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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02화 (50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02화>

“사, 삼촌. 뭐 해!?”

성지한이 얼굴을 찌르자마자, 윤세아가 바로 수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왜 기껏 회복된 얼굴을……!”

그러면서 공허를 다시 흡수하려던 그녀였지만.

성지한은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수련할 때, 공허가 필요해서. 회복은 나중에 하자.”

“아, 그래…….”

“응, 수련 끝나면 부탁할게.”

성지한의 말에, 불안한 눈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는.

“알겠지?”

“……응.”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그러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네 일 좀 봐라. 무슨 얼굴 찌르자마자 튀어 오냐?”

“다른 거보다 이 일이 제일 중요하잖아.”

“이 정돈 컨트롤할 수 있어. 너 정도면, 스페이스 리그 경기다 국가대표 경기다 해서 바쁘지 않아?”

세계 랭킹 1위가 짊어져야 할 무게는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이렇게 성지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여유는 없을 텐데.

그의 의문에, 윤세아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아, 지금 스페이스 리그 경기 하는 중이긴 해.”

“하는 중이라고?”

성지한은 놀란 얼굴로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아니.

스페이스 리그 경기 진행 중인데 여길 오면 어떻게 해?

“응, 근데 그냥 안 나갔어. 상대가 우르크기도 하고.”

“야!”

“어차피 그런 경기 하나보다, 삼촌 공허가 중요하잖아.”

윤세아는 그러면서 성지한의 부서진 얼굴을 유심하게 바라보았다.

“인류야 뭐, 2등 하면 어때? 어차피 삼촌이 최상위권으로 올려놓은 건데. 제자리 찾는 거지. 나 없다고 지는 게 문제 아닐까?”

“……그래도, 경기 나갔다가 와서 공허 흡수하면 되지. 출전도 안 하냐?”

“그랬다가 갑자기 공허가 범람해서 삼촌의 균열이 커지면 어떻게 해? 경기야 다음에 이기면 되지.”

성지한은 의아한 얼굴로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원래는 우등생이던 조카가.

세계 랭킹 1위로서 할 일을 외면하곤 자신 얼굴의 공허나 흡수하다니.

애 갑자기 왜 이래?

‘설마 모자 때문인가?’

공허 쪽에서 윤세아를 확실히 아레나의 주인으로 만들려고, 뭔가 영향을 끼친 거 아닌가?

성지한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너, 공허의 사도가 된 후 뭔가 이상한 점 못 느꼈냐?”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원래 안 이랬잖아.”

“원랜 안 이랬다니. 예전에도 삼촌 걱정 많이 했는 걸?”

윤세아는 성지한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맞아. 달라진 점은 있지. 예전엔 그냥 어떻게 하냐며 걱정만 했다면, 이젠 진짜로 도와줄 수 있잖아?”

“그래. 도와주는 건 좋은데, 적당히 하라니깐. 사람이 자기 할 일은 해야지.”

대표팀 경기도 안 나가고 실시간으로 공허가 나오나 지켜보는 중이라니.

해도 너무했지.

성지한이 쓴웃음을 짓자, 윤세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나, 삼촌이 무적인 줄 알았어. 공허에 파묻혀 사라지는 걸 보기 전까지만 해도.”

“뭐, 결국 다시 살았잖아.”

“하지만 사라지는 걸 봤을 땐…… 충격이었거든.”

그녀의 두 눈이 살짝 떨렸다.

“내가 이렇게 누리는 거…… 삼촌이 다 해 준 거잖아? 난, 받기만 했고. 엄마는 실종되고. 아빠는 일본 갔을 때…… 그때는 두 분 다 못 볼 줄 알았어. 하지만 삼촌이 다 돌려줬지.”

“그거야 당연히 할 일이었어.”

“나도 이게 당연히 내가 할 일이야. 지금까지 받은 은혜, 갚아야지. 특히.”

윤세아의 눈이 다시 성지한의 얼굴을 향했다.

“삼촌 얼굴, 원래대로 되돌릴 때까진 계속 이 일에 전념할 거야.”

“나 수련 끝날 때까진 어차피 이 상태로 있어야 해.”

“그럼 나도 그때까지 계속 케어할 게.”

“……그래서 계속 실시간으로 감시하시겠다?”

“실시간 감시라니! 케어야. 케어.”

성지한은 윤세아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거, 생각을 쉽게 안 바꾸겠는데.’

동방삭한테 죽은 걸 본 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성지한 케어에 전념하겠다는 윤세아의 태도는 생각보다 완고했다.

케어 안 해도 된다고 해도, 실시간으로 계속 지켜볼 기세야.

이럴 땐, 무작정 안 된다고 해 봤자 안 먹히겠지.

성지한은 천천히 그녀를 설득했다.

“알았어, 세아야. 마음은 고마운데, 지금 당장은 나 공허로 수련해야 하잖아? 너도 네 일 하고 있어.”

“하지만 그거 범람하면 안 되잖아. 계속 지켜봐야 하지 않아?”

“내가 필요하면 부를게. 네 배틀튜브 들어가서 후원 쏘고 공허 흡수해 달라고 부탁할 테니까, 그때 오면 되잖아?”

“아, 여기서도 배틀튜브 되나…….”

“안 되면 나가서 배틀튜브 키면 되지.”

급할 땐 배틀튜브로 부를 테니, 네 할 일 해라.

성지한의 말에, 윤세아는 입술을 오물거리다.

“……알았어. 그럼 삼촌 부를 때 올게.”

애써 고개를 끄덕이곤 물러났다.

성지한은 그녀가 떠나자 생각했다.

‘청과 무혼 합일하면 저 모자부터 박살 내든지 해야겠군.’

윤세아가 신경 써 주는 마음이야, 사실 고마운 면도 적잖이 있었지만.

그래도 자기 삶보다 이걸 우선시하는 건 아니지.

이러다 조카가 세간에 욕 엄청 먹을 텐데.

그 꼴을 볼 수는 없었다.

‘얼굴 박살 난 거야, 길가메시 쥐어짜면 어떻게든 되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다시 동방삭과의 전투를 재생했다.

그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한층 굳어 있었다.

*   *   *

[인류, 우르크에게 3:0 충격적인 패배]

[한층 강해진‘선조의 가호’를 넘어서지 못한 인류. 무엇이 문제였는가?]

[인류, 리그 랭킹 2위로 내려앉아. GP 환율 크게 요동쳐]

[인류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된 윤세아. 불참 이유는 ‘개인 사정’]

[데이비스 감독, ‘화력이 부족했다. 윤세아의 부재가 아쉬워.’라고 코멘트]

인류와 우르크의 경기.

인류 대부분이 낙승할 거라 기대했던 이 게임은, 전혀 예상 밖의 결과를 낳았다.

-아 진짜 1게임도 못 이기는 게 말이 됨? ㅋㅋㅋ

-선조의 가호 성지한은 쉽게 짓밟았는데…… 어째 이러냐

-하…… 이번에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전 재산 베팅 갔는데 ㅠㅠ

-성지한 님 있을 때가 그립다…… 그땐 그냥 승리에만 베팅하면 돈복사됐음

-근데 윤세아 대체 왜 안 나온 거야? 개인사정이 대체 뭔데?

-몰라 ㅅㅂ 스페이스 리그보다 우선시되는 일이 뭐가 있다고…….

단 한 세트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채, 완패를 당한 스페이스 리그 경기.

모두가 가볍게 이길 거라 생각했던 경기라 그런지.

패배의 후폭풍은 거셌다.

“와, 얼마나 게임을 못했으면 1경기도 못 따?”

[경기 안 나간 네가 할 소리니?]

“아니. 우르크 정도는 당연히 이겨 줘야지! 와, 나 욕 많이 먹네~?”

뉴스 기사 아래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는 윤세아.

특히 감독이 직접 ‘윤세아의 부재가 아쉽다.’고 한 기사에서는 대부분이 그녀를 욕하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그녀가 표정을 찌푸리긴커녕, 피식 웃음 짓고 있을 때.

“세아야!”

대기 길드 마스터, 이하연이 놀란 얼굴로 거실 안에 달려왔다.

“아, 언니. 왔어?”

“어…… 머, 멀쩡하네?”

“아, 응. 몸 상태는 괜찮아.”

그러면서 태블릿 PC로는 기사 악플을 보고.

옆에 띄운 화면으로는, 성지한을 살피는 윤세아.

소파에 앉아 마치 듀얼 모니터를 보는 모습에, 이하연은 얘가 뭘 보나 하고 다가갔다가 깜짝 놀랐다.

“어, 오너님이시네? 이상하다. 배틀 튜브는 안 하시는데…….”

“아, 이거 나만 띄울 수 있는 화면이야. 내 수련장에 들어와 있거든. 삼촌.”

“아…… 그래?”

이하연은 신기한 듯, 성지한이 수련하는 모습을 살펴보다 윤세아에게 말했다.

“너…… 설마 오너님 수련장 때문에 오늘 경기 안 나왔던 거야?”

“응…… 비슷해. 나 삼촌 서포트해야 해서.”

“그랬구나. 어쩐지 네가 경기를 빠질 리가 없는데.”

이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세아가 들고 있는 태블릿 PC를 바라보곤 얼굴을 찌푸렸다.

“미리 말해 줬으면, 이렇게 악플 달리진 않았을 텐데 아쉽네.”

“미리 말했으면?”

“응. 오너님 서포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못 나왔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해 줬을 거야.”

비록 인류에게 있어, 스페이스 리그 경기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이게 인류 최초의 관리자에게 비할 바는 되지 못했다.

그를 서포트하기 위해 경기에 불참한다고 하면.

대부분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이라도 이야기해야겠어. 오너님이랑 관련된 일 하느라 못 나왔다고 하면, 다들 이해해 줄 거야.”

“음…… 하지만 그렇게 되면 괜히 삼촌만 욕 먹잖아.”

“무슨…… 사람들 중에 누가 오너님을 욕해?”

“지금도 욕하던데?”

툭. 툭.

윤세아는 그러면서 자신의 얼굴을 쳤다.

“괴물이라고.”

“……세아야. 관심종자들은 어디에나 있어. 오너님 욕하면 사람들이 발끈하니까 그걸 즐기는 거지. 애초에 그런 악플은, 1퍼센트도 채 안 될걸?”

“1퍼센트도 난 용납이 안 되던데.”

자기 악플을 볼 때만 해도 피식거리던 윤세아는.

1퍼센트 이야기가 나오자, 싸늘하게 얼굴을 굳혔다.

‘오너님 얼굴 저리되고 난 후, 괴물 소리 좀 나오긴 했는데…… 그게 세아한테 거슬렸구나.’

이하연은 윤세아의 상태를 보곤, 한숨을 푹 쉬었다.

인류에게 있어, 성지한은 현재 신이나 다름없는 위상을 지니고 있었다.

수명도 늘려 줘, 건강도 회복해 줘, 던전도 없애 줘.

그를 믿는 종교마저 우후죽순 생길 정도로, 인류는 그에게 수많은 수혜를 입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 중엔 무작정 비난을 하고 싶어 하는 부류가 존재했다.

그 극소수의 사람들이 난동을 피우는 걸, 윤세아가 봐 버렸나 보네.

“……세아야. 그 정도면, 그냥 없는 거라 봐도 돼. 미친놈들 반응까지 굳이 카운트할 필욘 없잖아?”

“그런가…….”

“응. 그러니까 불참 이유에 대해 내가 잘 이야기해 둘게.”

“아, 그래도 괜찮아. 그럼 괜히 삼촌아 욕먹을 수 있으니, 이대로 있자.”

“누가 오너님을 욕해? 괜찮다니까. 너 여기서 빨리 이야기 안 하면 악플 계속 달려.”

“봐도 별생각이 안 드는데? 오히려…… 재밌달까?”

그녀는 자기 악플을 보면서, 실실 웃고 있었다.

진짜 자기 건에는 타격감이 전혀 없는 모습.

“……변태니?”

“그러게?”

“하아. 그러지 말고 언니 말 들어.”

이하연이 그런 윤세아에게, 다시 한번 설득에 들어갔을 때.

스으으으…….

윤세아의 옆에, 메신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왔어요?”

윤세아가 불가사리를 보고 손을 흔들자.

[흑색의 관리자께서, 저번 문의에 대해 대답을 하셨습니다. 청색의 관리자께선 어디 계십니까?]

그가 몸을 꿈틀거리며, 성지한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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