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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75화 (47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75화>

‘청의 형상화라.’

청의 기운을 내뿜는 것 정도는, 지금도 가능하긴 한데.

형상화는 또 다른 건가.

‘일단 기능이 열렸는데 해 봐야지.’

성지한은 시스템의 안내에 청의 기운을 형상화해 보았다.

그러자 몸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오더니.

[관리자의 심상에 맞추어, 청의 형상이 드러납니다.]

스으으으…….

그의 머리 위로, 하나의 물체가 만들어졌다.

‘이건…… 수레바퀴잖아?’

겉에는 푸른빛이 머금어 있는, 금색의 수레바퀴.

그건 아소카의 것처럼 해골이 있거나 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그의 금륜이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드르륵…….

수레바퀴가 움직이자.

청색 기운이 사방으로 뻗으며, 적색 선을 끊어나가기 시작했다.

‘속도가 팍 늘었네.’

적색 선을 끊는 데에는, 최적의 효과를 보이는 푸른빛의 금륜.

100이 되고 안 오르던 스탯 청도.

[적의 왜곡을 상당수 되돌렸습니다.]

[스탯 청이 10 오릅니다.]

금륜과 상호작용하며, 대폭 상승하고 있었다.

[명계의 시스템,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내가 오래전부터 구축해 왔던 명계가 어찌 저런 것에 막힌단 말인가?]

그리고 청의 형상화로 인해, 파괴가 가속화되자.

격하게 반응하는 적색의 눈동자.

“이제 좀 부서지는 게 느껴지나 보네.”

성지한의 말에, 눈동자가 꿈틀거리며 아레나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여길 방어할 때가 아니다. 가서 그를 막아라! 이대로 가다간, 네가 이어받을 명계가 사라진다.]

“알겠습니다.”

스으으으…….

아레나의 주인은 눈동자 주변에 깔아 둔 공허를 반 정도 거둬들이곤.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파지지직!

그러자 기습적으로 쏟아지는 붉은 빛줄기.

적멸은 성지한과, 그의 머리에 떠오른 금륜을 부수기 위해 쇄도했지만.

드르르륵…….

수레바퀴가 한 번 움직이자, 적멸이 허공에서 분해되어 사라졌다.

“이런…… 당신의 권능, 정말로 적에겐 위협적이군요.”

적색의 힘 중, 파괴력으로는 최강인 적멸이 그렇게 힘없이 사라지자.

아레나의 주인의 구멍 난 얼굴에, 붉은 기운이 멎어 들고 공허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힘…… 단순히 ‘적’에게만 해당되는 거면, 절 제압할 수 없을 겁니다.”

“공허 깔아 두면서 방어하던 주제에, 자신만만하군.”

“아까 전만 해도 시간만 끌면 이길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굳이 공허의 내면과 마주할 필요는 없었죠.”

성지한이 붉은 선을 끊기 전만 해도, 저들 입장에선 그냥 명계 방어만 하면 ‘투자 회수’는 끝나는 거였으니까.

아레나의 주인이 굳이 태극마검과 마주하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180도 바뀌었으니.

성지한이 오히려 시간을 끌면 유리하고, 저쪽이 쫓기는 입장이었다.

“그럼.”

슉!

아레나의 주인이 순식간에 성지한의 앞에 서고.

“자, 받으시지요.”

그가 전신에서 공허를 토해 냈다.

성지한이 공허를 흡수해서, 자멸하기를 노리는 공격 방식.

‘……일단 피해야겠군.’

얼굴의 균열, 여기서 더 진행되다간 돌이킬 수가 없었으니.

성지한은 공허를 흡수하지 않기 위해 일단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어디…….”

꽈악!

아레나의 주인은, 허공에 떠올라 있는 금륜을 움켜쥐었다.

“이것 참…… 제가 지닌 적을 순식간에 갉아먹는군요. 하지만.”

스으으…….

그의 손에서 보랏빛 공허가 흘러나오자.

금륜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공허로 상대하니, 손쉽습니다.”

[청의 형상이 소멸됩니다.]

[스탯 청이 5 감소합니다.]

청빛 금륜이 사라지며, 5 감소하는 스탯.

“청의 능력이란 건, 결국 적의 안티테제에 불과하군요.”

성지한은 자신을 비웃는 아레나의 주인의 말을 들으며 내심 생각했다.

‘저게 틀린 말은 아니다.’

등급이 C로 오른 스탯 청.

하나 이것이 지닌 능력은, 여전히 적에게만 특화되어 있었다.

물론 애초에 이 능력이 만들어진 이유 자체가, 인류가 지닌 적의 인자를 없애기 위함이긴 했지만.

그래도 관리자의 능력이라기엔, 작용되는 범위가 너무나도 좁았다.

‘태생이 이러니 어쩔 수 없는 건가…….’

싯다르타가 만든 능력이니, 청의 형상도 결국 금륜으로 나타나고.

그가 애초에 설계를 적에 대항하도록 만들었으니, 등급이 올라도 적에게만 적용될 수밖에 없나.

하지만 만들어진 이유가 그렇다고, 여기서 인정하면.

‘이 능력, 발전 가능성이 없어지잖아.’

청색의 관리자도 되었는데, 그래서야 안 되지.

성지한은 청으로 적색 선을 끊었을 때를 떠올렸다.

왜곡을 일부 되돌렸다는 청.

이 힘이 작용될 땐, 시스템의 왜곡이 수정되어 있었으며.

작용되는 방식은, 왜곡된 영역을 끊으면서 이루어졌다.

‘시스템의 왜곡을 단절하여, 원래로 되돌린다…….’

단절과 수복.

청이 보여 준 능력에는, 두 가지가 복합되어 있는 건가.

‘……어디.’

성지한이 두 키워드에 생각을 집중하며, 공격을 피해 나가고 있을 때.

“이것 참…… 잽싸도 너무 잽싸시군요. 그래도 관리자가 되더니 능력이 늘긴 하셨습니다.”

공허를 뿜어 대던 아레나의 주인은, 성지한 추격을 포기하곤 허공에 가만히 섰다.

그러고는.

“아레나의 힘은 쓰지 않으려 했건만.”

툭.

자신의 중절모에 손을 가져간 그는.

“패자의 공간을 열겠습니다.”

하늘 위로 이를 던졌다.

그러자.

중절모를 중심으로 드넓게 펼쳐지는 보랏빛의 공허.

“처형장, 구축.”

아레나의 주인이 처형장을 거론하자.

공허는 곧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 내었다.

-저거…… 단두대 아냐? ㅡㅡ;

-목매는 거도 있네;

-ㄹㅇ 처형장이네 이거.

-저 모자에 저런 게 숨겨져 있었나…….

패자의 공간, 처형장.

그 안에서 팔짱을 끼던 아레나의 주인은.

얼굴 안 별빛을 반짝이며 성지한을 주시했다.

“패자를 지목하겠습니다. 대상, 성지한. 최근의 패배…… 1회입니까. 무신이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군요.”

스으으으…….

성지한이 패배자로 지목되자, 처형장에서 떠오르는 보랏빛의 빛줄기.

“패자를 끌고 오십시오.”

아레나의 주인이 성지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파스스스……!

보랏빛의 공허가 죄인을 포박하듯, 그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아레나의 주인도 급할 땐 공허만 쓰는군…….

-맨날 쓰던 중절모 왜 쓰나 했더니 저런 걸 숨겨 뒀나…….

-공허의 기운이 엄청난데. 저거 막으려면 흑색의 검 아니면, 적멸 정도밖에 없어 보이는데…….

-적멸은 적색의 관리자가 거둬들일 테고, 흑색의 검은 함부로 사용했다가 공허를 흡수해서 문제 아닌가.

-맞어 지금의 성지한에게 공허가 더 들어가면, 그는 왼쪽 얼굴부터 무너져 내릴 거야…….

-이러면 관리자가 된 지 얼마 안 있어서 패배하는 건가…….

공허는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무너지고.

적멸은 사용할 수 없다.

외계의 시청자들이 보기에 성지한의 상황은, 진퇴양난으로 보였다.

그리고.

스으윽…….

성지한이 창을 꺼내자.

-적멸은, 통하지 않을 텐데…….

-혹시나 하는 건가?

-적색의 관리자가 명계의 관리에 열중할 테니, 이때를 노리는지도 모르지…….

그들은 성지한이 혹시나 하며 적멸을 쓰는 거라 생각했다.

하나.

[적멸을 사용하게 둘 것 같으냐?]

바로 이를 경계하는 적색의 관리자.

선이 끊어진 명계의 수리보단, 성지한을 제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화르르륵……!

성지한의 봉황기에서 불꽃이 치솟자.

[부질없는 시도로구나!]

적색의 관리자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이를 취소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아니?]

창에서 피어오른 불길은, 꺼지긴커녕.

더 활활 타오르며, 쇄도해 오던 보랏빛 공허를 일제히 태워 버렸다.

“이거 적멸 맞는데…… 네 마음대로 안 되나 보네?”

이죽거리는 성지한.

그가 봉황기를 한 차례 휘두르자.

적멸이 발출되며, 공허의 갈래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그 붉은빛의 바깥쪽에는.

푸른빛이 은은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푸른빛? 설마, 네 권능이…….]

“적멸을 이대로 못 쓰는 건 아쉬워서 말이야. 좀 더 써 주기로 했어.”

스윽.

그러면서 창끝을 겨누는 성지한.

봉황기에는, 청홍靑紅의 빛이 공존하고 있었다.

*   *   *

성지한이 파악한 청의 능력은, 왜곡의 단절과 수복.

그는 여기서 일단 끊는 것에 집중했다.

‘적색의 관리자가 적멸을 취소시키는 것도, 그가 자신의 권능을 나에게 사용한 것…… 이를 청으로 끊어 버리면, 적멸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태극마검은 공허 때문에 사용할 수 없고.

적멸은 적색의 관리자 때문에 취소되는 상황.

여기서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선, 그만한 위력을 지닌 권능을 사용해야 했다.

사실 청색 권능 단독으로 저만한 파괴력을 끌어내는 게 가장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걸 구상할 여유가 없어.’

성지한은 일단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화르르륵……!

청홍의 빛을 띤 적멸이 공허의 갈래를 계속 끊어 내고.

더 나아가 처형장마저 공격하려 들자.

“음……!”

아레나의 주인이 얼른 앞에 나섰다.

화르르륵……!

그의 몸에서, 순식간에 피어오르는 불줄기.

“이거 꽤, 골치가 아프군요. 적만 있다면, 흡수가 될 텐데…….”

탁. 탁.

아레나의 주인은 자신의 몸을 몇 번이고 털어 냈지만.

청홍의 불길은 쉽게 진화가 되질 않았다.

[힘들겠나?]

“예, 이대로는 수세에 몰립니다.”

성지한의 새 힘을 보고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는 아레나의 주인.

“처형장을 폭발시켜, 공허를 쏟아 내겠습니다.”

그는 처형장으로 성지한을 끌고 오는 작전은 포기하고.

아예 이 무대를 폭발시키기로 했다.

[그러면 너의 공허는 대부분 상실될 텐데.]

“어차피 공허는 버리기로 했으니까요.”

[그래, 그러도록 하라.]

“예.”

적색의 관리자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쩌저적……!

금방 금이 가는, 아레나의 처형장.

그 안에서, 막대한 양의 공허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중절모 안의 공허를 모조리 폭주시켜서, 성지한에게 어떻게든 흡수시키겠단 전략인가.

‘거참 먹기 싫은데도 계속 먹여 주려 하네.’

성지한은 처형장을 바라보았다.

자폭 명령이 떨어지자, 곧 부서지려는 공허의 무대.

저기서 나올 공허의 양은, 실로 막대해서.

어쩌면 이 하늘 아래 지상까지 영향을 끼칠지도 몰랐다.

‘흠…….’

지상의 피해를 감수한다면, 그냥 저 멀리 튀면 살기야 하겠지.

사실 이 드높은 상공에서 떨어지는 공허의 기운이, 대지의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도망쳐서 멀리서 청빛 금륜으로 적색 실을 끊어 내는 게, 실리를 따지면 더 좋긴 할 거다.

하지만.

‘굳이 안 피해도 될 거 같단 말이지.’

청색이 보여 주었던 권능은, 왜곡의 단절과 수복.

여기서 왜곡은 적색이 행했던 것만 해당되었지만.

꼭 그렇게 한정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왜곡을 끊고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다르게 보면…… 상대 권능을 무효화할 수 있는 능력이지.’

이 무효화 기능을 다른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아레나의 주인이 사용한, 자폭 명령에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어디…….’

스으으으.

성지한은 청의 힘을 다시 형상화했다.

조금 전엔, 금륜으로 드러난 청.

하나 이번에 필요한 건, 아소카의 수레바퀴가 아니다.

‘내게 가장 맞는 것으로 만든다.’

자신에게 가장 걸맞은 것이라면, 역시 무기.

그의 손에서 청색 기운이 피어오르고.

“아니,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휙!

성지한의 육신이, 금방 폭발하려는 처형장의 무대 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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