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91화>
‘새하얀 색이면, 백색의 관리자와 관련이 있는 건가.’
메시지 창의 색깔을 통해, 어디가 개입해 온 건지 대충 감을 잡게 된 성지한.
‘확실히 적색의 관리자를 끌어낼 패로, 날 써먹는 거 같군.’
저들이 의심하는 적색의 관리자는, 결국 무신인 걸까.
관리자들이 자신을 미끼로 써먹는 데에 대해선, 솔직히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지.’
기분 나쁘다고 보상 안 받을 것도 아니고.
성지한은 실리를 추구하기로 했다.
그렇게 받은 특별 보상은.
[종합시청자 평가치 업그레이드를 위한 특수 조건, ‘10년간 채널 운영’ 조건이 해제됩니다.]
[종합시청자 평가치가 ‘유명해진’ 등급으로 올라갑니다.]
다름 아닌, 스타 버프의 업그레이드를 가로막고 있던 특수 조건 해제였다.
‘특수 조건 항목이 저런 거였어?’
10년 채널 운영이 조건이라니.
이렇게 해제시켜 주지 않았으면, 스타 버프 업그레이드는 당분간 꿈도 꾸질 못했겠네.
‘확실히 백색의 관리자 쪽이, 배틀튜브와 연관이 있어 보이는군.’
성지한은 주로 배틀튜브 관련한 보상을 주는 백색의 관리자 쪽 메시지를 보면서 그리 생각했다.
[스타 버프가 업그레이드됩니다.]
[스타 버프 발동 시, 모든 능력치가 100% 증폭됩니다.]
[증폭 효과 100%를 달성하여, 특수한 업그레이드 항목이 생겨납니다.]
[두 항목 중, 하나를 선택해 주십시오.]
[신성新星]
-스타 버프의 효과를 기존의 것에서 더욱 업그레이드시킵니다.
-동시 시청자의 숫자가 쌓이면 쌓일수록, 버프 효과가 더 크게 증폭되며 ‘초신성超新星’ 모드를 발동할 시, 스타 버프의 효과가 10배 더 증가합니다.
-다만, 초신성을 사용하면 신성 효과가 사라집니다.
[정규채널]
-일주일에 3회 스트리밍을 5년간 지속할 시.
-배틀튜브의 ‘정규채널’ 중 하나로 편성되어, 영상 재생 시 성좌 명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신 스타 버프의 효과는 사라집니다.
신성과 정규채널.
둘 중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는, 명백히 답이 나와 있었다.
‘신성이군.’
정규채널이 되면 그 얻기 힘들다는 성좌 명성을 쌓아 올릴 수는 있었지만.
스타 버프가 사라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평화로운 시기라면야, 후자를 택해서 더 큰 발전을 꾀했겠지만.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힘이 제일 중요하지.’
성지한은 두 업그레이드 항목에서 신성을 선택했다.
그러자.
[스타 버프에 신성新星의 효과가 추가됩니다.]
[시청자 숫자에 비례하여 버프 효율이 증가합니다.]
[기준치를 넘지 못해, 능력 증폭은 100%에 머뭅니다.]
신성의 효과가 바로 적용되는 성지한.
다만 기준치가 상당히 높은 건지, 시청자 비례 버프 효과 증폭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건 됐고…….’
그렇게 에픽 퀘스트 보상을 정리한 성지한은.
-지한 님!! 종족 보너스는 어떻게…… 안 선택하시나요??
-아 보채지 좀 마셈; 지금 생각 중이신 거 같은데 ㅎㅎ
-아 궁금하잖아 미션도 끝났고 방종 전에 종족 보너스 뭐 받는지 봐야지!
-이번에 보너스 4개 받으면 중급 종족 가능??
-하급 된 지 얼마나 됐다고 ㅋㅋㅋㅋ
인류 시청자들의 기대대로 종족 보너스를 열어 보기로 했다.
‘어디 볼까.’
이번에 얻은 종족 진화 보너스는, 총 4개.
뇌신을 불러서 2개, 그를 제압하면서 2개를 얻은 이 보너스는.
[종족 보너스를 받으시겠습니까?]
성지한이 예를 누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종족 보너스, 열어 보겠습니다.”
툭.
그렇게 성지한이 보상을 수령하자, 떠오르는 메시지.
[특별 보상, ‘종족 진화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화속성 친화도가 +1 상승합니다]
[화속성 친화도가 +1 상승합니다]
[화속성 친화도가 +1 상승합니다]
[마력이 +3 상승합니다.]
이번에 터진 종족 보너스는, 화속성 친화도만 3번 중복되어 있었다.
-……아니 뭔 화속성만 나와?
-잡은 건 뇌신 아니었음? 뇌속성 +1도 아니고 ㅋㅋㅋㅋㅋ
-불 마법사들은 완전 살판났네;
-마법사들 대부분 불속성 공격 마법을 기본으로 배우긴 하니까, 이번 종족 보너스는 마법사들만 꿀 빨았네.
-일반인은 이번에 큰 체감 못 하겠네요…….
-화상 덜 당하나? 친화도 올라가면 ㅋㅋㅋ
종족 보너스를 무려 4개나 받는다고 해서 기대했던 시청자들도, 이 결과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초에 제압당한 건 뇌신인데, 왜 그랑은 연관도 없는 화속성 친화도만 3개를 받는단 말인가.
‘당혹스럽긴 하지만, 이렇게 친화도가 오르니 스탯 적의 운용은 확실히 편해졌어.’
60에서 일단 성장을 멈춰 두었던 스탯 적.
그때는 이게 더 올라갔다간 내부의 적이 말을 듣지 않을 거 같아서 성장을 멈춰 놨는데.
화속성 친화도가 오르고 나니 불의 제어도 수월해져서, 성지한은 이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었다.
‘……이게 우연의 일치일 리는 없겠지. 적색의 관리자의 힘을 견뎌 내라고 이쪽에서 노골적으로 밀어 주는군.’
수많은 속성의 친화도 중, 하필 화속성만 3이나 오른 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관리자 측의 의도가 여기에도 담겨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저들의 의도가 뻔히 보이긴 하지만…… 나도 이용할 건 다 이용해야지.’
적의 지배가 완전해지면, 흑색의 봉인함에서 눈을 꺼내서 스탯 더 올려야겠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로그아웃했다.
* * *
[보스 러쉬에서 얻은 종족 보너스. 화속성 마법사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다!]
[배틀넷의 관리자는, 신보다 위대한 존재? 외계의 존재들이 경외시하는 그들의 정체를 추측하다.]
[셀프 베팅으로 배당률 70배의 GP를 획득한 성지한,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
[성지한은 미끼인가? 빛의 눈이 설치된 성지한 채널에서 들려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
종족 보너스를 4개나 얻어 온 보스 러시.
이번 게임은, 끝이 난 이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마법사들 데미지 엄청 올랐던데?
-ㅇㅇ 불마법을 주력으로 키우는 마법사들은 거의 데미지 2배는 오른 거 같다고 기뻐하더라.
-불마법 안 배운 마법사들 거의 없어서 마법사들은 축제 분위기던데.
-근데 전사들도 화염 저항력 올라가서, 예전보다는 불 견디기 쉽다곤 함.
-그래? 일반인들은 예전이랑 별다를 바 없던데 ㅎㅎ
-ㄹㅇ 그간 건강 증진으로 재미 많이 봤는데 아쉽긴 해.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인류가 혜택을 보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보너스는 거의 마법사 위주로 강화된 느낌이었다.
물론 화속성 친화도 증가로 인해, 모든 플레이어들이 불에 대한 저항력이 증가하긴 했지만.
마법사가 체감하는 것에 비하면 확실히 그 효용이 약했다.
그리고.
-아레나의 주인에, 관리자…… 성지한 가지고 뭐 하는 거지?
-성지한은 자기 스스로 미끼를 거론했잖아. 이거 영 걸리던데.
-빛의 눈 생기니까 원래는 오프 더 레코드여야 할 정보가 그대로 들어오네 ㅋㅋㅋ
-뭐 성지한이 워낙 초월자니까, 그냥 그와 관련된 문제인 거 아님?
-ㄴㄴ 아레나의 주인이 분명히 성지한한테 인류와 당신에게 기회를 준다고 이야기했음.
-그럼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되는 거임?
-멸망? ㅡㅡ
빛의 눈으로 인해, 필터링되지 않은 정보를 들은 사람들은.
제각각 여러 가지 추측을 하기에 바빴다.
한편.
“지한! 이번 종족 보너스, 저한테도 효과가 있나 봐요!”
여느 때처럼 펜트하우스에 놀러 온 소피아는, 성지한을 보면서 눈을 빛냈다.
“성화 효과가 강화된 겁니까?”
“네!”
소피아가 손바닥을 펴자.
화르르륵!
예전엔 미약해서 금방 꺼질 것 같았던 백색의 불꽃, 성화가.
나름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예전의 70%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화속성 친화도랑 궁합이 좋나?”
“그렇군요…….”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화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백색의 불꽃, 성화.
이것은 신성력과 적의 힘, 거기에 여러 가지의 기운이 동시에 느껴지는 복잡다단한 불꽃이었다.
스탯 적도 60으로 원래보다 거의 두 배 올랐으니, 이젠 저 성화에 대해 뭔가 알아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여전히 모르겠네.’
성화를 이루는 다른 기운은 뭔지, 여전히 감이 오질 않았다.
‘피티아가 굳이 줬다가 가져간 걸 보면, 뭔가가 분명 있긴 할 텐데 말이지…….’
스탯 적이 아니라 다른 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하나?
성지한은 성화를 몇 번 더 살펴보다가.
“아, 이제는 유지가 좀 힘드네요…….”
“예, 그럼 이만 보죠.”
성화가 꺼져 가자,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살펴보기로 했다.
한편.
“으음…….”
거실 TV로 성지한의 보스 러시 게임을 몇 번이고 돌려보던 윤세아는.
성지한이 성화를 다 살펴보자, 재생을 멈추고는 그에게 질문했다.
“삼촌. 이번 종족 보너스, 왜 불만 나왔을까? 그 적색의 관리자인가…… 그의 손 때문이야?”
“아마도.”
“그, 우주 머리 아저씨도 영 찝찝한 이야기만 하던데. 삼촌보고 미끼니, 최후의 기회니…… 뭔가 의미심장하단 말이야.”
윤세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성지한을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너 그런 건 다 어떻게 들었냐?”
“삼촌 방송 이제 풀로 나오잖아.”
“아, 그거까지 다 나와?”
“어, 사람들 지금 별의별 추측 다하고 있어.”
스타 버프를 유지하기 위해 받아들였던 빛의 눈.
그게 인류에게 정보가 모두 공개되는, 부작용을 야기했군.
‘아니…… 뭐.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공개되면 어때?’
오히려 행방불명된 적색의 관리자와의 연관성 같은 정보가 날것으로 나오다 보니.
외계의 시청자들도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으며, 대성좌들까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가.
배틀튜브에서 관심도가 집중되면 집중될수록, 스타 버프도 강해지겠지.
‘이미 난 호랑이 등에 탄 상황…… 무엇보다 힘의 강화가 최우선이다.’
지금은 더 많은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라도, 정보를 숨기기보다는 더 대놓고 공개해야 할 판이었다.
‘나중에 상황이 더 정리되고 나면 아예 현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해 봐도 나쁘지 않겠군…….’
채널 성장세가 주춤하면, 한번 해 볼까.
성지한은 상황이 이렇게 된 거, 대놓고 공개 모드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게 스타 버프의 신성 특성을 써먹기에도 좋았으니까.
“적색의 관리자와 관련된 사항은 나도 아직 정리가 다 안 돼서. 나중에 한꺼번에 이야기해 줄게.”
“……진짜지?”
“응. 아예 대놓고 방송도 하려고.”
“배틀튜브로요? 헤에…… 지한, 히어로는 힘을 숨기지 않았나요?”
“그건 구시대 히어로나 그렇죠. 지금은 자기 PR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성지한이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자.
윤세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삼촌이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릴게.”
“그래.”
“그럼 이 문제는 일단 넘어가고, 중국전 걱정이나 해야겠다.”
“중국전?”
“응, 3일 뒤에 중국전 하잖아.”
“아, 그랬어?”
성지한은 심드렁히 대꾸했다.
지금 관리자의 미끼가 되네 마네 하는 판국인데.
자신이 국가 대항전에 관심을 보이는 건 어린아이 싸움에 끼어드는 느낌이었으니까.
“응…… 이번 종족 보너스 덕에 제갈헌이 너무 세져서, 다음 경기가 좀 걱정되네.”
“중국의 제갈헌? 그가 불의 마법사는 아니지 않나? 팔괘 뽑잖아.”
“팔괘에도 불과 관련된 괘가 있을걸? 엄청 세대.”
“흠…… 그래? 힘을 내렴.”
“윽, 삼촌 은퇴는 번복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지역 리그에까지 나서긴 좀 그렇잖아.”
인류 플레이어 중에서 혼자서만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성지한.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더 커져만 가서.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뛸 때, 혼자 우주 위에서 날아다니는 그가 국가 대항전에 나가긴 좀 그랬다.
‘물론 한국이 세계 랭킹 1위를 달성하면, 성좌 명성 관련으로 업적이 있을 것 같긴 하다만…….’
그래서 국가대표도 은퇴하려다 말긴 했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워낙 긴박해서, 국가대항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건 그런데…… 음, 삼촌. 그럼 혹시 여유 있으면, 그날 배틀넷 센터에 얼굴 한 번만 비춰 주면 안 돼?”
“왜?”
“저번에 보니까, 중국에서 삼촌 밴을 안 하더라고.”
“뭐, 안 할 수도 있지. 경기에 워낙 안 나가니.”
성지한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지만.
“딴 나라들은 그래도 삼촌 혹시 있을까 봐 밴하는데, 중국은 없는 걸 확신하듯 밴을 안 하더라고. 배틀넷 센터에 혹시 중국과 선이 닿은 스파이가 있는 거 아니냐고, 감독님이 의심하던데…….”
“그래?”
“응, 굳이 출전할 필요는 없고…… 그냥 시간 되면 센터만 잠깐 들리는 게 어때? 혹시나 내부에 스파이가 있으면 밴을 할 테고, 없으면 삼촌이 와도 밴을 안 하겠지?”
스파이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고 싶은 건가.
‘뭐 센터면 집 바로 옆이니까.’
잠깐 얼굴만 비추고, 수련장에 들어가야겠군.
“알겠어. 잠깐 들릴게.”
성지한은 친구네 집 방문하듯, 가볍게 대답했다.
그리고 3일 후.
“……성지한 님.”
배틀넷 센터에 얼굴만 비추러 간 성지한에게.
스태프 중 한 명이 비밀리에 접근해 왔다.
“저…… ‘그분’의 말씀을 전하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