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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89화 (48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89화>

무신은 지친 얼굴을 한 동방삭을 내려다보았다.

청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최근 무리할 정도로 그를 집어삼켰다 뱉긴 했지만.

동방삭의 힘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약해져 있었다.

‘한번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겠군.’

동방삭의 힘이 약해지면, 무신의 무혼도 약해지니.

지금까지는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청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무리를 했는데.

이번에 힘이 대폭 줄어든 게 체감된 이상, 여기선 추락하는 걸 멈출 필요가 있었다.

[동방삭, 힘이 많이 줄었군. 당분간은 몸을 추스르며 수련하라.]

“수련…… 해도 되겠습니까?”

무신의 말이 뜻밖인지, 눈을 크게 뜬 동방삭.

[그래. 다만 청에 대해서는 잊고, 더 이상 이를 연마할 생각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 명령에, 동방삭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 그가 본격적으로 다시 수련을 시작하자.

‘……역시 금방 힘이 회복되는군.’

줄었던 무혼의 힘이.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걸어 보았던 길이라, 회복도 빠른 건가.

하지만 그렇다 쳐도, 줄어든 양이 상당했는데 이렇게 빠른 변화라니.

‘역시 그의 재능은 위험하다.’

무신은 동방삭의 재능을 보며, 경계심을 또 한 번 끌어올렸다.

‘옛날엔, 저걸 질투하기도 했지…….’

아주 먼 옛날.

무한회귀를 갓 시작할 시점에는, 동방삭의 재능을 보며 플레이어 중 하나로 질투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는 아예 저 재능은 시스템의 에러 수준이라고 여기고, 감히 비교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혼을 통해, 저 능력을 갈취할 수단을 마련했지.

‘컨트롤이 될 정도로만 키우고, 다시 목줄을 채우자.’

무신은 그렇게 동방삭의 힘의 약화가, 성지한이 저지른 일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한 채.

그에게 수련을 허용했다.

그리고, 이 행위는.

[스탯 ‘무혼’의 왜곡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시겠습니까?]

“호오.”

성지한에게 그대로 기회로 되돌아왔다.

‘무혼의 왜곡도를 팍 낮추니까, 무신 자신도 체감이 컸나 보군.’

그러니 동방삭에게 다시 수련을 시켜서, 무혼을 원래대로 되돌렸겠지.

“원인 파악해 보자.”

성지한은 그렇게 주어진 투성의 염탐 기회를 써먹었다.

지이이잉…….

그의 눈앞에 화면이 떠오르고.

황량한 별, 투성의 모습이 펼쳐졌다.

[…….]

화면 안.

동방삭은 가부좌를 튼 채, 두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번쩍. 번쩍.

주변에 하나둘씩, 빛의 검이 더 생성되는 걸 보니.

떨어졌던 무혼의 왜곡도가 왜 가파르게 상승했는지 알만했다.

‘이거 투성을 볼 수 있는 건 별개로, 관리자 권한은 낭비한 기분인데.’

기껏 6 떨어뜨려 놨더니, 얼마 안 가서 금방 복구하잖아.

한 달 치 권한을 사용했는데, 이게 며칠 안 가네.

성지한이 그렇게 아쉬워하고 있을 무렵.

[무혼의 왜곡도가 2 오릅니다.]

[무혼과 청이 미약한 연결점을 가집니다.]

빛의 검 두 개가 번쩍이며 만들어지더니, 하나가 곧 푸른빛을 띠었다.

‘오?’

그와 함께, 무혼과 연결고리를 더 가지는 청.

이건 지금까지 동방삭이 쌓아 올렸던 청과의 연결점과는, 중복되지 않았다.

‘뭐야…… 동방삭이 나 대신 수련해 준 건가 이럼?’

성지한은 황급히 자신의 청을 발현해 보았다.

확실히, 능력이 전보다 소폭이지만 상승한 게 느껴졌다.

‘관리자 권한이 전혀 아깝지가 않네 이러면.’

3천 쓰고 동방삭이 힘 금방 회복할 땐 저 영감 왜 저래 싶었지만.

그 재능으로 청을 발전시켜 주니, 이건 투자 대비 얻어가는 게 엄청났다.

성지한이 그렇게 뜻밖의 행운에 웃음을 짓고 있을 때.

[……주인이시여. 죄송합니다. 수련을 하던 도중, 청의 능력이 이어졌습니다.]

[나도 보았다.]

투성의 분위기는, 그와는 달리 심각했다.

[그토록 주의를 주었건만. 기어코 청을 떠올렸구나.]

[그 권능에, 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단초가 있을 거라 판단하여 그만…….]

[……실망이로구나.]

스스스스…….

무신의 형상에서 다시 거대한 뱀이 튀어나오고.

그것은 곧, 가부좌를 튼 동방삭을 집어삼켰다.

‘뭐야. 왜 갑자기 잡아먹어?’

성지한이 그런 투성의 광경을 보고 의아해할 때.

[다시 잊어라.]

무신은 동방삭을 집어삼킨 상태에서, 그리 명령을 내렸다.

파지지직……!

그와 함께, 성좌의 무구와 연결되는 무신의 기운.

그는 힘을 총동원해서, 동방삭의 힘을 재차 억제하고 있었다.

‘흠…… 저런 방식으로 청과의 연결점을 끊고, 무혼의 왜곡도를 줄인 건가.’

화면을 보고는, 대충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한 성지한은.

[아무래도 점점 통제가 불가능해지겠군…… 봉인이 풀리자마자, 세계수를 회수하라고 해야겠어.]

무신의 말을 통해, 저들이 언제 쳐들어올지도 대강 알아낼 수 있었다.

‘봉인이 3개월이었으니, 이제 해제까지 얼마 안 남았네.’

성좌 후보자였던 지한을 투성에 소환한 처벌로, 3개월 근신이 주어졌던 투성.

이제 그 기간은 어느덧 끝이 나고 있었다.

봉인이 풀리자마자 저 동방삭이 쳐들어오는 거면, 이거 미리 대비해야겠는데.

‘오늘 그 덕에 청이 조금 더 강해지긴 했다만…… 아직도 격차는 크단 말이지.’

성지한은 동방삭이 적색의 관리자랑 싸웠을 때를 떠올렸다.

무신의 지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투성 전체에 만귀봉신을 깔아두질 않나.

힘 자체는 크게 차이 나는 와중에도, 적멸의 정밀한 융단폭격을 죄다 피해 내질 않나.

그냥 움직임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그런 상대에게, 태극마검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지금보다도 더 격차를 좁혀야 했다.

‘수련으로 따라잡긴 시간이 너무 없고…… 지금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건 관리자 권한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청 업그레이드에 권한 몰빵하지 말고 좀 남겨 둘 걸 그랬나.

성지한은 있을 때 흥청망청 써 버린 걸 후회하며, 관리자 권한을 더 구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적이나, 영원 같은 스탯을 포기하는 건 실효성이 없어.’

왜곡도가 높은 두 스탯을 포기하면 하루에 들어오는 관리자 권한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지금은 하루 벌어들이는 양이 늘어나는 것보다, 당장의 권한이 더 필요했다.

투성의 봉인이 풀리는 시기는, 이제 곧 도래할 테니까.

성지한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쩔 수 없군. 그 방법뿐인가…….’

시스템을 열어, 녹색의 관리자에게 연락했다.

*   *   *

[선배님.]

[선배님…… 후배님. 뭘 부탁하려고 연락하셨죠?]

[바로 알아채는군요.]

[부탁할 게 없으면 당신이 이렇게 정중할 리가 없잖아요. 연락할 리도 없고.]

눈치 빠르긴.

성지한은 이그드라실의 대답을 보고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관리자 권한 좀 더 얻을 길 없습니까?]

[저번에 상당량의 권한을 양도한 걸로 기억하는데요. 더 줄 건 없어요.]

[물론 저번처럼 공짜로 달란 소리는 아닙니다. 대출받고 싶어서요.]

상대는 가장 빚을 지고 싶지 않은 상대 중 하나였지만.

사정이 사정인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거기에 GP와는 달리, 관리자 권한은 관리자를 제외하고는 어디서 얻기 불가능한 자원이었으니.

성지한은 그녀에게 대출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흐음…… 인류한테서 적도 사라졌는데 어디다 쓰려구요?]

[그건…….]

[설마 권한을 빌려 달라고 해 놓고, 사용처를 말 안 하는 건 아니죠? 권한, 저도 남아도는 게 아니거든요.]

[저번에 적의 인자 없앨 땐 백만씩 쏴 주더니.]

[그건 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투자였죠. 뭐 그는 아직도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 같지만…….]

이그드라실은 그렇게 적색의 관리자가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거라 추측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왜 빌려 달라는 거죠?]

[적색의 관리자를 제압한 동방삭이, 무신의 명을 받고 곧 지구로 쳐들어오거든요.]

[왜 쳐들어오죠? 무신이랑 평화 협정 맺은 거 아니었나요? 굳이 그가 당신네를 칠 필요는 없을 텐데.]

정확히 말하면 적색의 세계수를 회수하는 거니, 침공은 아니지.

하지만.

‘적색의 세계수는 이그드라실 앞에선 말하면 안 될 거 같단 말이야.’

공허를 없애 주는 적색의 세계수.

그런 물건이 지구에 있다는 게 이그드라실에게 알려지면.

다음 침 공자는 동방삭 쪽이 아니라 세계수 연합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면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부르는 격이 될 테니.

여기선 이 이야기를 꺼낼 필요 없겠지.

[동방삭이 제어가 잘 안 돼서, 이번 기회에 저랑 같이 폭사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서, 대출 가능하겠습니까?]

[가능은 해요. 10만 정도. 이자는 하루 1퍼센트.]

하루 1퍼센트?

이거 완전 도둑놈 아니야?

[야, 안 해.]

[어머. 바로 반말 나오는 거 보니 거래 종룐가요?]

[어, 하루 1퍼센트면 이자도 못 낸다 나.]

[하지만 제 호기심을 충족해 준다면, 이자 없이 빌려줄 수 있어요.]

이게 본래 목적이었나?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렇습니까? 어떤 게 궁금하시죠?]

다시 정중히 메시지를 보냈다.

[태도 변화가 빨라 마음에 드네요.]

[별말씀을. 궁금하신 거 얼마든지 말씀해 주시죠.]

[당신 얼굴. 저번에 보니 조금 회복했던데…… 어떻게 했죠?]

성지한은 그 메시지에 미간을 찌푸렸다.

‘눈도 좋아.’

적색의 세계수와 접하면서, 조금 회복한 걸 어째 바로 알아보네.

‘이거 세계수에 대해선, 더 말해선 안 되겠는데.’

공허를 삭제해 주는, 붉은색의 세계수.

이게 지구 해저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 이리로 세계수 연합이 대대적으로 침공해 오겠지.

성지한은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할 거리를 찾아냈다.

‘청의 수복 능력. 얻은 셈 치자.’

왜곡의 단절과 수복.

청의 능력이라 깨달았던 이 기능 중, 후자는 아직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뭐, 언젠가는 알아 가겠지.

성지한은 미리 배웠다고 치고, 그녀에게 천연덕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

[청의 권능을 깨닫다 보니, 조금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조금 회복했죠.]

[청에 공허를 없애는 능력이 있다구요…….]

[아주 미세하게나마 되던데, 그 이후론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요…… 참. 대단하군요. 공허를 없애는 능력이라니. 그걸 발전시키면, 적색의 관리자의 ‘명계’만큼이나 획기적인 권능이 될 수도 있겠어요.]

아니. 뭐 이렇게 띄워 줘.

거짓말한 사람 부담스럽게.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성지한은 그렇게 별거 아니란 메시지를 보냈지만.

[없어진 게 어디예요? 좋아요. 이번에도 투자하죠.]

[투자라 하시면…….]

[안 갚아도 돼요.]

[오…….]

[대신, 살기만 하세요. 당신이 여기서 죽으면 공허를 제거하는 방법이 하나 사라지는 셈이니까.]

이그드라실은 이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 건지.

이번에도 권한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녹색의 관리자 ‘이그드라실’이 관리자 권한 200,000을 양도합니다.]

부탁한 양의 두 배를 양도해 주었다.

‘……이거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어야겠는데.’

성지한의 말이 거짓인 걸 알면, 녹색의 관리자 측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청의 수복 능력.

어떻게든 알아내야겠군.

‘그래도 일단 동방삭을 대비할 힘은 얻었네.’

성지한은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기로 마음먹고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선배님 또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그를 처리할 수 있겠네요.]

[그래요. 이번 일 끝내고 한번 봐요. 청의 공허를 없애는 능력, 꼭 두 눈으로 보고 싶으니까.]

[알겠습니다. 일단은 이번 일 다 처리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성지한은 직접 보자는 제안에 태연하게 대답을 끝내곤, 이그드라실과의 메세지를 종료했다.

“후우…… 어떻게 끝은 났다만.”

권한 20만을 얻은 것까진 좋은데.

동방삭 일을 처리해도, 이번 건은 문제가 되겠어.

‘공허를 수복하는 청이라…… 쉴 새가 없군그래.’

청의 수복 능력이라.

근데 그거, 어떻게 알아내지?

수련하기엔 지금 시간이 너무 부족한데.

그러면서 생각을 하던 성지한은.

[10분이 지났습니다.]

삑.

그 메시지와 함께 투성을 비추던 화면이 꺼지자, 그리로 생각이 미쳤다.

‘……아, 그래.’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나긴 수련 기간.

이를 단축해 줄 존재가, 마침 있지 않은가.

‘권한도 지원받았으니, 동방삭의 재능을 이용해야겠군.’

조금 전처럼 무혼을 확 낮추면, 동방삭에게 다시 수련할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

그럼 청도 발전할 상황이 생기겠지.

“무혼 왜곡도, 줄여 봐.”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무혼의 왜곡도를 낮춥니다…….]

성지한은 그렇게, 지원받은 관리자 권한을 바로 써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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