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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83화 (38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83화>

게임이 끝난 후.

‘여긴…….’

성지한은 밝아진 세상을 보면서 눈을 크게 떴다.

원래 게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왔던 것과는 달리.

그가 서 있는 곳은, 아까 왕위 계승식 때 성좌를 골랐던 공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세 성좌가 있는 자리에만 스포트라이트가 내려왔던 그곳은.

성좌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빛만이 내리쬐고 있었다.

-여기로 돌아왔네?

-대체 뭐야 이번 게임은?

-관리자들 떠서 뭐 대단한 멥에서 게임을 하나 했더니, 사기당한 심정인데…….

-ㄹㅇ 불만 타오르는 거 보다가 끝났음 ㅋㅋㅋ

왕위 계승식이라기에 대단한 전투를 보나 했더니, 겁화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보지 못해 불만을 토로하는 시청자들.

그나마 인류 시청자들은 팔이 안으로 굽어서 성지한에게 뭐라 하진 않았지만.

-뭐 이딴 방송이 다 있나 기껏 들어왔는데 ㅡㅡ

-관리자도 사기 아니야?

-근데 불로 방송 어떻게 가렸는지 신기하네. 저 정도 방해는 뚫을 만한데…….

-나도 나름 뚫어 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

-에이 씨 구독 취소다.

-난 관리자 가지고 사기 친 놈 어떻게 되나 볼란다 ㅋㅋㅋ 하급종족이라 그런지 간도 크네.

외계인들은 이거 사기 아니냐면서 난리가 난 상태였다.

‘시청자들이 시청을 못 하니, 80퍼센트 버프가 사라져서 아쉬웠지.’

그간 많이 업그레이드된 스타 버프.

능력치 증폭 20퍼센트 시절에야 없으면 좀 아쉬운 정도였지만.

80퍼센트쯤 되니까, 이게 사라지니 역체감이 상당했다.

조금 전, 태극마검에서 마검을 완성시키려 할 때 만약 이 버프가 있었다면.

검 손잡이만 꺼낸 채 끝난 게 아니라, 단검이라도 만들지 않았을까.

‘아소카와의 만남은 그래도 가리는 게 맞았지만…… 나중에 강력한 존재들과 싸울 때 이런 식으로 배틀튜브가 가려지면 곤란하다. 해결 방법을 찾아야겠어.’

성지한은 채팅창을 보면서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스으으으…….

“음…….”

금이 간 반가면 쪽에서, 공허의 기운이 물씬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안 벗었군.’

스윽.

성지한이 가면을 벗자.

두둥실…….

그의 손을 떠나서, 홀로 허공에 뜨기 시작하는 반가면.

금이 갔던 부위에는, 짙은 어둠이 감돌더니.

‘……고쳐졌어?’

금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검은색의 빛이 일렁였다.

그러고는 다시 성지한의 손으로 돌아오는 가면.

금이 있던 자리를 대신한 어둠의 빛은, 성지한이 잡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이거…… 공허의 기운이 더 강해졌군.’

원래도 상당량의 공허를 보관하고 있던 반가면은.

수리된 이후, 더 강렬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면, 아까처럼 공허가 흐트러져서 마검 형성을 방해하는 일은 없겠는데…….’

오히려 가면 속 공허의 기운이 예전보다 강화되었으니.

이번 가면을 쓰면 조금 전보다 마검을 뽑아내는 건 더 수월해지겠네.

성지한은 반가면을 살펴보다, 이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때.

[녹색의 관리자가 흑색의 관리자에게 당신이 저걸 수리할 줄은 몰랐다며 신기해합니다.]

시스템 창이 열리더니, 녹색의 관리자가 보낸 메시지가 드러났다.

-흑색의 관리자가 저걸 고쳤다고…….

-아 진짜 이건 관리자 사칭이다. 말이 돼? 저거 공허 보관해 두는 물건이라며?

-공허의 정점이 공허를 봉인하는 물건을 고쳐 줘…….

-내가 뭐랬냐, 이거 사기랬지? ㅡㅡ

그리고 이걸 보자 납득할 수 없다며 더 폭발하는 외계인 시청자들.

관리자 셋이 출동한 것부터 믿기지가 않아서 와 봤는데.

방송은 불에 막혀 보이지도 않고, 관리자들의 메시지는 그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너무 달라서.

조작설에 의구심이 지펴진 상태였다.

[녹색의 관리자가 플레이어 성지한에게 겁화의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봅니다.]

[기억재생에 동의하면, 막대한 보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합니다.]

한편, 아무리 관리자라도 내부의 일을 보지는 못했는지, 기억재생을 하겠냐고 제안하는 녹색.

기억만 보여 줘도 막대한 보상을 주겠다고 했지만.

“안 해.”

이놈을 어떻게 믿어.

녹색의 관리자에 대한 신뢰가 0을 넘어, 이미 마이너스 단계로 가 있는 성지한은 그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것보다…… 날 왜 여기로 돌려보낸 거지?”

성지한이 왜 이쪽으로 역소환된 건지 묻자.

[백색의 관리자가 플레이어에게 제안합니다.]

투표에서 계속 기권했던 백색의 관리자가, 처음으로 먼저 성지한에게 제안을 했다.

그러자.

-아니 백색이 뭔 제안이야 진짜…… ㅡㅡ

-채널 관리자 사칭으로 신고합니다.

-저도 신고요.

-아직도 신고 안 했음??

-처벌받는 거까진 보고 가련다.

-하…… 사칭하려면 좀 잘하든가 턱도 없는 사기를 치네 진짜 ㅋㅋ

그의 제안에, 이제는 이 채널이 조작된 게 확실하다고 시청자들은 믿었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녹색이나 적색의 관리자와는 달리.

백색의 관리자와 흑색의 관리자는, 배틀넷이 만들어진 때부터 존재하는 두 축이었다.

이들은 먼저 나서는 일이 거의 없었으며, 근래에는 더더욱 외부에 드러나는 활동을 하지 않았었다.

배틀넷의 절대신에 가까운 개념인 흑과 백의 관리자.

한데 그런 흑색의 관리자는 무슨 하급 종족의 가면을 고치질 않나.

백색의 관리자는, 또 여기서 직접 제안까지 하다니.

아무리 채널이 조작된 거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하지만.

[백색의 관리자가 ‘빛의 눈 설치’에 동의하면, 배틀넷 채널을 업그레이드시켜 주겠다고 합니다.]

“빛의 눈…….”

[또한 그가 설치를 받아들인다면, 관리자 직권으로 플레이어 성지한을 ‘스페이스-2 에어리어’에 배치하겠다고 제안합니다.]

스페이스-2 에어리어.

그건 성지한이 인류 멸망 미션을 클리어하지 못해서, 올라가지 못했던 구역이었다.

근데 그걸 설치만 받아들이면, 관리자 직권으로 올려 준다는 건가.

“빛의 눈이 뭔데?”

[조금 전과 같은 채널 차단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장치라고 그가 알려 줍니다.]

그런 거라면 이쪽에서 설치해 달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인데?

스페이스 –2야 큰 관심 없고. 배틀넷 채널 업그레이드도 크게 와닿진 않았지만.

오히려 빛의 눈이야말로 스타 버프를 유지할 수 있는 절호의 장치가 될 것 같았다.

“받아들이겠다.”

[빛의 눈을 설치합니다…….]

성지한의 승낙에, 빛의 눈 설치가 시작되고.

-빛의 눈은 또 뭐야 ㅋㅋㅋ

-관리자 메시지를 너무 조작하네 진짜.

-이제 그만 좀 하고 빨리 잡혀가라. 신고 접수 왜 이리 오래 걸림?

-어, 근데…….

-뭐, 뭐지 이 마크?

-설마…….

그런 성지한과 관리자 간의 대화를 보면서 조작설을 확신하던 시청자들은.

화면 한편에 뜬, 새하얀 눈 마크를 보고는.

채팅을 치지 않기 시작했다.

* * *

무신의 별, 투성.

탑 안에서 나온 길가메시는, 세 번째 종이 봉인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가서 무엇을 할 셈인가.”

그리고 동방삭은 그 뒤를 바싹 따라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 그가 깨어나지 않았나? 군림 성좌끼리, 교류나 하려고 하네.”

“그렇다기엔 발걸음이 너무 빠르군.”

“얼른 만나고 싶거든. 근데 동방삭, 넌 언제까지 따라올 셈이지?”

길가메시가 성가시다는 듯 동방삭을 바라보자.

스으윽.

그가 천천히 수염을 쓰다듬었다.

“주인의 명이 끝날 때까지, 감시를 지속해야지.”

“허…… 정말 할 일이 그리도 없나? 그러고 보니, 무신의 종 중 유일하게 너만 독존 성좌군. 군림자끼리 만나 이야기할 게 있으니, 자리를 좀 비켜 주게.”

“어차피 그도 군림의 좌를 성지한에게 물려주었을 텐데? 그럼 그도 군림의 특성이 사라진 것 아닌가?”

“……아니. 그는 아직도 군림자다.”

“그걸 어떻게 알지?”

“한 종족을 지배하는, 군림자의 숫자는 계속 알아볼 수 있으니까.”

길가메시는 그렇게 말하며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참으로 이상하단 말이지. 왕위는 계승되었다고 나오는데 아직도 군림자라니…… 일부만을 물려줄 수도 있었던가.”

“군림의 특성이 없어서 모르겠군.”

“흠…… 설마 군림 레벨이 8 이상 위일 리는 없을 테고.”

“레벨 8이라…… 확실히 높은 수치이긴 하다만, 뭐 넘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8이다.”

길가메시는 동방삭의 말에, 자신을 가리키며 반박했다.

“인류의 왕이자, 태초의 존재인 나도 군림은 8까지밖에 오르지 못했다.”

“근데?”

“나보다 훨씬 후대의 왕이, 나를 넘을 수는 없단 뜻이다.”

“나도 당신보다는 후대 사람이네만, 독존 레벨은 9야.”

“9라고? 허…… 생각보다 더 미친 괴물이었군.”

길가메시가 질린 얼굴로 동방삭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여긴 무슨 일이지?”

팔짱을 낀 피티아가, 언짢은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피티아, 이곳엔 왜 왔지?”

“아소카에게 중요한 용건이 있어.”

“공교롭군. 나도 이야기할 것이 있는데.”

“내가 먼저야.”

“언제 투성이 그렇게 선착순을 중요시 여겼지?”

길가메시는 순서를 지킬 생각이 없다는 듯, 피티아의 앞에 서려 했지만.

“멈춰.”

쿠르르르!

바닥에서 커다란 얼음벽이 올라오며, 자신의 앞길을 막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말로 할 때 길을 터라. 피티아.”

“내가 돌려주고 싶은 말이네. 말로 할 때 돌아가. 길가메시.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허…… 언제부터 예언자가 이렇게 까불었지?”

쾅!

길가메시는 발로 얼음벽을 찼지만.

스으으으……!

벽은 부서지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발을 옭아매 얼려 버렸다.

“……뭐냐, 이 힘은?”

“이번에, 군림의 힘을 얻었잖아? 이게 참 쓸 만하더라고.”

“그걸 믿고 이렇게 기고만장했던 거냐? 가소롭구나.”

쩌저저적……!

얼음에 단숨에 금이 가고.

길가메시는 발을 벽에서 빼낸 후, 본격적으로 힘을 끌어올렸다.

무신의 종 중, 그가 싸우길 꺼려 하는 건 동방삭뿐.

그는 피티아나, 세 번째 종 정도는 자신의 상대가 안 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특히 피티아는.

권능도 탐색과 관련되어 있고, 힘도 무신의 종 중에선 가장 약한 축에 속하는지라.

그녀에 대해선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위와 아래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시켜 주지.”

“쯧. 순서 지키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워? 나이만 많지 머릿속에 든 게 없구나.”

“……군림 레벨 8이 주어졌다고 사람이 이렇게 맹랑하게 바뀌는구나.”

“당연하지. 8이면 당신이랑 똑같잖아?”

스으으으…….

길가메시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고 힘을 끌어올리는 피티아.

과연, 군림 레벨 8을 얻고 나서 그런지.

그녀가 동원할 수 있는 힘은 예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저 정도면, 길가메시와 꽤 오래 싸우겠군. 끝이 쉬이 나지 않을지도…….’

동방삭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 장면을 여유로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어차피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나서면 상황을 바로 종료시킬 수 있었으니.

어디 둘이서 투닥거리면 어느 정도의 전력이 나올지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하나.

[그만.]

쿠르르르……!

둘이 싸우기도 전에.

대지가 갈라지며,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 주인……!”

“……무신, 벌써 깼나?”

세 번째 종을 봉인하고, 잠시 잠들었던 방랑하는 무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셋을 보고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이번엔, 예상외의 상황이 너무나도 많이 발생했군…… ]

“……그래서?”

스으윽.

그는 뒤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얼음벽 너머.

세 번째 종이 봉인된, 그 땅을.

[금륜을 돌리겠다. 아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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