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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01화 (40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01화>

‘기억이 돌아왔구나. 동방삭.’

아소카는 옅게 웃음을 지었다.

무신의 무한회귀 속에서, 그가 기억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

‘이번엔,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

그는 마음을 다시금 다졌다.

회귀를 할수록 강해지는 무신.

그가 더 강해지기 전에, 여기에 회귀를 끊어야 했다.

아소카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의 심상에서.

공간을 넘어 지구의 하늘에 서 있는, 동방삭이 포착되었다.

[금각은, 당연히 지키고 있네.]

투성에 있으면서, 동방삭에게 음성을 내보내는 아소카.

[다행이군.]

이를 듣는 동방삭도, 당황해하지 않고 그에게 대답을 했다.

[무신, 아니 뱀을 직접 베고 싶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난 그에게 거역할 수가 없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네.]

과거.

무신이 가장 골칫거리로 여겼던 두 인물은 바로 동방삭과 아소카였다.

오죽했으면 그 둘 때문에 행성 지구에 겁화를 피워, 다른 곳으로 이주할 생각까지 했을까.

결국 아소카의 제안으로, 이주 대신 무한회귀를 택한 무신이었지만.

그는 둘에 대한 경계를 놓지 않았다.

온갖 제약으로, 자신에게 거역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물론.

[만약 내가 기억을 되찾았다는 걸 그가 알아채면, 난 그 자리에서 죽겠지.]

[……맞네. 그에겐 절대로 알려져서는 안 돼.]

[그럼, 이번 일은 어찌하면 좋겠는가.]

어비스의 주인에게, 태극을 부여하라는 명을 내린 무신.

그 뜻은 자명했다.

어비스의 주인이 성지한을 제압하도록 도우라는 것이겠지.

‘무신에게 이번 회차는 가장 위험도가 크지만, 그만큼 득도 많다. 특히 변수로 작용할 성지한이 죽고, 회귀를 다시 가동할 수 있다면…… 그는 목표에 한층 더 다가가게 되겠지.’

아소카는 투성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수없이 많이 떠 있는, 성좌의 무구.

저것은 무한한 회귀 속에서, 무신이 한 회차의 힘을 저장해 두는 수단이었다.

‘처음에는 투성의 하늘에 성좌의 무구가 단 하나도 없었다.’

이제는 밤하늘의 별보다 더 많이 보이는, 성좌의 무구.

이것은 무신이 그만큼 회귀를 많이 했음을 의미했다.

계속 시간을 돌려 가면서, 힘을 무구에 저장해 둔 그는.

저것의 힘을 모조리 흡수하기만 해도, 관리자에 버금가는 힘을 얻을 수 있겠지.

‘하나 그의 목표는 임기제 관리자가 아니라, 그 이상…….’

임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시 관리자’.

우주의 절대자, ‘흑백’의 관리자와 동등한 위치에 서려고 하는 게 무신이 지닌 야심이었다.

‘한데 최근 회차에서는, 성좌의 무구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지.’

무한회귀를 통한 힘의 축적에도, 한계가 다가온 것일까.

성좌의 무구는 더 이상 늘어나질 않고 있었다.

이러면 기존의 방식을 한 번 비틀어, 모험을 해 볼만도 했지만.

‘그는 안전을 추구했지.’

1회차에 힘이 0.00001%씩 늘어나더라도.

무신은 백만 번 더 과거로 돌아가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었다.

그만큼, 도전보다는 안정을 중요시하는 게 무신의 성정.

이번엔 흑백의 관리자가 감시를 해 오는 것에 더불어서, 변수 성지한이 지닌 가치가 탐나서 잠시 회귀를 멈추고는 있지만.

‘어비스의 주인에게 태극을 부여하지 않으면, 무신은 눈치를 챌 터.’

동방삭이 자신의 명을 듣지 않는다면, 무신은 이변을 바로 알아챌 것이다.

그러면, 그는 바로 금륜적보를 돌리려 하겠지.

[태극을, 확실하게 부여해 주게.]

[그러면 성지한이 질 가능성이 높네만.]

[그가 무신을 극복할 재목이면, 자기 자신도 이겨 내겠지. 우리에게 기회는 한 번뿐이네. 자네가 반역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 다음 회차부터 자넬 죽이고 시작할 거야.]

[그렇군…….]

[무신의 명을, 확실하게 이행하게. 아직은, 이빨을 드러낼 때가 아니니.]

[자네의 뜻에 따르지.]

아직은, 무신에게 반역할 때가 아니다.

아소카는 최적의 시기가 오기를 기다렸다.

* * *

성지한이 꺼낸 이야기 때문에, 중국전 뒤풀이가 찜찜하게 끝나고.

“무신…… 길가메시…… 이들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건가요?”

“길가메시는 확실히 아닙니다. 그럴 재능이 없어 보이거든요.”

“으,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모르겠네요. 오너님, 나중에 꼭 말씀해 주셔야 해요?”

“당연하죠. 저도 버프 때문에 생중계해야 하니까요.”

“버프요?”

“제 버프 중에 시청자에 비례하는 버프가 있거든요.”

“오, 그런 게 있어요?”

집에서 떠나려던 이하연은 성지한의 버프 이야기를 듣고는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 지금 당장 세계 정부에 전달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오너님 채널을 틀라고 해야겠네요!”

“오, 언니…… 좋은 생각인데? 당장 하자!”

사람들을 동원해서, 강제 시청을 시키자는 이하연의 제안.

이건 현재 성지한이 인류에서 지닌 위상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했다.

하지만.

“인류 시청자는 크게 효과가 없습니다. 외계인이 보는 게 효과가 좋아요.”

“아, 그래요? 버프 참 까다롭네요…….”

“외계인들 삼촌 채널 많이 보긴 하던데. 그래도 부족한가?”

“무조건 늘릴수록 좋지.”

“그럼 예전에 세계수 엘프가 죽어 나갔던 컨텐츠를 더 발굴해야 할까요.”

“제 채널이 그 단계는 넘어선 것 같습니다만.”

“하긴 그렇죠…… 관리자가 등장하는 채널이라고 워낙 유입이 많았으니.”

성지한 채널의 발전사를 떠올리던 이하연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더, 동시 시청자를 늘리지?

“으으…… 외계인들이 좋아할 만한 컨텐츠 개발이 쉽지가 않네요. 하급 종족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 보이니.”

“저번 보스 러쉬 영상 정리하는 건 어때 언니?”

“그건 지금 영상 편집 중이야. 관리자의 손이 나왔으니, 이건 좀 관심을 끌 거 같긴 한데…….”

성지한이 플레이한 게임 말고도, 신규 컨텐츠로 뭘 해야 하나.

이하연은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외계 종족에게 흥미를 살 만한 내용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삼촌, 인류 시청자가 별 효과는 없다고 해도, 모으면 조금이라도 쓸모 있지 않을까? 그냥 지금 바로 동원해 버리자.”

“맞아요, 지한. 인류의 명운이 걸려 있는 문젠데, 모두 배틀튜브 틀라고 하죠.”

“그건 제가 내용 정리하고 추진해 보죠.”

“사람들에게 멸망에 대해 알리고?”

“어, 이유를 알아야 열심히 틀어 놓겠지.”

성지한은 그러면서,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나 생각했다.

‘무신의 무한회귀에 대해 다 공개하면, 이놈이 그냥 시간 과거로 되돌릴 거 같은데…….’

무신의 종들에게, 뱀이라고 불렸던 무신.

그는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보면 겁이 많아 보였다.

성지한이 무한회귀에 대해 파악했다는 걸 눈치채고, 그가 이를 만천하에 공개하려 들면.

‘이번엔 여기까지다’ 하면서 시간을 되돌릴지도 모르지.

‘하. 약자인 내 쪽에서 제발 겁먹지 말라고 안심을 시켜 줘야 하네.’

수틀리면 세이브 지점으로 로드를 할 수도 있으니, 참 까다로운 상대야.

일단은 상황의 추이를 보면서, 어디까지 정보를 공개해야 할지 생각을 해야겠네.

‘이 문제는 일단 보류하고, 구궁팔괘도에서 얻었던 힘을 좀 정리하자.’

이번에 봉인을 한 단계 더 풀면서, 얻어 냈던 수많은 능력치.

성지한은 이를 자신의 것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련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일단, 사람들한테 강제 시청시키는 건 나중에 하고. 전 수련장 좀 다녀오겠습니다.”

“응. 삼촌 잘 다녀와~”

그렇게 이야기를 끝내고, 공허의 수련장으로 들어간 성지한은.

먼저 상태창에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했다.

레벨 : 495

소속 : 스타 리그 – 스페이스 2

무혼 : 490

공허 : 195

적 : 73

영원(불완전) : 27

‘레벨이 언제 495까지 올랐데.’

보스 러쉬에서 레벨이 쭉쭉 오르긴 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구궁팔괘도에서 세계수를 없애서 그런지, 레벨은 어느덧 500에 근접해 있었다.

여기에 구궁팔괘도의 내진을 부수는 과정에서 크게 늘어났던 적과 영원.

‘과일…… 맛있었지.’

성지한은 구궁팔괘도 안에서, 붉은 세계수에게 강탈했던 과일이 떠올랐다.

천상의 맛을 지녔던 세계수의 과육.

그걸 하도 많이 먹은 덕분에, 중국전 뒤풀이 때 먹었던 음식들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세계수의 과육 때문에 입맛 버리겠군. 이번에 남은 거 다 꺼내 먹자.’

성지한은 수련장 안에서, 세계수에게서 뺏었던 과일을 다 꺼내 먹었다.

먹을 때마다 입에서 진짜로 불이 나는 사과.

그가 그렇게 난 불에서 적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강탈한 사과를 다 먹어치우자.

[적이 1 오릅니다.]

[영원이 1 오릅니다.]

적과 영원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총 늘어난 능력치는.

‘적 2에 영원 3인가…….’

적 75, 영원 30을 달성한 성지한은, 상태창에서 잔여 포인트가 상당량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다.

평소엔 이 잔여 능력치로 적을 올리곤 했지만.

‘이젠 관리자의 손에서 적을 올리면 되니까. 잔여 포인트를 여기다 쓸 필요는 없어.’

공짜로 올릴 방법이 있는데, 굳이 포인트 낭비할 필요는 없지.

성지한은 그럼 남은 잔여 능력치를 어디다 투자할지 생각했다.

‘영원은 불완전이라 못 올리고, 공허도 200을 안 넘기는 게 중요한 능력이라 올릴 필요는 없으니…….’

그럼 남은 후보군은 하나, 무혼밖에 없었다.

‘여기다 다 투자해야겠군.’

그렇게 남은 잔여 포인트를 무혼에 다 넣자, 무혼 능력치가 생각보다 쑥쑥 오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잔여 포인트를 투자해도 찔끔 오르거나, 이젠 잔여로 못 올린단 메시지만 나오더니.

‘500…… 금방 돌파하네.’

이번에 남아 있던 잔여 포인트를 모조리 투자하자, 무혼은 502가 되었다.

오히려 예전에 올릴 때보다도, 투자 효율이 좋아진 무혼.

‘태극마검을 단검의 형태로나마 완성해서 그런 건가.’

그러고 보면, 구궁팔괘도에서 천마신공의 일검파천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태극마검까지 발전시켰으니.

무공의 발전양상에 따라 영향을 받던 무혼도 효율이 증가할 만했다.

‘이 정도면, 꽤 강해지긴 했다만…….’

상태창 점검을 통해,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킨 성지한은 어비스의 주인을 떠올렸다.

‘……그놈과 싸우긴, 아직 힘들어.’

태극마검만 믿고 어비스로 돌진하기에는, 일단 그와 성지한이 지닌 기본 스펙부터 차이가 크게 났다.

물론 스타 버프를 동원하고 하다보면, 격차야 지금보다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그와의 전투는, 게임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만큼 모든 준비를 끝마쳐야겠다.

‘이번에 크게 발전한, 적과 영원에서 실마리를 찾자.’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수련장에서 발전된 적과 영원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영 숙련도가 안 느는군.”

적과 영원.

전자는 적색의 관리자가 사용하던 권능이고.

후자는 세계수의 무한한 생명력과 연관이 있는 능력이다.

성지한도 두 힘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어서 활용할 순 있었지만.

이걸 어비스의 주인과 싸울 때, 효과적인 형태로 써먹으려고 하니까 쉽지가 않았다.

‘난 동방삭이 아니란 사실만 깨우치는군.’

그가 태극마검을 원포인트로 레슨해 줄 땐 금방 발전했는데.

혼자서 머리 싸매고 능력 업그레이드하려 하니 영 진척이 없었다.

진짜 아소카 말대로, 재능 부족인가.

‘……현 상태에선 아무리 연구해도 제자리다. 그러느니, 차라리 능력치를 더 올려 봐야겠어.’

이해도가 부족하면, 스탯을 올려 보자.

성지한은 그렇게 현 답보 상태를 해결해 보기로 하고는.

“인벤토리.”

인벤토리를 열었다.

거기 맨 끝에는, 관리자의 손이 담긴‘흑색의 봉인함’이 위치해 있었다.

성지한은 함을 꺼내, 이를 열었다.

그러자.

[황금알, 수거 시간?]

적색의 눈동자 위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저번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했던 걸, 기억해 두고 있었나.

“어. 빨리 알 낳아라.”

[알겠음.]

붉은 눈은 성지한의 말을 순순히 긍정하며.

스스스스…….

사방으로 핏줄을 뻗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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