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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66화 (46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66화>

성지한은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드래곤 로드를 애완동물이라고 칭할 수 있는 존재는.

‘적색의 관리자밖에 없다.’

태양왕과 드래곤 로드, 두 대성좌를 각기 제자와 탈것으로 거느렸다는 적색의 관리자.

그 정도는 되어야, 드래곤 로드에게 애완동물이라 칭할 수 있겠지.

한데.

‘예전에 관리자의 손은 드래곤 로드에게 그렇게 강제력을 보여 주진 못한 거 같은데.’

사실 관리자의 손에 비하면, 눈동자의 존재감 자체는 옅었다.

스탯 수치상으로도, 관리자의 손을 몸에 이식했을 땐 적이 300이 오른 데 반해 눈동자는 100밖에 오르지 않았으니까.

하나 막상 메시지를 보니까.

본체, 본체 거리던 손보다는, 뭔가 말도 똑바로 하고 똑똑해 보였다.

‘흠…… 이놈이 적색의 관리자에 한층 더 가까운 존재 같은데.’

적색의 관리자와 모종의 연관이 있어 보이는, 아레나의 주인.

그에게서 받은 눈이, 하필 타이밍 좋게 지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의 존재가 감지되지 않아, 곤란하긴 하지만 눈알의 말을 따라도 되나.

성지한은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방법은 들어봐야겠군.’

여차하면 청으로 대처 가능하니, 말이나 들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애완동물을 어떻게 부르자고?”

[저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대면 된다. 적을 발현하면, 그 이후에는 내가 짐승에게 명을 내리겠다.]

방법 한번 간단하군.

성지한은 눈이 박힌 오른손을 심장에 가져다 대고, 적색의 불길을 피워 올렸다.

그러자.

위이이잉…….

거대한 붉은 보석에 빛이 번뜩이며.

[엎드려 주인을 맞이하라, 짐승이여.]

그 안에서 강렬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펑! 펑!

사방에서 드래곤의 알이 깨져 나가면서, 용의 기운이 뭉치고.

[이, 이 목소리, 거기에 이 강제력은…… 설마 주인?]

스으으으…….

곧 뱀 형상을 한 드래곤 로드가, 땅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에 토너먼트에서 본 아바타 형상의 머리보다, 크기가 어째 더 작은 드래곤 로드.

성지한은 처음에 그 모습을 보고 저것도 본체가 아니라 분신의 일종인가 싶었지만.

[내 몸 크기마저 예전처럼 작아지다니…… 주인의 권능, 아직도 내게 통용되는가…….]

드래곤 로드가 심장 쪽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심정을 드러내자, 저게 본체임을 알 수 있었다.

‘효과 바로 나오네.’

이 눈알이 그렇게 호언장담하던 이유가 여기 있었군.

성지한은 모습을 드러낸 드래곤 로드에게 공격을 가하려 했지만.

[주인, 아니 관리자여……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다! 이제는 네 명령, 거역할 수 있다……!]

펑!

뱀의 형상이 폭발하더니, 또다시 모습이 사라졌다.

‘아, 이 자식 또 도망쳤네.’

뭔 드래곤 로드란 작자가, 할 줄 아는 게 도망밖에 없냐.

진심 짜증 나네.

이런 감정은, 성지한만 느끼는 게 아닌지.

-뭔가 말은 거창하게 거역한다고 했는데…….

-결국 하는 건 또 도망치는 건가;

-드래곤 로드 대성좌 맞아요? 왜 이렇게 튀기만 함?

-아까 실버 드래곤 모아서 브레스 쏜 게 준비한 전부였나 봐…….

-얘는 진짜 대성좌 간판 떼야 하는 거 같음.

보는 시청자들도 드래곤 로드의 도주에 짜증을 내고 있었다.

하나.

[주인을 태워야 할 짐승이 쓸데없는 발악을 하는군.]

성지한의 손등에 박힌 눈은, 상대의 도주를 같잖다는 듯 평가하며.

[심장에 아까처럼 적을 발현시켜라. 이번엔 좀 더 강하게 호출하겠다.]

성지한에게 아까와 동일하게 힘을 써 줄 것을 요구했다.

“……좋아.”

스으윽.

성지한이 다시 한번 심장에 손을 뻗어 적을 발현하자.

[체벌이 필요하겠구나. 짐승이여.]

이번엔 성지한의 오른손이 저절로 움직이며, 드래곤 로드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콰드드득!

금방 깨져 나가는, 로드의 심장 조각.

그리고.

[크아아악……!]

대지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알들이 일제히 폭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알과, 심장 조각이 연계라도 되는 것 같은 모습.

[나오너라.]

콰직!

성지한의 손이 깨진 심장을 헤집자.

스으으으…….

깨진 알 사이로 연기가 자욱해지더니, 대지에 뱀 형상의 드래곤 로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에 구멍이 송송 뚫린 채,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뱀.

[어째서 아직도 그의 통제를 받는가…….]

거대한 뱀은 길쭉한 동공으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적색의 관리자의 애완동물 취급을 받았던 드래곤 로드.

그가 사라진 이후, 절치부심해서 용족을 부흥시키고 세력을 확장하고.

급기야는 대성좌까지 올랐지만.

막상 옛 주인의 음성이 몇 번 울려 퍼지자, 지금까지 쌓아 온 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빈사 상태가 되어 버렸다.

[난, 분명 벗어난 줄 알았는데…….]

[심장을 떼어 알로 뒤바꾸고, 이것으로 세력을 확장했는가.]

[그걸, 주인. 아니 네가 어떻게…….]

[내가 생각한 설계 그대로다. 너는 그 오랜 세월 동안, 나의 설계에서 한 발자국도 진화하지 못했구나.]

[…….]

성지한은 그 말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끝도 없이 생성되어 있는 알이 죄다 드래곤 로드의 심장 조각이었다고?

‘그러니까 좀 부쉈다고 레벨이 오른 건가.’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전 떠올랐던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레벨이 8 오릅니다.]

눈이 본격적으로 로드의 심장을 헤집고, 알들이 다 터져 나갈 때쯤 폭발적으로 올랐던 레벨.

드래곤 로드에게 쳐들어오고 얼마 지났다고, 레벨은 10이나 올라 있었다.

이러다가 레벨이 17만 더 오르면, 진짜 성좌 되어 버리는데.

‘빨리 끝내자.’

성지한은 모습을 드러낸 드래곤 로드를 제거하기 위해, 검을 들었다.

그리고 그에게 나아가려 할 때.

[성지한. 네게 이야기할 것이 있다.]

“이야기?”

심장을 붙들고 있던 눈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넌, 이제 곧 죽는다.]

* * *

“내가 곧 죽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다.]

화르르륵……!

반파된 드래곤 로드의 심장에서 불길이 피어오르자.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드래곤 로드의 뱀 머리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허공에 떠 있는 성지한에게로 접근했다.

뱀의 것처럼 길쭉했던 동공은, 어느새 붉은 눈으로 변한 채로.

‘저건…….’

성지한의 손등에 있는 것과 크기는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지만.

모양새는 똑 닮은, 붉은 눈동자.

‘……적색의 관리자가, 설마 장악한 건가? 드래곤 로드의 육체를.’

관리자의 손과는, 확실히 다르군.

성지한은 왼손에 소환한 이클립스에, 공허를 밀집시켰다.

그러며 여차하면, 태극마검을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너는, 공허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

드래곤 로드의 눈은, 성지한의 검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살폈다.

[지금처럼.]

“……그래서 죽는다는 거냐?”

[공허는, 결국 생명을 끝으로 인도하는 힘.]

스으윽.

[이는 우주에서 단둘. ‘상시 관리자’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런가, 적색의 관리자 당신도?”

성지한이 드래곤 로드의 눈을 보면서 상대를 ‘적색의 관리자’라고 지칭하자.

-뭐?

-저게 적색의 관리자라고…….

-드래곤 로드 눈이 순식간에 바뀌긴 했음.

-뱀이 부질없이 반항하다가, 몸을 빼앗긴 거 같긴 하네.

-근데 성지한이 뭐라고 잠적했던 적색의 관리자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냐 갑자기;

인류보다 외계의 시청자 쪽에서 놀란 반응이 터져 나왔다.

배틀넷의 관리자 중 가장 유능했으며, 임기가 끝나고도 관리자 권한을 반납하지 않고.

아직까지도 잠적 중이었던 적색의 관리자.

그 신화적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자, 외계의 시청자 숫자가 순식간에 무신과 싸울 때.

그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나는 관리자의 기억이 일부 담긴 파편에 불과하다. 오히려 적색의 관리자에 가장 가까운 건 너다, 성지한.]

상대는 자신이 적색의 관리자라는 걸 부인하긴 했지만.

성지한은 이에 피식 웃음 지었다.

지금 드래곤 로드를 명령 몇 번 해서 순식간에 제압해 놓고는, 이쪽이 적색의 관리자라고 하네.

“뭐 그래. 관리자의 파편,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뭔데?”

[성지한, 살고 싶지 않은가?]

파스스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드래곤 로드의 얼굴 반쪽에 금이 갔다.

공허만 보이지 않았을 뿐.

박살 난 모습 자체는, 마치 지금 성지한의 얼굴에 그려진 양상과 비슷했다.

[널 잠식한 공허를 초월하기 위해선, 상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사람 잘못 봤군. 그렇게 내가 삶에 집착하는 사람이었으면, 투성에서 진작 버튼 눌렀겠지?”

[그건, 잘 알고 있다…….]

거대한 뱀의 머리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래서, 네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겠다.]

“새로운 선택지…….”

[이 몸을 베어라.]

스으으윽…….

드래곤 로드의 머리가 한층 더 성지한에게로 다가왔다.

이제는 검을 뻗으면, 바로 닿을 만한 거리.

굳이 태극마검을 전력으로 펼치지 않아도, 이 정도 거리면 상대를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임시 관리자가 되어 적색을 택하라.]

“거기서…… 적색을 택하라고?”

[그렇다.]

임시 관리자가 되면, 색깔을 고를 수 있는 건가?

성지한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는 반문했다

“근데 적색은 네가 관리자 권한 들고 도망가서, 선택할 수 없는 거 아니냐?”

[다른 이는 못하지만, 너는 선택할 수 있다. 너도 적의 일부분. 그중에서도 핵심 중추니까.]

“…….”

자신이 이번 대의 심장이라더니.

저놈도 저렇게 핵심 중추라고 강조하는 거 보면, 확실히 이건 맞나 보네.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적색의 관리자는 그를 설득했다.

[네가 적을 택한다면, 굳이 저번처럼 인류를 없애지 않아도 된다. 그 안에 있는 적의 인자를, 임시 관리자에 있는 네가 흡수시키면 되니까.]

“그렇게 쏙 빼먹는 게…… 가능하다고?”

[‘우리’는 가능하다. 임시 관리자가 되어, 적을 택한다면. 방법이 생긴다.]

화르르륵!

드래곤 로드의 머리가 불타오르고.

[그러면, 공허에 잠식된 육신을 되돌릴 수 있으며.]

곧 반파되었던 머리 반쪽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우리는 3번째로 상시 관리자에 오를 것이다.]

이거.

버튼 때보다는, 조금 더 구미가 당기는 설득이군.

성지한이 가만히 이를 듣고 있자.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저 말에 속지 말라고 급히 말합니다.]

[적색의 관리자가 되면 결국 저 존재에게 장악당할 게 뻔하다며, 간악한 혀 놀림에 넘어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며 심장은 그저 박동할 뿐, 실질적인 제어는 뇌가 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녹색의 관리자 쪽에서 급히 메시지가 올라왔다.

적을 택하면, 이쪽이 상시 관리자에서 탈락하니 마음이 급해진 거군.

“이그드라실은 그렇다는데?”

성지한이 그리 말하자.

[설마 엘프를 믿나?]

적색의 관리자는 이에 간단히 반문했다.

그야 당연히, 저쪽은 믿지 못하지만

‘그건 이놈도 마찬가지지…….’

성지한은 두 눈을 번들거리는 드래곤 로드를 바라보다가.

“일단은, 대성좌부터 죽이지.”

검을 든 왼손을 움직였다.

푹!

이클립스가 드래곤 로드의 머리를 관통하고.

[대성좌 ‘드래곤 로드’를 제압했습니다.]

업적이 클리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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