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389화 (38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89화>

-적색의 관리자…….

-그놈의 손이 왜 여기 있어?

-와 이건 또 무슨 일이래 ㄷㄷ

-이 채널은 무슨 관리자 특집 채널이냐?

특별 보스 이름이 배틀튜브에 뜨자, 외계의 채팅창에는 난리가 났다.

적색의 관리자.

관리자의 임기가 끝났음에도, 관리자 직을 내려놓지 않고 잠적한 존재.

그리고.

‘무신, 그리고 아소카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어 보이는 관리자지…….’

애초에 인류를 한계가 없도록 설정한 이들도, 적의 일족이었으니.

적색의 관리자는,

‘한데 손만 남았다는 건, 도망치던 와중 저거만 잘려 공허에 파묻힌 건가.’

성지한은 팔짱을 낀 채 전방을 주시했다.

공허의 소용돌이가, 점점 검은색으로 변해 가더니.

화르르르……!

그 안에서, 불타오르고 있는 손이 튀어나왔다.

‘주먹을 쥐고 있군.’

손의 크기 자체는 성지한보다 조금 큰 정도로, 압도적인 형체를 자랑했던 뇌신에 비하면 존재감이 미미한 상태.

하나 그는 긴장감을 놓지 않고, 적색의 관리자의 손에 천천히 다가갔다.

손은 인간의 것과, 파충류의 것을 섞은 듯한 느낌으로.

비늘 같은 게 불타는 손등 위로 오돌토돌 나 있었다.

-저게, 관리자의 손…… 생각보다 별거 없다?

-적색의 관리자 원래 거인족 출신이잖아. 물론 걔들은 관리자 나오고 나서 아예 지들 종족 이름을 적의 일족으로 개명했지만

-아하…….

-저렇게 가만히 있는 거면, 바로 선공하면 이번 미션도 클리어하는 거 아님?

-상대가 무려 관리자의 손인데 그렇게 쉬울 리가 있겠음?

-그래도 너무 가만히 있는데.

시청자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는 주먹 쥔 손.

하나.

성지한이 적색의 손에 어느 정도 가까이 오자.

번쩍!

손등 위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거기서 문자가 떠올랐다.

그 어느 나라의 글자도 아니지만, 성지한만은 알아볼 수 있었던 문자가.

[적.]

슈우우우!

그 글자가 떠오름과 동시에, 펴지는 손바닥.

새빨간 손바닥 안에는, 수백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었다.

처음에는 초점을 잃은 듯 멍한 눈빛이던 눈은.

[포착.]

꿈틀. 꿈틀.

눈동자를 움직이며, 수백 개의 시선이 일제히 성지한을 주시했다.

희번덕거리며 움직이는, 붉은색의 안구.

-히이이익! 뭐야 저거??

-손만 남아도 저 정도라니…… 역시 관리자인가?

-화면 너머로, 공포감을 줄 수 있다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관리자의 손을 보고 평가절하했던 시청자들은.

눈빛만 보고도 강렬한 위압감을 느꼈는지, 더 이상 저딴 게 관리자의 손이냐는 이야기가 나오질 않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놈들이 왜 저래? 저런 눈빛에 겁먹지?’

정작 눈을 마주하고 있는 성지한은 눈빛이 반짝여도 심드렁할 뿐이었지만.

‘일단은, 본격적으로 살펴볼까.’

뚜벅. 뚜벅.

성지한은 펼쳐진 손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접근해 오자, 일제히 모이는 눈동자.

손 위로 타오르는 불길 위에는, 문자가 떠올랐다.

[내가 왜 나옴? 흑색이 풀어 줄 리가.]

“글쎄.”

[아. 알았음. 너 미끼임.]

“…….”

알아서 자문자답하는 붉은 손.

성지한은 그의 말 가운데서, 미끼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미끼가 필요한 이유. 본체의 위치를 알아냈음. 아니. 알아냈으면 미끼 불필요. 알아내는 과정에 있음.]

단어가 부분부분 끊긴 채 말하는 관리자의 손.

하나 성지한은 그 말뜻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흑색의 관리자가 손을 특별 보스로 불러낸 건, 성지한을 미끼로 쓰겠다는 거란 의미겠지.

‘날 통해 적색의 관리자를 끄집어내겠다는 건가.’

오래전에 행방불명되었다는 적색의 관리자.

한데 그의 흔적은 지구에 많이 남아 있었을뿐더러.

근래에는, 무신과 아소카도 그와의 연관성이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고 있었다.

관리자는 배틀넷의 절대자들이니.

자신도 알아낸 정보를, 이들도 아예 모를 리가 없겠지.

본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 관리자들의 포석에, 성지한은 자신이 장기말이 된 느낌을 받았다.

‘배틀넷의 유일한 진리는, 여기서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것. 관리자들이 지금은 내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다들 자기 사정에 맞게 날 이용하려는 것일 뿐이다.’

언제나 주의 깊게 상황을 살펴봐야겠군.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어차피 들킨 것. 의도에 넘어가 줌. 본체에겐 나의 힘이 필요함. 미끼. 탐스럽게 만든다.]

화르르륵!

적색의 관리자 손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더니, 성지한을 향해 뻗어 왔다.

휙!

성지한은 그 불길을 재빨리 피했지만.

치이이익……!

그의 뺨에 불꽃의 끝자락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버프가 총동원된 상태인데도, 못 피하다니…… 관리자의 불이라 이건가.’

[성좌 도달 레벨이 758로 낮아집니다.]

성좌 모드도 켜져 있고, 가면도 쓴 상태인데.

이렇게 전력을 다 끌어모은 상태인데도, 저 작은 불꽃을 피하지 못했다.

확실히, 이 상대 특별 보스라 할 만하군.

성지한은 약간 거리를 벌리며, 그를 경계했다.

[? 미끼. 왜 피함. 역할에 충실.]

“그럼 그걸 맞고 있냐?”

성지한은 뒤바뀐 문자를 보며 그리 대꾸했지만.

화르르르…….

뺨에 닿았던 불꽃이 잠시 피어올랐다 사라지고.

[스탯 적이 2 오릅니다.]

스탯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뜨자, 잠깐 멈칫했다.

‘……이거 닿아서 2나 올랐다고?’

안 그래도 올리기 힘들었던 스탯 적.

이게 저 조그만 불길에도, 2나 오른단 말인가.

그럼 저 불을 다 흡수하면 대체 스탯이 몇이 오르는 거야.

‘……미끼, 그냥 할까?’

성지한은 잠깐 그렇게 생각했지만.

[반항해도 소용없음. 몸, 갈아탐. 미끼가 되겠음.]

자신으로 몸을 갈아타겠다는 메시지에, 무기를 꺼내 들었다.

스탯 적 늘려 준다고 저 불에 몸을 맡겼다간, 육체의 주인이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때.

[부질없는 반항.]

스으으으으…….

수백 개의 눈알이 서로 뭉치더니, 커다란 눈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눈알에서 빛이 퍼지며, 글자가 만들어졌다.

[멈춰.]

그리고 그 문자 옆에, 또 따로 떠오르는 글자.

‘저건…… 지배 코드군.’

자신의 언어에 구속력을 지니기 위해, 추가한 코드 같았다.

하나.

‘몸 잘만 움직이는데.’

지배 코드를 통한 멈추라는 명령은, 정작 성지한에겐 별 구속력이 없었다.

[먹겠음.]

하지만 적색의 손은 그가 멈춘 걸 확신하는지.

화르르르…….

아까처럼 빠르게 불꽃을 피우는 게 아니라, 천천히 화염을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불은 성지한의 몸 주변을 향해, 넓게 원을 그리면서 그를 포위해 나갔다.

-뭐야 왜 가만히 있어?

-아무리 손만 남았다 한들, 관리자의 힘을 어찌 거역하겠나.

-그 적색의 손이야. 반항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아니 이럼 솔직히 환불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뇌신도 이겼는데 뭔 관리자의 손이 튀어나오고 있어 ㅡㅡ 돈 건 게 얼만데 아레나에서 장난을 쳐도 뭐 이런 식으로 장난을 쳐!

성지한이 가만히 있자, 돈을 건 이들이 분을 못 이겨 잠시 난동을 피웠지만.

-어! 내가 아까 항의했는데, 방금 전 특별 보스 나온 거 그냥 승리 처리해 준대.

-진짜? 1등으로?

-어 승패와 상관없이 성지한에게 베팅한 사람은 아레나에서 돈 준대!

-오 그럼 번 거네?!

-좋아! 지한아 적색 건은 알아서 잘하렴. 돈 잘 벌었어!!

아레나에서 GP를 보증해 준다고 하자,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하여간 도박꾼 놈들…… 어쨌든 나도 70배는 벌은 건가.’

GP에 미친 건 종족불문, 전 우주에 통용되는 진리네.

성지한은 도박꾼들의 채팅에서 시선을 뗀 후, 적의 행태를 바라보았다.

성지한의 주변을 본격적으로 불바다로 만들며, 서서히 그를 포위해 가는 적색의 손.

이미 사냥감은 포획되었다고 생각하고, 한 번에 포식할 생각인가.

‘반격이야 진작에 가능했지만…….’

방심한 적에게 일격을 가하는 거야, 그에겐 너무나도 쉬운 일.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건, 조금 전 오른 스탯 때문이었다.

불꽃에 닿자마자 2나 올랐던 스탯 적.

‘그에게 지배당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얻어 내야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지한은 때를 포착했다.

* * *

사방으로 퍼져, 포위망을 완전히 구축한 적색의 화염.

하나 불길을 대거 피워 올린 탓일까.

막상 적색의 손에 깃들어 있던 불의 힘은 처음보다 상당히 약화되어 있었다.

거기에, 하나로 합친 눈에는 붉은빛이 많이 꺼져 있는 상태였으니.

‘이 정도면 되었다.’

슈우우우……

성지한은 암혼와류를 다시 발동시켰다.

[?? 미끼? 어떻게?]

그런 그의 행동을 보고, 의문을 표하는 적색의 손.

그는 그 메시지를 무시하고, 암혼와류 속에 다시 이클립스를 집어넣었다.

[……그거, 또 하려고?]

“아까 해 보니 쓸만하지 않았어?”

[나름, 그 검에 배울 점은 있었다만…….]

“그럼 또 배우자.”

그림자여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암혼와류의 내부에서 공허를 폭발시킨 성지한은.

[공허가 5 감소합니다.]

공허의 감소 메시지가 뜨고, 검이 완성되자.

소용돌이 속에서 검을 꺼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암영신결暗影神訣

암영신검暗影神劍

조금 전 뇌신을 단번에 제압했던 암영신검이 나오자.

[그건……! 고, 공허의 내면…… ]

성지한이 움직일 때만 해도, 놀라기만 할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던 눈동자가 부들부들 떨렸다.

[미끼가 아니라, 흑색의 검…….]

파아아앗!

검에서 폭발하는 어둠에 닿기 시작하는 붉은 손.

하나 완전히 이에 파묻혔던 뇌신과는 달리.

슈우우우…….

손 주변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며, 어둠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아니다. 조금 다름. 검보다 약함.]

“흑색의 검이 뭔데?”

[관리자의 검을, 흉내 내놓고 모름?]

이게 관리자의 검이라고?

성지한은 눈을 깜빡였다.

이건 동방삭의 태극마검을 그대로 내보일 수 없어서, 임의로 개조한 건데?

“어. 모르는데.”

[그럼 설마 본인 창작?]

“완전 창작은 아니고, 어디서 배워 왔지.”

[……거짓? 하지만 적이 있음. 공허의 대행자라기엔 검이 약함…….]

피시시식…….

어둠에 저항하던 손의 불이 점점 약해지고.

[공허의 대행자라면 저항 무의미. 오히려 죽는 게 본체를 지킬 수 있음. 다만, 미끼라면…….]

눈동자는 빙글빙글 돌아가며, 문자를 계속해서 써 내려 갔다.

[검을 만든 재능, 본체에게 꼭 필요한 능력.]

“내가 만든 거 아니라니까?”

[구현 자체가 재능.]

“그래?”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하도 아소카한테 재능 애매하다고 질타당하다 보니.

상대가 적색의 손이라고 해도, 재능 있단 이야기가 듣기 나쁘지 않네.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고.

‘지금 끝을 내야지.’

지배 코드 불발로 인한 기습적인 공격이 아니었으면, 손에게 밀리는 건 이쪽이었을 것이다.

지금 압박할 수 있을 때, 끝장을 내야지.

성지한이 그렇게 암영신검에 힘을 더 주고 있을 때.

[이거 흑색의 검과 비슷하지만…… 확실히 아님.]

[상대는, 역시 미끼.]

[그것도…… 본체에게 꼭 필요한 미끼.]

저항이 점점 약해지던 눈동자는 암영신검을 나름대로 분석했는지.

성지한을 미끼라고 확정 판단했다.

“그놈의 미끼 소리 징글징글하네.”

듣는 미끼 기분 나쁘게 말이야.

성지한의 암검이 더욱 어둠을 토해 내고, 적색의 저항이 크게 줄어들 때.

[결정.]

파아아앗!

갑자기 손의 형태가 불타 사라지더니.

툭…….

땅바닥에, 눈동자 하나만 덩그러니 떨어졌다.

원래의 커다란 크기가 아니라.

사람의 것만큼, 작은 크기로.

[재능, 내가 미끼를 먹으면 사라질지도 모름.]

[그러니 먹히겠음.]

그리고 눈동자 위로, 메시지가 작은 크기로 올라왔다.

성지한을 먹어치우려다가, 방향을 급선회한 건가.

“……먹히겠다고?”

[응. 나 먹어.]

꿈틀. 꿈틀.

적색의 눈동자는 사방에 핏줄을 확장시키면서, 기분 나쁘게 꿈틀거렸다.

차라리 생낙지를 먹고 말지.

저건 좀…….

‘그냥 밟아서 터뜨릴까.’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적 최소 500 보장.]

눈동자가 추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