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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47화 (44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47화>

성지한이 꺼내 든, 세계수 점화 장치.

이걸 가지고 한 협박의 효과는 굉장했다.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드래곤 로드를 잘 타일렀다고 합니다.]

[이제 다시는 용족이 난동을 부르는 일은 없을 거라 덧붙입니다.]

성지한이 처리하라고 하고, 5분 정도 지났을까.

이그드라실은 성지한의 채팅창에 일 처리가 끝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와 대박…….

-드래곤들 바로 조용해졌어;

-세계수 엘프가 진짜 드래곤 위에 있구나.

-엘프보단 관리자빨이지.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입을 안 열지? 신기하네 진짜 ㅋㅋㅋ

-아 근데 이제 1억 GP 후원 안 오는 건 아쉽겠네 ㅋㅋㅋㅋ

1억 후원을 쏴 대면서 저번 토너먼트는 조작이다, 행성 좌표를 알려 주면 사례하겠다던 드래곤의 메시지는.

이그드라실이 잘 타일렀다고 한 이후로, 싹 사라져 있었다.

거기에 얼마 안 있어.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세계수 엘프와의 맹약에 의거하여, 나와 용족은 이제부터 인류와 성지한에게 개입하지 않도록 하겠다. 성좌의 후원 절차도 곧 해지하지.]

드래곤 로드의 공식 포기 선언까지 나왔다.

-와 맹약이 대체 뭐길래 10분도 안 지나서 항복하냐??

-용족 체면 완전 구겼네;

-엘프가 드래곤보다 우위에 있다고 알려져 있긴 했는데 오늘로 완전 공식화됐군.

-드래곤 로드도 적색의 관리자에 올라서려면 저 손 필요할 텐데…… 이걸 포기해?

-진짜 목줄 잡혔구나 엘프한테; 예전엔 적색 애완동물이고 이젠 녹색의 애완동물이네.

-근데 대체 저 버튼이 뭐길래 이렇게 태도가 확확 바뀐 거임?

-그러게…… 우리도 보여 줘요!

성지한이 버튼을 꺼내자마자, 상황이 180도 변하는 걸 보면서.

외계인 시청자들은 빨간 버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처음 볼 때만 해도 대체 왜 저딴 게 EX급 아이템이냐고 했지만.

아이템 정보를 보자마자 이그드라실이 깨갱하는 걸 보면서, 급 관심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한테 알려 줄 거면, 아까 전체 공개를 했겠죠. 안 그렇습니까?”

성지한은 시청자들의 의문을 단칼에 끊어 내곤, 인벤토리에 세계수 점화 장치를 다시 넣었다.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당신 말대로 처리했으니, 약속 지키라고 말합니다.]

“어, 난 약속 지켜.”

사실 이그드라실이 세계수 점화 장치에 격한 반응을 보였던 걸 생각하면.

이걸 가지고 녹색의 관리자를 좀 더 이용할 수도 있겠다만.

‘이 정도 선에서 일단 만족해야지.’

관리자 상대로 너무 과하게 협박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이번에 나한테도 이런 물건이 있다는 걸 보여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이었으니.

지금은 인벤토리에 보관해 두면서, 존재감만 각인시키는 게 나았다.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당신을 믿겠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협박을 하기만 했지 제대로 당한 건 처음이라며, 상당히 두근거렸다고 덧붙입니다.]

[그러며 언제나 당신을 지켜보았지만, 더 유심히 바라보겠다고 말합니다.]

-아니 협박당했다고 뭘 두근거려.

-변태냐 ㅅㅂ 진짜;

-언제나 지켜보겠다니 스토커도 아니고…….

-이러다 나중엔 고백도 하겠어 아주.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셈 ㅡㅡ

이그드라실의 마지막 메시지가 좀 찝찝하긴 했지만,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한 성지한은.

“아, 맞다. 그리고.”

방금 생각났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드래곤 로드. 성좌 후원은 유지해 둬라.”

-??

-왜 굳이 후원 성좌로 놔둬요?

-ㄹㅇ 딱히 도움도 안 되는 애를…….

성지한의 말에 시청자들은 그리 의문을 품었지만.

“나중에 날 셀프로 특별 진상해서, 네 레어로 쳐들어갈 거거든.”

그의 침공 선언에 다들 경악했다.

-아니, 드래곤 로드의 레어에 왜 쳐들어 감;

-로드가 제대로 함정 파 놓을 텐데…….

-그러니까. 굳이 갈 필요가 있나?

-이대로 용족이랑은 갈라져서 서로 안 보고 사는 게 최선인데…….

이미 이그드라실의 개입으로, 용족은 쭈그러들었으니.

사실 그들과 굳이 드잡이질할 필요가 없긴 했다.

하나.

‘혹시라도 대성좌 업적 못 깰 때를 대비해서, 보험은 있어야지.’

드래곤 놈들이 하도 토너먼트는 조작이다 이러고 다닌 데다가.

성지한이 드래곤 로드의 아바타와 전투에서 보여 줬던 힘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대성좌들이 3번째 토너먼트에 참여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만약 참여율이 저조해서 대성좌랑 못 붙게 되면, 드래곤 로드라도 잡아야지.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좋다. 얼마든지 오라. 내가 지옥을 보여 주겠다.]

드래곤 로드는 그런 성지한의 말을 반겼다.

공정성이 의심되는 토너먼트가 아니라, 자신의 레어 안이면.

저 맹랑한 인간 놈을 제대로 족칠 수 있을 테니까.

이번에 대외적으로 체면을 상당히 구긴 그로서는, 제발 성지한이 와주길 바라고 있었다.

“좋아, 그럼, 나중에 네 레어에서 보자.”

성지한은 그렇게 대답하곤, 메시지창을 치웠다.

그러자 전방에선, 그를 제외하고 양 진영 간의 대격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럼 상황 정리되었으니, 레벨 업이나 해야겠네요.”

무기를 꺼내 든 성지한은,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뭐, 뭐야…….”

“어? 저 플레이어…….”

“서, 성지한이다!”

“아니 왜 저놈이 상대편에 있어?!”

“게임 바로 안 끝나서 없는 줄 알았는데…….”

성지한이 돌진하자, 패닉 상태에 빠져든 적진.

챌린저 리그에서도 이미 독보적인 강함으로 유명해진 성지한은, 챌린저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적으로 꼽혔다.

그가 나타날 때면 게임이 5분 안에 종료되곤 했기에.

이번엔 꽤 오랜 시간 전투가 펼쳐져서, 성지한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내가 좀 바빴거든.”

창과 칼이 한 차례 궤적을 그리자, 상대 플레이어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쓸려 나갔다.

그가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상황이 정리되기까지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역시 본게임은 금방이네…….

-?? 이건 본게임 아니지. 드래곤 로드 입 다물게 한 게 본게임이고 이건 보너스 게임임 ㅋㅋ

-ㄹㅇ 용족 놈들 조용하니 보기 좋네.

이제는 보너스 게임이 되어 버린 매칭 게임이 종료되고.

시청자들이 클린해진 채팅창을 보면서 좋아하고 있을 즈음.

[……저건.]

방랑하는 무신은, 성지한이 꺼낸 물건을 보면서 눈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 * *

투성에 위치한 무신의 신왕좌.

[피티아. 신안을 발동하라. 미래 예지를 하겠다.]

“네. 주인님.”

성지한이 꺼내든 ‘버튼’을 본 무신은, 그 후 바로 피티아를 불러 신안을 사용했다.

그러자.

지이이잉…….

피티아의 이마에 뜬 빛의 눈과.

무신이 띄운 빛의 눈이 서로 빛을 맞추더니.

둘 사이에서, 더 커다란 백색의 구체를 만들어 내었다.

[저 물건은, 대업의 변수가 되는가.]

녹색의 관리자, 이그드라실이 성지한의 말을 따르게 만든 ‘버튼’.

무신은 저걸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꺼림칙한 감정을 느꼈다.

아소카가 적색의 손을 봉인하면서, ‘패배한다’는 변수가 사라졌던 미래가.

왠지 저것 때문에 뒤흔들릴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번쩍! 번쩍!

무신의 말에, 여러 번 반짝이던 백색 구체는 예지를 시작했다.

지이이잉…….

수많은 화면이, 떠오르려 하자.

[질문을 바꾸지.]

무신은 변수를 좁히는 질문을 했다.

[무구의 힘을, 모두 사용해도 변수가 되는가.]

지이이잉…….

그러자, 떠올랐던 화면이 대부분 사라지고, 단 하나만 남았다.

화면 속에선.

무신과 싸우던 성지한이, 인벤토리에서 버튼을 꺼내 누르고 있었다.

그러자.

화르르르……!

순식간에 온몸이 백색 불꽃에 잠기더니, 거대한 거인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성지한.

거인이 된 그가 손을 한 번 움켜쥐자, 투성이 그대로 폭발했다.

그러고는.

지지지직…….

새하얗게 점멸되더니, 사라지는 화면.

“이, 이건…… 적색의 관리자입니까…….”

[그렇다. 이그드라실이 왜 그의 말을 따르나 했더니…… 버튼에 저런 효과를 지니고 있었나.]

성지한, 말도 안 되는 물건을 손에 넣었군.

손이 봉인되고 패배 가능성은 사라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무신의 두 눈빛이 번뜩이고 있을 때.

“……한데, 그가 예전에 본 것보다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피티아는 조금 전 장면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말했다.

“예전의 거인 형상에서는, 비록 투성이 초토화되긴 했습니다만. 그가 투성 위에서 전투를 펼쳤는데…….”

[그래. 이번에는 이 별을 손짓 한 번으로 파괴했지.]

“네…….”

[이 정도의 강함은, 필시 ‘상시 관리자’의 힘이다.]

“그, 그러면 버튼 한 번 눌렀다고, 바로 우주의 정점이 된단 말입니까?”

[그래, 참으로…… 불공평하군.]

방랑하는 무신은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자신은 지금 상시 관리자에 올라서려고 수만 번 회귀를 반복하면서, 힘을 있는 대로 끌어모으고 있는데.

저놈은 그저 버튼 한 번 누르면 상시 관리자가 된단 말인가?

[저 물건…… 저대로 놔둘 수는 없다. 피티아. 바벨탑의 소환을 앞당겨야겠다.]

“저, 근신 처분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처벌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성지한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버튼은, 무신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소환 장소는, 예정대로 우르크가 있던 곳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길가메시가 지배했던 도시, 우르크.

현재 이라크 땅에 위치한 이 지역은, 바벨탑이 소환되기에 가장 상성이 좋은 땅이었다.

하나.

[아니. 그가 살고 있는 장소로 해라.]

“아, 그럼 한국에…… 말입니까?”

[그래.]

“주인님, 그쪽에 소환하면 탑의 효율이 매우 떨어집니다만…….”

현재 무신이 지구에 바벨탑을 소환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탑으로 인류를 지배하여, 그들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목적은 성지한을 탑 쪽으로 유인해서 그를 투성으로 보내 버리는 것이었다.

한데 이걸 우르크가 있던 땅이 아니라, 한국에 소환한다면.

인류의 힘을 흡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효율? 지금의 국면에서, 효율은 중요하지 않다.]

무신의 태도는 단호했다.

[지금은 탑을 통해 성지한을 투성으로 보내는 것이 먼저다. 그러기 위해선, 손해를 감수하겠다.]

피티아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무신의 입에서, 손해를 감수하겠단 말이 나오다니.

그가 이번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길가메시를 통해 성지한에게 탑의 소환을 알려라. 그가 올 수 있도록.]

“네, 주인님.”

피티아가 명을 받고 사라지자.

무신은 조금 전 장면을 다시금 떠올렸다.

‘상시 관리자가 된 성지한…….’

그 모습은, 무신이 평생을 바쳐 염원하던 목표였다.

수만 번을 회귀하고, 힘을 차곡차곡 쌓아 가며.

언젠가는 도달할 거라고 굳게 믿던 이상향.

그걸, 저놈은 겨우 버튼 한 번 눌러서 될 수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거기에 더 황당한 건.

‘대체, 왜 저걸 안 누르고 있는 거지?’

이그드라실을 저걸로 뒤흔든 걸 보면, 아이템이 불러올 효과를 성지한도 어느 정도 아는 거 같은데.

왜 저 보물을, 인벤토리에 고이 보관만 하고 있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어쨌든, 그가 어리석어서 다행이군. 이번에 투성으로 불러와 끝을 내겠다.’

성지한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처리하겠다.

버튼을 본 무신이, 그렇게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을 무렵.

[대성좌 ‘태양왕’이 방랑하는 무신이 있는 장소를 못 알아냈냐고 당신을 다그칩니다.]

[그가 토너먼트에서 살고 싶다면, 얼른 태양핵을 무신이 있는 곳에 놔두라고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토너먼트에서 당신의 팔을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게임에서 로그아웃한 성지한은 태양왕에게 메시지를 받고 있었다.

성지한의 손을 가져갈 수 있는 토너먼트보다, 방랑하는 무신에게 더 관심을 집중하는 태양왕.

‘드래곤 로드처럼, 자기가 토너먼트에서 질 거라고 생각은 안 하는 거 같은데 신기하네…….’

무신의 행방보다는 적색의 손을 얻는 게 더 급선무 아닌가?

“왜 그렇게 무신에게 집착하지?”

성지한은 태양왕에게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대성좌 ‘태양왕’이 몰라도 된다고 합니다.]

그에게서 순순히 대답이 나오진 않았다.

‘흠. 그에게선 답을 못 들을 거 같으니, 태양왕 전문가에게 물어봐야겠군…….’

직접 답을 들을 수 없다면, 다른 루트를 통해 추측해 봐야지.

성지한은 이에 대해 질문할 성좌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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