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473화>
[명계귀속자 From Hell]
“명계?”
성지한은 ?가 사라지고 나타난 단어를 보곤, 의아함을 품었다.
명계는, 저승이나 지옥을 뜻하는 용어 아닌가.
여기에 귀속된 게, ??로 가려졌던 숨겨진 능력이라고?
-명계?
-지옥이 왜 갑자기 나오지…….
-적의 인자 사라지고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임, 우리?
성지한의 혼잣말을 금방 캐치하고, 사람들이 의문을 지니자.
-명계? 공허를 말하는 건가?
-아마 그런 것 같군. 모든 존재의 최종 종착점은 공허니. 저들이 말하는 명계는 공허를 뜻하겠지.
-굳이 여기서 공허가 왜 나오지?
외계의 존재들은 금방 명계를 공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본 성지한은 생각이 달랐다.
‘흠…… 이거 아무래도 공허는 아닌 거 같은데.’
배틀넷 상식으로 생명체가 공허에 귀속된 건, 결국 죽음을 뜻하니 당연한 일인데.
이게 굳이 ??에 숨겨질 이유가 있나?
성지한은 명계에 뭔가 있나 잠시 고민하다.
‘이미 다 까발렸는데, 이거도 공개하자.’
집단지성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여러분. 적의 인자는 사라졌는데, 이런 게 생겼네요.”
그렇게 성지한이 명계귀속자를 공개하자.
-으잉?
-지옥이 실제로 있었음?
-오…… 사후세계가 있었다니…….
-이거 봐 종교 믿어야 한다니까? 안 그러면 지옥 떨어진다구요 ㅋㅋ
-성지한 믿으면 되는 거임? ㅋㅋㅋ
-ㄹㅇ 관리자님 믿고 구원 갑시다.
지옥이 실제로 있었냐는 반응과 함께, 성지한교가 발흥하려고 들었다.
그리고, 이를 본 외계의 시청자 쪽에선.
-아니, 시스템에 명계라고 확실히 명명되어 있다니…….
-저게 시스템상으로 나온 게 확실한 건가?
-관리자가 공개했는데 맞겠지;
-지옥이란 개념은 공허 안에 있는 것…… 굳이 저런 용어가 따로 나올 이유는 없는데.
-이상하네 이거 숨겨진 능력으로 있는 것도 그렇고.
인류보다 더 큰 반응이 나타났다.
왜 공허가 아니라, 명계에 귀속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때.
[이것마저, 밝혀내었나.]
성지한의 귓가에,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던 음성이 들렸다.
‘이 목소리는 분명…….’
적색의 관리자다.
관리자 선정할 때, 청에 의해 사라진 건 역시 다가 아니었나.
“지긋지긋한 놈…… 적색의 관리자. 네가 명계랑 관련이 있냐?”
성지한이 그렇게 반문할 때.
“사, 삼촌. 바, 밖에 봐 봐!”
윤세아가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창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응? 왜?”
“어? 안 이상해? 세상이 완전히…… 붉은데?”
두려움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로, 밖이 붉어졌다고 말하는 윤세아.
하나.
[세아야, 무슨 소리니?]
“나도 별 이상한 건 못 느끼겠다만.”
집에서 같이 이를 지켜보던 석상 상태의 성지아나, 그림자여왕은 그런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
한데.
-어?
-들었어?
-ㅇㅇ; 이것마저 밝혀내었냐는데…….
-근데 나 눈 이상한 거임? 세상이 왜 이렇게 새빨개짐?
-태양빛이 완전 붉은데;
-여긴 밤인데 달 색이 시뻘게졌어 ㄷㄷ
이들과는 달리, 인류의 시청자들은 모두 윤세아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적색의 관리자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세상이 온통 붉어졌다는 호소.
“이거, 인류에게만 적용되는 건가.”
성지한은 인류를 초월한 관리자가 되었으니 해당 외고.
성지아는 석상, 그림자여왕은 쉐도우 엘프니 또 해당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래…… 나 진짜 인류로 취급되지 않나 봐.]
“그러니까 빨리 열쇠 써서 인간 되라니깐.”
성지한은 소외감 느끼는 성지아에게 한마디 하고는, 창밖을 나섰다.
‘세상이 붉어진 건 안 느껴지지만…… 위쪽이 이상하긴 하네.’
겉보기엔 평소와 다를 것 없던 하늘 위 태양에서.
미약하지만 적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으…… 으으…….”
“왜, 왜 태양을 자꾸 쳐다보게 되는 거지…….”
“아. 눈 아픈데……!”
땅에선,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모두 하늘 위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태양을.
‘……적의 기운을 따라가 봐야겠군.’
슉!
성지한은 하늘 위로 날아갔다.
그러자.
스으으으…….
점차로 강하게 느껴지는 적색 기운.
그리고 하늘의 색도, 다른 인류의 시각처럼.
서서히 붉어지고 있었다.
-명계와 적색의 관리자가 연관이 있었다니…….
-명계란 시스템을…… 설마 그가 만든 것인가? 공허랑은 차별화되는?
-사후를 컨트롤하는 건 흑색의 영역인데…… 선을 넘어도 세게 넘었군;
-공허에선 이걸 두고만 보나.
-자기 부하가 적색이랑 결탁한 것도 몰랐잖아 흑색의 관리자.
-상시 관리자…… 알고 보면 별거 아닐지도…….
죽음을 관리하는 건 공허의 영역.
한데 적색의 관리자가 관여한 게 확실해 보이는 명계는, 공허와 그 영역이 겹쳤다.
이를 두고 외계의 시청자들이 흑색의 관리자가 생각보다 권한이 없는 거 아니냐고 평가할 즈음.
‘여기군.’
성지한은 적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오는 진원지에 도착했다.
* * *
성지한이 도착한 서울 상공.
그곳에선,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붉은 눈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청색의 관리자여. 인정하지. 인류를 통해, 상시 관리자가 되는 작업은 실패했음을.]
꿈틀. 꿈틀.
눈알의 움직임에, 성지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적색의 관리자…….”
명계귀속자가 드러난 이후, 급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붉은 눈.
이건 확실히, 성지한이 지금까지 접했던 적색의 관리자의 편린 중 가장 강력했다.
특히.
‘……인류의 숨겨진 능력, 명계귀속자 때문인가. 대지에서 여러 기운이 이리로 흘러오고 있군.’
세상이 완전히 붉게 보이며.
눈이 아프다면서도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인류.
적색의 관리자의 눈은 그런 이들의 기운을 미약하지만, 꾸준히 흡수하고 있었다.
“어디로 잠적했나 했더니. 여기에 숨어 있었나?”
[나는 어디에나 있다. 명계가 드러나, 모습을 드러냈을 뿐.]
“애초에 명계…… 이건 뭐지?”
성지한의 물음에, 적색의 관리자는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핵심 자원 ‘인류’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시스템이라고?”
[그래. 현재 죽은 자를 관리하는 권한은, 흑색의 관리자가 공허를 통해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공허 시스템은 너무나도 ‘소멸’에 치중해 있어서, 자원을 너무 낭비하지…….]
“자원…… 인가.”
[너희는 나를 상시 관리자로 만들기 위해 설계된 자원. 허투루 쓸 수는 없지 않겠는가. 명계를 만들어, 너희들의 죽음마저 독점했다.]
인류보고 핵심 자원이라더니.
평소엔 살려서 적의 인자를 키워 먹고, 죽어서는 자신의 명계로 끌어와서 또 재활용했나 보군.
“공허에 잘도 들키지 않았네. 명계 시스템을 만들고도.”
[상시 관리자가 최하급 종족까지 관측하지는 않지. 거기에 너도 잘 아는, 협력자가 있었으니까.]
아레나의 주인 말하는 거 같군.
성지한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래도 어쩌냐? 협력자 아레나의 주인도 들통나고, 명계도 밝혀졌는데. 이제 상시 관리자들에게 잡히면 너도 끝이겠군.”
[후후. 나는, 이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어디에나 있지…….]
“그래? 그럼 인류한테 그만 질척대고 딴 데서 좀 놀아라.”
[그럴 셈이다.]
그 말에 의외로 동조하는 적색의 관리자.
“진짜?”
[그래.]
그러며.
스으으으…….
적색의 눈동자 위로, 하나의 광경이 드러났다.
거기서 비치는 이의 모습은, 아소카.
깨달음을 얻은 그가 적색의 관리자를 거역하고.
-네 이전, 5명의 깨달은 자는 모두 다 외면을 택했다. 한데 거역이라…….
-좋다. 오랜 기다림 속에, 하나의 유흥거리가 생겼구나.
적색의 관리자가 오히려 이를 기꺼워하는 장면이었다.
성지한이 아소카의 기억 속에서 본 건, 이게 전부였지만.
-외, 외면하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당신에게 속해 있었군…….
-……협조는 하지 못하겠군. 당신에게 영원히 시선을 돌리겠소. 평생 하늘에서 눈을 돌리고, 인간을 바라보지 않으며. 땅바닥만 보고 살지.
붉은 눈에선, 아소카 이전에 깨달은 자들이.
모두 ‘외면’을 택하고는 하늘을 차마 바라보질 못한 채 고개 숙이며 살아가는 모습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어쩌면, 저게 당연한 선택이겠지.’
인류 모두에게 깔린, 적의 인자.
거기에 더해, 하늘 위에는 적색의 관리자가 만든 명계가 이렇게 숨겨져 있었으니.
아무리 이 세상의 이치와 왜곡을 깨달았다고 해도, 아소카처럼 거역한다는 선택지를 고르기란 쉽지 않았다.
그냥 외면하고 사는 게 최선이었겠지.
[나는 싯다르타 그가 변수가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한낱 유흥거리라 생각했지.]
[하지만 그는 무한회귀 속에서 ‘청’을 만들었고, 너라는 대리자를 통해 명계까지 끄집어냈다…….]
번쩍!
눈동자가 붉은빛을 토해 냈다.
[인류여. 너희는 자유다. 나는, 너희에게 손을 뗄 것이다.]
그렇게 인류에게서 손을 떼겠다고 천명한 적색의 관리자.
하지만 성지한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손 뗀다며. 명계귀속자는 왜 안 사라지냐?”
숨겨진 능력, ‘명계귀속자’는 여전한 데다가.
“거기에 지상에서, 기운이 점점 밀려오고 있군.”
지상에서 올라오는 인간의 기운은,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투자 비용은 회수해야 하지 않겠나.]
꿈틀.
눈동자가 ‘투자 비용’을 강조하면서, 번뜩였다.
‘역시 그냥 물러날 놈이 아니지.’
성지한이 검과 창을 꺼내곤. 눈동자를 공격하려 할 때.
“굳이 싸우실 필요 있겠습니까.”
스으으으…….
허공에서 중절모가 떠오르더니.
아레나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레나의 주인, 얼굴이 많이 변했군.”
“이것 말입니까?”
중절모 아래, 우주 형상의 얼굴을 하고 있던 아레나의 주인.
하나 완벽한 우주의 형상은, 중간중간 구멍이 송송 뚫린 채 붉은빛을 보이며.
금방이라도 파괴될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당신 얼굴 반쪽과 비슷한 처지가 되어 버렸죠.”
“흑색의 관리자한테 처벌받았나?”
“예, 당신이 관리자가 될 때 바로 도망쳤는데, 옛 주인께서 워낙 강하셔서요…….”
쑤욱.
자신의 구멍 난 얼굴에 손가락을 넣었다 뺀 아레나의 주인은.
“아, 이제 아레나도 빼앗겼으니. 아레나의 주인 말고 다른 칭호가 필요하겠네요. 마침, 적색의 관리자께서 명계 주시기로 했습니다.”
“명계의 주인이라고 불러 주면 되냐?”
“네. 음…… 당신네 세계에선, 하데스. 염라대왕? 이런 거로 칭하나 보군요. 둘 중에 뭐 고를진 좀 고민할 테니, 명계의 주인이라 해 주시죠.”
“음, 근데 미안. 저거 부숴 버릴 거라. 명계는 못 가질 거야.”
“후후…….”
성지한의 말에, 아레나의 주인은 웃음을 지었다.
“제가 당신을 잠깐 지켜보니 청색의 관리자라 한들, 별 힘도 없던데 말이죠…….”
“…….”
“제가 아무리 전 주인께 박살 난 상황이라지만, 당신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답니다.”
스으으으…….
그와 함께,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공허의 기운.
거기에 덧붙여, 구멍 난 우주의 형상에서는 적색의 힘까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당신께는 참 원한이 많아요. 당신의 폭로로 아레나도 빼앗기고, 전 주인에게 저도 박살이 나 버렸으니까요.”
“그거참 안 되었군그래.”
“후후…… 그래도 그간 많이 거래했으니 헤어질 땐, 웃으며 헤어지고 싶군요.”
힘을 끌어 올린 아레나의 주인은,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니, 가만히 있어 주시겠습니까? 살고 싶으시다면.”
성지한은 그 말에 씩 웃으며 반문했다.
“내가 그럴 놈으로 보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