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50화>
“뇌 보전 기술이라니…….”
[저희 메칸도, 인류 당신들과 시작 지점은 비슷했습니다.]
지이이잉…….
새로운 광경을 비추는 홀로그램.
그 안에서는 인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보다 더 원숭이를 닮은 종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배틀넷 종족평가 최하급. 랭킹 최하위권에서 머물다가 사라진 우리의 시작점…… 우리는 현재의 인류와 비슷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우리와 비슷하다고요?”
[예. 배틀넷을 이겨 내기에는 역부족인 종족. 우리는 종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특별한 수단을 택했습니다. 허약한 육신 대신, 강철로 육체를 대신하는 것.]
화면은 어떻게 원숭이 종족이 로봇이 되어 가는지를 빠르게 보여 주었다.
뇌를 적출하고, 특수한 용액 안에 넣은 후.
이족보행 로봇에 각각의 뇌와 로봇이 노란 선으로 연결되는 장면이 나타났다.
그렇게 화면상에서 과학과 초과학을 넘나드는 모습이 나타나자.
-원숭이 종족 저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냐?
-인류랑 스펙 비슷해 보이긴 한다 야.
-근데 로봇 되려면 저렇게 뇌 적출해야 하는 거임? ㅡㅡ;;
-통 속의 뇌를 진짜 실현하는 종족이 있었네…….
-지금 성지한 피 살점 주고 저런 기술 받자는 거야?
시청자들은 머리에서 적출한 뇌가 둥둥 떠다니는 걸 보면서 대부분 혐오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뇌의 유지기간은 최소한 천 년. 인류가 이 기술을 전수받는다면, 종의 수명을 간단히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수명을 뛰어넘는다고 해도, 저렇게 뇌만 남아서야…….”
메칸 감독은 그렇게 인류가 수명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하며.
[당신들에겐 랭킹 1위의 피와 육신이 있지 않습니까.]
“……그가 왜 나옵니까?”
[그는 이미 한계를 아득히 넘은 자. 그의 육신을 복제하여 뇌를 이식한다면, 모든 인류가 단번에 천 년을 살 것입니다. 그 기술도 특별히 같이 전수해 드리겠습니다.]
성지한의 피와 살점을 집요하게 요구한 이유를 드러냈다.
-와 ㄹㅇ 복제하려고 한 거였나 ㅡㅡ;
-세계수 엘프한테 조공하려는 줄 알았는데…….
-저렇게 말만 해 놓고 어디다가 쓸 줄 누가 아냐 솔직히.
-성지한의 몸은 천 년을 사는 건가…….
-그럼 성지한의 몸으로 모두 육신 갈아타는 건, 나쁘지 않을지도?
-지금 성지한 덕에 상위권인데 뭘 복제해. 꺼지라 그래 걍 ㅋㅋㅋ
성지한 몸을 복제해서 너희도 나누어 가지자는 메칸의 제안에, 시청자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그리고 데이비스 감독도, 이 제안을 바로 거절했다.
“그, 그게 지금까지 그의 살점을 요구한 이유였습니까? 미쳤군…….”
[단숨에 종을 몇 단계 진보시킬 방법입니다. 현명한 판단 기다리겠습니다.]
“됐습니다. 근데…… 메칸 당신은 이번이 배틀넷 처음 아니었습니까?”
[처음은 아닙니다.]
픽!
꺼지는 홀로그램.
이 화제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메칸 감독은 말을 멈추었다.
-아니 신참자만 모이는 리그 아니었어? 왜 이렇게 경험자들이 많어 ㅡㅡ
-이럴 거면 브론즈 리그라고 하지 말아라 진짜 ㅋㅋ
-인류는 왜 이딴 곳에 소속된 거임?
-알고 보면 우리도 한 번 참여했던 거 아냐? ㅋㅋㅋㅋ
-초고대문명이 참여하기라도 했나 ㅅㅂ
세계수 엘프에 이어 메칸도 배틀넷 유경험자인 사실이 알려지자 들끓는 시청자들.
하나.
[‘메칸’ 측에서 인류의 2위를 밴합니다.]
[플레이어 ‘올리버’가 밴당합니다. 다음 경기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오오 ㅋㅋㅋㅋ
-4경기 꽁승 ㅅㄱ요
-감독님 그래도 말씀은 지키시지!
-역시 로봇, 인간과 달리 신의가 있지 ㅎㅎ
메칸 감독의 밴카드가 성지한 대신, 올리버를 향하자 금방 이를 반겼다.
“삼촌이 나섰으니 게임 끝났네. 근데 쟤들 삼촌 왜 풀어 준 거야?”
“설마 우리가 저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한 건가? 아까 데이터분석을 그렇게 한 것치고는 나이브하군.”
“자기들 딴에는 좋은 제안을 했다고 보는 거겠죠.”
성지한은 가만히 올리버가 밴당하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기계에서 성지한 육체로 갈아타려는 의도를 내보인 메칸.
저들은 저 제안이, 인류에게도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야길한 거겠지.
‘뭐, 실제로 일부 인류는 좋아할지도 모를테고.’
메칸이 천 년은 살 거라고 공언한 성지한의 육체니만큼, 탐을 내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
그가 지금처럼 지구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었다면.
음지에서 알게 모르게 메칸의 제안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지한의 복제인간이라니…… 메칸 쪽. 의도가 너무 투명하네요. 저렇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들어 줄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뭐, 일단은 던지고 본 걸 겁니다. 어쨌거나 4경기 밴을 풀어 준 건 좋네요.”
“아하. 근데 지한이랑 같이 살려면 저도 건강 좀 챙겨야겠네요. 천 년이나 살다니…….”
“글쎄요. 그렇게까지 살겠습니까, 제가.”
성지한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피아를 보며 피식 웃었다.
방랑하는 무신에, 어비스에 있는 태극의 망혼까지.
지금 우주 밖과 지구에 각각 커다란 장애물들이 있구만.
천 년은 고사하고 5년은 더 살지도 미지수였다.
“근데 이번 4경기, 매형이 MVP를 따면 이번 시리즈 MVP도 매형이 되겠죠?”
“그렇게 되겠지? 2경기에서 MVP를 땄으니까.”
“그럼, 이번엔 매형 좀 밀어드리겠습니다.”
“나? 괜찮네. 처남이 따야지.”
윤세진은 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흔들었지만.
“아뇨. 저한테도 그게 득이 되거든요. 전 서포트나 하고 있겠습니다.”
성지한은 성좌 명성 보상을 떠올리며, 4경기에서 뒷짐을 지기로 마음먹었다.
* * *
=이번 맵은 ‘난파된 우주선’입니다.
=게임 종류는 서바이로, 양 팀에서 20명씩 소규모 인원만 참여하는 맵입니다.
=맵 크기가 작은 편이라, 성지한 선수를 보유한 저희에겐 유리한 조건이군요.
=그렇습니다. 이 맵을 셀렉트한 건 메칸 종족인데, 왜 이런 맵을 골랐는지 궁금하군요.
=성지한 선수도 풀어 주고 서바이벌 맵이라…… 경기 포기한 것 아닐까요?
성지한이 밴에서 살아남았을 때부터, 해설진의 목소리에선 긴장감이 사라졌다.
2승 1패로 유리하게 시리즈를 리드하는 인류.
여기서 성지한이 마무리 방점을 찍으면, 이번 스페이스 리그도 낙승 확정이었으니까.
=4경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시작된 게임.
난파된 우주선의 한 공간.
인류 플레이어가 20명이 모인 그곳에서, 쌍검을 꺼낸 윤세진은 뒷짐을 지고 있는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처남, 정말…… 내가 MVP 따라고?”
“예, 먼저 가세요. 뒤에서 제가 서포트하겠습니다.”
“……알겠네.”
성좌의 말에 따라 선봉을 서는 윤세진.
그가 우주선 내부의 문을 향해 다가가자.
치이이익.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먼저 가지.”
휙!
앞장서는 윤세진과, 그 뒤를 따르는 인류 플레이어들.
아무리 작은 맵이라고 해도 스페이스 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곳이라 그런지.
치이익.
치이이익.
자동문은 수도 없이 열리며, 인류 플레이어들은 벌써 열 번째 공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놈들 언제 나와?”
“그러게. 맵 크기는 별로 안 클 텐데?”
만나고 싶어도 나오질 않는 적 때문에 인류 플레이어들이 긴장하고 있을 때.
위잉. 위잉!
갑자기 들어간 방에서 경보가 울렸다.
“……뭐, 뭐야?”
플레이어들이 당황하기도 잠시.
콰콰콰쾅!
진입한 공간의 벽면이 터져 나가더니, 거대한 암석이 이를 뚫고 들어왔다.
그와 함께, 사방에서 번쩍이는 전류.
“으으윽……!”
플레이어 몇몇은 이에 감전되어,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됐습니다.”
스으윽.
성지한이 손을 뻗자, 사방에서 번뜩이는 전류가 그의 손으로 모였다.
우주선을 부술 것 같던 거대 암석도, 어느새 움직임이 멈춘 상태.
“휴우…… 살았네.”
“감사합니다, 성지한 님.”
성지한은 플레이어들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간을 슬쩍 찌푸렸다.
‘내가 공을 세우면 안 되는데.’
4경기는 어디까지나 윤세진이 활약해서, MVP를 따야 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나서야 할 상황이 자꾸 나오면, MVP도 자연스레 윤세진에게서 멀어질 텐데.
“앞으로 조심하죠.”
성지한은 자기가 손을 쓸 일이 없도록, 플레이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지만.
펑!
게임은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질 않았다.
=아, 또다시 우주선이 박살이 납니다!
=뭡니까, 대체 이 우주선! 방 넘어갈 때마다 사고가 터져요!
=성지한 선수! 또 공간을 장악하여 운석을 막아 냅니다!
=조금 전 방에서 번진 불길도 성지한 선수가 막았죠?
=맨 뒤에 자리 잡은 이유가, 다 팀원들을 지켜 주기 위해서였군요!
‘아 진짜.’
나오라는 적은 안 나오고, 매번 문을 열 때마다 터져 나가는 우주선.
성지한이 아니었으면, 벌써 20명 중 반 이상은 사라졌을 정도로 공간에 가해지는 압력은 강력했다.
이러다가 진짜 MVP는 성지한이 딸지도 모르는 상황.
‘메칸은 왜 이렇게 안 나와.’
너무 많은 사람을 구출한 성지한은, 이제는 빨리 적이 나오기를 바랐다.
그렇게 몇 번을 나아갔을까.
“……이번엔 뭐가 나오려나.”
“이 우주선이 제일 신기하네요. 지금까지 거쳐 온 모든 공간이 터져 버렸는데 문만 넘어가면 멀쩡하네.”
“이제 또 부서지겠죠.”
“그리고 플레이어 성이 또 살려 줄 겁니다.”
이제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익숙해진, 방 폭발 패턴.
치이이익.
그들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열린 자동문에 들어섰다.
그리고 맨 뒤에서 뒷짐을 지고 있지만, 그간 가장 많은 사람을 구했던 성지한도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착! 착!
자동문이 순식간에 거대한 압력에 의해 접히더니.
저 너머의 공간마저 순식간에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이러다가 저기 있던 인원은 모두 압살당할 상황.
성지한은 빠르게 무혼의 공간 장악력을 이용하여, 저곳을 열어 보려고 했지만.
파아아앗!
빛이 번쩍이더니, 저 너머의 공간이 사라졌다.
우주선의 연결 통로가 중간에서 끊겨 버린 상황.
휘이이이…….
사라진 공간에는, 우주선이 착지한 행성의 모래만 휘날리고 있었다.
“……아니.”
이번 경기는 뒷짐 지고 서포트만 하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사라진 19명의 팀원들.
[플레이어 ‘윤세진’이 사망했습니다.]
[플레이어 ‘배런’이 사망했습니다.]
…….
MVP 안 따려고 그렇게 양보했건만, 돌아오는 결과는 팀원 전멸인가.
성지한은 허탈한 눈으로 주르륵 떠오르는 사망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철컥. 철컥.
사라진 공간 너머, 모래가 가득한 행성에 착지한 거대 우주선의 잔해 가.
서로 뭉치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 우주선이 해체되며 서로 조립됩니다……!
=이 광경, 아까 전에도 봤던 모습인데요……
=앗, 우주선이. 거대 로봇으로 변하는군요!
=이거 설마 메칸입니까……
1-3경기까지는 그래도 인류가 상대할 만한 이족보행 로봇이었던 메칸.
하나 이번 경기에서는, 무슨 수를 썼는지 거대한 로봇으로 변해 있었다.
-아니 뭔 맵 배경인 우주선이랑 합체를 하냐 ㅋㅋㅋㅋ
-인류도 뭐 저렇게 써먹을 만한 맵 없음?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ㅡㅡ
-그런 게 있으면 최하급 종족이 아니지…….
-그래도 어떻게 성지한만 뒤에 있다가 살았네;
부서진 우주선과 합체하여 거대로봇이 된 메칸족을 보고는, 황당해하는 시청자들.
현 상황에서 그나마 믿을 구석은 생존자가 성지한이라는 것뿐이었다.
한편.
지이이잉.
이족보행 로봇의 두 눈이 붉게 타오르더니, 거기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랭킹 1위. 왜 전진하지 않았습니까.]
“왜, 아까의 공간에서 내 피랑 살점 데이터 얻으려고 했냐?”
[그렇습니다. 많은 것을 걸고 준비했는데, 쓸모없는 것들만 걸렸습니다.]
화르르르…….
그러며, 거대로봇의 가슴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화염의 기운.
성지한은 그걸 보면서 눈썹을 꿈틀거렸다.
‘……저거. 태양의 힘인가?’
태양의 신좌를 흡수한 후, 스탯 적의 능력이 강화된 성지한은.
불의 기운에 대해 더 잘 판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불과 별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던 메칸은.
4번째 경기에서, 태양열을 강하게 흡수하며 본격적인 힘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 당신을 힘으로 제압하겠습니다.]
“태양의 힘으로?”
[…….]
태양을 거론하자, 굳이 대꾸를 하지 않고 몸을 불태우기만 하는 메칸.
그걸 보니, 성지한은 자꾸 예전에 상대했던 소태양의 힘이 떠올랐다.
‘메칸 이놈들 설마 태양왕과 관계가 있었나…….’
천룡뇌화까지는, 드래곤 쪽 힘과 비슷하니 괜찮지만.
소멸 코드를 사용해선 안 되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인벤토리에서 반가면을 꺼냈다.
성좌 모드까지 켤 필요는 없지만, 공허는 증폭시켜야 할 수준의 적.
‘이왕 성좌 명성 날아간 거, 아이템이나 토해라.’
스으으으…….
성지한의 몸에서, 공허가 강렬하게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