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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26화 (52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26화>

길드 인증 절차를 끝맺기 위해 필요한 건, 바로 대기 길드의 오너 복귀.

이건, 성지한이 귀환했음을 알려 주는 신호나 다름없었다.

길드가 쇠퇴한 현 상황이 안타깝긴 해도.

괜히 여기서 나섰다간, 환염을 쓴 의미가 없어지겠지.

‘대신, 김지훈의 몸으로 우회적으로 도와줘야겠네.’

계약 조건이야 적당히 구색만 맞추면 되었으니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이하연에게서 길드 안내를 끝까지 받았다.

‘그래도 아직 성장을 위해 임대 온 선수들이 적진 않은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몰락한 거지.’

한참 전성기 때에는 세계에서 돈을 싹쓸이해 갔던 대기 길드.

지금도 길드 안내를 받으며 분위기를 보아하니, 성장을 위해 임대 온 선수가 적은 편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돈을 받다 보면, 아무리 하프 엘프의 시대가 되었다 해도.

그 자본을 통해, 영입은 가능했을 텐데.

그런 의문을 지니며 길드를 보고 있던 성지한은.

“여기는 길드 창고로 활용하는 공간입니다만…… 여기도 들어가 보시겠어요?”

“창고요?”

“네.”

이하연이 가리키는 방을 보곤, 눈을 반짝였다.

‘여기…… 분명, 예전에 오너실로 마련해 준 공간이었는데.’

대기 길드를 창설했지만, 막상 길드 건물에 별로 온 적은 없었던 성지한.

그래도 오너였기에, 이하연은 그에게 대기 길드에서 가장 좋은 방을 마련해 주었다.

근데 여기가 창고로 바뀌어 있다니.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삑.

이하연이 카드를 대자 열리는 문.

성지한은 그녀의 뒤를 따라 창고가 된 오너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거기에는.

‘……뭐야.’

벽면에 빼곡히, 성지한의 얼굴이 나타난 벽보가 붙어 있었다.

-기록말살형,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세계수 엘프에 그렇게 당해 놓고도 그들을 믿습니까?

-그분께서는 반드시 돌아오십니다.

그리고 사진 아래엔, 커다랗게 쓰여 있는 글자들.

벽보엔 한국어보다, 외국어로 이루어진 것이 많았다.

하나같이 성지한의 기록말살형을 반대하는 문구들.

‘그 당시, 대기 길드는 반대 입장에서 힘을 썼던 건가.’

성지한은 묘한 감정을 느끼며, 안을 빠르게 스윽 둘러보았다.

땅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진 문서.

그중 한 문서에는, 이그드라실의 제안을 거절하자며 집행한 광고 예산 등이 측정되어 있었다.

‘이거, 돈이 왜 다 사라졌나 했더니…….’

성지한의 기록말살형을 막기 위해, 여론전에 돈을 다 썼던 거구나.

그가 그렇게 물끄러미 바닥의 종이를 보고 있자.

“앗, 혹시 그 글자……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이 종이에 쓰인 것 말입니까?”

“네, 해독 불가능한 글자를 유심히 보셔서요.”

스윽.

성지한은 옆의 종이를 주워 보았다.

아메리칸 퍼스트의 임대 계약 철회 서류.

일단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미국의 입장과 첨예하게 대립하다, 계약 파기까지 당한 내용을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저도 모르겠네요, 이건.”

“아…… 네.”

“그것보다 저기, 양주는 뭡니까?”

창고의 가운데.

성지한이 반 정도 비워진 양주와, 과자 봉지들을 가리키자.

“아니…… 또…….”

이를 바라본 임가영이 한숨을 푹 쉬더니, 이하연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이 건물에 바가 많음에도, 제가 굳이 이 아무것도 없는 창고에 와서 술을 먹다가! 미처 치우지 못했습니다.”

“어, 어머…… 그, 그래? 다음엔 그러지 말렴.”

얼굴이 새빨게진 이하연이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자.

“용서해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임가영이 전혀 죄송하지 않단 얼굴로 정말을 강조했다.

이거, 딱 봐도 이하연이 먹은 걸 자기가 스스로 뒤집어썼네.

‘근데 왜 창고에서 술을 마시지?’

성지한은 그렇게 잠시 의문을 품었지만.

“그, 그럼…… 이제 나가실까요?”

이하연이 얼른 나가자고 이야기하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창고에서 볼 거야, 이제 뭐 더 없었으니까.

그렇게 방에서 나온 성지한은, 말문을 열었다.

“길드 좋네요.”

“가, 감사합니다.”

“예. 특히 성장률 증가 옵션이 마음에 듭니다. 총독부에 갔다 오는 동안, 계약 조건 좀 알려 주시겠어요?”

이하연은 그 말에 눈을 깜빡였다.

남자 하프 엘프에게, 성장률 증가는 솔직히 필요 없는 옵션인데.

이게 마음에 든다고?

‘……시험 전에 성형 안 한 것도 그렇고. 사실은 이쪽에 대해 잘 모르시는 건가?’

이하연으로서는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총독부로 가고 싶은데요.”

“네, 그럼 바로 기사님…….”

운전기사를 호출하려던 그녀는, 생각을 바꾸었다.

“아니, 저희가 직접 모실게요.”

“길드 마스터님이 직접요?”

“네, 귀한 분이 오셨는데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총독부 갔다가, 거기서 다른 길드에게 스카웃당할 까 봐 그러나?

‘급하긴 급한가 보네.’

뭐 어차피 다른 데 갈 생각은 없었으니까.

이하연이 자신을 마크하고 있으면, 다른 길드에서도 섣불리 제안하러 오진 않겠지.

성지한은 그녀의 제안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네. 가자, 가영아.”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주차장으로 간 셋은.

주차된 고급 세단을 타고, 남산의 총독부로 이동했다.

그리고 행선지로 가는 차 안에서, 김지훈과 대화를 나눠 본 이하연은.

‘이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다 알고 있는 거 같은데.’

김지훈이 만만치 않은 사람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를 상대로, 괜히 허튼 수를 썼다간 일을 그르친다.

업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본 경험으로, 그리 판단한 그녀는.

“……그래서 사실, 남성 하프 엘프는 게임 플레이에 소극적이에요. 잠만 자도 레벨이 오르거든요.”

“그 말씀은.”

“저희 길드의 성장률 증가 특성이, 하프 엘프에겐 큰 효과가 없을지도 몰라요.”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알고 계세요?”

“예, 인터넷에 잠깐만 검색해도 나오는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왜…….”

“팬심도 있고. 성장률 관련해서 테스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아…….”

다 알고도 온 거구나.

이하연은 그 대답에 마음이 편해졌다.

이러면 웬만해서는 대기 길드를 선택한단 뜻이었으니까.

“도착했습니다.”

끼이이익.

차가 주차하자, 김지훈은 자리에서 내리며 말했다.

“계약 조건은 적당히만 맞춰 주세요. 그럼 진행하도록 하죠.”

“아…… 네! 그럼 저희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정밀 검사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요?”

“몇 날 며칠이 걸려도 대기하겠습니다!”

잔뜩 기합이 들어간 이하연의 대답에, 김지훈은 피식 웃었다.

“알겠습니다. 갔다 오죠.”

그렇게 김지훈이 총독부 안으로 들어서자.

이하연은 자기 뺨을 잡아당겼다.

“이거…… 현실이지?”

“저도 꿈 같네요, 아가씨. 사정 다 아는 남성 하프 엘프가 길드 가입하러 온다고 하다니.”

“그래도 말은 저렇게 하셨지만, 계약 조건은 최대한 끌어내야겠지?”

“예. 저희가 최선으로 맞춰도, 다른 길드 기준에선 ‘적당’한 수준 아닙니까.”

“그건 그래.”

적합도 20퍼센트의 남자 하프 엘프는, 그 어디라도 백지수표를 주며 영입하려 들 테니까.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대기 길드 입장에선, 온 힘을 다해도 그들에 비하면 평균 이하의 제안만 가능했다.

“……일단 최대한 끌어내 보자.”

이하연은 심각한 얼굴로, 김지훈이 돌아오면 제시할 계약 조건에 대해 고심했다.

한편.

김지훈의 껍데기로 총독부에 들어간 성지한은.

“이쪽으로 오세요.”

엘프의 안내를 받으며, 세계수 형태의 총독부 앞에 서 있었다.

* * *

예전에 있었던 남산 타워 보다, 더욱 압도적인 위용을 보이는 거대 나무.

세계수 엘프의 총독부를 본 성지한은 생각했다.

‘이거…… 그냥 세계순데? 그것도 꽤 상등급이군.’

예전에 보았던 세계수들에 비해서, 확실히 규모가 큰 총독부.

생명의 기운도 압도적으로 흘러나오는 걸 보면,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상당히 신경을 쓴 것 같았다.

‘근데 여길 어떻게 들어가지?’

성지한이 그렇게 총독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이제 정밀 검사를 시작합니다.”

그를 맞이하러 나온 엘프 신관의 몸에서, 녹색 빛이 번뜩였다.

그러자.

두두두둑…….

성지한의 발치로, 녹빛을 머금은 뿌리가 올라오더니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꽈아악.

그리고 뿌리가 완전히 성지한의 몸을 감쌌을 때.

이를 바라보던 엘프 신관이 차분히 말을 이어 나갔다.

“긴장 풀고, 차분히 세계수의 기운을 받아들이세요.”

스스스스…….

그러자 빛나기 시작하는 뿌리.

성지한이 지시대로 힘을 풀자.

쿠르르르……!

뿌리는 그를 땅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렇게 몇 분을 이동했을까.

툭…….

김지훈의 몸뚱어리가, 어두컴컴한 공간 안에 떨어졌다.

“으음…….”

너무 태연해 보이면 그러니.

성지한은 적당히 신음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가 주변을 살피려고 할 때.

번쩍……!

떨어진 공간 내부에서, 초록빛의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밀 검사 시작.]

[청의 수용도 검사.]

[청검의 적합도 재검사. 현재 20퍼센트.]

인류는 읽을 수 없는, 세계수 엘프의 문자.

하나 적색의 권능도 손에 넣은 성지한은, 이 글자도 해석이 가능했다.

‘정밀 검사나 수용도는 이해 가는데…… 청검은 뭐지?’

적합도 20퍼센트를 보면.

남자 하프 엘프의 수치와 똑같은데 말이지.

설마 얘네는 남자 하프 엘프를 청검이라고 표현하나?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슈우우우우…….

이 공간 안으로.

푸른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변형된 청이군.’

호흡만으로도 흡수가 가능하게 만든 연기.

이걸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 테스트를 하는 건가.

‘평균에서 너무 벗어나면 의심을 사겠지.’

그렇게 생각한 성지한은 아예 김지훈의 몸뚱어리에서 관여하지 않고는, 대기했다.

그러자.

스스스스…….

코와 입, 더 나아가 피부로 스며든 청이 서서히 김지훈의 몸에 들어오다가.

다시 바깥으로 새어 나왔다.

‘내 관여가 없으니, 확실히 흡수가 안 되네.’

그렇게 김지훈의 껍데기는 청을 거부했지만.

이번 한 번으로는 테스트가 끝나지 않는지, 푸른 연기는 또다시 뿜어져 나왔다.

이거, 끝나기까지 시간 꽤 걸리겠는데.

‘그동안 이 안을 둘러봐야겠어.’

껍데기의 안에서, 바깥을 관조하는 성지한.

그는 청색의 관리자의 기색을 완전히 숨긴 채로, 서서히 이 세계수의 내부를 살펴 나갔다.

그러자.

이곳에서 꽤 먼 장소에서, 엘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이한 케이스가 나왔나 했더니, 이번 청기사도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예정대로 정밀 검사를 진행하도록 하세요.”

“예.”

“세계수의 뿌리는 어디까지 뻗어 나갔습니까?”

“이 행성의 82퍼센트를 장악했습니다.”

“100퍼센트까지는, 1년 정도 걸리겠군요.”

김지훈의 테스트 결과를 지켜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엘프 신관들.

그중 가운데에 있는 엘프 신관은 금발에 녹색의 머리칼이 꽤 보이는 것이, 상당히 고위층으로 보였다.

“이그드라실께서 일 년간 청검의 적합도가 더 이상 갱신되지 않으면 체제를 전환하라고 하셨습니다.”

“체제 전환이라면…….”

“평화로운 체제로 끌어낼 수 있는 적합도가 25퍼센트가 한계라면.”

씨익.

엘프 신관이 입꼬리를 올렸다.

“압제를 통해, 저들에게 공포를 주어야겠지요.”

“드디어 살육 허가가……!”

“아니, 여러분이 나서는 건 마지막 단계가 될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고위 신관의 말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한 엘프 신관들.

성지한은 그걸 지켜보며 생각했다.

‘역시 엘프 놈들. 웬일로 평화롭게 통치하나 했더니, 본성 어디 안 가네.’

처음에는 평화롭게 통치하면서 적합도를 끌어내 보고.

더 점수가 갱신되지 않으면, 통치 체제를 전환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건가.

성지한이 그렇게 이들의 계획을 엿듣고 있을 때.

“적색의 관리자가 깨어나기 전에, 청검을 완성해야 합니다. 아레나의 주인 예정자가 자리를 비웠으니, 봉인지도 한번 점검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고위 신관은, 엘프들에게 윤세아가 없는 틈에 워싱턴을 살펴보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왜 여기서 적색의 관리자가 나오지? 이놈들. 설마 워싱턴에서 결국 적색의 관리자가 이길 거라고 예측한 건가?’

이거, 아무래도 녹색의 관리자는 헤븐넷에서 성지한이 질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흠.’

성지한은 이그드라실이 자신을 얕보았단 생각에 잠시 불쾌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착각…… 역으로 이용해야겠군.’

곧, 이 상황을 써먹을 방법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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