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491화 (49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91화>

“엑? 뭐, 뭐야 이거.”

윤세아는 깜짝 놀란 얼굴로, 눈앞에 뜬 메시지창을 바라보았다.

“삼촌…… 큰일났어!”

“왜, 혹시 메시지에 아레나의 주인이 되라고 나왔냐?”

“엇? 어떻게 알았어? 관리자는 메시지도 보여?”

“아니. 네 머리 위에 아레나의 주인이 쓰던 모자가 생겼거든.”

“헐, 진짜?”

성지한의 말에 깜짝 놀란 윤세아는 거울을 쳐다보았다.

“……없는데?”

“네 눈엔 안 보이나?”

“응, 뭐야. 이미 나 내정이야?”

윤세아는 찝찝한 얼굴로 머리 위를 손으로 휘휘 흔들었다.

그러자, 검은색 페도라를 스치는 윤세아의 손.

‘실체가 없나 보네.’

성지한은 그 모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레나의 주인을 마지막에 통째로 빨아들였던 중절모는.

이렇게 보기엔, 그다지 강한 공허의 기운이 느껴지진 않았다.

“메시지가 정확히 뭐라고 왔는데?”

“공허의 대기에게 ‘아레나의 주인’이 될 기회를 부여합니다. 사도 자리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라고…… 검은색 배경 메시지창이 떴어.”

어째 모자를 바로 씌우는 것 같더니, 그래도 의중은 물어보는 건가.

성지한은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 마.”

“하지 마? 그래도 아레나의 주인이 되면, 삼촌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안 하는 게 도움 된다. 애초에 조카 얼굴 우주로 만들고 싶지도 않고.”

“아, 그 우주…….”

아레나의 주인의 얼굴을, 성지한 방송을 통해 봤던 윤세아는 뺨을 긁적였다.

“그건 전대 아레나의 주인이라 그런 거고. 내가 하면 다르지 않을까?”

“흠…… 그건 그렇겠지. 근데, 너 하고 싶어?”

“아까 저 할아버지 쳐들어온다며. 나도 좀 도움이 되고 싶어서.”

“괜찮아. 이미 대처법 다 마련해 놨어.”

“……진짜? 삼촌, 저 괴물 할아버지 이길 수 있어?”

윤세아가 못 믿겠다는 듯 반문하자, 성지한이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준비는 다 끝내 뒀으니, 안 도와줘도 돼.”

“음…….”

“물론 네가 힘을 원하는 거면, 그건 또 다른 문제지만…… 그다지 추천은 안 한다.”

“힘이야 뭐, 세면 좋잖아.”

“공허에 깊숙이 연결되어 봤자 좋을 게 없거든.”

성지한은 그렇게 윤세아에게 충고했다.

“삼촌, 그…… 진짜 다 대비되어 있는 거지?”

“그래, 걱정 마.”

“알았어. 그럼 하지 말지 뭐. 아레나의 주인이라니, 좀 뜬금없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녀는 씩 웃었다.

“거기에 그 검은 페도라에, 우주 형상. 다 별로긴 했거든.”

“잘 생각했다.”

“그럼 거절 눌러야지.”

픽.

윤세아가 허공을 터치하자.

지이이잉…….

“잉?”

이번에는 성지한의 눈에도 보이는, 검은색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잘못 눌렀군요.]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공허의 대기에게 ‘아레나의 주인’이 될 기회를 부여합니다. 사도 자리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아니, 맞게 눌렀는데요…….”

삑.

윤세아는 또다시 아니오를 눌렀지만.

[현명하게 판단하십시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공허의 대기에게 ‘아레나의 주인’이 될 기회를 부여합니다. 사도 자리를 받아들이십시오.]

검은색 메시지창은 집요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아! 안 한다니까요!”

아니오를 계속 눌러도, 끝도 없이 다시 떠오르는 검은색 메시지창.

‘뭐 이리 집요해.’

성지한은 그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저기, 세아 안 한다는데 좀 가지?”

휙휙.

그가 그러며 파리 쫓듯 손을 흔들자.

스으으으…….

직사각형의 검은색 메시지창이 구겨지더니 한데 뭉쳤다.

보랏빛으로 서서히 변해간 그것은.

피슉!

서서히 사방으로 기운을 뻗더니, 별 모양으로 변했다.

“……불가사리?”

꿈틀거리는 별을 보곤, 윤세아가 불가사리를 연상할 때.

[저는 공허 서열 11위, ‘메신저’.]

[아레나의 주인에 가장 근접한, 유력 후보에게 직접 묻겠습니다.]

[공허의 사도 자리를 받아들이십시오.]

자신을 메신저라고 칭하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서열 11위 메신저라.

‘꽤 고위 서열이 납셨군.’

윤세아를 설득하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

성지한은 보랏빛 불가사리가 허공에서 빙글빙글 도는 걸 보면서, 입을 열었다.

“공허의 고위 서열이, 이렇게 남의 영역에 막 들어와도 되나?”

[이 몸은 오로지 전령 업무에만 충실한 아바타. 안에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만…….]

꾸벅.

불가사리의 맨 윗부분이 오므라들었다, 다시 펴졌다.

[미리 말씀드리지 않고, 청색의 관리자의 영역에 들어온 것은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래…… 일단 알겠다.”

[그러면 재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레나의 주인에 가장 유력한 후보여. 공허의 사도 자리를 받아들이십시오.]

알겠다고 하자마자, 또다시 공허의 사도가 되라는 메신저.

“왜 세아한테 이렇게 집착하지?”

[그녀는 막대한 공허를 담을 수 있는 소질을 각성했습니다. 이는, 공허의 최상위 서열로 들어서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필요한 능력. 특히 아레나의 주인이 맡았던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아주 적합합니다.]

“공허의 대기가 그 정도라고?”

[예, 그녀의 능력이라면, 100년 안에 아레나의 주인이 될 수 있겠죠.]

“……100년?”

[예, 역대 최연소입니다.]

100년이 역대 최연소라니.

아레나의 주인이 되는 게 역시 쉬운 일은 아니군.

“근데 대기만성 기프트가 원래 공허와 관련된 재능이었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의 대기만성은 특이하군요. 원래는 이 기프트는 EX급에 올라온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

[네. 아무리 완성되어 봤자 SSS급이 최고였습니다만…… 인류 종족의 한계가 설정되지 않은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군요.]

인류의 종족 한계 설정이 사라진 게, 이런 나비효과를 불러온 건가.

‘진짜 적색 놈은 안 끼는 데가 없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메신저에게 물었다.

“뭐 소질 타고난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그거랑 세아가 아레나의 주인이 되는 거랑은 또 다른 문제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왜 이걸 거부하십니까? 아레나의 주인은 배틀넷 세계의 절대자 반열에 들 만한 존재입니다.]

“그래? 그런 거치곤 별거 없던데.”

[당신과 싸울 당시 아레나의 주인은, 힘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습니다. 주어진 권능을 모두 활용할 수 있었으면, 전투 양상이 또 달라졌겠죠.]

공허를 배반하고 적색과 함께 도주했던 아레나의 주인.

공허의 최고위 서열치곤 싸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땐 가용할 수 있는 힘이 많이 약화되었던 건가.

[혹시 ‘후보’ 자리인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 겁니까? 걱정 마십시오. 당신은 가장 유력한 후보입니다.]

“그래서 저 모자도 씌웠냐?”

성지한이 윤세아의 머리를 가리키자, 불가사리의 몸 가운데서, 검은 눈이 불쑥 튀어나왔다.

[모자라니요? 제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관리자께만 보이는가 봅니다.]

“내 눈에만?”

윤세아가 안 보인다 할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공허의 메신저까지 안 보인다고 하니, 확실히 이상하군.

성지한이 윤세아의 머리 위에 씌워진 검은색 페도라를 바라볼 때.

[예. 아, 그럼 벌써 그분께서는 내심 낙점을 하신 모양이군요! 자, 자. 이러면 더 걱정할 필요 없으십니다. 아레나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윤세아 님!]

“엑…… 그, 그게 말이죠.”

[이미 내정된 걸 보면, 백 년도 길겠군요. 몇십 년만 좀 고생하시면, 제 상사가 되실 수 있습니다! 자, 공허로 오시죠!]

모자가 이미 씌워졌다는 걸 알게 된 메신저는.

아까보다 더 빨리 빙글빙글 돌며, 윤세아에게 선택하라고 푸시하고 있었다.

“어…… 근데 그럼 인간 아니게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인간종을 아득히 초월하여, 코스모스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

그 단어를 듣곤, 윤세아가 설마 하며 물어보았다.

“……코스모스? 그거, 설마 우주 얼굴?”

[네! 참 부럽습니다…… 저는 메신저로 수만 년을 굴러도 아직 될 수 없는 게 코스모스인데. 기프트 잘 받아서 되다니…….]

불가사리에게서 부러움 섞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청색의 관리자님도 그렇고. 한 집안에 이런 인재들이 다 나오다니 정말 부럽군요…… 저, 실례가 안 된다면 피 좀 채취해도 되겠습니까?]

“실례다.”

[아쉽습니다…….]

“일단 오늘은 가 봐. 우리도 생각을 좀 해야 하니까.”

[이걸 대체 왜 생각하시죠? 이건 1등 복권이 당첨되어 놓고, 수령 안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만.]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짜 끈질기네, 이놈.

‘말로는 안 되겠어.’

슈우우우…….

그의 오른손에 푸른색의 칼이 생성되고.

“안 가면, 저 모자 그냥 내가 없애 버린다?”

탁. 탁.

그는 칼날로 윤세아의 머리 위를 가볍게 건드렸다.

그러자, 모자에 작은 틈새가 생기나 싶더니.

파스스스…….

트레이닝 룸 안에, 삽시간에 퍼지는 공허.

‘청이 발전해서 그런가, 공허의 모자도 쉽게 베이네?’

성지한이 순식간에 흠집이 난 페도라를 보며 칼을 멈췄을 때.

슈우우욱……!

모자의 틈새에서 흘러나왔던 공허는, 윤세아의 몸으로 금방 흡수되었다.

“와, 삼촌 뭐 한 거야? 공허가 단번에 20 올랐어!”

“아레나의 주인 모자 좀 건드렸는데, 바로 새어 나왔네.”

“아…… 진짜 모자가 있구나. 관리자만 볼 수 있는 건가? 신기하네.”

윤세아는 거울을 보며, 머리 위에 손바닥을 휘휘 움직였다.

그렇게 모자에 흠집을 내고도, 삼촌과 조카는 태연한 반응이었지만.

[아, 저, 정말 아레나의 상징이 있었군요……! 죄, 죄송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끈질기게 영업에 들어왔던 메신저는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다.

[바로 물러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모자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십시오!]

“왜. 저거 부수면 큰일 나냐?”

[제가 코스모스 승급심사에서 탈락합니다……!]

“아, 그거 큰일이네.”

서열 11위도, 진급이 중요한가 보네.

성지한은 피식 웃곤 칼을 휘휘 흔들었다.

“가라, 그럼.”

[예…… 아무쪼록 좋은 결정, 내리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세아 님, ‘메신저 소환’이라고 말씀하시면, 제가 언제든 튀어나오겠습니다. 공허의 사도 자리, 꼭 수락해 주십시오!]

형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을 멈추지 않는 메신저.

“……어쩔까?”

“하지 마. 아레나의 주인 되어 봤자, 스페이스 아레나 운영할 텐데…… 투기장 운영하고 싶니?”

“……그건 좀 그렇지.”

“뭐 인간을 버리고, 위대한 종족 코스모스가 되겠다면 말리진 않겠다만.”

“윽, 그러게…… 아레나의 주인이 되면 우주 얼굴은 확정인가 봐.”

“어. 물론, 어디까지나 최종 선택은 네가 하는 거니까. 아레나의 주인에 대해서 더 알아보는 게 좋겠지.”

아레나의 주인 자리.

이에 대해서는 사실 성지한도 아는 바가 많지는 않았다.

에전엔 그냥 개인의 공허의 수련장을 수리해 주는, 할 일 없는 고위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일단은 결정을 유보했으니, 그림자여왕한테 부탁해서 아레나의 주인과 관련된 정보 좀 입수하고 있어.”

“응,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생각 좀 해 볼게.”

“어. 그리고 결정해도, 나 일 다 끝날 때까진 기다려 줘.”

“일? 무슨 일?”

성지한은 손가락으로 서쪽 방향을 가리켰다.

“서해로 출장 좀 갈 일이 있어서.”

“……그 할아버지랑 싸우는 거야?”

“어.”

투성의 봉인이 해제되고, 동방삭이 세계수를 뽑으러 오는 시간.

그게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 준비, 확실히 됐어?”

“어. 착실히 다 대비했으니까. 설마하니 나 때문에 공허의 사도가 되거나 하진 마라. 알았지?”

“아, 알았어.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

성지한은 윤세아에게 다시 한번 확답을 듣곤.

“그래. 그럼 갔다 올게.”

트레이닝 룸을 나서, 봉인지로 향했다.

휙!

‘청 능력이 강해져서 그런가…… 진짜 금방이군.’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니, 얼마 안 가 도착한 서해바다의 중심.

성지한이 바다 위에 둥둥 뜬 채로, 팔짱을 끼고 있을 때.

치이이익……!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 틈새로, 동방삭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성지한은 그런 동방삭을 향해, 손을 흔들다가.

“……근데 머리에 징그럽게, 그게 뭡니까?”

동방삭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곤, 미간을 찌푸렸다.

거기에는.

뱀 머리 형상이, 마치 투구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