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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02화 (40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02화>

공허의 수련장 안.

[스탯 적이 1 오릅니다.]

성지한은 눈 형태로 놓여 있는 관리자의 손에서, 스탯 적을 계속 흡수해 나갔다.

예전에 잔여 포인트를 대거 투자한 게 아까울 정도로, 너무나도 쉽게 오르는 스탯 적.

‘어느새 100이 되어 버렸네.’

적이 100에 도달하자, 성지한에게 완벽하게 제어되던 불의 힘이 슬슬 그에게서 벗어나려 들고 있었다.

“이제 그만 만들어.”

[그러지 말고 더 먹는 게 어떰?]

“더 이상은 통제 불가능이야.”

[……감이 좋음. 역시.]

성지한에게 그리 메시지를 보낸 관리자의 손은, 순순히 실핏줄 만드는 걸 멈추었다.

황금 알 낳으라고 할 때부터 협조적이더니.

우주의 절대자였던 관리자의 손답지 않게, 성지한이 말만 하면 다 따라 주는 상대.

성지한은 바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내 말 되게 말 잘 듣는다?”

[왠지 네 말은 들어야 할 거 같음.]

“그래서 이렇게 순종적인 거냐?”

[아, 다른 이유도 있음.]

이유가 있다고?

“뭔데 그게?”

[감당 가능함?]

“말이나 해 봐라.”

[적 200되면 이야기함.]

스스스스…….

그러면서, 실핏줄을 만들어 내는 적색의 눈.

“지금 흡수 안 한다니까.”

[쫄림? 그럼 나중에 들으셈.]

적색의 관리자의 손이, 그렇게 은근히 성지한을 도발했지만.

두둥실…….

그가 눈을 띄워서, 다시 흑색의 봉인함에 넣으려고 하자.

[아니, 벌써 봉인할 거임?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있게 해 주셈.]

눈 위로 황급히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지간히 들어가기 싫나 보네.’

이러면, 대화가 좀 통하려나.

성지한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그에게 스탯 적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야, 스탯 적은 어떻게 쓰는 거냐?”

[?? 그렇게 모아 놓고도 모름?]

“써먹을 줄은 아는데, 이해도를 더 높이고 싶어서.”

[본체는 적을 주로 코드를 작성할 때 썼음.]

“소멸 코드 같은 거?”

[맞음.]

성지한은 그 말에 코드의 종류를 떠올려 보았다.

‘소멸과 지배가 가장 많이 나왔고. 봉인 코드도 있었지.’

철혈십자가 지녔던 소멸 코드와, 만귀봉신이 지녔던 봉인 코드.

거기에 길가메시의 천수강신이 지배 코드를 지녔다고 보면, 이제 남은 멸신결에서 코드가 두 개 있다고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회광반조와 빙천검우인데…….’

빙천검우는 탐색 코드라 치면, 회광반조는 뭘까.

시간을 돌리는 건 알겠는데, 이걸 무슨 코드라고 해야 규명해야 하는진 애매하단 말이지.

“소멸, 봉인, 지배 코드. 이건 알겠는데. 여기에 나머지 2개는 뭐냐? 탐색?”

[코드가 5개만 있을 거라 생각함? 본체가 만들어 둔 코드는 수천 가지임.]

“……수천 개나 된다고?”

[당연. 흑백의 상시 관리자가 고고하게 뒷짐 지는 사이, 본체만 고생했음.]

지이이이잉.

눈동자 위로, 문자가 마구 나타나기 시작했다.

[녹색 놈은 애초부터 뒷주머니만 챙기고 있었고, 내 본체만 불쌍하게 관리자 일 다 떠맡고 있었음…….]

“녹색은 그때부터 그랬냐.”

세계수 연합을 이끌고 있는 녹색의 관리자.

이놈은 적색의 관리자가 활동할 때부터, 딴생각을 하고 있었나.

[본체는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서 일하면, 상시 관리자들이 공로를 인정해서 적색을 상시 관리자로 올려줄 거라 기대했었음…….]

“아무리 니 본체라고 해도 너무 미화하는데. 어쨌거나 적색은 관리자 자리를 들고 튄 거잖아.”

[아님! 배틀넷 시스템을 뜯어고쳐서 대거 유지 보수한 게 본체였음.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관리자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다니…… 분명히 일 다 하면 상시로 올려 준다고 했었는데!]

성지한의 말에 발끈하는 관리자의 손.

어째 이놈 말만 들어 보면 비정규직한테 정규직 전환해 준다고 해 놓고, 쓰다 버린 느낌인데.

물론, 상대가 적색의 관리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걸 고려해야겠지만.

[근데 입 싹 씻고 은퇴하라니…… 그게 말이 됨? 관리자 은퇴하면 남은 건 죽음뿐임…….]

“그래서 튀었냐?”

[맞음. 그렇게 도주 중 내가 잘린 거임.]

“그때 일 자세하게 풀어 봐.”

[나도 자세힌 모름. 난 손임. 손이 뭘 알겠음?]

“지금까지 말해 놓고, 이제 와서 모른다고?”

[진짜 모름. 진짜로.]

손이란 놈이 이렇게 눈동자로 변해서 문자를 팍팍 써놓곤 이제 와서 모른다고?

성지한은 차가운 눈으로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아는 거 없으면 들어가라 그냥.”

다시 그를 흑색의 보관함으로 옮기려 했다.

[그, 그거 말고 다른 건 알고 있음!]

“어떤 거?”

[적의 활용법. 적은 특별한 ‘연소’를 통해, 에너지를 얻었음.]

“연소라…… 불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거면, 그거 화력 발전이잖아?”

[화력 발전?]

“어. 불로 전기 만드는 거지.”

[개념 자체는 비슷. 하나 적의 연소는 에너지의 교환비가 다르고, 전기를 만들지도 않음.]

“그래? 그럼 뭘 만들어.”

[그건 사용자에 따라 다름.]

또 중요한 안건엔, 두루뭉술하게 이야길 하네.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보관함에다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그 특별한 연소 방법, 제대로 알려 줘 봐라.”

[코드로 ‘성화’를 쓰셈.]

“성화…….”

성지한은 적색의 손이 가르쳐 준 문자를 보고는, 눈을 번뜩였다.

신성한 불꽃이라는 뜻을 지닌 코드.

‘소피아가 피티아에게 받았다가 회수당한 불도 성화였는데…….’

몇 번이고 살펴봤지만, 성지한도 확실하게 규명하지 못했던 백색의 불꽃 성화.

성지한은 설마설마하면서, 손이 알려 준 코드를 작성해 보았다.

그러자.

화르르르……!

그의 손끝에서, 백염白炎이 피어올랐다.

“……뭐야, 이거 진짜 성화잖아?”

그렇게 실마리를 잡아보려고 했을 땐 알아내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적색의 손에 의해 알게 될 줄이야.

성지한은 손가락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불꽃을 보면서, 허탈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럼 연소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게, 결국 버프 효과를 얻는다는 거냐?”

성화를 통해, 강화되었던 버프를 생각하며 성지한이 그리 말하자.

[버프? 그딴 게 무슨 효과임?]

오히려 적색의 손은 무슨 소리 하냐는 듯 반문했다.

[성화로 플레이어를 불태우셈. 그러면 에너지를 획득 가능.]

“……뭐?”

[참고로 생명의 기운에 성화를 지피면 불이 더 잘 타오름. 세계수에 성화 태우면 볼만할 듯.]

“세계수에 불을 지른다고?”

성지한은 그 말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무신이 동방삭과 아소카 때문에, 지구에 겁화를 태우고 떠나려 했지…….’

다른 곳으로 이주할 거면 그냥 떠나면 될걸.

굳이 불을 지르려 했던 게, 바로 성화로 에너지를 얻으려 그런 거였나.

‘이거, 배틀넷 게임 안에서도 되나 한번 써 봐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물끄러미 백색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생명의 기운에 성화를 지피면 더 커진다고 했나.

‘수련장에 온 김에 한번 해 봐야겠네.’

여기서라면 얼마든지 방화를 해도 상관없으니까.

성지한은 그리 판단하고는, 바로 성화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화르르르르……!

점차 강렬히 타오르던 불길은, 색이 서서히 붉어져 갔다.

[생명의 기운, 뭐 이리 많음…….]

적색의 손이 놀랄 정도로, 계속해서 공급되는 생명의 기운.

붉게 변한 성화는, 이제 더 나아가 사방에 소멸 코드를 하나둘씩 띄우기 시작했다.

‘이거, 구궁팔괘도의 내진에서 페이크 코드를 작성했을 때 보였던 광경이랑 비슷하군…….’

이렇게 성화에서, 세상을 모조리 불태울 겁화가 탄생하는 건가?

성지한은 이 정도면 되었다 싶어서 생명의 기운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았지만.

“왜 저거 안 없어지냐?”

한 번 띄운 소멸 코드는, 사라지질 않았다.

[생명의 기운을 그리 퍼부으니, 저리 됐잖슴…….]

“그래? 그럼 어떻게 되는데?”

[연소가 시작될 거임.]

화르르륵!

수련장 안에서, 퍼지기 시작하는 소멸 코드와 적색 불꽃.

성화에서 겁화로 변한 불의 힘은, 아무 모드도 켜지 않은 공허의 수련장에 번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의 공간이 새하얀 불꽃에 잠기고.

“야, 이거 언제 꺼지냐…….”

[모름. 너무 셈…….]

성지한과 손이 가만히 이를 지켜보고 있을 때.

스으으으…….

불타오르는 수련장의 한편에서.

“……이번엔 또 무슨 사고를 치셨습니까.”

아레나의 주인이 튀어나왔다.

* * *

평양 부근, 어비스의 안쪽.

“네가 이 어비스의 주인인가.”

동방삭은 전신에 붉은 눈이 박혀 있는 보랏빛 거인의 앞에 서 있었다.

적의 일족의 유령, 적귀가 조각조각 붙어서 거인의 형체를 이룬 어비스의 주인.

기억이 돌아온 그는 이제, 저자의 정체를 대략 짐작할 수 있었지만.

“……과거에 봉인했던 만귀. 그중에서도 붉은 귀신의 잔해가 뭉쳐 있구나.”

그는 기억이 봉인되었을 때 추측했던 걸, 그대로 읊었다.

무신에게 거역할 때가 오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봉인된 상태를 연기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꿈틀. 꿈틀.

보랏빛 거인의 몸에 박혀 있는 붉은 눈이.

일제히 동방삭을 바라보았다.

[동…… 방삭…… 네가 어떻게 여길……!]

“왜, 와서는 안 되는가?”

[그를, 아직 흡수하지 않았는데…… 벌써 종말인가.]

“그?”

[……어쨌든, 죽인다. 네놈…… 죽인다!]

스으으으…….

어비스의 주인에 박힌 눈이 일제히 돌아가더니.

모두가 각기 태극을 그리기 시작했다.

태극마검의 1단계를 따라 하는 그 흐름에.

“엉성하군.”

동방삭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냉정히 평가를 내렸다.

“태극의 운용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슉!

동방삭이 일검을 뻗자, 금방 찢겨나가는 거인의 신체.

[크…… 으……!]

눈동자에서 태극을 그리던 움직임이 멈추자.

휙!

동방삭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어느덧 그의 머리에 가볍게 섰다.

“자, 보아라.”

그리고, 그 머리 위에서 그는 가벼이 태극을 그렸다.

어비스의 주인이 만든 것에 비하면, 크기가 훨씬 작은 문양이었지만.

[이…… 건…….]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

그 태극은, 거인의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은 채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네놈…… 무슨, 생각이냐? 이걸 설치하다니…… 나에게 설마 태극을 가르치는 거냐?]

“그래. 주인의 명이다.”

[주인이면…… 무신이, 이런 명을 내렸다고?]

“맞다. 그분께선 네가 성지한을 확실히 제거하길 원하신다.”

동방삭은 그러면서 어비스의 주인을 스윽 살펴보았다.

확실히, 다른 어비스에서 파견되는 존재와는 달리 꽤 강한 존재.

하지만.

‘이 정도는 이겨야, 성지한이 무신을 극복할 가능성이 생기겠지…….’

아소카의 말대로, 무신을 베려면 어비스의 주인 정도는 넘어서야 했다.

“그럼. 잘해 보아라.”

슈욱!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동방삭의 신형.

[…….]

어비스의 주인은, 말없이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태극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스으으으…….

거인의 육체에 새겨진 눈동자가 다시 회전하고.

태극의 흐름이, 조금씩 동방삭의 것을 닮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펑! 펑!

사방에서, 터져 나가는 거인의 육신.

[성지한을…… 제거하라고.]

거대한 머리가 땅에 떨어지고.

그 안에서, 수천 갈래로 조각난 육체를 이어붙인 성지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랏빛 공허로 물든 그는.

계속 돌아가는 태극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내가 따를 거라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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