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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96화 (39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96화>

성지한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아소카.

범상치 않은 이임은 알고 있었지만…….

‘동방삭도 못 알아챈 걸, 그가 알아챌 정도라니.’

강상 시절에 비해 600살을 더 먹은 동방삭은 노쇠하긴 했어도.

지닌 무공은 그때에 비해 확실히 더 강해져 있었다.

그가 가볍게 내지른 검, 일검파천은 현재의 성지한으로서도 쉽게 대처하기 힘든 절기였으니까.

한데 그런 그도 눈치채지 못했던 성지한을, 아소카는 오자마자 알아챘다.

“손님이라니, 설마…….”

“이 나무의 안에 계시는군요. 나와 주시겠습니까?”

“……비키게. 내가 끄집어낼 테니.”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아소카.

그리고 그의 뒤에선, 동방삭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투기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성지한은 그의 기세를 보며, 대략적인 힘을 가늠해 보았다.

‘현재의 동방삭 정도면 그래도 상대할 만한데…….’

그가 강상 시절에 비해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성지한도 구궁팔괘도의 외진을 풀었을 때에 비해 상당히 강해진 상태였다.

거기에 저 상대는 태극마검을 완성하지 못했으니.

동방삭이 사용하는 무공은 죄다 무혼으로 습득이 가능했다.

그러니, 그와 싸우는 것은 리스크가 있어도 해볼 만했지만.

‘아소카가 걸리는군.’

성지한의 위치를 바로 파악한 아소카.

그가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는,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예전, 왕위 계승식 때를 떠올려 보면, 그도 범상치 않은 존재긴 했지만.

시간을 돌렸던 것을 제외하곤 딱히 무력적으로 뭘 보여 준 적은 없었으니까.

그때.

[긴급 상황입니다. 지금 당장 봉인을 해제해 주십시오.]

성지한의 눈앞에 글자가 급히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봉인 해제를 권유만 하던 붉은 세계수가, 한 단계 톤을 높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봉인을 해제하면 두 사람을 이 공간에서 즉시 퇴출할 수 있습니다. 결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봉인 해제하면 할 수 있는 게 많네 진짜.

하나 성지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아니, 나가련다.”

한번 저들과 만나 보기로 했다.

‘봉인 해제하면 여기서의 일은 왠지 다 끝이 나 버릴 거 같단 말이지…….’

이 세계가 리셋되기 전에.

이 시절, 아소카와 동방삭이 만나서 무슨 일을 꾸몄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하나 성지한이 나가려 들자.

쿠르르르……!

나무 안쪽의 공간이 뒤흔들리면서, 성지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졌다.

[봉인을 해제하기 전까지는, 나가지 못합니다.]

그러고는 본색을 드러내는 붉은 세계수.

성지한은 이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야, 나 사실 해제 코드 모르는데?”

[아시는 거 다 압니다.]

아니, 모른다는 데도 막무가내네.

‘그럼 강제로 뚫어야지.’

화르르륵!

성지한은 적의 힘을 끌어올렸다.

적색의 관리자의 손에서 얻은 스탯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예전보다 훨씬 강렬해진 불길은, 나무를 그대로 불태워 버렸다.

[이 힘은…… 적을 이렇게나 잘 다루시다니…….]

세계수는 강력한 생명의 기운으로 자신을 재생하려고 들었지만.

적의 불길은 그것이 원상복구를 하도록 놔두질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이고 길을 막으려던 나무가 죄다 타, 가루가 되어 사라지자.

[역시 주인…… 길을 열겠습니다.]

붉은 세계수는 반항을 포기하고는, 자신이 스스로 공간을 열었다.

스으윽…….

뻥 뚫린 공간 너머.

“……넌 누구지?”

살벌한 기세를 풍기고 있는 동방삭이 그를 노려보았다.

예전 강상 시절에 비하면 여유가 사라진, 초췌한 노인의 모습.

하나 그가 풍기는 살기는 예리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

저벅. 저벅.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시지요.”

아소카가 그런 동방삭의 앞에 섰다.

“저 손님이야말로, 제가 당신께 ‘그 제안’을 드린 이유이자 결과니까요.”

“그가……?”

아소카의 말에, 잠시 살기를 가라앉힌 동방삭이.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그 큰일을 맡기기엔, 역부족으로 보이네만.”

“하나 그는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흠…….”

자기들끼리 의미심장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두 사람.

성지한은 그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들만 아는 소리 하지 말고, 나도 좀 알려 주지그래? 아소카.”

“아소카? 그게 제 이름입니까?”

성지한이 아소카에게 그리 말하자, 그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저놈. 네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데. 믿을 수 있겠나?”

“아니, 더 확신이 생깁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그게 제 ‘미래’의 이름입니까?”

미래라니.

아까 자신의 위치를 바로 찾아낸 것도 그렇고.

확실히 그는 이 봉인된 세계에서, 좀 궤가 다른 것 같았다.

한데 저렇게 나오는 걸 보면, 아소카의 원래 이름은 다른 거였던 건가.

“……그래. 넌 아소카로 불렸지. 네 현재 이름은 뭐지?”

“아소카로 하지요.”

그러면서 그는 동방삭을 바라보며, 자신의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말하지 말라는 뜻.

그걸 본 동방삭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래, 아소카. 그는 아소카다.”

“본명이 뭐라고 이름 가지고 생색이군.”

“미래의 제가 이름을 굳이 바꾼 이유가 있겠지요. 저는 제 자신의 판단을 믿을 뿐입니다.”

“미래라…… 내가 미래에서 온 건 어떻게 그리 확신하지?”

“그야.”

스으윽.

아소카는 주변을 둘러보며, 웃음 지었다.

“이곳은 동방삭의 기억과, 세계수를 봉인한 가상의 공간이니까요.”

* * *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여기가 가상의 공간이라니.”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지 않으셨습니까?”

동방삭의 반문에, 아소카는 웃는 얼굴로 이야기했다.

“자세히 기억을 반추해 보십시오. 그가 오기 전에, 이 공간에서 실질적으로 시간이 흐르고 있었는지.”

“그건…….”

“그리고 아직 당신이 제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는데도, 미래의 손님이 어찌 왔겠습니까?”

“…….”

심각한 얼굴로 아소카의 말을 듣던 동방삭은.

스르르릉.

갑자기 칼을 뽑아 들었다.

“나는 아직 그를 확신할 수 없네. 무인은 무기로 대화해야,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법. 그를 시험해 봐야겠네.”

뭐야.

결국 싸우자는 건가?

성지한은 기세를 올리는 동방삭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차라리 잘됐네. 동방삭. 무공 좀 업그레이드해 주시죠.”

“뭐?”

“아까 나무 안에서 이거 배웠거든요.”

스으으으…….

성지한의 손에서 암검 이클립스가 피어오르고.

천마신공天魔神功

일검파천一劍破天

암검의 검 끝이 한 공간을 꿰뚫자.

치이이익!

동방삭 너머의 세계에.

모조리 검의 흔적이 새겨졌다.

짙은 공허가 하늘과 땅에 흔적을 남기다, 서서히 사라지고.

이를 본 동방삭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딱딱하게 굳었다.

“일검파천의 묘는, 하늘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일점을 완벽히 멸하는 데 있는 것.”

“…….”

“하늘이 무너지는 건, 그저 일검에 담긴 힘이 과해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지요.”

“잘도 아는구나.”

슈우우우!

하늘에 떠 있던 동방삭의 십검이 날아오더니.

검 끝이 본격적으로 성지한을 겨냥했다.

“어디, 그 알량한 재주. 계속 써 보거라.”

“무공 아끼지 말고 써 보십시오. 다 배워 갈 테니.”

“이놈이……!”

퀭한 얼굴에, 살기를 번뜩이며 다가오는 동방삭.

‘어디, 밑천까지 털어 가 볼까.’

캉!

성지한은 눈을 반짝이며, 그와 검을 맞대었다.

* * *

2시간 후.

황량하기 짝이 없던, 구궁팔괘도 안의 세계는.

어느덧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쾅! 쾅!

사방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오고.

대지는 세계수가 심어져 있는 땅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파여 나갔다.

그리고.

슈욱!

땅을 똑같이 밟아 움직이는 노인과 청년.

동방삭은 자신과 똑같은 보법을 사용하는 성지한을 보고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것까지 가져갔느냐!”

“아, 천마군림보는 미래의 동방삭이 이미 가르쳐 줬습니다. 다른 거 좀 써 보세요.”

“허……!”

“근데 역시 미래의 동방삭이 역시 무공은 더 잘 쓰네요. 배워 갈 게 많지가 않네.”

“배워 갈 게, 없다고……!?”

피식 입꼬리를 올리는 젊은이를 보면서, 분노를 참지 못하는 동방삭.

그가 힘을 더 사용하려고 할 때.

“동방삭, 이 정도면 그를 인정할 법하지 않습니까?”

둘의 싸움을 여유롭게 구경하고 있던 아소카가, 입을 열었다.

“아직이다!”

“무인의 호승심에 제대로 불이 붙었군요. 음, 그래…… 미래의 당신에게 이미 많이 배워 간 거 같은데, 차라리 그 검을 사용해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 검이라면…….”

“영혼을 멸하는 검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동방삭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파였다.

“……태극마검은, 미완성이다.”

“그건 미래에서도 무혼으로 못 배우겠던데. 한번 가르쳐 주시죠.”

“미, 미래의 난, 완성했나……?”

“예, 빛의 검을 뽑아냈습니다.”

“빛의 검……?”

그 말에, 갑자기 투기를 가라앉히고는.

“빛의 검이라니…… 나는, 생각을 잘못하고 있었던가?”

자리에 앉아서 가부좌를 트는 동방삭.

두둥실…….

그의 몸이 저절로 떠오르더니, 십검이 그의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뭐야, 즉석에서 깨달음이냐?’

태극마검 운용법 좀 알려 달라니까, 빛의 검 이야기만 듣고 자기만의 세계에 들어가 버렸네.

성지한이 그런 그의 모습을 어이없게 쳐다볼 무렵.

“두 분의 대화, 잘 보았습니다.”

아소카는 웃는 얼굴로 성지한에게 다가갔다.

사방이 폭발하는 와중에도, 옷에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아소카.

성지한은 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일부러 공격을 몇 번 흘려 보았는데도, 아예 차단을 했었지…….’

아소카의 전력을 파악해 보기 위해서, 동방삭과 싸우는 와중에도 검기를 몇 번 날려 보았지만.

성지한의 공격은 그에게 닿기도 전에, 단번에 사라지곤 했다.

“역시 미래의 제가 당신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군요.”

“글세, 미래의 너는 나보고 재능이 애매하다던데.”

“이 재능을 애매하다니…… 그만큼, 상대가 강해졌나 봅니다.”

‘상대’란 무신을 말하나 보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아소카에게 질문했다.

“이제 네가 뭔 짓을 꾸민 건지 좀 알려 주지그래.”

“알겠습니다. 당신께는 이야기해도 되겠지요.”

아소카는 붉은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성지한과 동방삭의 격돌에도, 금방 재생해 있던 세계수.

“저것은 머지않은 미래에, 이 행성을 불태울 겁화를 피워 올립니다.”

“겁화라…… 붉은 세계수가 말인가?”

“예. 인류는,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강렬한 불길입니다.”

저 세계수에 그 정도로 강력한 힘이 있다고?

성지한은 의아한 얼굴로 붉은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적으로 좀 불태우니까 길을 알아서 트는 걸 봐서 그런지.

그렇게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일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봉인을 해제하면 다를 수도 있겠군.’

자꾸 봉인을 해제해 달라던 붉은 세계수.

그 말대로 해 줬으면, 지금 보이는 것과는 다른 출력이 나올지도 몰랐다.

성지한이 그렇게 붉은 세계수를 바라보고 있을 때.

아소카는 말을 이었다.

“저는 세계수를 통해 겁화를 일으키려는 ‘그’를 설득했습니다.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말입니다.”

“당신이…… 그를 설득했다고?”

“예. 인류를 한 번만 쓰고 버리기에는 아깝지 않느냐고.”

스으으으…….

아소카의 등 뒤로, 황금의 수레바퀴가 떠올랐다.

미래의 그가 사용했던.

황금 해골 머리에, 붉은 뼈로 이루어진 금륜적보의 섬뜩한 모습과는 달리.

이 수레바퀴는, 찬란하며.

더 나아가 신성함까지 느껴졌다.

“내가 시간을 계속해서 과거로 돌릴 테니. 멸망을 유예해 달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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