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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00화 (50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00화>

[적색의 관리자가 부활했다니…… 확실합니까?]

“그래. 적의 왜곡도가 오르고, 무신의 제약이 서서히 풀려났다. 이런 걸 가능케 하는 건 적색의 관리자밖에 없지.”

[왜곡도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관리자는 아는 내용이다. 그대로 알려.”

[알겠습니다. 당장 그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런데 말이야.”

성지한은 메신저에게 말을 하다 말고,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적색의 관리자가 ‘위대한 후원자’라고 이야기한 거, 설마 흑색의 관리자랑 관계있냐?”

적색의 관리자가 동방삭과 싸울 때, 언급했던 위대한 후원자.

그 정도의 존재가 위대하다고 언급할 정도의 상대는.

배틀넷에서 단둘밖에 없었다.

흑색의 관리자와, 백색의 관리자.

[적색의 관리자가 구축한 명계는 원래 엄연히 흑색의 관리자께서 담당해야 할 영역입니다. 그런 것에 미쳤다고 협조하겠습니까?]

“그래? 하지만 기존 공허에서 명계로 뒤바꾸려 할 수도 있잖아?”

[흑색의 관리자께서는 그러실 분이 아니십니다. 거기에, 적색 같은 자에게 그 중요한 일을 맡길 수도 없고요.]

메신저는 ‘위대한 후원자’와 흑색의 관리자는 연관이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그럼 흑색 아니면 백색이냐?”

[그건…… 저 같은 말단으로선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라곤 안 하네.

성지한은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설마 제3자가 있진 않겠지? 배틀넷에.”

[……예. 적색의 관리자가 위대하다고 칭할 정도의 후원자는, 상시 관리자 두 분밖에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백색이네. 네 말대로면.”

[저는 그저 메신저에 불과해서…… 이 건에 대해선 전혀 모릅니다!]

모른다고 할 뿐, 부인은 하지 않는 메신저.

얘한텐 더 이상 뭘 못 듣겠네.

“그래. 너한테선 나올 게 없겠다.”

[예, 없습니다!]

“대신 흑색의 관리자가 적색과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는, 추후 조치를 보면 알 수 있겠지.”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이렇게 투성에 적색의 관리자가 부활했다고 알렸는데도, 대처가 없으면 흑색도 쟤네랑 연관 있단 거겠지.”

[아…… 그럴 리가 없습니다. 바로 행동에 나서실 겁니다.]

“그래, 기대해 보지.”

성지한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얼굴로 그리 말하곤.

뒤쪽에 윤세아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보고할 때 아레나의 주인 건도 같이 알려.”

[……알겠습니다.]

스스스…….

그 말을 끝으로, 보랏빛 공허에 파묻혀 사라지는 메신저.

“음, 잘되려나…….”

“글쎄다. 적색 건은 두고 봐야겠고…… 아레나의 주인 문제는, 저쪽에서 너한테 꽤 집착을 하네.”

성지한의 말에 윤세아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내가 그 모자랑 궁합이 제일 좋대. 역대 아레나의 주인 중에서.”

“……듣기 좋으라고 한 이야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인간인데.”

“공허의 대기, 이 기프트가 원래는 SSS급이 최대라고 했거든. EX 나온 건 처음이라나?”

“흠.”

EX 등급을 받은 건 처음이라니.

배틀넷 세계가 얼마나 넓은데 그럴 수가 있나.

‘세아가 뛰어난 플레이어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주 제일 정도는 아닌데…… 아무래도 인류의 한계가 설정되지 않았던 것과 연관이 있나 보군.’

윤세아가 EX를 받은 건, 아무래도 종족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성지한은 저쪽에서 손쉽게 그녀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그렇다면.

‘그냥 저 모자, 부숴 버릴까.’

성지한은 윤세아의 머리 위에, 저번보다 형체가 짙어진 검은색 중절모를 바라보았다.

저거, 청으로 잘하면 없애 버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말이지.

“세아야, 그냥 내가 모자 부숴 줘?”

“응? 그 모자 아직도 나한테 있어?”

“어, 더 진해졌어.”

“그, 그래도 일단은 저쪽이랑 대화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급한 것도 아니고. 나도 딱히 불편한 건 없어.”

“음…….”

“오히려, 이거 봐 봐.”

윤세아는 성지한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슈우우우……!

그의 얼굴에서 피어오르던 공허가 싹 정리되었다.

그러자 드러난, 성지한의 얼굴을 보곤.

“아…….”

윤세아가 탄식을 토해 냈다.

멀쩡한 오른쪽 얼굴에 비해.

왼쪽 얼굴은 깨진 유리처럼 사방에 금이 가 있고, 개중에도 몇몇 파편은 사라져서.

빈 공간엔 보랏빛 공허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공허의 대기 안으로 공허를 빨아들였다 한들.

저 균열이 존재하는 한, 공허는 계속 흘러나오겠지.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사, 삼촌. 안 아파……?”

“전혀. 멀쩡해.”

성지한은 아무렇지도 않단 표정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이쪽의 통각이야, 이미 상실한 지 오래되었으니까.

‘근데, 공허가 싹 사라지니 좀 회복이 빨라지네.’

그 전까지는, 영원의 재생력이 상처가 더 벌어지는 걸 틀어막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면.

윤세아가 공허를 없애 주고 난 이후로는, 박살 났던 얼굴이 아주 조금씩이지만 다시 틈새를 메워 가고 있었다.

“어…… 삼촌. 상처가 낫고 있어!”

그리고 윤세아도 이를 보고는, 두 눈을 빛냈다.

“삼촌 공허, 이렇게 처리도 가능하잖아! 나, 도움 되지 않아?”

“뭐, 이번 건은 도움 됐네.”

“그래! 삼촌 얼굴 좀 나을 때까지만, 우리 이거 써먹자.”

“야, 괜찮아. 저번에 나 회복한 거 못 봤어?”

“그 수레바퀴 나온 거? 그거 막 쓸 수 있는 거 아니지 않아?”

“아니, 막 쓸 수 있어.”

윤세아는 이에 눈을 가늘게 뜨며,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에이, 진짜 그랬으면 삼촌 성격에 진작 썼지. 암만 봐도 그거 초사기 스킬이던데 횟수 제한 있는 거 아니야? 그래야 밸런스가 맞잖아.”

“넌 배틀넷에서 밸런스가 있다고 생각하니?”

“그, 그래도! 어쨌든 제약이 있으니 안 썼겠지……! 그냥 대답 오기 전까지만 이렇게 치료해 보자!”

그렇게 공허 흡입기 역할을 해 주겠다고 주장하는 윤세아.

성지한은 이를 떨떠름하게 바라보았다.

‘뭐, 솔직히 현 상황에선 도움이 되긴 한다만…….’

이렇게 한 번만, 조금만 더 해 보자 이러다가.

결국 아레나의 주인 되는 거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냥, 부숴?’

성지한이 다시 한번, 윤세아의 머리 위에 뜬 중절모를 바라볼 때.

“아, 그리고……! 삼촌, 공허의 수련장 못 들어간다고 그랬지?”

“어.”

“나 수련장 생겼어! 여기서 수련할래?”

“……수련장?”

윤세아가, 또 다른 편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   *   *

공허의 수련장.

외부와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이곳은.

시간에 쫓기던 성지한에게 매우 유용한 장소였다.

‘마지막엔 100대 1이었지.’

예전 아레나의 주인이 개조해 준 공허의 수련장에선.

수련장에서 100일을 보내면, 외부의 시간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매번 빠지지 않고 수련을 한 덕분에, 우주적 강자들과의 전투에서도 밀리지 않고 따라갈 수가 있었다.

한데 아레나의 주인이 사라지고 난 이후, 이곳이 폐쇄되어서 참 아쉬웠는데.

“……수련장, 진짜 되는구나.”

성지한은 윤세아가 연 공허의 수련장에 들어서곤, 두 눈을 깜빡였다.

“응, 예비 아레나의 주인이라면서 이런저런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수련장 항목도 있더라고. 아직 내가 예비라서, 시간의 흐름은 5배 정도로 조절하는 게 최대지만.”

“5배가 어디냐.”

펜트하우스의 트레이닝 룸은, 시간도 똑같이 흐를 뿐더러.

성지한이 워낙 강해서, 안에서 힘도 제대로 수련하기 힘들었다.

그에 반해 공허의 수련장은 적당히 날뛰어도 괜찮은 공간이었으니.

청과 무혼을 합일해야 하는 성지한에겐, 수련하기 가장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아레나의 주인…… 좋은데?’

공허도 없애 줘. 수련장도 제공해 줘.

윤세아만 아니었으면, 이거 그냥 하라 그랬겠는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조카 녀석에게 그래도 아레나의 주인 같은 걸 시킬 순 없지.

그때.

“삼촌, 근데 작은 문제점이 있는데…….”

윤세아가 성지한을 보면서 말 끝을 흐렸다.

“무슨 문제?”

“내가 다른 사람을 초대한 건 처음이라서, 밖에 나가도 적용되나 해서 아까 잠깐 나가 봤거든?”

“응.”

“내가 밖에 있어도 수련장은 유지되는데, 대신 삼촌이 여기서 수련하면 내가 안을 훔쳐 볼 수 있어.”

“그래? 어떻게 보이는 거야?”

“그냥 배틀튜브 화면처럼 뜨더라.”

예전 아레나의 주인도, 그럼 수련장에서 수련하는 걸 훔쳐 본 건가?

‘매번 타이밍 좋게 등장하더니. 다 그런 감시 수단이 있었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얼마든지 봐도 돼. 어차피 봐도 뭐 별거 없으니까.”

“아, 안 봐! 그냥 이야기한 거야.”

“그래그래. 그럼 나, 좀 수련해도 되냐?”

“응, 그럼…… 내 모자는 공허 쪽에서 이야기 들어올 때까지 부수는 거 보류지?”

그러면서 윤세아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어째 공허의 수련장에 들어오니, 더 존재감이 짙어진 검은색 중절모.

‘……청과 무혼이 합일할 때까지만 기다려 보자.’

아무리 그래도 공허측 의사를 확인하기 전에 행동에 나서는 건 좀 그렇겠지.

거기에 부숴도 청과 무혼을 합일한 후 해야, 보다 잘 정리할 수 있을 거다.

성지한은 그렇게 합리화를 마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답 오면 알려 줘.”

“알았어! 아, 공허도 다시 흘러내렸네…… 다시 없애 줄게!”

윤세아는 성지한의 공허를 한 번 더 흡수해 주곤, 수련장에서 나갔다.

‘이거 완전 풀케어네.’

공허도 없애 주고, 수련장도 제공하다니.

성지한은 조카가 제공하는 편의시설에 다시 한번 감탄하곤, 본격적인 수련에 나섰다.

‘청과 무혼…… 분명, 동방삭은 이미 합일이 다 된거나 마찬가지라고 했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성지한이 수련장 맵 설정을 동방삭과 이야기 나눴던 해저로 바꾸고 있을 때.

“……음, 확실히 낫고 있어.”

성지한에게 수련장 안은 보지 않을 거라고 했던 윤세아는.

밖에 나서자마자 화면을 띄우곤,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아주 느리지만, 금이 메워져 가는 성지한의 얼굴.

그녀는 그걸 보고, 보람을 느꼈다.

‘요즘 사람들이 삼촌보고 괴물 소리 하는 거 짜증 났는데…….’

성지한의 활약으로, 종족도 진화하고 건강도 크게 증진된 인류.

이 정도면 모든 인류가 그에게 빚이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꼬인 사람들이 어디에나 존재했다.

성지한이 정상적일 때에는, 그래도 그들이 시비 걸 거리가 그다지 없었지만.

‘얼굴이 저렇게 된 이후로, 악플이 너무 많아졌어.’

성지한의 균열이 커진 이후로는.

대다수가 이를 안타까워했지만, 극소수의 인간들은.

-성지한 ㄹㅇ 얼굴 병신됐네 ㅋㅋㅋㅋ

-이제 인간 아니지 저 정도면.

-관리자잖아?

-관리자는 무슨, 걍 모자이크 괴물이지 ㅋㅋㅋㅋ

그를 괴물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조롱했다.

물론 이들의 비중은 극도로 낮아, 사실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였지만.

‘쓰레기들.’

윤세아는 그조차도 화가 났다.

거기에, 성지한을 조롱하진 않아도.

변한 그의 모습에 이질감과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은 적잖아서.

그녀는 이런 반응을 보곤, 배신감까지 느꼈다.

‘삼촌 덕을 그렇게 본 사람들이. 어떻게 얼굴 좀 부서졌다고 그런 반응을 보여…….’

아무리 예전이랑은 좀 달라보인다고 해도.

인류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물론, 대다수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녀는 저 소수의 반응조차도, 마음에 들질 않았다.

‘내가 어떻게든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거야.’

윤세아는 수련장 내부를 비추는 화면을 보면서, 그리 결심했다.

그리고 며칠 후.

[세아야, 너 이제 가 봐야 하지 않니? 오늘 스페이스 리그 경기라며.]

“아, 엄마…….”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성지한의 수련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는.

엄마인 성지아가 방에 들어오자 화면에서 잠시 눈을 뗐다.

“나,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스페이스 리그 경기보다? 너 랭킹 1위인 건 알지?]

“응, 알아. 하지만, 이게 더 중요한 걸.”

그러면서 성지한의 얼굴을 살피던 그녀는.

거기서 공허가 다시 피어오르려는 걸 보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갔다 올게.”

그 말을 끝으로 사라지는 윤세아.

성지아는 빈 침대를 보곤, 한숨을 쉬었다.

[쟤는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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