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60화>
-요즘 성지한 님 방송 자주 트시네 ㅎㅎ
-뭐 틀어 봤자 10분 컷이긴 하지만…….
-ㅇㅇ 그랜드마스터 리그라고 해도 애들 한 방인 건 똑같구나.
공허의 수련장 수리 기간 동안, 성지한은 꾸준히 매일 1회 게임을 진행했지만.
‘레벨이 잘 안 오르네.’
그랜드마스터 리그에 도달해서 그런가.
레벨 업 과정이 예전만큼 순탄한 속도로 진행되질 않았다.
매 게임에 1등을 해도, 두세 판은 해야지 1레벨이 오를까 말까 했으니.
‘이러다간 500레벨 달성하는 데 일 년은 걸리겠어.’
지금까지 초고속 성장을 해 왔던 성지한은 느려진 레벨 업 속도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500이 되어야 공허의 수련장에서 태극마검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데.
500 달성까지 1년이 걸리면, 공허의 수련장이 업그레이드된 시점에서 어비스의 주인에게 흡수당할지도 몰랐다.
‘특별 미션 안 나오나?’
지금까지 쏠쏠한 레벨 업 수단이 되어 주었던 특별 미션.
아래 리그에 있을 때는 심심찮게 나오더니, 정작 그랜드마스터 리그에서 게임을 진행할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일반 게임만 주구장창 진행하다가는, 레벨 업이 너무 느려지는데.
‘아레나도 참가하고, 이것 외에도 전투 관련된 건에 있어서는 다 참여해야겠네.’
그렇게 성지한이 어떻게든 일반 게임 말고도 레벨 업을 도와줄 수단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성지한이 나오는 것만으로 좋아하는 인류 채팅창과는 달리.
외계의 채팅창에는 최근 게임 영상에 대해서 불만을 토해 내고 있었다.
-벌써 끝인가?
-이것 참 시시하군…… 이런 힘을 지니고 언제까지 이 리그에서 있을 생각이지?
-꽤 강력한 모습을 보여 준 루키라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거만 나오면 구독 철회해야겠어.
-이 정도 강함이면 힘을 봉인시킨 채로 진행해도 될 텐데.
-50퍼센트 이상 봉인해도 1등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군
-뭔 봉인…… 그러다가 지는 경우가 대다수구만.
-아직도 돈 날린 거에 원한을 품고 있는 애들이 많네.
이런 게임만 보여 주면 구독취소를 하겠다고 말하면서, 심심찮게 나오는 단어는 바로 봉인.
“봉인?”
성지한이 그걸 보고 의아해하자, 채팅을 같이 보고 있던 그림자여왕이 설명을 해 주었다.
[그랜드마스터 리그부터는 게임 중 스탯의 일부를 봉인해서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걸 말하나 보군.]
“그렇게 좋은 게 있었다고? 진작 말해 주지 그랬냐.”
[스탯 봉인의 리스크에 비해 보상이 큰 편은 아니어서, 원래 잘 사용하지 않아. 거기에 패배 페널티 비율도 똑같이 뛴다.]
“그래? 보상 비율이 얼마나 되는데.”
[스탯 반 이상은 봉인해야 2배 줄 거다.]
스탯을 반 이상 봉인해야 한다니.
성지한은 자신의 스탯을 떠올려 보았다.
무혼과 공허, 적과 영원.
‘할 만한데?’
반이 아니라, 여기서 무혼만 남겨도 그랜드마스터 리그에서 상대를 이겨 내는 덴 무리가 없었다.
“당장 해야겠네. 그거.”
[음…… 개인적으론 그렇게 추천하지 않는다. 맵 보고 스탯을 봉인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봉인 상태에서 게임 매칭을 돌리는 거거든. 재수 없게 특별 미션 맵이 나오면 힘이 묶인 채로 싸워야 한다.]
“그런 리스크는 감수해야지.”
일반적인 케이스처럼, 힘 체력 민첩같이 신체 능력이 세분화되어 있을 땐 봉인으로 인한 타격이 크겠지만.
‘무혼이 이 스탯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으니, 할 만해.’
봉인을 결심한 성지한은 이게 어디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러자 게임 매칭 전, 배틀넷 메뉴 화면 아래에서 작게 추가되어 있는 봉인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왜 지금까지 눈에 안 들어왔지.”
[그냥 매칭 버튼만 누르니 그런 거겠지.]
“하기야.”
그렇게 봉인 항목을 발견한 성지한이 이를 터치하자.
[능력을 봉인하시겠습니까?]
[능력을 봉인한 비율에 따라, 다음 매칭 게임에서의 보상이 커집니다. 다만, 패배 시의 페널티도 똑같이 상승합니다.]
능력 봉인에 대한 경고 문구가 나왔다.
보상도 크지만, 페널티도 똑같이 크다는 봉인 상태.
이것만 봐도 그림자여왕이 추천하지 않는 게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성지한에겐 만능 스탯이나 다름없는 무혼이 있었으니.
“봉인한다.”
그는 공허와 적, 영원을 차례대로 봉인했다.
4개 중 3개가 묶여 버리자.
[다음 매칭 게임에선, 4개의 능력 중 1개의 스탯만 활성화됩니다.]
[능력 봉인 비율에 따라 보상과 페널티의 비율이 4배로 늘어납니다.]
보상과 페널티 비율이 4배로 껑충 뛰었다.
“오. 4배라. 진작 할걸 그랬군.”
[4배? 대체 몇 갤 봉인한 건가.]
“4개 중 3개.”
[……아니, 그럼 싸울 수나 있나? 욕심이 너무 과한데. 그러다가 특수 미션 걸리면 어쩌려고? 빨리 매칭 취소하고 봉인 하나 푸는 게 어떻겠나.]
그림자여왕은 평소보다 더 빠르게 말하며 성지한을 만류했지만.
[상대가 매칭되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이미 늦었어.”
그랜드마스터까지 올라왔음에도, 매칭은 초고속이었다.
그리고.
[특수 미션이 진행됩니다.]
[스페셜 서바이벌 맵, ‘별의 묘지’에 배정됩니다.]
그간 걸리길 그렇게 바라도 걸리지 않았던 특수 미션 맵이.
하필 능력을 봉인한 순간 걸렸다.
* * *
[별의 묘지? 걸려도 하필 여길 걸렸군…….]
그림자여왕은 성지한이 걸린 맵을 보고는 탄식을 내뱉었다.
[4배 페널티 받고, 400부터 다시 시작하자.]
“뭐 하는 맵인데 그래?”
[힘을 대부분 잃은, 독존 성좌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스페셜 서바이벌 맵 별의 묘지.
이곳은, 매칭되는 것부터 조건이 까다로웠다.
그랜드마스터 리그 이상의 플레이어에, 성좌 후보자 자격을 지닌 이만이 진입할 수 있었으니까.
[별의 묘지에서, 패배자가 된 선배 성좌들이 성좌 후보자들을 초대합니다.]
[선배 성좌들의 후원을 얻어, 상대를 제압하세요.]
[후원이 집중될수록 플레이어는 더 강한 힘을 지니게 됩니다.]
묘지에 묻힌 성좌들에게 후원을 받아서, 상대를 제압하는 건가.
성지한이 그렇게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면서 이번 게임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때.
-별의 묘지에 걸린 건가?
-그 정도면 충분히 매칭될 만하지.
-어 근데…… 능력 봉인 상태라는데?
예전보다 숫자가 줄어든 외계의 시청자 쪽에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4배 보상? 저 정도 받으려면 능력 대부분을 봉인해야 하지 않나…….
-저번에 채팅 친 걸 봤구나! 봉인을 여기서 해 주네 ㅋㅋㅋㅋ
-일반 미션인 줄 알았죠? 하지만 재수 없게 특수 미션 걸렸죠? 400레벨 가야죠?
-소태양에게 걸었다 날아간 내 GP…… 이렇게나마 보상받는군!!
-지들이 걸었다 잃어 놓곤 왜 얘 탓이야?
-원래 베팅러들이 다 그렇지 뭐…… 돈 잃고 자기 탓 하는 애들 봤음?
배틀튜브에 떠올라 있는 성지한의 능력 봉인 상태를 보면서, 소태양에 베팅했다 돈 날렸던 이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승승장구하던 성지한이 드디어 패배하겠다면서, 순식간에 치솟기 시작하는 외계의 시청자 숫자.
‘인류 시청자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군.’
성지한은 제발 자기 망하라고 기도하는 외계 시청자들을 보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저런 기대는 깨 버려야 제맛이지.
하지만.
게임의 초반 진행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뭔 맵이 텅텅 비었군.”
별의 묘지.
태양 대신 별빛만이 밤하늘을 비추는 이 맵은.
황량한 대지가 쭉 펼쳐져 있었다.
그나마 땅 위에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는 거대 석상이 아니었다면, 대지는 완전히 텅 비어 있었을 터.
‘이건 드래곤을 닮았네.’
성지한은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석상에 다가가 보았다.
그러자.
[성좌 ??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성지한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르며, 거대 석상의 눈에 잠시 빛이 들어왔다.
지이이잉…….
그리고 순식간에 그를 스캔한 용 석상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성좌 ??가 당신의 능력이 봉인된 것을 발견하고는, 관심을 거둬들입니다.]
관심이 사라졌다는 메시지로 끝이 났다.
-캬 드디어 이놈 패배하는 걸 보겠네.
-능력 봉인된 플레이어를 누가 후원하고 싶겠어 ㅋㅋㅋㅋ
-ㅇㅇ 저 성좌들도 여기서 잘나갈 놈 뽑아서 도와줘야 힘을 회복하잖아 될 놈만 후원해야지.
-맞어 여기서 돈 잃었다고 찡찡대는 플레이어들보다 100배는 절박한 애들임.
성지한이 후원받지 못하는 걸 보고 좋아하는 외계인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성좌 ??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능력을 왜 봉인하고 온 거냐면서, 그가 당신에게 거만하기 짝이 없다고 훈계합니다.]
[성좌 ??가 왜소한 당신을 외면합니다.]
능력 봉인했다고 훈계받고, 작은 크기의 인류라고 외면받는 성지한.
후원은커녕 핀잔만 받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후원은 됐고, 그냥 상대 플레이어나 만났으면 좋겠군.”
[지금은 초반 후원 단계라 상대가 안 나타날 거다. 성좌의 후원 절차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서바이벌 시작이지.]
“그래?”
지금 경쟁자들은 후원받으면서 한참 힘을 모으고 있을 때, 자신만 성좌들에게 외면받는 상황인가.
‘이거 초반 격차가 상당한데.’
안 그래도 무혼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좌의 후원 보너스까지 없으면 쉽지 않겠는데.
난이도가 봉인 때문에 몇 단계는 올라가 버린 상황이었지만.
정작 성지한은 이를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요즘 너무 게임이 시시했었죠? 이제 좀 재밌게 플레이하겠네요.”
강상과 수만 번 전투 시뮬레이션을 할 때에 비하면, 너무 시시했던 일반 게임 매칭.
공허의 수련장도 수리 중이라 시뮬레이션도 못했던 성지한은 오히려 난이도 상승 상황이 반가웠다.
물론.
-강한 척은…… 게임 시작하면 도망가기 바쁠 텐데 ㅉㅉ
-GP를 날리고 생긴 한이, 드디어 이놈 망하는 거 보고 풀리겠구나…….
-이번 게임 망한 거로 되겠음? 난 아예 그랜드마스터 리그에서 강등은 당해야 풀릴 거 같은데.
-솔직히 성지한이 강등당할 실력은 아니지 아무리 이번 판 말아먹어도 ㅋㅋ
외계인 시청자들은 허세 부린다면서, 성지한 멸망을 열심히 기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5분 정도가 흘렀을까.
[서바이벌이 진행됩니다.]
게임이 진행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번쩍!
사방에서 빛줄기가 터져 나왔다.
거기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여러 종족의 형상을 한 플레이어들.
생김새는 모두 달랐지만,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뭐야 저거…… 빛기둥?
-밤하늘에서 뜬금없이 빛이 내리쬐네 ㅋㅋㅋ
-눈에 너무 잘 띄는데? 은신은 전혀 안 될 듯.
밤하늘 위에서, 플레이어를 향해 계속 내리쬐는 빛줄기.
그건 각 플레이어들마다 강도나 색의 차이는 있었지만, 어쨌든 빛은 모두에게 내려왔다.
단, 한 명.
성지한만을 빼고.
“성좌에게 후원받으면 저런 빛이 들어오는 건가?”
[그래. 성좌의 후원은 여기서 상당히 강력하게 작용한다. 너처럼 하나도 못 받은 플레이어들은, 초반에 바로 탈락하게 되지.]
그림자여왕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으윽.
성지한 근처에 위치해 있던 빛의 기둥 하나가.
그에게로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후원을 못 받다니…… 어지간히 약한가 보구나!”
다가온 상대는 거대한 악어 형태의 괴물.
그는 성지한을 쉬운 먹잇감으로 여기며, 그를 집어삼키기 위해 돌진해 왔다.
성좌의 후원 때문일까.
상대의 움직임이며, 풍기는 기세까지 확실히 일반 매칭 상대보다 강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하네.’
혼원신공混元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태산압정泰山押頂
촤아아악!
검이 움직이자, 거대 악어의 몸에 커다란 혈선이 그어졌다.
“큭……! 이게 무슨……! 후원은 없을 텐데?”
스으으으……
일검에 몸이 갈라질 뻔하자, 잠깐 주춤하며 몸을 재생하는 악어.
그런 상대를 보고, 성지한은 슬쩍 웃음을 지었다.
“한 방에 안 죽네?”
그랜드마스터 리그에 올라오고 나서도 죄다 원샷원킬이어서 시시했는데.
이제 좀 할 만하군.
성지한의 검이, 몇 번을 더 움직였다.
그때마다, 상대의 몸에 깊게 상흔이 새겨지더니.
“커억……!”
검이 다섯 차례 움직이자.
악어의 몸은 완전히 찢겨 버렸다.
툭. 툭……
성지한의 발치에 데구루루 굴러오는 악어의 목.
그는 그걸 보고, 실망한 듯 중얼거렸다.
“다섯 번을 못 버티네.”
[……뭐지? 스탯 봉인했다며?]
“응, 4개 중 3개를 했지.”
[아니…… 1개만 남았는데, 힘쓰는 게 평소와 다를 바가 없지 않나.]
그야, 삼재무극이야 무혼만 사용해서 썼으니까.
성지한은 싱거운 듯 악어의 목을 발로 차곤, 다음 상대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번쩍!
[성좌 ??가 당신에게 큰 관심을 보입니다…….]
[성좌 ??가 당신을 후원하려 합니다. 후원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성지한의 힘을 지켜본 용 형상의 석상이 다시 눈을 반짝였다.
이 정도면, 봉인 상태라고 해도 후원할 만하다 싶은 건가.
‘태도를 아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군 그래.’
원래 배틀넷이 이런 세계긴 하지.
성지한은 비웃음을 지으면서도, 그래도 후원은 받을까 했지만.
[에픽 퀘스트]
-성좌의 후원 없이, 별의 묘지에서 1등에 올라서라
-보상 – 성좌 명성 100,000
-별의 묘지의 부장품
그런 그의 눈앞에, 에픽 퀘스트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