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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05화 (40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05화>

윤세아의 얼굴에 열이 올라왔다.

비록 삼촌 성지한이 비록 관리자의 주목을 이미 끌었기에, 잠적하긴 힘들 것 같다는 이유를 댔지만.

“결국 감이 안 좋아서 안 간다는 거잖아!”

“뭐, 그렇지.”

“그런 말로 내가 납득할 거 같아? 나만 도망칠 순 없어. 갈 거면 같이 가!”

윤세아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자기도 안 가겠다고 완강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아니. 납득 가능한 설명이다. 이번 세계의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무엇보다도 저 ‘감’이 큰 역할을 했을 테니까.”

망혼은 오히려 그런 성지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요?!”

망혼에게 성지한한테 하듯이 버럭 반말하려다, 말끝을 애써 높인 윤세아.

망혼은 그런 그녀를 보고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나에겐 그간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었다. 최적의 선택을 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는 것들이. 선택의 실패에 따른 죽음에는 나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너…… 윤세아도 포함되었지.”

“나, 나도…… 요?”

“그래. 하나 이번 세계의 나는 기이할 정도로, 정답만을 택했어. 그 결과 그는 무신의 견제를 살 정도로 변수가 되었고, 윤세아 너도 살아서 강력한 플레이어가 되었지…….”

[……지한이의 ‘감’을 무시할 게 아니란 거네.]

“맞아, 거기에.”

스윽.

망혼은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내가 인류를 위해 남겠다는 숭고한 목적으로, 행동할 리는 없거든. 저건 진짜 감이 안 좋아서가 맞다.”

“나니까 잘 아네.”

“무,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삼촌이 인류한테 해 준 게 얼만데.”

“기본적인 선의는 있으나, 나나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인류를 구하려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너무 잘 아니까 기분이 나쁠 정도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가 되면 당연히 돕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되면 나와 내 사람부터 케어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동방삭이나 아소카 같은 입장이었다면, 인류를 살린다고 무신의 종이 되지 않았겠지.’

성지한은 무신의 종이 된 둘을 떠올리며, 자신이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여겼다.

윤세아는 몇 번 더, 성지한보고 탈출할 거면 같이 가자고 설득했지만.

“같이 가는 선택은 안 돼. 그건 확신할 수 있어.”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하아, 그놈의 감. 일단 알았어. 삼촌은 나중에 설득하고. 아빠는?”

성지한이 넘어오질 않자, 윤세아는 아버지를 거론했다.

“그러고 보니 왜 아까부터 아빠 이야긴 없어?”

“윤세진? 그놈은 못 태운다.”

“왜, 왜요?”

그러자, 망혼의 눈에서 강렬한 살기가 일어났다.

“우리의 모든 삶에서, 너는 나보다 먼저 죽었다. 그때마다, 나는 윤세진에게 장례식에라도 오라고 연락했지만…… 그는 내 연락을 대부분 무시했지.”

“아 그때는…… 시즈루가 있어서 그런 거잖아.”

“직접 시즈루의 자택까지 찾아가긴 했지만. 거기 앞에서, 문전박대만 221회. 윤세진을 운 좋게 만나도 발길질까지 당하고 죽기 직전까지 맞은 게 142회…….”

“에, 엑…… 그 정도?”

“내가 가장 증오했던 건, 날 죽였던 동방삭이 아니라 그와 시즈루다.”

시즈루가 계속 존재했던 세계를 살았던 성지한의 망혼은.

누구보다도 그녀와 윤세진을 증오하고 있었다.

지금은 세뇌에 풀려서 정신을 차린 그라 할지라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될 정도로.

[……나는 그에 대한 감정이 이 정도까진 아니지만. 여건상 그 사람을 태우는 건 힘들어. 공허의 문을 넘기 전에는 종을 변형해야 하는데, 세아처럼 이미 좀 진행된 경우가 아니면 쉽지 않거든.]

그리고 성지아는 이에 덧붙여, 현실적으로 그를 탈출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해 주었다.

“아니. 아빠마저 놔두고 가라고…… 이건 아니야…….

“놔두긴. 그냥 여행 간다 생각해. 이세계 간 김에 마왕 때려잡고 귀환해라.”

“이. 무슨 여행을 이세계로 가! 그냥 갈 거면 다 같이 가고, 아니면 다 같이 죽어!”

아빠랑 삼촌 다 버리고 엄마랑 도망치라고 하니, 영 거부감이 심해 보이는 윤세아.

그녀는 식탁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이 상태에선 절대 뜻을 꺾지 않는데.

셋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아무래도 설득은 쉽지 않겠다.’

‘강제로 데려가야겠네. 내가 혈도를 짚지.’

‘……이왕 그럴 거면 오래가게 해. 종족 변환도 해야 하니.’

그렇게 윤세아가 들리지 않도록, 셋이 의견을 나누다가.

종족 변환 이야기를 들은 성지한은 이에 의문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종을 바꾼다니. 인류에서 다른 종으로 아예 바뀌어야 하는 거야?”

[응. 인류종은 공허의 문을 넘을 수 없으니까.]

“왜?”

[인류종을 비롯하여, 몇몇만 공허의 감시종족명단으로 등록되어서 차단되어 있어.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감시종족이라니.

인류는 이제 갓 하급 종족이 된, 약해빠진 종족인데 뭐 저렇게까지 하지?

“그거 언제부터 그랬던 거야? 감시 종족.”

[배틀넷에, 인류가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그런 일이 흔한가?”

[아니, 매우 드문 일이야. 특히 최하급 종족에게선 더더욱.]

공허는 배틀넷 진입 때부터 인류를 주목하고 있었던 건가?

성지한은 잠시 이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관리자의 손과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신보고 적색의 관리자가 아니냐고 거의 반 확신하던 손.

그땐 그냥 뭔 헛소리냐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관리자의 코드를 이해하는 건 지금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누나, 그러고 보니 우리 핏줄에 뭐 특수한 거라도 있어?”

[왜?]

“내가 좀 글자를 보는 능력이 있어서. 거기에 누나도 신안을 지니고 있잖아.”

[내가 알기론 딱히 없어. 부모님도 평범한 분이셨고.]

“흠. 그런가…….”

코드를 볼 수 있는 것과, 혈통은 큰 상관이 없는 일인가.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나도, 이에 관련하여 조사를 해 본 적이 있었다. 누나의 말대로, 별다를 게 없었지.”

이를 묵묵히 듣던 망혼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태극의 망혼에 들어서고 나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뭘?”

“특별한 건, 우리의 피가 아니다. 인류 종…… 그 자체지.”

종 자체가 특별하다니.

성지한은 봉인지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인류가 진화 한계가 설정되지 않아서, 동방삭도 나왔다고 그랬나.’

인간의 허약한 육신으로, 초월적인 무를 지녔던 동방삭.

그의 힘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무신도 인류 종을 소각하고 딴 세계로 가려 하지 않았던가.

자신도 어쩌면 동방삭처럼, 그렇게 한계를 벗어난 케이스인 건가?

그렇게 성지한이 생각에 잠겨 있을 무렵.

“그럼 2주 후. 일을 시행하지. 내 어비스로 와라.”

“아깐 일주일이면 된다더니?”

“네가 같이 가는 걸 전제로 일주일이었다. 네가 남아 있기로 한 이상, 좀 더 준비 시간이 필요해.”

“으, 으으…… 삼촌, 나 진짜 안 갈 거야! 이렇게 혼자 도망치다니…… 탑 플레이어의 수치라고!”

“탑 플레이어? 인간 중에서 좀 뛰어날 뿐이지. 여기 있으면 그의 발목만 잡게 될 거다.”

“윽…….”

망혼의 말에, 윤세아는 이렇다 할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인류 플레이어 중에서는 어느덧 최강급 반열에 든 그녀였지만.

성지한이 직면한 적과의 전투에선, 도움을 주기보단 짐이 될 가능성이 컸으니까.

[그럼, 2주 후에 보자.]

그 말을 끝으로.

망혼과, 성지아의 몸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 * *

3일 후.

성지한은 스타 리그에서 일반 게임 매칭을 진행하고 있었다.

디펜스 맵에서, 역천혼류 상태로 혼자 몬스터를 때려잡던 성지한은.

[레벨이 1 오릅니다.]

시스템 창에서 떠오른 레벨 업 메시지를 보고는 반기는 기색을 띠었다.

‘3일 동안 게임 매칭해서, 드디어 레벨 1 올랐네.’

공허의 수련장에 성화를 태워 버린 덕에, 수련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레벨 500을 목표로 게임을 꾸준히 매칭하고, 시간 남으면 던전도 없애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렇게 요 3일간 레벨 업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오른 건 겨우 1.

“3일 만에 겨우 레벨 1 올랐네요…….”

촤아아악!

성지한은 디펜스 맵, ‘드래곤 부화장’에서 알을 노리고 접근해 오는 몬스터를 쓸어버리며 입맛을 다셨다.

“던전도 어제 한 50군데는 파괴한 거 같은데…… 요즘 들어 참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레벨 더 빨리 올릴 수 있는 곳 없을까요?”

성지한은 혹시나 외계인 시청자들에게 아이디어가 있을까 해서, 채팅창을 띄운 상태로 그리 물어보았지만.

-레벨 몇인데 레벨 업 안 된다고 호소하는 거야?

-스타 리그니까 450~500 사이겠지

-그 레벨 대에서 3일 만에 1업이면 엄청 빠른 거 아니냐…….

-빠른 게 아니라 그냥 미친 속도임.

-저거 기만이지? 나 레벨 업 빨라요 하고 자랑하는 거지?

-하, 나는 지금 1년 동안 455레벨인데…… 싫어요 간다.

외계인 시청자들은 성지한의 진정성을 몰라 주고는 실시간으로 싫어요를 누르기 시작했다.

“싫어요 업적은 웬만큼 깼는데.”

성지한이 그리 대꾸하자, 더더욱 가파르게 늘어나는 싫어요.

-외계인 놈들 질투하는 거 봐라 ㅉㅉ 니들 레벨 업 속도랑 성지한님 레벨 업 속도가 왜 같아야 함??

-ㄹㅇ 관리자도 주목하는 인재신데 말이야

-저렇게 초고렙이 된 인간 플레이어가 없어서 뭐라 팁을 못 드리겠음…….

-성지한님 근데 요즘 왜 윤세아 님 방송 안 틀까요?

-ㄹㅇ 원래는 맨날 틀던데.

-설마 연애 중??

인류 시청자들은 좋아요 방어를 해 주는 한편.

그중 일부는 윤세아가 요즘 왜 배틀튜브를 틀지 않냐고 물어보곤 했다.

“배틀튜브를 아직도 안 트나요? 세아 연애 중은 아니구요. 요즘 생각이 좀 복잡한가 봅니다.”

이세계로의 탈출 건 때문에, 윤세아는 게임 플레이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아무래도 혼자 고민할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

‘사실 어차피 세아가 무슨 결론을 내도, 역천혼류로 점혈할 거긴 하지만.’

무신이 행한 무한회귀의 굴레에서, 조카라도 빼내야지.

성지한은 이번 건 만큼은 일방통행을 하기로 하며, 쳐들어오는 몬스터들을 계속 없애 나갔다.

그렇게 학살한 몬스터의 맨 뒤편에는.

[여기까지 오다니, 제법이로구나 푸른 용의 수호자여!]

거대한 블랙 드래곤이, 성지한을 보면서 위엄찬 목소리로 포효하고 있었다.

‘저거 잡아도 레벨 업은 못하겠네.’

겉보기에는 강해 보이는 블랙 드래곤.

하지만 성지한의 시선에 그는, 경험치를 10퍼센트도 올려 주지 못할 몬스터일 뿐이었다.

빨리 끝내고 던전이나 다시 돌아야겠네.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그 무용이 아깝다. 나의 수호자가 되지 않겠느냐? 금은보화를 비롯하여, 눈부신 보상을 산더미처럼 내려 주마.]

블랙 드래곤은 성지한을 회유하려 들었다.

“돈은 됐고. 경험치 가능하냐?”

[경험치라니…… 적과의 전투를 통한, 경험의 획득인가. 후후. 나의 편이 되면, 네가 지켰던 것과 싸울 수 있다!]

그러면서 뜨는 메시지.

[‘히든 퀘스트 - 검은 용의 회유’를 진행하시겠습니까?]

[퀘스트를 받아들일 경우, 같은 팀이었던 플레이어들과 적대합니다.]

이미 다 침 공자를 격퇴하고, 보스만 남은 상황.

거기에, 디펜스 진영에는 스타 리그에 소속된 강력한 플레이어들과 블루 드래곤의 수호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웬만한 전력 차가 아니면, 칼을 거꾸로 돌리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지만.

“오, 좋아.”

성지한은 경험치를 위해, 기꺼이 디펜스 팀을 배신했다.

[좋아…… 정말로? 정말로 내 편이 되겠다는 거냐?]

“어. 넌 여기 있어라. 나 혼자 잡고 올 테니.”

휙!

성지한은 당황하는 블랙 드래곤을 내버려 두고.

원래 아군 진영으로 돌진했다.

-헐 바로 배신 때리는 거 봐라 ㅋㅋㅋㅋㅋ

-경험치에 미쳤음;

-원래 레벨 업에 저만큼 진심이 아니었는데…….

-뭔 일 있나?

시청자들의 의문을 뒤로하고, 아군이었던 진영을 초토화시키는 성지한.

그렇게 양 진영을 혼자서 다 쓸어버린 성지한은.

“이러고도 안 오르네요.”

레벨 업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자, 입맛을 다셨다.

이 속도면 2주 안에 500은 불가능하겠는데.

‘던전이나 또 싹 돌아봐야겠군.’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로그아웃하려던 때.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경험치가 급하냐고 묻습니다.]

[이그드라실이 자신이 경험치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합니다.]

성지한의 눈앞에, 이그드라실의 메시지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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