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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12화 (51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11화>

완성된 대기.

그것은, 적색의 관리자가 다시 명계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기프트였다.

길가메시가 적색의 대기를 지니고 있었으면 쉽게 일을 처리했을 텐데.

하필 청색의 관리자가, 그 그릇을 완전히 깨 버렸군.

남은 그릇은 공허 소속이니 건드리기가 그렇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확인해 볼까.’

슈우우욱…….!

붉은 거인의 형태를 하던 적색의 관리자가, 눈동자 형태로 돌아가고.

이는 단번에 공간을 도약하여, 서울의 상공에 도착했다.

‘저기군.’

번뜩…….!

붉은 눈에서 적광이 튀어나오고.

적색의 관리자는 곧 윤세아의 모습을 확인했다.

“……아니, 왜 화면이 안 나오지? 삼촌한테 무슨 일 생겼나?”

[배틀튜브에서 하나의 특정 채널만 정지되다니…… 일단, 흑색의 관리자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엥? 흑색의 관리자한테 왜 문의해요?”

[배틀튜브는 백색의 관리자의 관할에 놓여 있습니다. 서버 전체가 문제 있는 게 아니라, 채널 하나만 정지된 거라면…… 그분의 의중이 실렸다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이건 흑색의 관리자께서 나설 명분이 됩니다.]

“그냥 그 전에 나서면 안 되나요?”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성지한 채널 화면이 안 나오는 걸 가지고, 메신저와 이야기하는 윤세아.

그러다가.

[음……?]

불가사리가 몸을 돌려 이쪽을 바라보려 하자.

적색의 관리자는 황급히 적광을 거둬들였다.

아직은 공허 쪽에게, 자신의 동향을 들켜서는 안 됐다.

‘한데 공허의 대기에 메신저까지 보내 놨을 줄이야.’

공허의 대기 윤세아.

그녀는 이미 모자가 내정된 데다가.

메신저까지 곁에 있어, 공허 쪽에서 과할 정도의 케어를 받고 있었다.

확실히 공허에 들키지 않고 저 그릇을 은밀히 탈취하는 건 불가능하겠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구나.’

시간이 많진 않다.

지금은 백색의 관리자가 투성을 봉인해 주고 있지만.

메신저가 흑색의 관리자에게 연락하고 나면 저쪽에서도 반응이 나타날 테니까.

백색의 관리자는 명계가 재구축된 걸 보기 전까진, 흑색 쪽과 정면으로 대립할 생각이 없다고 했으니.

‘위대한 후원자’의 도움도 더 이상 받기는 힘들었다.

‘흐음…… 그래, 차라리 일의 순서를 뒤바꿀까.’

잠시 생각하던 적색의 관리자는 곧 해결책을 찾았다.

번쩍!

붉은 눈에서 빛이 반짝이고.

그는 또다시 공간을 도약하여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하늘.

붉은 눈은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관광객들이, 한곳에 바글바글 몰려있었다.

“여기가 거기야? 초대장 비석이 있는 곳?”

“어, 누가 오벨리스크라고 하더니, 진짜 그거 닮았네.”

“워싱턴에서 백악관보다 유명한 관광 스팟이라더니…… 사람 진짜 많다.”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는 장소.

거기에는, 인류가 배틀넷에 초대되었을 때.

미국의 수도에 내려온 ‘배틀넷의 초대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그건 초대장이라기보다는, 정체불명의 광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비석으로.

모든 면에는, 영어로 배틀넷 초대장의 글귀가 빛나는 글씨로 쓰여 있었다.

“진짜 영어로 써 있네…… ‘지구인을 배틀넷으로 초대합니다’라고.”

“우리나라가 세계 랭킹 1위 하면 저거 한글로 바뀌는 거야?”

“에이, 저거까지 바뀔까. 그냥 중계랑 시스템 인터페이스만 바뀌는 거 아니었어?”

“혹시 모르지. 서울에 저 초대장이 이동할지.”

“근데 성지한 님이 이제 플레이어가 아니라서 1등 탈환할 수 있겠어…….?”

“하기야. 근데 아직도 배틀튜브 안 돼?”

“어, 왜 이러지? 성지한 님 채널만 그러네.”

한국인 관광객들이 그렇게 배틀넷의 초대장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어……? 저, 저 초대장 글귀…… 빨개졌는데?”

관광객 중 한 명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진짜네?”

“뭐지……? 이거 글자 색도 변하나?”

모든 면에 써 있는 ‘지구인을 배틀넷으로 초대합니다’라는 문구.

하얀색으로 빛나던 그 글씨는.

위에 글자부터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거, 색 원래 변하나요?”

관광객 중 일부가 ‘초대장’을 가리키며 미국인 안내 요원에게 묻자.

“저희도 처음 보는 현상입니다. 혹시 위험할지 모르니, 잠시 물러나 주시겠습니까?”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새빨개진 글씨를 보며, 황급히 관광객들을 해산시켰다.

그렇게 해서 남은 건, 미 정부의 관계 직원과 배틀넷 연맹 사람들.

“글씨가 계속 붉어지는데…… 연맹에 연락했나?”

“바로 연구진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혹시 한글로 변하진 않았냐고 묻더군요.”

아.

한국이 1등 해서 인터페이스 글자가 다 뒤바뀌는 건가?

글자 색만 붉게 변해 가고, 그 외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자.

배틀넷 연맹 관계자들은 그렇게 착각하고 있었다.

“아니, 아직 우리가 랭킹 1위야.”

“성지한이 무신을 이겨서, 한국에 포인트가 가산된 거 아닐까요?”

“그래서 시스템이 아니라, 초대장부터 글자가 뒤바뀌는 건가? 하지만 그는 관리자라 국적 보너스가 없을 텐데……?”

그렇게 사람들이 헛된 추리를 거듭하고 있을 때.

초대장의 글자는, 착실하게 붉어지고 있었다.

*   *   *

[크으…… 으…….]

성좌의 무구가 일제히 꽂힌 채, 이성을 잃은 거대한 뱀.

그는 말도 제대로 못 한 채, 신음성만 흘리고 있었지만.

지닌 힘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은하검흔을 써서 상대의 전력을 많이 파괴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이미 죽었겠어.’

은하검흔을 쓰지 않은 상태로, 무신이 저렇게 적색의 관리자에 의해 미쳐 버렸다면.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저 힘을 이겨 내긴 힘들었겠지.

성지한이 몸에 난 상처를 재생하며 무신을 지켜볼 무렵.

스으으으…….

뱀의 몸에 박힌 성좌의 무구가 일부 빠져나왔다.

‘또 오는군.’

허공에 뜬 무기에서 각자 강렬한 빛이 일렁인다 싶더니.

파아아앗…….!

무구 하나하나에서, 강맹한 일격이 쏟아졌다.

‘모두 삼재무극에 속하는 공격이다.’

무신의 공격.

무극멸신으로 동방삭의 무재를 일부 가지게 된 성지한으로선, 사실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다만 문제라면.

그의 힘이 지나칠 정도로 강하다는 것뿐일까.

공격을 피하려고 해도, 전방위가 모조리 무신의 공격에 의해 압박을 당했기에.

성지한은 언제나 이와 맞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무극멸신武極滅神

암영신결暗影神訣

암혼와류暗魂渦流

공허로 만들어 낸 태극마검의 끝에서, 소용돌이가 나타나자.

무신의 일격은 대부분 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닌 기운의 힘 자체는 무신 쪽이 우위에 있더라도.

무의 수준은, 이제 확실히 차이가 나고 있었다.

‘애초에 동방삭의 무공을 그렇게 가져갔는데, 삼재무극만 써 재끼니 한계가 있지.’

물론 삼재무극이 찌르기와 베기를 극한으로 다듬은 기본공이긴 했지만.

성지한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기엔 힘든 공격이었다.

이것만 보면 확실히 위협적이라고 볼 수 없는 적.

하나.

[카아아…….!]

뱀이 입을 쩍 벌리자.

그 안에서 붉은빛이 뭉치며, 성지한에게로 쏘아졌다.

적색의 관리자가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던 적멸赤滅을.

무신도 어렵지 않게 구현하고 있었다.

‘이건 위협적이란 말이지.’

휙!

성지한은 적멸을 재빨리 피했지만.

그것이 지닌 화력이 워낙 강대하여, 몸이 그을리는 건 피할 수가 없었다.

스으으으…….

성지한은 타올랐던 피부를 재생하며 생각했다.

‘청이 적에 비해 상성상 우위에 있는데도, 막기가 버겁군.’

동방삭이 적색의 관리자와 싸울 땐, 청을 이용해서 손쉽게 이를 썰어 버렸는데.

무신이 쏘아 내는 건, 이상하게 청만으로 방어하기가 힘들었다.

‘무신의 적멸에는 다른 것도 섞여 있어서 그런가…….’

폭주한 무신의 기운은 마구 날뛰어서.

저 적멸도, 원래의 정밀한 힘을 내뿜어 내진 못하고 있었다.

만약 성지한이 무신과 동등한 힘을 지니고 있다면, 그가 오히려 무신을 압도할 적멸을 뿜어낼 수 있었지만.

상대의 힘이 워낙 강해서 그런가.

마구잡이로 섞어 쓰는 적멸이, 오히려 대처를 더 어렵게 했다.

‘그래도, 시간 끌기 자체는 어렵지 않다.’

이성을 잃은 무신이 성좌의 무구를 통해 펼치는 무공은.

어쨌거나 모두가 동방삭에게서 기원한 것.

그의 무재를 얻은 성지한은, 이를 쉽게 대처할 수 있었다.

간간이 뱀의 입에서 나오는 적멸이 강력하긴 했지만.

이것도 멀리서 대처 자체는 가능한 수준.

무신이 제아무리 폭주해서 힘을 쏟아 낸다 한들.

절대, 죽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이렇게 대처하다 보면, 무신도 저런 상태를 언제까지고 유지하진 못하겠지.

성좌의 무구로 힘을 증폭시키는 것도.

광화 상태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다만.

‘……시간을 한없이 끌기엔, 이쪽이 여유가 없어.’

적색의 관리자가 없었으면 모를까.

그가 ‘할 일이 많아 가 보겠다’고 이야기한 이상.

이 빛의 장막 안에서 무신이랑 계속 다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어떻게든, 빨리 그와의 전투를 결착 지어야.

적색의 관리자에게도, 대처가 가능하겠지.

‘힘을 더 써서, 공세로 전환하자.’

스으으으…….

성지한의 얼굴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태극마검의 공허가 강하게 증폭되었다.

[카아아아…….!]

비명과 함께 쏟아지는 무신의 파상공세.

‘이건 폭풍검의 무리를 따르는군…….’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동방삭 신세만 지는구나, 이놈은.

성지한은 적의 공세 속으로 몸을 던진 채, 뱀의 육체를 향해 다가갔다.

무신의 강력한 저항으로, 전신에선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는 데에는 성공한 상황.

성지한은 곧바로 태극마검을 뻗어.

치이이익…….!

그의 몸을 완전하게 절단했다.

[크아아악……!]

반토막이 난 채, 비명성을 내지르는 무신.

이성을 잃은 그는 이제 그저 거대 괴수나 다름없었다.

성지한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공세를 이어나가려 했지만.

파시식…….

그의 몸에 박힌 성좌의 무구 하나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지더니.

번쩍!

무신의 몸뚱어리가 새하얀 빛에 잠기며, 저 멀리로 이동했다.

그러더니.

스으으으…….

뱀이 금방, 몸을 재생해 나갔다.

‘이건…….’

완전히 썰어 버렸나 싶은 순간, 발동된 백색 빛의 공간 이동.

성지한의 권능으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무신에게 발동된 공간 이동은 격이 다른 힘이었다.

성지한은 두 눈을 가라앉히곤, 빛의 장막이 쳐진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백색의 관리자여. 이렇게 개입할 거면, 그냥 네가 나와서 싸우지 그래?”

성지한의 말에.

살랑. 살랑…….

그저 천천히 움직이는, 백색의 장막.

직접 나설 생각은 없이, 이렇게 무신이 죽으려 들 때만 개입을 하려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거의 대놓고 나선 거 같은데, 뭐가 문제인지 직접 싸우진 않네.’

백색의 관리자 놈.

무슨 제약이라도 있나?

성지한은 그렇게 잠깐 빛의 장막을 바라보다가.

[크르르르…….]

이제는 아예 짐승이 된 무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재생된 뱀은, 아까와는 달리 성좌의 무구가 한 개 완전히 소멸한 상태였다.

백색의 관리자 쪽은, 저 힘을 이용해서 무신을 살렸나 보군.

그럼 계속해서 이렇게 무신을 베다 보면.

성좌의 무구가 다 터져 나가면서, 언젠가 저 뱀이 죽긴 하겠다만.

‘문제가 있다면, 성좌의 무구 숫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지.’

뱀의 몸에 꽂힌 무기 숫자만 보면, 목숨이 수백 개.

아니, 그 이상이 될 테니까.

이렇게 싸우다 보면, 무신에게 승리는 할지 몰라도.

시간이 너무 끌려서, 적색의 관리자가 꾀하는 일을 막진 못할 것이다.

‘정상적인 공수의 교환으론, 끝이 안 난다…….’

빠르게 적을 제압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카아아악……!]

그렇게 뱀이 다시 입을 쩍 벌리자.

그 안에서 붉은빛이 피어올랐다.

청의 힘으로도, 다 방어가 안 되는 무신의 적멸.

원래라면 이걸 피하고 공격을 해야했지만.

‘……아무래도, 금륜적보를 하나 써야겠군.’

더 이상은 시간을 끌 수가 없다.

성지한은 입술을 깨물곤 적멸의 속으로 돌진했다.

그가 최종적으로 목표로 하는 건, 뱀의 거대한 입 안.

‘뱀의 안에서, 그를 제압하자.’

화르르륵……!

성지한의 육신이 적멸에 잠겨 타오르고.

특히 그의 왼쪽 얼굴이 완전히 붕괴하여, 공허로 가득찼을 때.

슈우욱!

성지한의 몸이, 뱀의 입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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