 민감해진 사람들.

시청자들은 성지한이 과연 밴을 피할 수 있는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양 팀의 감독이 진입한 1경기.

[반갑습니다. 인류 감독.]

감독실의 테이블 너머에는.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강철 이족보행 로봇이, 꾸벅 인사를 해 왔다.

“그래. 나도 반갑소…….”

[세계수 연합에게 들었습니다. 인류 1등이, 엄청나게 강하다고 합니다.]

세계수 연합…… 1등 밴하라고 다른 종족에게 연락이라도 돌린 건가?

“1등은 다 강한 것 아니겠소?”

그래도 데이비스 감독은 짐짓 여유로운 척 어깨를 으쓱였지만.

[그러니 밴, 합니다.]

로봇 감독은 주저 없이, 바로 1등을 밴해 버렸다.

인류 상대론, 앞으로 1등 밴이 기본 전략이 될 상황.

허나.

[밴 리스트에 속한 플레이어 중 1등이 밴당합니다.]

[‘올리버’ 선수가 밴됩니다.]

“오호…….”

데이비스 감독에게, 뜻밖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던, VIP 회원권의 밴 회피 효과가.

1경기에서 바로 발동된 것이다.

‘시작이 좋군.’

데이비스 감독이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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