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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98화 (49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98화>

성지한은 생각했다.

‘주화입마의 한계치 상승과, 적의 왜곡도 상승…… 이 두 개가 동시에 이루어진 건, 확실히 수상하군.’

동방삭이 죽기 전, 무혼을 뒤바꾸어 만들어 낸 주화입마.

성지한은 확실히 무혼이 이걸로 바뀌고 난 후, 힘이 약해졌음을 체감했다.

이게 무신에겐 어떻게 작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약하게 작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한데, 수치가 1000에서 1200까지 오르며, 적의 왜곡도까지 상승하다니…….

‘무신이 적을 이용한 건가, 아니면…….’

성지한은 적색의 관리자가 동방삭에 의해 죽었을 때를 떠올렸다.

구궁팔괘도에 포위돼서, 갈기갈기 찢겨 나갔던 적색의 관리자.

그래도 그는 죽기 전까지 의미심장한 소리를 내뱉곤 했다.

-후후…… 이상하지 않은가?

-왜 내가 모습을 드러냈는데도, 배틀넷의 제재가 지금껏 없을까?

-‘위대한 후원자’께서, 날 봐주시기 때문이지.

동방삭에게 눈이 꿰뚫리고.

그 잔해가 모두 구궁팔괘도로 빨려 가는 와중에도.

-청색을 죽여라. 그래야 오늘 일을 용서할 것이다…….

적색의 관리자는 마치 자신이 살아 있을 것마냥,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그리고 동방삭이 사라지고 나자, 꿈쩍도 안 하던 적의 왜곡도가 공교롭게도 움직이다니.

성지한이 이에 의심을 품고 있을 때.

[스탯 ‘적’의 왜곡도가 1 감소합니다.]

이번에는, 주화입마의 발동 수치는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적의 왜곡도가 1 낮아졌다.

‘적을 이렇게 자유롭게 다루는 존재는, 적색의 관리자 말고는 생각이 안 나는데.’

왜곡도를 올렸다 내렸다, 컨트롤이 아주 우수하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루빨리 청과 무혼을 합일하고, 투성에 쳐들어가야겠는데.’

적색의 관리자가 관여하고 있다면, 시간을 많이 줘서는 안 되겠지.

주화입마가 효과를 보이고 있을 때, 얼른 쳐들어가서 무신을 제압해 버려야 했다.

그러려면…….

‘저걸 뽑아야 한다.’

봉인지 위에 박힌 태극마검.

저 검을 들기 위해선, 청과 무혼을 합일해야 했다.

동방삭은 합일이 이미 거의 다 된 상태라고는 이야기했지만, 아직 성지한은 실마리를 다 찾지 못한 상태.

원래는 이제 급한 불도 껐겠다, 천천히 수련을 하면서 검을 완성하려 했는데.

적의 왜곡도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남은 여유 시간도 그다지 없어 보였다.

이걸 이제 어떻게 수련한다, 성지한이 잠시 고민하고 있을 무렵.

스으으으…….

그의 부서진 얼굴에서, 공허가 다시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스스로 박살 낸 얼굴 부작용이 나오네.’

금륜적보로 1번 되돌렸던 몸뚱어리.

하지만 얼굴은, 동방삭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얼굴을 부수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태였다.

지금은 청으로 틀어막고 있긴 하지만.

언제든 이 안에서 흘러나오는 공허는, 성지한을 위협할 수 있었다.

‘물론, 금륜적보를 쓰면 얼굴이 원래대로 되돌아오겠지만…….’

2번 기회가 남은 금륜적보.

여기서 1번을 더 쓰면, 얼굴이야 금방 원래대로 회복되겠지.

하지만 스탯 적이 저렇게 요동치고, 적색의 관리자가 나타났을지도 모르는데.

금륜적보를 여기서 쓰는 게, 좀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금륜적보를 안 쓰고, 치료하는 방법이 없을까.

잠시 고민하던 그의 눈에.

태극마검과, 그 아래 그려진 봉인지가 들어왔다.

‘그러고 보면, 세계수를 통해 균열을 좀 회복하긴 했지.’

성지한의 공허 균열을 치료해 줬던, 적색의 세계수.

저번에야 동방삭에게 죽는 미래를 봐서, 금방 나오긴 했지만.

이제는 치료받아도 되겠어.

태극마검이 꽂혀 있는 게 문제긴 하지만.

‘들어갈 수는 있을 거 같군.’

그는 봉인진을 면밀하게 살피다, 이 안으로 들어갈 틈새를 발견했다.

역시 웬만하면 금륜적보를 안 쓰고, 치료해 보는 게 낫겠지.

‘대신 안에서 안 될 거 같으면, 바로 빠져나와야겠네.’

금륜적보는 24시간 전까지의 상태로 돌아가니까.

저 안에서 어영부영 있다가 시간이 많이 흘러 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성지한은 그렇게 시간에 대해 유념하곤, 봉인지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그 전에.

“여러분. 그럼 이만 방송 끄겠습니다.”

성지한은 스타 버프를 위해 켜 두었던 배틀튜브를 끄기로 했다.

-아…… 검 안 뽑나?

-투성에 바로 쳐들어가진 않나 봐.

-일단 숨 고르기 들어가야지 무신도 만만한 상대는 아닐 테니.

-휴, 그래도 산 거네 이럼!

-이번엔 진짜 죽는 줄;

-ㄹㅇ 성지한 님만 죽는 게 아니라 우리도 죽을 뻔…….

-인천 공항에서 대기 안 타도 되겠네 휴 ㅋㅋㅋㅋ

-편의점 털었던 거 환불하러 갑니다.

-동해 가는 고속도로 이제 반대편이 막히네 오늘은 차에서 살겠다…….

방송 종료를 보고, 전투가 끝났음을 느낀 시청자들.

그들은 성지한의 승리에 안도하며, 속속들이 일상에 복귀하기 시작했다.

-근데 님들 그거 암? 서해에서 저 검의 빛 보임 ㅋㅋㅋ

-구라 ㄴㄴ 말이 되냐?? 거리가 얼만데 ㅡㅡ

-진짜임 사람들 사진 찍고 난리 났던데 하늘까지 쭉 뻗어 있어.

-중국에서도 보인다고 인증샷 올라오던데.

-와 진짜네…….

그와 동시에, 화제가 되는 서해의 빛.

동방삭의 태극마검이 내뿜는 빛줄기는, 서해 중심에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중 양국의 해안가에서 관측되고 있었다.

인터넷에 이와 관련된 사진이 올라갈 때쯤.

저벅. 저벅.

방송을 끈 성지한은, 봉인지 안으로 발걸음을 내닫고 있었다.

*   *   *

봉인지 내부.

적색의 세계수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거대한 빛이 이를 관통하고 있었다.

‘저 빛…… 동방삭의 태극마검이 보였던 것과, 성질이 동일하군.’

봉인지에 꽂아 놓았던 태극마검.

그게, 이 안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가.

성지한은 거대한 세계수를 반 이상 잠식한 빛줄기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토해 냈다.

자신도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강해졌지만.

저 태극마검의 빛만큼은, 뭔지 분석이 되질 않았다.

태극마검을 뽑아 들고, 은하검흔을 사용하면 그제야 좀 알 수 있으려나.

성지한이 새삼 동방삭이 무의 초월자임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있을 때.

[크…… 크으으…….]

[피, 피해야 한다!]

[저기 닿으면, 완전히 소멸해……!]

태극마검의 빛 사이로.

실체가 없는 붉은 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빛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저건, 적귀인가.’

과거 동방삭이 세계수에 봉인해 뒀다는 적의 일족 귀신들.

영혼마저도 재생하는 미친 재생력을 보여 주던 적귀들은, 태극마검의 빛에 휘말려 사라지고 있었다.

‘세계수에 태극마검을 꽂아 힘을 유지하면서, 적귀마저 처리한다라…… 일석이조네.’

성지한은 그렇게 유령이 없어지는 걸 잠시 바라보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거, 저번처럼 생명력이 넘쳐 나질 않네.’

저번에 이 안에 들어왔을 땐. 생명의 기운이 넘치다 못해서 질식할 정도였는데.

이번엔 그때의 절반도 남아 있질 않았다.

이거, 아무래도 이렇게 된 원인은.

‘태극마검에게 기운을 빼앗기는 거 같은데.’

동방삭이 사라졌음에도, 계속 힘을 유지하고 있는 태극마검.

그 힘의 원천이, 바로 여기 있었구나.

성지한은 적색의 세계수를 반으로 쪼갠 빛을 바라보다,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자신이 스스로 파괴한 균열은, 예전과는 달리 쉽게 회복되질 않고 있었다.

저번보다 박살 난 정도가 크기도 했고.

봉인지 내부의 생명의 기운도 크게 떨어져서, 지금은 상처가 회복되기보단 더 벌어지지 않는 데 만족해야 할 지경이었다.

‘이러면 그냥 금륜적보를 써야겠는데.’

안 그래도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흘러가는 봉인지 내부.

여기서 이 느린 회복 속도로 어영부영 있다간, 금륜적보를 쓸 기회까지 놓칠지 몰랐다.

그냥 코인 아끼지 말고, 하나 쓰는 게 낫겠어.

성지한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아무 시도도 안 하고 가긴 아깝지.’

금륜적보의 기회를 아껴보기 위해, 한 가지 시도를 하기로 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멸신결滅神訣

천수강신天樹降神

드르르륵……!

그러자 성지한의 몸에서 뻗어 나가는 붉은 사슬.

그것은 생명의 기운을 흡수하기 위해, 반 갈라진 세계수로 뻗어 나갔다.

하지만.

사슬이 나무에 닿아, 연결이 되나 싶더니.

탕!

무언가에 가로막혀, 밖으로 튕겨 나갔다.

‘이런…… 뭐에 튕긴 거지?’

성지한은 그 이후로도 몇 번을 더 천수강신을 써 보았지만.

세계수는 사슬이 닿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태극마검이 꽂혀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천수강신은 현재, 적색의 세계수한테는 쓸모가 없었다.

“이럼, 금륜적보를 쓰는 수밖에 없나…….”

성지한이 어쩔 수 없이 2개 남은 코인 중 1개를 쓰자고 생각할 때.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스탯 ‘주화입마’의 한계치가 변경됩니다.]

[스탯 수치가 1300일 때, 주화입마가 발동합니다.]

[스탯 ‘적’의 왜곡도가 1 오릅니다.]

주화입마의 한계가 또다시 상승하며, 적의 왜곡도도 동반 상승했다.

‘흠, 이거 또 나오는 거 보니 적색의 관리자 놈이랑 진짜 연관 있는 거 같은데…….’

이거, 상대가 팔다리 다 잘린 무신이면 모를까.

적색의 관리자가 꼈다고 가정하면, 여기서 금륜적보를 쓰는 건 너무 아깝다.

어떻게든, 저 세계수에서 생명력 뽑아 먹을 방법 없을까.

성지한은 잠시 생각하다,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래…… 길가메시, 두개골만 남은 상태로도 어떻게든 빨아먹으려 했었지?’

두개골만 남은 상태에서도, 머리뼈 뒤에서 천수강신의 사슬을 뻗으며.

봉인지에 어떻게든 빨대를 꽂으려 했던 길가메시.

그놈이라면, 혹시 방법이 있지 않을까?

‘마침 인벤토리에 있으니, 꺼내 보자.’

성지한은 저번에 챙겨 놓길 잘 했다고 생각하면서, 인벤토리에서 길가메시의 두개골을 꺼냈다.

“야, 길가메시.”

툭. 툭.

성지한이 손가락으로 두개골을 두드리자.

[여, 여긴…… 밖인가?]

머리뼈에서, 길가메시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대,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거지…… 1, 10년? 100년?]

“글쎄다.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오래돼 봤자 몇 달 정돈데.”

[그거밖에…… 안 됐다고?!]

인벤토리 안에서 뭔 일이 있었는지.

길어 봐야 몇 달 정도란 성지한의 말에, 길가메시는 화들짝 놀랐다.

“그래. 인벤토리 안에선 뭐 했는데 놀라?”

[그곳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단지,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뿐이었지.]

“그래? 근데 왜 십 년 백 년 타령이야.”

[그 안에 있으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감이 오질 않았으니까. 그래도 적어도 체감상 10년은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허, 그거밖에 안 지났다니.]

“흠, 그렇구나.”

뭐, 인벤토리에서 많은 일이 있었나 보네.

하지만 그거야 뭐 저쪽 사정이고.

“그건 넘어가고. 내 천수강신, 저거에 튕기던데 뭐 방법 없냐?”

[저건…… 네 것이 튕겨 나갔다고?]

“어. 넌 방법 없나 해서 꺼낸 거야.”

[…… 이 기운은.]

성지한의 말에 적색의 세계수를 살피던 길가메시의 머리뼈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방법은 있다. 다만, 날 살려 준다고 약속해야 알려 줄 것이다.]

“흠, 그래. 쓸모 있으면 살려줄게.”

뭐, 살려 줬다 다시 죽이면 되잖아?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너…… 나 살려 줬다 죽일 셈이지?]

“에이, 사람 못 믿냐?”

[무신에게 당한 나를 너무 얕보는구나……!]

한 번 무신한테 사기 계약을 당한 길가메시는 그렇게 쉽게 넘어오질 않았다.

[관리자 자리를 걸고 약조해라. 날 살려 놓고 다시 죽이지 않을 거라고!]

“흠, 그건 좀 곤란한데.”

[역, 역시 죽일 생각이 가득하구나……! 그럼, 나도 협조하지 않겠다……!]

그놈 참, 귀찮게 하네.

“알았어. 그냥 금륜적보 써야겠네. 넌 다시 인벤토리 들어가라.”

[뭐, 뭐…….]

“왜?”

[자. 잠깐. 거기 다시 들어가라고…….]

“응. 쓸모없는데 넣어 둬야지.”

[그러지 말고 혀, 협상하자……!]

성지한의 말에 기겁하는 길가메시.

[그래. 일단 내 거 되나 보는 게 우선 아니냐? 테스트, 테스트라도 해 줘 봐라!]

그는 더 나아가, 자기 게 효과 있는지 시험해 보라고 소리쳤다.

‘인벤토리 들어가는 게 그렇게 싫나.’

다시 넣겠다니까 저리 반응을 하네.

성지한은 길가메시의 머리뼈가 하는 행동을 잠시 지켜보다가.

“그래. 테스트는 해 보자.”

이를 들고는, 적색의 세계수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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