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357화 (35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57화>

4경기 맵, 콜로세움.

윤세진이 밴당한 한국 대표팀이었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밝기 그지없었다.

어느새 배틀넷 센터로 복귀한 성지한이 4경기에 출전했으니까.

“삼촌, 수련은 다 끝났어?”

“아니. 숨 돌리러 나왔는데 TV에서 슈퍼컵 하고 있더라.”

“아 진짜?”

“그래. 내 덕인 줄 알아라. 내가 TV 안 봤으면 오늘 경기하는지도 몰랐을 거다.”

불쑥.

성지한의 왼팔에서 얼굴만 튀어나온 그림자여왕이 으스대자, 윤세아가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펼쳤다.

“잘 켜 두셨어요. 여왕님! 과자 챙겨 드린 보람이 있네요.”

그런 윤세아의 뒤편에선, 소피아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가왔다.

“휴, 지한이 왔으니 드디어 장기전이 끝나겠어요…….”

“이번 슈퍼컵 경기는 꽤 오래 한 것 같습니다만.”

“네. 1, 2경기가 하루씩 걸려서 많은 분들이 지친 상태예요. 저도 정말 버프 끝도 없이 사용했고요.”

“소피아 없었으면 1경기도 졌지. 미국 선수들 엄청 아쉬워하더라. 왜 한국 갔냐고.”

“한국 간 이유야 뭐…….”

성지한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소피아는 싱긋 웃었다.

“이제 지한이 퇴근시켜 주나요?”

“그러죠.”

스으윽.

성지한은 콜로세움 안을 여유롭게 걸어갔다.

서바이벌 맵인 콜로세움.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커다란 경기장에서.

상대 국가대표 선수뿐만 아니라 강력한 몬스터들도 안에 같이 주둔하고 있었다.

그래서 국가대표 경기에서, 처음 주변에 어떤 몬스터가 리스폰 되느냐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했다.

다만.

“크르르르…….”

한국 대표팀에 성지한이 돌아온 이상, 중립 몬스터는 이곳에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웨어울프 무리, 성지한 선수를 보고는 뒤로 물러섭니다.

=웨어울프가 콜로세움 맵에서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는 아닙니다만…… 호전성이 엄청나 무조건 돌진해 오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아무리 그래도 성지한 선수의 힘은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고 하는군요.

=건너편의 미국 대표팀이 웨어울프 무리와 전투를 벌이는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입니다!

늑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웨어울프.

이들은 개개인이 강력하진 않아도, 무리 지어 습격하는 습성 때문에 콜로세움 맵에서 꽤 성가신 몬스터 중 하나였다.

물론 국가대표급 경기가 되면 잠깐 발목을 잡고 말 수준이긴 했지만.

상대의 강력함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덤벼 와서, 초반에 대표팀 근처에 리스폰된다면 바로 처리해야 할 몬스터로 분류되었다.

-늑대 인간이 쫄아 있는 건 처음 보네 ㅋㅋㅋ

-성지한 혼자 레벨이 저 위에 있으니 당연하지.

-크 기나긴 슈퍼컵 경기도 이제 끝이 나겠네…….

-나름 인간들끼리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는데 아쉽다. ㅎㅎ

-ㄴㄴ 그것도 순간이지 며칠에 걸쳐 싸우는데 보기 힘들더라…….

-하도 성지한이 게임 빨리 끝내 줘서 그럼 ㅋㅋ 다른 나라들은 장기전 하는 케이스 많음.

웨어울프가 도망치는 걸 보며, 기나긴 슈퍼컵 경기에 성지한이 종지부를 찍길 바라는 한국 시청자들.

‘천룡뇌화로 바로 끝낼까.’

성지한은 대표팀이 지쳐 있는 걸 보면서 4경기를 한방에 끝낼까 생각하다가.

죽은 별의 성좌에게서 받았던 스킬을 떠올렸다.

‘불사의 축복…… 이거나 한번 써 봐야겠어.’

아군에게는 동의를 얻어서 언데드 상태를 부여할 수 있고.

적에게는 사령술 관련 수치에 따라 언데드 상태로 만들 수 있는 불사의 축복.

죽은 별의 성좌에게 스킬을 받긴 했으되, 막상 강상과 싸우느라 이건 한 번도 써 보질 못했다.

‘부담 없는 게임에서 테스트를 해 봐야지.’

성지한은 도망치는 웨어울프들에게 다가가 스킬을 사용했다.

“불사의 축복.”

스으으으…….

그러자 웨어울프에게,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크…… 크르르…….”

“…….”

회색 털색이 시커멓게 물들며, 웨어울프의 눈에 생기가 사라졌다.

사령술 관련 스탯에 따라 확률적으로 부여되는 언데드 상태.

하나 성지한의 공허 수치가 워낙 높아서 그런지, 웨어울프 정도는 확률 100퍼센트로 단번에 언데드화되었다.

“오, 뭐야 그 스킬?”

“성좌한테 받았어. 언데드로 만들어 주는 건데.”

“언데드로?”

“어.”

윤세아는 흥미 가득한 눈으로 언데드가 된 웨어울프들을 살펴보았다.

언데드가 된 웨어울프는 생기가 사라졌지만, 상당히 강렬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오…… 평소 웨어울프보다 더 강해진 거 같은데?”

“내 능력에 따라 언데드도 강화되거든.”

“아하. 그래서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거구나. 거기에 언데드가 공허를 품고 있네…….”

윤세아는 언데드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성지한에게 물었다.

“이거 아군도 돼?”

“아군 동의가 있으면 쓸 수 있지.”

“그럼 삼촌! 나한테 써 봐!”

“뭐?”

“삼촌 언데드들 공허를 품고 있던데. 나도 언데드가 되면 공허가 강화될지 궁금하거든. 쟤들 공허가 꽤 강하네.”

윤세아 말대로, 언데드가 된 웨어울프에게선 보랏빛 아지랑이가 올라오며 공허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일반 플레이어야 그냥 특이한 힘을 지녔구나 싶겠지만.

공허를 지닌 윤세아는 성지한의 언데드가 지닌 특징점을 바로 알아차렸던 것이다.

“넌 언데드가 되고 싶냐?”

“에이, 어차피 게임 안인데 뭘. 다시 해제할 수 있잖아?”

“……정말 원해?”

“응. 해 줘!”

성지한은 자발적으로 언데드가 되겠다는 윤세아를 바라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언데드가 내뿜는 공허가 강렬하다고 해도, 자발적으로 언데드가 되겠다고 하다니.

‘뭐, 녀석 말대로 게임 안이니 부담이 없긴 하지…….’

스윽.

성지한은 빨리 언데드로 만들어 달라며 손을 흔드는 윤세아를 가리켰다.

“불사의 축복.”

그러자.

윤세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불사의 축복을 받으시겠습니까?]

[불사의 축복을 받을 시, 언데드 상태가 됩니다.]

[언데드 상태에서는 신성 계열의 축복을 받지 못합니다.]

[불사의 축복 시전자가 사망하거나, 게임이 종료될 시 언데드화가 해제됩니다.]

“게임 종료되면 자동 해제네. 가 본다!”

탁.

윤세아가 시스템 메시지에서 예를 누르자.

슈우우우…….

그녀의 피부가 대번에 창백해지더니,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면서 전신에서 강렬히 피어오르는 공허의 기운.

웨어울프가 내뿜는 것과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아예 그녀를 둘러싼 세상 자체가, 보라색으로 변해 버렸으니까.

“어때, 괜찮냐?”

“…….”

“세아야?”

“완전 좋은데?!”

눈에서 생기가 사라진 채, 초점이 멍해져 버린 윤세아.

하지만 그 겉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목소리는 여전히 활기찼다.

“삼촌, 공허 이렇게 많았어? 와, 장난 아니야……!”

“언데드인데 평소랑 똑같네.”

“내가 아군이라 그런가? 그냥 상태만 바뀐 거 같아. 그리고. 이리 와봐 얘들아.”

휙. 휙.

윤세아가 손짓하자, 멍한 눈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는 웨어울프들.

그녀는 불사의 축복 시전자가 아님에도, 하위 언데드를 성지한 대신 부리고 있었다.

“나도 중간 관리자처럼 언데드에게 명령할 수 있나 봐.”

“호오.”

“삼촌, 나 저기서 증폭된 공허 좀 써 봐도 돼? 어차피 미국 대표팀 삼촌한테 한 방이잖아.”

“그래. 언데드들 데리고 가 봐. 너 죽으면 끝내지 뭐.”

“알았어. 가자, 애들아!”

그렇게 언데드가 된 웨어울프를 이끌고는 미국 대표팀을 향해 돌진한 윤세아.

성지한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더니,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물어보았다.

“언데드 해 보고 싶은 사람 혹시 또 있을까요?”

“서포터만 아니면 해 보고 싶은데…….”

“아, 서포터는 신성력을 쓰는 클래스라 안 되겠네요. 언데드 되면 스킬 다 봉인된 거나 다름없으니.”

“저, 저 한번 해 보겠습니다!”

소피아가 아쉬워하는 사이, 국가대표에서 몇몇 전사들이 언데드가 돼 보겠다고 자원했다.

그렇게 열 명의 전사에게 불사의 축복을 사용하자.

[공허의 사용 상한에 도달했습니다.]

[불사의 축복을 더 사용할 시,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불사의 축복 효율이 떨어집니다.]

성지한에게 공허 스탯을 다 썼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니…… 벌써?’

언데드로 만든 플레이어 가 얼마나 된다고 공허가 벌써 고갈돼?

성지한은 이 스킬, 효율 참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플레이어 ‘윤세아’가 공허 능력을 90퍼센트 이상 사용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 ‘윤세아’에게 돌아가는 공허의 양을 줄이겠습니까?]

정작 범인은 따로 있었다.

‘공허를 다뤄서 그런지, 혼자서 능력을 다 가져가네.’

아무리 그래도 플레이어 하나가 90퍼센트 이상을 흡수하고 있다니.

성지한은 과연 윤세아가 능력 가져간 만큼 효과를 보여 주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곧.

쾅! 쾅!

“와! 이젠 보이드 애로우가 아니라 캐논이네!”

미국 진영 쪽에서 보랏빛의 폭발이 여기저기 일어나기 시작했다.

평소 윤세아의 보이드 애로우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

성지한은 그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표정을 굳혔다.

‘뭐 저렇게 강해졌어? 저러다 진짜 미국 뚫리겠는데?’

모든 포지션에서 최상위급 선수를 보유한 미국 대표팀.

미국 진영이 방어태세를 취하면, 아무리 윤세아가 보이드 애로우가 있다 한들 이를 뚫긴 힘들었다.

하지만.

언데드가 돼서 성지한의 공허를 사용하게 된 윤세아는, 완전히 격이 다른 괴물이 되어 있었다.

펑!

공허 폭발로 인해, 하늘 위로 몸이 날아가는 미국 전사들.

그들 중에는, 성지한과 같이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종말까지 함께했던 이들도 있었다.

“저희도 진격하죠. 언데드 효율도 알아볼 겸, 전사들 먼저 가 보겠습니다.”

“네!”

“따르겠…… 습니다.”

스으윽.

성지한은 황급히 언데드가 된 전사들을 띄우고, 미국 진영을 향해 다가갔다.

* * *

4경기 콜로세움.

게임의 승패는 성지한이 출전한 시점부터, 한국 측에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성지한이 드래곤 브레스 쓰면 전멸하겠지…….

-5경기에서 밴당하길 기원하는 게 현실적인가?

-근데 성지한이 어떻게 복귀한 거야?

-수련하다 나왔는데, 우연히 티비에서 게임하는 거 봤대 아까 대표팀끼리 대화할 때 그러더라…….

-2박 3일동안 경기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끝냈어야 했다 :(

이미 이번 게임은 졌다고 생각한 미국 시청자들은.

5경기에서 성지한이 밴당하기만을 기원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얼마나 빨리 게임이 끝날까만 지켜보고 있었지만.

막상 게임은 기대처럼 성지한의 일격으로 깔끔하게 끝나질 않았다.

오히려, 저번 경기들처럼 난전에 가까웠다.

=아니……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성지한 선수에게 지는 건 당연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세아 선수에게 이렇게 참패하다니…….

=성지한 선수가 사용한 스킬, 상대를 언데드화하는 것 같습니다만…… 저게 저렇게 효율이 좋았나요?

=그러니까요! 언데드가 되었다고 저렇게 강해져요? 버프도 못 받을 텐데!

=전사들도 차원이 다른 방어력을 보여 줍니다. 분명 죽였는데 일어나요! 보랏빛으로 물든 코리안 좀비들…… 일반 언데드에 비해서도 훨씬 강력합니다!

=대표팀, 후열도 무너집니다…… 윤세아 선수의 화살을 도저히 막지 못하는군요…….

=성지한 선수. 끝까지 전투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언데드 만으로 미국을 침몰시킵니다……!

=4경기 MVP는 윤세아 선수가 받습니다!

불사의 축복을 쓴 것만으로 미국 대표팀을 압도한 성지한.

하나 이번 게임의 MVP는, 공허로 상대진을 폭격한 윤세아였다.

“와, 삼촌이랑 나왔는데 내가 MVP네!”

“니가 다 했으니까.”

“헤헤. 아. 근데 게임 끝나니까 진짜 언데드 풀리네…… 아쉽다.”

조금 전 다룬 공허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언데드가 아닌 걸 아쉬워하는 윤세아.

“언데드 되니 기분 이상하던데.”

“뭔가 아무리 맞아도, 죽을 거 같진 않더라.”

“팔다리 날아가도 저절로 붙던데?”

“근데 능력 증폭은 소피아 선수가 풀버프 주는 거랑, 큰 차이는 없었던 거 같아.”

언데드가 됐었던 전사들도 삼삼오오 모여서 언데드 효과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3배 강력한 버프를 내리는 소피아와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불사의 축복 효과.

그래도 윤세아와는 달리, 다른 전사들은 홀로 게임을 압도할 정도의 활약상은 보여 주지 못했다.

‘언데드가 된 전사들은 서포터의 케어를 못 받는 단점이 있으니…… 세아한테 써 주는 게 가장 효율적이군. 이거.’

성지한은 그렇게 불사의 축복에 대한 효율을 따져 보며, 생각보다 이 스킬이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윤세아한테 써 주면 물론 엄청난 효율을 보이긴 하지만.

버프를 쓸 수 있는 건, 같이 게임을 참여했을 때만 해당되니.

이번처럼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성지한도 공허를 사용해야 했기에 불사의 축복으로 능력을 퍼주긴 애매했다.

한편.

=5게임…….

=이번 밴픽에 슈퍼컵을 누가 드는지가 결정됩니다!

=제발, 성지한 선수가 밴당해야 할 텐데요……!

팔이 완전히 안으로 굽은 해설자들은.

간절한 음성으로 성지한이 밴당하기만을 기도하고 있었다.

선수 하나가 짤리냐 마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상황.

50%의 확률에, 양 국가의 시청자들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오, 오오……!

=서, 성지한 선수! 밴당합니다! 5경기에 출전하지 못합니다!!!

=해냈어요!

승부의 여신은 미국 팀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 결과를 보고 침울해지는 한국 대표팀.

“아……”

“5, 50%로 안 되다니……”

“서, 성지한 선수 없이도 1경기 이겼잖아요. 할 수 있습니다!”

애써 1경기 승리를 떠올리며 선수들 몇몇이 전의를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선수단의 사기가 떨어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으으, 삼촌 살아서 나한테 버프 줘야 하는데……”

“뭐 어쩔 수 있나. 나 없이도 이겨 봐야지.”

“알았어…… 열심히 해 볼게!”

그렇게 마지막 경기에 돌입한 양국 대표팀.

두 팀의 희비는 명확했다.

미국은 승리를 반 이상 자신하고 있었고, 한국 대표팀은 게임에 들어오자마자 패색이 짙었다.

그때.

휙!

윤세아가 활시위를 당기자.

콰콰쾅!!

4경기 때 보여 주었던 공허 폭발이, 미국 진영에서 터져 나왔다.

“응……?”

윤세아는 눈을 깜빡이며, 초토화된 미국 진을 바라보았다.

“……나 이제 언데드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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