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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95화 (39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95화>

‘동방삭이 저렇게 늙은 건 처음 보는군.’

예전의 강상 시절이나.

현재 세계의 동방삭은 비록 겉모습은 노인이긴 했으되, 피부가 맑고 주름도 많지 않았다.

하나 지금, 이 세계수 너머에서 보는 그는.

얼굴 여기저기에 검버섯이 올라오고 피부도 푸석해서 딱 보아도 건강해 보이질 않았다.

풍성했던 수염도 듬성듬성 빠져 있었으며, 얼굴 전체가 피곤에 절어 있었다.

‘그 정도의 무인이 저럴 정도라니…….’

강상 시절에 비해 세월이 많이 흐른 건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동방삭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이번에야말로.”

적의 어린 시선으로, 붉은 세계수를 노려보던 동방삭이 검을 꺼내자.

슈우우우…….

그의 등 뒤에서, 태극의 형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태극마검을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기의 흐름.

하나 그 움직임은 성지한의 것보다, 더 정교하게 태극을 완성하고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것보다 더 정교하군.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배우긴 좋은데…….’

저거, 막아야 하지 않나?

태극에서 마검이 나오면, 모든 게 초토화될 터.

여긴 게임 안도 아니고 죽으면 끝이니, 성지한은 나가서 대처를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피시시시…….

완성된 태극 속에, 검을 집어넣은 동방삭은.

거기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곤,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또, 실패인가…….”

태극마검의 1단계는 완벽한 그였지만.

2단계, 마검을 꺼내는 단계에서 실패하는 동방삭.

‘그래. 저거 어렵다니까.’

성지한은 동방삭도 실패하는 걸 보고는, 괜한 안도감을 느꼈다.

아무리 무의 자질이 극에 달한 그라고 해도, 쉽게 완성은 안 되는구나.

‘근데 이 동방삭도 마검에 공허를 섞을 생각은 하지 않는군.’

성지한이 겪어 본 바에 의하면.

태극마검의 마검 단계에선, 공허를 넣어 폭발시키는 게 더 운용하기가 편했다.

동방삭처럼 빛의 검을 꺼내는 건,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이라 실마리가 잡히질 않았으니까.

“후우…… 이것밖에 못 하는가. 나는 정말로 범재에 지나지 않는구나.”

아니, 동방삭이 범재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라고.

성지한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한탄을 나무 안에서 들었다.

“적귀赤鬼를 봉신封神하고도 600년…… 그 오랜 세월을 버텨왔음에도, 마를 끝낼 검 하나 완성하질 못하다니.”

부쩍 더 늙어 버린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동방삭이 한숨을 쉬었다.

600년이라니.

설마 강상 시절에서부터 600년을 더 살아온 거였어?

‘무신의 종이 되기 전에, 자신의 무공으로 그렇게까지 수명을 연장시킨 건가. 확실히 규격 외의 무인이긴 하군…….’

그리고 태극마검은 그 정도의 무인이 600년을 수련해도 완성이 안 되는, 미친 검이었구나.

성지한은 자신의 자질을 애매하다고 평가했던 아소카가 생각났다.

‘그에게 이걸 보여 주고 싶네.’

태극마검은 인류가 지금까지 낳은 무인 중, 최강인 그도 600년을 헤맨 무공이라고.

그렇게 동방삭이 한숨을 쉬며 듬성듬성 난 수염을 쓰다듬고 있을 때.

스으으으…….

세계수의 주변에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또, 너인가…….]

[포기해라.]

[우리는, 죽지 않는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반투명한 거인의 머리.

동방삭은 그들을 보자 얼굴을 찌푸렸다.

“또, 나타나는군.”

휘리릭!

동방삭의 태극이 역으로 움직이자.

떠오르던 거인의 머리가 그대로 태극에 빨려 들어갔다.

나온 지 몇 초도 되지 않아서 그대로 사라지는 거인의 머리들.

그는 거기서 더 나아가.

“허튼짓, 하지 말아라.”

붉은 세계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일검에 찬란하게 퍼지는 마의 기운.

그것은 나무의 가지를 모두 베는 것에서 모자라.

하늘까지 검기를 뻗어 나갔다.

‘이건 극에 달한 천마신공인가…… 무혼으로 습득이 되는군.’

태극마검과는 달리, 무혼의 이해도 안에 포함되어 있는 동방삭의 일검.

천마신공의 마기가 느껴지는 걸 보아하니, 이 일검은 동방삭이 만들어 낸 천마신공의 완성형인 것 같았다.

한 번의 휘두름에, 하늘을 무너뜨리는 일검파천一劍破天.

강상 이후 600년의 세월 동안, 동방삭이 완성시킨 천마신공의 극의를.

‘이거…… 위력이 상당한데? 나중에 써먹어야겠네.’

성지한은 나무 안에서 편안히 감상하면서 터득했다.

한편.

“후우…….”

일검파천에 가지가 모조리 베였던 세계수가 금방 재생을 시작하자.

“하늘을 찢어도, 나무 한 그루를 못 베는구나. 그의 제안을 따라야 하는가…….”

동방삭은 한숨을 쉬고는,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지치디 지친 노인이 사라지자.

[감시자가 떠났습니다.]

[봉인을 해제하시겠습니까?]

나무통 안에서, 또다시 봉인 해제를 물어보는 글자가 올라왔다.

‘이놈은 또 뭐 이리 급해.’

동방삭이 떠나자마자 보채다니.

이 세계수, 봉인 해제에 안달났네.

“야, 잠깐. 상황 좀 보고 할게.”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주인께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일단 보류한다는 성지한의 대답에, 순순히 납득하는 붉은 세계수.

그 나무는 더 나아가서, 성지한에게 주인이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근데 내가 왜 네 주인이냐?”

[문자를 읽을 줄 알고, ‘영원’을 지녔습니다.]

[필요한 조건을 모두 충족했으니, 당신은 저의 주인입니다.]

스탯 영원을 지닌 상태에서, 이 특이한 문자를 읽을 줄 알면 세계수의 주인인 건가.

“그래? 뭐든 명령해도 되는 거냐 그럼?”

[봉인 상태에서는 명령을 제한적으로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뭐든지 명령하기 위해선, 봉인을 해제해 주십시오.]

뭔 말만 하면 결론은 봉인 해제네.

‘벌써 할 수는 없지.’

지금 오자마자 천마신공의 일검파천도 얻었겠다.

거기에 자꾸 봉인 해제해 달라고 조르는 꼴이, 괜히 더 하기 싫어졌다.

성지한은 대신, 그동안 궁금했던 거나 나무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이 문자, 어디의 문자냐?”

[주인의 문자입니다.]

“주인은 누군데.”

[주인은 주인입니다.]

이거, 원 도움이 안 되네.

성지한은 이외에도 왜 적의 일족 머리가 재생하냐.

세계수는 무슨 힘으로 계속 재생하냐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봉인이 해제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봉인이 해제되어야 답변드릴 수 있는 질문입니다.]

세계수는 계속 봉인 해제 타령만 했다.

‘내 말 듣는 건 좋은데, 막상 쓸모가 없네.’

성지한은 무의미한 질문을 멈추곤, 팔짱을 낀 채 밖을 바라보았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황무지.

동방삭이 떠나고 난 이후엔, 여기서 볼 게 정말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바로 나가긴 아쉬운데.’

현재 최고의 은신처나 다름없는 세계수의 안.

여기서 무슨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르는데, 이 꿀 같은 관람석을 놓고 가긴 아까웠다.

‘아까 동방삭은 그의 제안을 따라야 하냐고 했지.’

‘그’가 무신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성지한은 왠지 동방삭이 칭한 자가, 좀 있으면 나타날 것 같았다.

그때까진, 좀 여기서 버텨볼까.

그렇게 성지한은 잠시 동안 대기를 탔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건 좀, 심심하군.’

밖에는 황무지만 보이는, 세계수의 안쪽.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자니, 그는 몸이 찌뿌둥한 느낌을 받았다.

‘차라리 머리 귀신이라도 만들어지면 모르겠는데 말이야.’

동방삭이 아까 일검파천을 통해, 세계수를 가지치기 한 게 나름 효과가 있었는지.

적의 일족의 머리는 한동안 재생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보이는 건, 그저 황량한 붉은 대지뿐.

아무것도 없는 풍경을 쭉 지켜보는 건, 사방에서 자극을 받는 현대인에게는 상당히 고역이었다.

‘생명의 기운도 그닥 흡수가 되지 않고 말이지.’

세계수 내부에는, 분명 생명의 기운이 짙게 흐르고 있었지만.

이 힘은 성지한이 누워 있는 내부 공간에는 대부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생명의 기운을 얻기 위해선, 지금 이 나무 안쪽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

하나 그렇게 되면, 기껏 지금까지 여기서 대기를 탄 이유가 없어지기에.

성지한은 가만히 황무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자니.

‘입이 심심하군.’

성지한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허의 수련장에서 수련을 빡세게 했을 때는 입 심심한 것도 못 느꼈는데.

오히려 이렇게 자극 없이 여유로우니, 그의 오감이 자극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야, 혹시 과일 남는 거 없냐?”

[드리겠습니다.]

성지한의 물음에, 이번에는 웬일로 봉인 타령을 하지 않는 세계수.

스으으윽.

그의 눈앞에, 붉은 사과가 하나 떠올랐다.

“예전에 먹었던 세계수의 과육은 황금 사과였는데. 이건 빨갛네.”

[그것은 격이 떨어지는 물건입니다. 이것이 상등품입니다.]

그의 말에, 이게 더 좋은 거라고 반박하는 붉은 세계수.

하지만 이게 겉보기에는, 그냥 시장에서 파는 사과 같은데 말이지.

“어디.”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사과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와삭.

그가 한 입 베어 물자.

화르르르……!

입에서 불로 변하는, 사과 조각.

그와 동시에.

성지한 안에 있는 생명의 기운과 스탯 적이 동시에 살짝 늘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오……?’

이 사과.

스탯 2개를 동시에 자극한다고?

진짜 상등품이네.

‘먹을 때마다 입에서 불이 나는 게 문제지만.’

붉은 사과가 지닌 힘은 상당히 강력해서.

저번 보스 러시에서 스탯 적을 많이 올려 두지 않았다면, 입에 붙어 버린 불이 쉽게 꺼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 지금 성지한이 지닌 적의 수치는 상당해서.

사과를 아무리 씹어도, 거기서 피어오르는 불 따위야 가볍게 제어할 수 있었다.

와삭. 와삭.

사과 하나를 다 먹은 성지한은, 세계수에게 말했다.

“더 있냐?”

[예.]

“좀 많이 줘봐.”

[알겠습니다.]

두두두……!

그러자 성지한의 바람대로, 산더미처럼 쌓여 버린 사과.

‘이거에 입맛이 익숙해지면, 나중에 일반 식사는 못 하겠네.’

겉보기엔 일반 사과지만, 그 안에 담긴 맛은 천상의 맛이었으니.

이거에 중독되면, 나중엔 밥 먹어도 돌 씹는 기분이 날 것 같았다.

그래도.

‘뭐 어때. 대기 타는 동안 스탯 올리는 게 중요하지.’

성지한은 멈추지 않고 세계수의 과육을 먹어치웠다.

그렇게 산더미처럼 쌓인 사과 중, 반쯤 먹었을까.

[스탯 ‘영원’이 1 오릅니다.]

올리기 가장 힘든 능력치, 영원이 성장하고.

[스탯 ‘적’이 1 오릅니다.]

스탯 적도 따라서 올랐다.

‘영원이 이렇게 늘다니…… 세계수의 과육, 다 먹어치워야겠군.’

능력치가 오르는 걸 본, 성지한의 손이 빨라지고.

[괜찮으십니까? 적의 힘이 내포되어 있는데…….]

오히려 세계수 쪽에서, 그를 걱정하는 문자가 떠올랐다.

“멀쩡한데?”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어. 더 줄래?”

[세계수의 과육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1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봉인이 해제되면 이 시간이 단축됩니다.]

“……그놈의 봉인 해제 소리 왜 안 나오나 했다.”

여기서까지 봉인 해제를 꺼내는 붉은 세계수.

성지한은 그 말을 무시하며, 쌓여 있던 세계수의 과육을 다 먹어치웠다.

‘영원과 적이 총 3씩 올랐군.’

나무 안에서 과일만 먹은 거치고는, 상당한 소득인데.

성지한은 스탯창을 확인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때.

[감시자가 접근합니다.]

[제3의 인물이 접근합니다.]

[봉인 해제는 그들이 사라진 후에 진행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갑자기 문자가 급박하게 떠올랐다.

아직 해제할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세계수.

‘근데 제3의 인물은 누구지?’

성지한은 황무지 쪽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어느덧.

“…….”

그 짧은 사이에 더 폭삭 늙은 동방삭과.

“동방삭, 생각을 좀 해 보셨습니까?”

화려한 이목구비를 지닌 젊은 청년이, 웃음을 지은 채 서 있었다.

새하얀 얼굴에,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

저 외양은, 성지한도 한 번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소카?’

아소카와 동방삭, 이 때부터 인연이 있었던 건가.

성지한은 잘 되었다는 듯, 이들을 나무 안에서 살피려 했지만.

“내 이곳에 묶여 있으나, 당신에 대해 나름대로 알아보았소. 천축에서 상당히 추앙을 받는다지……?”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아소카가 갑자기 동방삭의 말을 끊더니.

세계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러더니, 지그시.

“……손님 한 분이, 아직 안 나오셨거든요.”

성지한의 두 눈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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