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441화>
256강부터, 9레벨 용족을 융합시키며 강림한 드래곤 로드.
강림 전, 결승전에 출전한 칠각의 청룡의 힘을 성지아가 가늠했을 때는.
기존 9레벨 성좌에 비해, 3-4배 정도 강하다고 추산했었다.
“거기에 드래곤 로드까지 강림했으니, 훨씬 더 강해져 있을 텐데…….”
[맞아. 드래곤 로드 강림 이후론, 이제 내 눈으로도 마력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판단할 수 없어. 블루 드래곤 때보다 훨씬 강해진 건, 확실하지만…….]
“근데 네 동생, 왜 이렇게 잘 버티지?”
그림자여왕은 이해가 가지 않는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드래곤 로드의 목만 둥둥 떠 있는 경기장 안은, 이미 새빨간 불꽃에 잠식되어 있었다.
스페이스 아레나의 경기장은 이미 녹아내렸고.
관객석 부위도 깡그리 화염에 잠식되어, 화면 속에 보이는 건 불밖에 없었다.
한데.
성지한은 그 안에서, 옷자락 하나 그을리지 않은 채 태연하게 서 있었다.
[힘들게 강림해 놓곤, 이게 끝인가?]
[……그 손, 성가시군.]
그림자여왕은 드래곤 로드의 말에, 화면을 성지한의 손 쪽으로 확대해 보았다.
거기에선, 용왕의 불이 손등에 모조리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 관리자의 손이 봉인된 상태인데도, 용염을 제어하는 것 같다.”
[응. 그리고 봉인되어 눈을 감았던 적색의 손이 약간 꿈틀거리네.]
“드래곤 로드의 불이 오히려 관리자의 손에게는, 봉인을 푸는 매개가 되는 건가?”
[그럴지도.]
상대가 아무리 대성좌 드래곤 로드라고 해도.
그가 불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한, 관리자의 손을 지닌 성지한에게는 유효한 피해를 입힐 수가 없었다.
관리자가 되지 못한 대성좌가, 관리자의 권능을 뛰어넘을 순 없었으니까.
-드래곤 로드 강림이라고 해서 그냥 게임 끝난 줄 알았는데…….
-얘 별거 없는데요?
-관리자가 확실히 대성좌보다 위긴 한가 봐. 봉인된 손한테 오히려 화력 제공해 주네 ㅋㅋㅋ
-근데 아소카는 어떻게 저걸 봉인한 거임? 드래곤 로드도 어찌 못하는데;
-그러게 알고 보면 아소카가 제일 센 거 아니냐 ㄷㄷ
드래곤 로드가 강림할 때만 해도 성지한이 위험한 거 아니냐고 걱정했던 시청자들은.
용왕의 불길이 성지한을 전혀 제약하지 못하자, 안심하면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근데 로드보다 256강에 나왔던 용들이 더 멋있네…… 로드는 뱀머리만 허공에 둥둥 떠서 되게 없어 보임.
-솔직히 탈것으로도 다른 드래곤들이 더 탑승감 좋아 보이는데 ㅋㅋㅋ
-ㄹㅇ 관리자 취향 독특하네.
-저런 징그러운 뱀이 왜 애완동물이지?
-뱀 키워 보면 나름 귀엽습니다 취향 존중 좀 해 주시죠.
-그럼 드래곤이랑 뱀중에 뭐 키울 거임?
-드래곤요.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뱀의 머리.
그것은 경기에 출전했던 다른 용족에 비해서, 모양새 자체는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확실히 드래곤 로드가 이 머리는 자신밖에 지니지 않았다고 할 만했다.
그렇게 한참 뱀의 모양새를 품평하던 시청자들은.
-근데 왜 성지한은 계속 저기 있지?
-겉보기엔 여유롭지만, 공격할 힘까지는 없는 건가.
-하긴 지금 보면 관객석도 다 녹고, 겉에 새까만 공간 드러남; 화력 자체는 미친 거야. 저기서 버티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일지도…….
-봉인 해제될 때까지 기다리려나?
성지한이 불길 안에서 계속 가만히 서 있자, 실제로는 상황이 어려운 거 아닌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하나.
[스탯 적이 1 오릅니다.]
‘이거 꿀이네.’
실상은 반대였다.
* * *
화르르륵……!
성지한은 타오르는 오른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용염은 확실히 스탯 적의 하위호환이지만, 드래곤 로드의 것이라 그런지 많이 흡수하면 능력을 올려 주는군.’
용왕의 불꽃을 먹어치우며, 늘어난 스탯은 벌써 5.
이건 그저 가만히 서서, 오른손을 내밀어 얻어 낸 결과였다.
‘관리자의 손 봉인이 풀리기 전까지, 최대한 능력치를 벌어 놔야지.’
손등 위에서, 눈을 꿈틀거리려 하는 적색의 손.
하나 성지한이 보기에, 이 정도 화력으로는 아직 봉인이 해제되긴 멀었다.
드래곤 로드가 며칠 몇 밤을 계속 불을 쏴 주면 모르겠다만.
[내 생각보다, 관리자의 능력을 잘 다루는구나.]
상대도 바보는 아니었다.
[불로써는 너를 소멸시킬 수 없음을 인정하겠다.]
쩌어억!
뱀이 입을 열자.
경기장을 가득 메우던 불길이, 순식간에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 어디 가?”
스으윽.
성지한은 급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주변의 불꽃은 드래곤 로드의 입으로 들어가지 않고, 성지한의 손으로 모여갔다.
드래곤 로드의 것임에도, 성지한의 제어에 더 따르는 화염.
[스탯 적이 3 오릅니다.]
‘총 8이 오른 건가. 이러면.’
10은 채우고 싶었는데 아쉽네.
성지한이 입맛을 다실 즈음.
드래곤 로드는 자신의 제어에 따르지 않는 용염을 보면서, 붉은 눈을 번뜩였다.
[네놈…… 나의 불을 집어삼키고 있었나?]
“그래. 덕분에 스탯 좀 올랐다.”
[먹은 것을 그대로 토해 내게 해 주지.]
“그래? 무슨 수로 할지 의문이긴 하다만. 그것보다도.”
지금껏 용염을 흡수하느라 공격을 하지 않던 성지한은, 창끝을 드래곤 로드에게 향했다.
화르르륵……!
그러자 백색의 불길, 성화聖火가 창끝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드래곤 로드에게, 내 적의 권능이 통하나가 더 궁금하네.”
[네놈이 정말 관리자의 권능을, 온전히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 아직은 부족함이 많지. 그래도 너 정도에겐 쓸 만하지 않을까? 네 불꽃, 나한테 먹히기도 했고.”
[…….]
“아직 가진 거 많아 보이는데, 더 줘라.”
[허. 미쳤구나!]
그 말을 들은 뱀의 눈이 번뜩일 때쯤.
성지한의 백염에, 전류가 피어올랐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용염天雷龍炎
용뢰龍雷
파지지직!
하늘 위로 뻗어가는, 백색의 뇌전.
성화를 머금은 용뢰는, 순식간에 뱀의 머리에 접근했다.
그러자.
[드래곤 로드인 나에게, 불로 공격하다니……!]
쩌어억!
조금 전, 용염을 거둬들였을 때처럼.
드래곤 로드가 입을 크게 벌렸다.
성지한의 불쯤이야, 바로 먹어치워 버리겠다는 듯.
용의 왕은 방어 마법 따위는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치이이익……!
자신의 용염을 회수했을 때와는 달리.
성화를 머금은 용뢰는, 드래곤 로드의 입에 흡수되질 않았다.
오히려.
파지지직…….
그의 기다란 머리에, 백색 전류를 순식간에 방출하고 있었다.
[힘이, 역으로 흡수된다고…….]
힘을 흡수하는 효과를 지닌 성화.
그것은 적의 하위 능력이나 다름없는 용염을, 가장 잘 빨아들였다.
화르르르…….
입안에 머금은 백색 불길은 점차 커지더니.
드래곤 로드의 전신에 금방 번져 나갔다.
-대성좌를 불로 압도한다니…….
-이거 가짜 영상 아니냐?
-성지한이 적색의 손을 잘 제어하는 건 알았지만, 분명 이건 봉인된 상태였는데…….
-어떻게 드래곤 로드가 역으로 저 백염에 잠식될 수 있지?
-저, 저건 강림된 상태다. 대성좌가 자신의 전력을 다하지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야!
-그렇게 치면 성지한은 성좌도 아님…….
외계의 시청자들은 성좌 후보자가, 대성좌를 불로 압도하는 걸 보면서 두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관리자의 능력을 좀 얻었다 치더라도.
용족의 지배자, 대성좌 중에서도 가장 관리자에 근접한 자라고 평가받는 드래곤 로드를.
그것도 로드의 주 무기인 불로 압도하는 게, 말이나 되나?
그렇게 백색의 불길에 타오르던 드래곤 로드에게서.
[……허물을, 하나 벗겠다.]
분을 참는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스스스…….
불타던 뱀의 머리와, 몸통 일부가 한 꺼풀 벗겨지더니.
성지한의 성화도 이와 함께 분리되었다.
‘뭐야 저건? 왜 성화까지 옮겨져?’
아니 입안에 용뢰가 들어갔는데, 허물벗기로 저걸 밖으로 꺼내네.
드래곤 로드.
대성좌인 만큼, 그냥 죽지는 않는 건가.
그때.
[성좌 ‘삼익의 흑룡’이 전사했습니다.]
[최고위급 성좌를 제압했습니다.]
[레벨이 5 오릅니다.]
성지한의 눈앞에 레벨 업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게임 내에서는 원래 강자를 제압한다 한들, 레벨이 잘 오르지 않았는데.
상대가 레벨 9 성좌여서 그런지 무려 5나 폭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쿵!
드래곤 로드의 허물이 땅바닥에 떨어지자.
그것은 뱀의 형상에서, 곧 날개 세 개를 가진 블랙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이 드래곤은 256강에서 자폭했던 놈인데.’
분명히 자폭해서 머리 하나 늘려 줬던 블랙 드래곤.
그가 드래곤 로드의 허물벗기로 대신 죽어 준 건가.
성지한은 블랙 드래곤의 시체를 바라보다가.
화르르르…….
‘성화가 아직 남아 있군.’
거기서 아직도 불길을 유지하고 있는 성화를 향해 다가갔다.
‘분명, 성화로 능력을 흡수할 수 있었지.’
스윽.
성지한이 백염 쪽으로 손을 뻗자.
[스탯 적이 2 오릅니다.]
[스탯 무혼이 1 오릅니다.]
적 말고도, 무혼까지 성장했다.
‘로드의 용염을 직접 삼키는 것에 비하면, 성장폭이 낮긴 하지만…….’
그래도 주는 게 어디야.
성지한은 그렇게 스탯을 알뜰살뜰하게 챙기곤, 위쪽을 바라보았다.
허물벗기를 한 뱀의 머리는, 처음처럼 건강해져 있었다.
“야. 저번에 레벨 업 도와주겠다더니, 이렇게 해 주려 했던 거냐?”
[뭐? 설마…… 레벨 업을 했느냐?]
“어, 무려 5나 올랐어. 그러니까 허물 좀 더 벗어 볼래?”
휭. 휭.
성지한이 창을 빙빙 돌리면서 씩 웃자.
드래곤 로드가 성지한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너랑 나, 상성이 안 좋던데?”
[그건…… 인정하지. 불의 권능에서는 내가 확실히 밀린다. 하지만.]
번뜩!
뱀의 눈이 반짝이고.
[성좌 후보자가, 드래곤 로드의 용언龍言을 거역할 수는 없으리라.]
“용언?”
[플레이어 성지한에게 명한다.]
그러자.
한 꺼풀, 또다시 벗겨지는 드래곤 로드의 껍질.
[오른팔을 잘라, 나에게 가져오라.]
“음……!”
그 말에 여유롭던 성지한의 몸이, 흠칫 굳었다.
언어에 힘을 싣는, 용의 권능.
레드 드래곤 알트카이젠의 용언은 손쉽게 이겨 냈던 그였지만.
드래곤 로드의 것은 확실히 격이 달랐다.
스으윽.
왼손으로 검을 들어 팔에 대더니, 멈칫하는 성지한.
“큭…….”
그가 그렇게 움직임을 멈춘 채, 버티고 있자.
스스스…….
드래곤 로드의 머리가 땅으로 서서히 내려왔다.
[다시 한번 명한다. 오른팔을 잘라 나에게 가져오라.]
용언이 한 번 더 반복되자, 또다시 탈락하는 허물.
땅바닥에 떨어진 두 허물은, 어느새 거대한 드래곤의 시체로 변해 있었다.
9레벨 용족 성좌의 몸을 소모할 정도로, 강하게 힘을 준 로드의 용언은.
결국 성지한에게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알겠습니다.”
치이익!
자신의 오른팔을 벤 성지한은.
암검을 땅에 떨어뜨리고, 대신 이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땅바닥에 내려선 뱀의 머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로드의 말까지 거역하려 들다니…… 더 성장했으면, 큰일 날 뻔했구나.]
드래곤 로드는 그러면서 자신이 먼저, 성지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용언이 언제 풀릴지 모르는 지금, 빨리 그가 바치는 오른손을 받아 회수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그는 성지한에게 접근하여, 입을 벌렸다.
[네 팔, 던져라.]
“네…….”
스으윽.
로드의 명에 따라, 오른팔을 높게 든 성지한.
그의 눈빛은, 그때까지만 해도 흐리멍텅했다.
하지만.
“팔을 달란 말이죠?”
로드에게 가까워지자, 눈은 대번에 빛을 찾았다.
[……너?]
“그래도 오른팔, 왼팔은 차마 주기 그러니까.”
푹.
성지한은 자신이 베었던 오른팔을, 절단면에 끼워넣었다.
그러자 금방 달라붙어 재생하는 팔.
창을 쥐고 있던 성지한의 오른손이 깔끔하게 움직이고.
“대신 제가 제 팔처럼 아끼는 창을, 쑤셔 넣어 드리죠.”
파지지직!
뇌전을 품은 봉황기가, 입을 쩍 벌린 뱀의 머리를 그대로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