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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12화 (41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12화>

무신의 별, 투성.

[시작되었군.]

관리자의 견제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투성으로 돌아온 무신은.

[동방삭, 잘해 주었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동방삭을 바라보며, 흡족한 듯 말했다.

“전 그저 명을 수행했을 뿐입니다.”

[태극이 발동된 시기가 아주 적절했다…… 이번 일은 치하하도록 하지.]

동방삭의 태극.

어비스의 주인에게 심은 그 힘은, 그저 태극의 망혼이 거인의 몸을 장악하도록 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결정적인 때에, 거인의 몸을 연료삼아 발동하도록 만든 함정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상당히 발전할 수 있겠구나…….]

태극을 눈앞에 둔 성지한을 보면서, 그가 이미 끝났다고 여긴 무신이 만족스러워하고 있을 때.

저벅. 저벅.

“부르셨습니까.”

무신이 있는 곳으로, 아소카가 공손히 걸어왔다.

[그럼 동방삭, 물러나서 쉬어도 좋다.]

“……알겠습니다.”

아소카가 오자 동방삭에게 축객령을 내린 무신은.

스으으으…….

동방삭의 형체가 어둠에 묻혀 완전히 사라지자, 느릿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제 성지한이 태극에 사라지면, 저 땅에 성화를 피울 것이다.]

“피티아를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그녀가 성화가 되어, 힘을 갈무리할 것이다. 그 일이 끝나면.]

번쩍!

어둠 속에서, 붉은 두 빛이 강렬히 반짝였다.

[바로 금륜적보를 돌려라. 관리자의 감시가 더 거세지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성지한을 제거하고 나면, 바로 회귀하려 드는 건가.

역시 무신.

안전제일이로군.

[다음 회차부터는, 성지한부터 제거하고 시작해야겠군.]

“…….”

거기서 더 나아가.

다음부터는 성지한이라는 변수 자체를 제거하고 시작하겠다는 그의 말에.

아소카는 속이 답답해졌다.

‘성지한만이 이 무한회귀에서 유일하게 변수를 만들었는데…… 그가 사라지면, 다음 차례가 과연 올까.’

끝없이 반복되던 세상 속에서,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건 현재의 성지한이 유일했다.

그라는 존재가 다음부터 사라진다면, 이제 인류는 무신이 ‘상시 관리자’로 올라설 때까지 계속해서 희생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아소카가 그렇게 내심 탄식하고 있을 때.

[그리고…….]

화면을 바라보던 무신이 나직이 말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그가 태극에서 살아남게 된다면. 그 즉시 금륜적보를 바로 돌려라.]

“저자의 힘을 회수하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그래. 힘을 잃어서라도, 이번 회차는 회피하겠다.]

“만약에 성지한이 이겨 낸다면, 그 지닌 힘의 가치가 엄청날 텐데…….”

[내가 패배할 가능성을 제거하는 게, 더 먼저다.]

패배라니.

투성의 하늘에 떠오른 수많은 무구와.

그 속에 담긴 힘을 지니고도, 성좌도 안 된 성지한을 보고 ‘패배’를 입에 담는가.

무신이라는 이름이 아까울 정도로, 신중함이 극에 달해 겁쟁이처럼 보이는 뱀.

‘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까다롭다.’

이러면 성지한이 이겨도 회귀. 져도 회귀인가.

아소카는 무신에게 고개를 숙였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거.

어쩌면 숨겨 두었던 비수를, 예상보다 일찍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말이지.’

그러며 그의 눈이 곧, 무신이 보고 있는 화면을 담았다.

* * *

“……계획, 들어보기로 한 거 아니었냐?”

성지한은 거인의 수천 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태극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서로의 재생력을 뚫지 못해 대치하는 상태에서.

태극마검으로 승부를 보느니, 대화를 하자고 지가 먼저 제안해 놓고는 왜 저러는 건데?

하지만.

[큭…… 이 힘, 통제가, 안 된다……!]

상대는 성지한보다도 훨씬 더 당황하고 있었다.

“통제가 안 된다고?”

[그래……! 어쩐지 동방삭이 그냥 태극을 부여한 게 아니었는가. 그래도 이 힘, 완벽히 내 제어하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스…….

망혼이 필사적으로 태극을 억누르려는 건지, 공허가 거세게 뿜어져 나오고.

그 시도는 일정 부분 성공하여, 수천의 눈동자 중에서 일부에선 태극이 사라지고 붉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하나.

위이이잉……!

그가 미처 컨트롤하지 못한 태극은, 서로가 뭉치던 점차 거대해지고.

그것은 눈이 박혀 있는 몸뚱어리부터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자멸하겠군.’

스스로의 태극에 집어삼켜지는 거인.

만약 배틀넷 게임에서 이런 상황이 펼쳐졌다면, 거리를 벌리고 상대가 알아서 죽기를 기다렸겠지만.

‘자기 혼자 죽을 거 같지 않아서 문제네.’

성지한은 어비스를 살펴보았다.

성지한과 망혼이 혈투를 벌이고도, 멀쩡히 유지되던 이 공간이.

태극이 나타난 후부터, 빠르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보랏빛의 운무가 사라지고, 저 위로 보이는 것은 현실 세계의 푸른 하늘.

성지한과 망혼이 서 있는 땅은 급속도로 융기하며, 균열을 메우고 있었다.

“어…… 균열이, 메워지고 있어…….”

[어, 어비스 공간 자체가 붕괴하다니…… 이런 일이…….]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 들려오는 윤세아와 성지아의 목소리.

성지한은 얼른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갔다.

어비스의 균열에서 꽤 떨어진 곳에선, 윤세아와 성지아가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 세아랑 함께 하루빨리 집으로 가.”

[……알았어, 지한아.]

“삼촌은?”

“난 저놈 처리하고 가야지.”

“……뭔가 위험해 보이는데, 삼촌도 일단 피하는 게 낫지 않아?”

“저거 내버려 두면 한반도는 족히 집어삼킬걸?”

“하, 한반도를?”

“어, 그러니까 일단 튀어.”

성지한이 얼른 가라고 손짓하자, 성지아는 윤세아를 허리춤에 끼더니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과연 성좌.

빠르긴 빠르네.

한편.

-네??

-한반도요?

-아니…… 그건 좀 스케일이 큰 거 아님?

-아니 생각해 보면 인류 멸망시켰던 힘이잖아, 저거…….

성지한의 배틀튜브를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태극이 한반도까지 집어삼킬거란 이야기에 화들짝 놀랐다.

성지한이 방송했다기에 평소처럼 배틀튜브를 틀었을 뿐인데.

갑자기 이게 생애 마지막 방송이 될지도 모른다?

-저 어둠의 공간에서 싸우길래 그래도 지구는 괜찮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우리 사정이 됐네 ㅅㅂ??

-나 서울인데 부산 가면 살 수 있음? ㅎㅎㅎ;

-그 전에 빨려 들어갈 듯 ㅡㅡ

인류 시청자들이 그렇게 패닉에 빠지는 사이.

[……주입받은 태극을, 내 것으로 만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군. 언제든 발동할 시한폭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인가…….]

태극의 망혼에게 지친 음성이 흘러나왔다.

[성지한. 이대로라면, 이 몸 전체가 태극마검의 에너지원이 될 뿐이다…….]

“그래 보이는군.”

성지한은 거인의 몸 중 이미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 태극을 보며, 그리 대답했다.

여기에 기껏 돌려 놓았던 붉은 눈도, 또다시 빙글빙글 돌아가고.

이대로 있다간, 이놈도 태극마검 그 자체가 될 것 같았다.

[……일이 그렇게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어떻게 막자고?”

태극마검을 소환해서, 태극을 막아야 하나.

하지만 성지한은 상대의 태극을 보며, 그건 같이 자폭하는 수라고 판단했다.

‘두 태극마검이 서로 공명해서, 한반도가 아니라 더 큰 지역까지 다 휩쓸어 버리겠지…….’

배틀넷 안이나, 어비스 공간 안이었다면 그래도 한번 태극마검을 꺼내서 시도나 해 보겠다만.

현실 세계에서는 잘못했다가 희생자가 무수히 나올 수 있기에, 그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해야 했다.

하나 태극마검이 아니면.

“막을 방법이 당장은 떠오르질 않는군…… 네가 순순히 나에게 죽어 주지 않는 이상에야.”

[그럴 것이다.]

“……뭐?”

[……내가 틀렸다. 태극을 충분히 장악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이대로라면 여길 탈출했어도, 가는 길 도중에 스스로 붕괴했을 것이다.]

슈우우우……!

대지가 갈라지고, 대기가 일그러진다.

하늘과 땅은, 거인의 몸속 태극을 향해 서서히 빨려 들어가고.

거인의 육신은 더욱 빠르게 붕괴해 나갔다.

[네 감…… 옳았군. 역시 최적의 선택만을 한 ‘나’인가.]

“이제야 믿냐.”

[그래. 지금은 어떤가. 그 감이, 나와 아직도 합치지 말라고 하는가?]

탈출 모의를 할 때.

‘감’ 때문에 거인의 몸에 들어가지 않고, 다투는 쪽을 선택했던 성지한.

망혼은 그런 그에게, 지금은 그 촉 좋은 감이 어떠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성지한은 태극에 붕괴하는 거인의 육신을 바라보았다.

1시간 전, 안정적으로 합체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먹어치우려고 들면 자신까지 태극에 휘말릴 것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가지라고 하는군.”

성지한의 감은, 이를 오히려 탐스럽게 보고 먹어치우라 하고 있었다.

그 말에 안심했다는 듯.

[잘되었군. 가져라.]

거인의 육신이, 무너지며 나무로 된 머리가 성지한의 앞쪽으로 떨어졌다.

[머리를 부수고, 거기서 망혼을 지배하라.]

어비스의 주인의 약점이었던 머리.

그것을, 그는 스스로 성지한에게 내주었다.

이걸 부수면, 망혼은 소멸하는 건가.

“…….”

[뭐 하지? 빨리, 부숴라. 누나에게 열쇠는……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성지한의 시선이 거인이었던 것을 향했다.

태극에 잠식된 그였지만.

가슴팍의 일부분만은, 애써 눈이 돌아가질 않고 있었다.

그 안에 있는 건, ‘전리품’으로 만들었던 성지아의 열쇠.

석상의 상태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키였다.

태극에 전신이 잠식되는 와중에도.

저것만은,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는 건가.

“……그래. 좀만 더 버텨라. 내가 끝을 낼 테니.”

스으윽.

성지한은 땅에 떨어진 거인의 머리로 다가갔다.

금방이라도 태극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머리는, 크기가 성지한보다도 컸다.

‘여기에, 소멸 코드를 작성하고.’

치이이익!

나무 위로 그려지는 소멸 코드.

그러자 거인의 머리는 힘없이 갈라지고.

그 안에, 공허에 휩싸인 붉은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지한이 손을 가져다 대자.

화르르륵……!

대번에 그의 손을 태워 버리는 구체.

[스탯 ‘적’이 1 오릅니다.]

[스탯 ‘적’이 1 사라집니다.]

그러자 스탯 적이 올랐다 내리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걸 완벽하게 컨트롤하려면, 적이 더 필요하다.’

타오르는 손을 보면서, 성지한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눈앞의 붉은 구체는, 어비스의 주인의 핵심부.

이걸 완전히 장악하면 거인의 태극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

그간 많이 성장했던 적이었지만.

이걸 완벽히 컨트롤하기 위해선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

‘……그래도 지금 스탯으로도, 일부는 조종이 가능해.’

성지한이 판단하기에 가능한 정도는, 30퍼센트정도.

하나 반절도 안 되는 이 정도 장악력으로도, 활용만 잘하면 태극이 야기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북한이 초토화된 게 이럴 땐 다행이군.

다만.

“누나의 열쇠. 또 만들 수 있나? 지금 능력으론, 태극을 막아서는 것도 쉽지 않거든.”

[……아마, 쉽지는 않을 거다. 어비스의 주인의 몸으로 만든 제약이었으니까.]

“그래?”

저놈이 쉽지 않다면, 진짜 힘든 건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태극도 막고, 열쇠도 챙기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붉은 구체를 완벽히 지배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그때.

[성좌 ‘공허의 마녀’가 1021만 GP를 후원했습니다.]

[난 지금이 좋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열쇠 채로 부숴!]

성지한과 망혼의 대화를 들은 건지.

성지아가 배틀튜브에서 후원을 보내왔다.

자신은 신경 쓰지 말라는 메시지.

“자물쇠 걸린, 석상 상태가 좋다고?”

그걸 본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내가 누나 말 안 듣는 거 알지?”

지금 능력으로야,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지만.

자신이 조금 무리를 한다면.

두 개의 선택지를, 모두 선택할 수 있다.

“인벤토리.”

성지한은 적색의 관리자의 손이 들어가 있는, 흑색의 봉인함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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