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527화>
‘그렇게 적색이 걱정된다면, 그걸 현실에서 보여 줘야겠지.’
헤븐넷의 주인이 되는 과정에서, 적색의 권능을 얻은 성지한.
스탯 적만 충분하다면, 그는 얼마든지 ‘적색의 관리자’를 흉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적은 청홍에 있는 명계에 제물만 바친다면, 계속 얻을 수 있다.’
지금은 ‘김지훈’이라는 새로운 프로필을 만들며 소모한 능력이 많아, 적이 별로 없었지만.
이 스탯은 명계에 생명체만 넣어 두면, 무한정으로 뽑아낼 수가 있었다.
‘물론 적을 계속 얻다간 청홍의 봉인이 풀릴지도 모르니. 적당히 제어해야겠지.’
현재 성지한이 지닌 스탯 청은 999.
적이 이 수치를 넘지 않은 이상에는, 제어가 가능했지만.
명계를 통해 적을 얻는 데 심취하다 자칫 999를 넘어 버리면, 청홍의 봉인이 풀릴지도 몰랐다.
‘완벽하게 내 제어 아래서 컨트롤할 수 있는 적의 수치는 대략 700 정도…… 청홍에서 그 정도만 흡수해야겠어.’
그럼, 이제 문제는.
명계에 집어넣을 제물이 필요하다는 건데.
사실 명계에서 효율이 가장 좋은 건, 적색의 관리자가 몸담았던 ‘인류’였지만.
‘인신공양을 할 생각은 없고. 생명력이 풍부한 존재…… 그래. 세계수를 넣으면 되겠군.’
전 우주에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세계수 연합.
그들이 세계수를 심은 행성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세계수 연합 소속 행성 좌표는…… 배틀넷 커뮤니티에서 검색해도 금방 나왔지.’
일정 수준 이상의 플레이어만 이용할 수 있는, 배틀넷 커뮤니티.
성지한도 예전엔 종종 이용했지만, 지금은 배틀넷에 의해 추방돼서 접근 권한이 없었다.
‘하지만 적색의 권능을 쓰면, 임시 접근이 가능하다.’
전투 빼고는 다 잘했던 적색의 관리자.
특히 그는 기존의 시스템을 왜곡, 침투하는 면에서 독보적으로 뛰어났다.
배틀넷 커뮤니티 정도야, 그의 권능을 사용하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적색의 관리자로 저들에게 테러를 하다 보면, 스탯 청의 필요성을 더 느끼겠지.’
그렇게 걱정했던 적색의 관리자가 부활하면.
저들은 청검을 완성하기 위해, 여기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이다.
그러면.
‘그걸, 내가 가져간다.’
성지한은 스탯 청의 현 수치를 떠올렸다.
청 : 999 (SSS급으로 오를 시, +1731)
현재 등급 SS에 머물러 있어, 999에서 더 늘어나지 않는 청.
그는 세계수 연합이 만드는 청검이, 청의 등급을 올리는 실마리가 될 거라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원과 결합한 청은, 성지한이 그간 발전시켜 왔던 청과는 확실히 다른 방향이었으니까.
다른 루트로 발전한 청을 흡수하면, SS에 머물렀던 등급이 오르겠지.
‘거기에 청의 등급이 올라야 적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으니까.’
적을 제어하는 청.
이 스탯이 확 뛰어오르면, 명계에서 흡수할 수 있는 적도 같이 늘어나게 된다.
그럼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지겠지.
‘그 정도 힘을 갖춰야, 이그드라실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겠지.’
녹색의 관리자 이그드라실.
배틀넷에서 흑백의 관리자를 제외하면, 제일가는 세력을 이룩한 그녀는.
확실히 가볍게 봐서는 안 될 상대였다.
‘스탯 적은 세계수만 태우면 계속해서 공급받을 수 있으니, 그걸 통해 세계수 연합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청검이 완성되면, 이를 통해 청을 SSS급으로 올린다.
그리고 청과 적을 활용하여, 우주수를 베어 버리면 상대를 끝낼 수 있겠지.
‘좋아. 일단은 그렇게 가야겠군.’
성지한은 그렇게 계획을 세우곤, 푸른 연기에 휩싸인‘김지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청검을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건 아무래도 적합도 높은 하프 엘프겠지.’
그럼 지금 김지훈도, 20퍼센트에서 만족하면 안 되겠네.
하프 엘프가 청검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면.
김지훈도 거기에 꼭 들어가야 할 테니까.
‘그럼, 조금 성장시켜 볼까.’
성지한이 그렇게 마음을 먹자.
스스스스…….
뿜어 나오던 청색 빛의 연기가, 김지훈에게 조금씩 흡수가 되기 시작했다.
[정밀 검사 수치 변동.]
[청의 수용도 검사.]
[청검의 적합도 재검사. 현재 22퍼센트…….]
그러자, 순식간에 2퍼센트 뛰어오른 적합도.
“아, 아니…….”
“검사 대상의 적합도가 순식간에 뛰어올랐습니다!”
“얼마나 올랐죠?”
“2, 2퍼센트나 올랐습니다!”
“2퍼센트라니…….”
김지훈의 고속 성장에, 엘프의 고위 신관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정밀 검사. 좀 더 진행해야겠군요.”
“‘청’의 여유분, 다른 부서에서 끌어올까요?”
“그렇게 하세요.”
바쁘게 움직이며, 엘프들이 어딘가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청…… 그쪽에도 남는 여유가 없습니까?”
“인류에게서 채취한 분량을 이번 적성검사 때 다 소모했다구요…….”
“아. 도, 동부 지역에 조금 남아 있다고 합니다!”
“사정 설명하고, 끌어오세요.”
인류한테서 청을 어떻게 채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쪽도 뭔가, 자원이 넉넉하지는 않은가 보네.
그렇게 김지훈의 성장을 보고, 총독부의 엘프들이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
슈우우우……!
김지훈의 몸이 있는 공간에서 푸른 연기가 또다시 짙게 살포되기 시작했다.
성지한은 김지훈의 껍데기에 이걸 더 흡수할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껍데기에 흡수하지 말고, 내가 먹어야겠군.’
김지훈이 너무 쉽게 50퍼센트를 돌파하면, 이렇게 엘프들이 청을 알아서 상납하는 케이스도 사라질 테니까.
거기에.
‘얘들을 이용해서, 인류에게 뿌렸던 청을 거둬야지.’
적색의 관리자에게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관리자 권한을 쓰면서 청을 추가했던 성지한.
하지만 그런 인류가 최후의 순간 택한 건, 성지한의 기록말살형이었다.
뭐,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지만.
‘적색의 관리자도 사라진 마당에. 내 능력이 인류에 있을 필요는 없다.’
성지한도 굳이 그런 인류를 위해, 청을 남겨 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세계수 엘프가 채취하는 걸 이렇게 빼먹으면서, 회수 절차에 들어가야지.
스으으…….
김지훈의 껍데기로, 들어가는 청색의 연기.
[스탯 청이 11 오릅니다.]
[청이 999입니다. 스탯이 더 이상 오르지 않습니다.]
[청의 등급이 SSS로 오를 시, 초과 상승분이 반영됩니다.]
‘이거, 스탯으로 환산하니 양이 많진 않네.’
그렇게 청색 운무를 반 정도 흡수한 성지한은.
“청이 급속도로 사라집니다……!”
“설마, 적합도가 또 오르는 걸까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요…….”
세계수 엘프들이 호들갑을 떨자, 이 정도에서 빼먹기를 멈추었다.
‘오늘은 여기서 끝이다.’
그가 그렇게 마음을 먹자, 연기만 무성히 피어오르고 미동도 하지 않는 김지훈의 적합도.
“……분명, 청은 반 이상 사라졌습니다만.”
“이 정도가 한계일까요?”
“하지만, 아까도 수치가 변동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팍 뛰어올랐습니다.”
“일단은 조금 지켜보도록 하죠.”
엘프들이 그렇게 김지훈을 지켜보며, 토론을 하는 사이.
‘흡수는 끝났지만, 금방 풀어 줄 거 같지는 않군.’
청을 얻어 낸 성지한은,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배틀넷 커뮤니티를 살펴봐야겠어.’
엘프들의 시선이 김지훈에게 집중되어 있을 때.
성지한은 그 껍데기 안에서, 배틀넷 커뮤니티를 접속했다.
* * *
성좌 후보자 이상만 들어갈 수 있다는, 배틀넷 커뮤니티의 정식회원 게시판.
[스탯 적이 40 소모됩니다.]
적을 사용하여 여기에 들어온 성지한은.
‘아예 공지에 있네.’
게시판 맨 위 공지사항을 보곤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세계수 연합 영역 (최신 업데이트 – 인류 추가 버전)
인류가 식민지 된 지가 그래도 몇 년 지났는데.
이게 최신 업데이트 버전인가.
성지한이 그 글을 누르자.
수백 개가 넘는 행성 좌표가 주르륵 떴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지구 좌표구만, 이거.’
인류가 세계수 연합의 식민지가 되면서, 완전히 공개된 지구의 행성 좌표.
[이외에도 밝혀지지 않은 세계수 연합의 영역이 많으니, 정식회원께선 다른 행성에 침입할 때 세계수가 있나 없나부터 탐색해 주십시오. 괜히 영역 침범했다가, 그걸 빌미로 모행성도 연합에게 빼앗기는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글 말미에는, 세계수 연합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써 있었다.
└ 업데이트 감사합니다. 세력 확장할 곳이 점점 사라지네요…….
└ 연합 놈들이 제일 꿀 땅만 가져감.
└ 있는 놈들이 더하네 진짜.
└ 세계수 연합은 왜 제재를 안 받냐 진짜…… 시스템 뭐함?
└ 근데 인류는 왜 식민지가 됐어? 세계수 연합 스타일상 토착종족 싹 밀어 버리고 제로부터 시작하지 않나.
└ 청색의 관리자 유산 빼먹나 보지 뭐.
└ 그 관리자 추방됐는데도 뭐 먹을 게 있나 봐?
└ 한때 엄청난 화제였잖아? 나도 세계수 연합 개입하지 않았으면 이미 지구 탐방 갔을 듯.
‘얘들은 날 기억하네?’
하긴.
성지한 기록말살형을 당한 건 인류지, 외계의 성좌 후보자들이 아니었지.
한때 배틀튜브에서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던 성지한이었으니.
몇 년 지난 지금도, 그를 기억하는 성좌 후보자들은 적잖았다.
게시글에서 세계수 연합의 좌표를 저장한 성지한은.
‘어디, 청색의 관리자 검색해 볼까.’
내친김에, 자신의 이름도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청색의 관리자 때문에 파산한 플레이어 저 말고 또 있나요?]
하아…….
청색의 관리자한테 베팅했다가 대박 나서, 맨날 하급 종족 플레이어에게 베팅하다가 GP 다 꼴았습니다.
청색이 특이 케이스지, 대부분 종족 등급대로 가더라구요…….
이번에도 싹수 보이는 드워프한테 베팅했다가 전 재산 잃고 용병으로 뛰러 갑니다…….
저 같은 바보들에게 위로받고 싶습니다
댓글 달아주세요…….
└ 11111
└ 22222
└ 욕심내다가 지가 말아먹어 놓곤 뭔 ㅋㅋㅋ
└ 청색은 이레귤러였지. 그런 케이스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함.
└ 천 년이 뭐야 배틀넷 역사상 그런 경우 없었을걸?
└ 추방은 왜 당한 거야 근데?
└ 자세한 이유는 모르는데, 적색의 관리자랑 청이 결탁했대.
└ 그래? 배틀튜브 볼 땐 적색 죽이러 간 거 같았는데…….
성지한에게 베팅했다 대박 쳤던 맛을 잊지 못하고.
하급 종족에게 계속 베팅하다가 말아먹은 플레이어들의 글이 이것 말고도 여럿 검색되기 시작했다.
‘적색의 관리자랑 결탁했다는 이유로 내가 추방된 거였나…….’
그리고 그 이유가, 백색의 관리자가 관할하는 ‘배틀튜브’에서 나왔다는 거군.
‘아무래도 내 추방, 백색과도 관련이 있을 거 같은데.’
임기 관리자인 녹색은 시스템적으로 자신을 추방시킬 권한까진 없었고.
상시 관리자인 백색 정도가 되어야, 추방이 가능해 보였다.
‘아무래도 세계수 연합을 공격할 땐, 배틀튜브를 켜선 안 되겠군.’
배틀튜브는 아무래도, 백색의 관리자의 눈과 귀 역할을 하니까.
성지한은 백색의 관리자의 움직임이 파악되기 전까진.
최대한 눈에 안 띄는 선에서, 세계수 연합에 테러를 가하기로 했다.
그가 그렇게 커뮤니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을 때.
“더 이상의 진척은 없군요.”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끝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플레이어 ‘김지훈’의 검사, 여기서 끝내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김지훈에게서 별다른 변화가 없자.
스스스스…….
거대한 뿌리가 그의 몸을 다시 감았다.
‘끝났네.’
툭!
정신을 잃은 몸뚱어리를, 총독부 앞에 내려놓은 뿌리.
스스스…….
그런 김지훈의 옆에,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 그를 안내했던 엘프가 아닌, 녹색의 머리칼을 지닌 고위 신관이.
“플레이어 김지훈, 일어나세요.”
그녀는 발로 김지훈을 툭툭 치더니.
지지직……!
그가 일어나지 않자, 몸에 가볍게 전기 자극을 주었다.
“으윽……!”
그러자 화들짝 일어나는 김지훈.
“정밀 검사를 하는 와중 먼저 잠드는 건 처음 보는군요.”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정신을 잃어서…….”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은 겁니까.”
“네…….”
그가 죄송한 듯 고개를 푹 숙이자.
엘프 고위 신관이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주시했다.
“그게 적합도가 상승한 것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말에, 김지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뜰 때.
“축하합니다.”
그녀는 담담히 말을 이어 나갔다.
“정밀 검사 결과, 당신은 총독부의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