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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31화 (53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31화>

“이, 이런…….”

“검왕님! 이건 정당한 취재입니다. 이렇게 방해하셔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취재라도, 사람 갈 길을 막아선 안 되죠.”

스윽.

그 말과 함께, 더욱 강해지는 압력.

성지한은 이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5년 동안 놀고 있지만은 않았네.’

예전에 보았을 때에 비해 확실히 강해진 검왕.

물론 이렇게 강해져 봤자, 아직은 성좌 후보자급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왜 아직도 워리어 랭킹 1위 자리를 유지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성지한이 그렇게 열린 길을 따라 걸어갈 때.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요.”

“뭘. 당연히 해야지.”

윤세진의 뒤에 있던 성지아가, 그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누나가 매형…… 아니 세진 형한테 부탁한 건가.’

이혼한 전 남편한테 왜 그랬대.

근데 누나는 이혼하고 나서 존댓말하는데, 윤세진 쪽은 여전히 반말이군.

‘거기에 저 형…… 눈빛은 왜 저래. 미련 철철 남네.’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눈으로 성지아를 바라보는 윤세진.

아까 기자들을 밀어 버렸을 때랑은 180도 다른 표정에 사람들의 관심은 그쪽으로 쏠렸다.

“저 두 사람 이혼한 지 꽤 됐는데…… 자주 붙어 다닌단 말이야?”

“저번에 국가대표 뒤풀이 때 난리도 아니었다며.”

“유지현 선수가 성지아 선수한테 아줌마 좀 꺼지란 소리 했다가 뺨 맞았잖아.”

“그거 성지아 선수가 때린 거도 아니고 검왕이 때린 거였다며…….”

“하프 엘프 아니었으면 이빨 떨어졌을 거라던데.”

기자들이 쑥덕거리며 거론하는 이야기는, 성지한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귀환한 날 누나한테 직접 들었지.’

성지아는 기사화가 될 수도 있다면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찌라시로만 돌고, 이 내용이 정식 기사로 나오진 않았다.

그래도 소문은 다 났는지, 기자들은 다 알고 있네.

찰칵. 찰칵.

몇몇 기자들이 아예 저쪽을 향해 사진 찍는 걸 본 성지한은.

내심 한숨을 쉬며, 윤세진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길 터 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왕님.”

“오늘부터 같은 길드에 소속될 텐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김지훈 씨.”

그러면서 손을 내미는 윤세진과 악수를 마치고.

성지한은 뒤에 있는 성지아에게도 인사했다.

“성녀님, 오랜 팬이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누나 팬인 척 좀 할게. 김지훈 상태에선 그런 핑계로 만나야 할 테니까.]

김지훈과 성지아 사이엔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었으니.

성지한은 성녀의 팬인 척을 하겠다고, 성지아에게 의념을 보냈다.

성지아는 그걸 듣고 밝게 웃으며,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제 팬이라고 하시니 반가워요. 저도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사를 주고받자, 뒤에서 이쪽을 유심히 지켜보는 윤세진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성지한은 이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팬이었다고 하면서 악수 좀 주고받은 정돈데.

이게 뭔 문제가 있겠어.

“그럼, 가 보겠습니다.”

성지한이 그렇게 길드 안으로 들어서자.

윤세진과 성지아의 대화가 작게 들려왔다.

“혹시 둘이 아는 사이였어?”

“아뇨, 오늘 처음 봤는데요.”

“그래? 아까 악수하는데 표정이 너무 환해서 말이야. 거기에 아까 길도 터 달라고 나한테 부탁했잖아.”

“……제 팬이라는데 그럼 찡그리나요? 아깐 오늘 일이 늦게 끝날까 봐 부탁한 거구요.”

“그래…… 그렇지?”

아니.

악수하면서 웃은 거 가지고 저러는 거야?

성지한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거참…… 내가 기록말살형 당하고 난 이후, 왜 이혼당했는지 그 기억도 희미해졌나.’

바람피운 거로도 모자라 딸 버리고 일본 가서 이혼당했으면서.

그때 일은 까맣게 잊은 양, 누가 누구에게 저리 집착을 보이는지 어이가 없었다.

계속 저러면, 한번 제대로 교육을 해야겠는데.

성지한이 그리 생각할 즈음.

“아, 김지훈 님. 오셨어요? 지금 준비 다 끝났습니다……!”

상기된 얼굴의 이하연이 그를 맞이했다.

그녀의 품에는, 서류뭉치가 안겨 있었다.

“그거, 혹시 계약서입니까?”

“네. 천천히 보시고 검토해 보세요.”

이하연은 김지훈을 자리에 안내하며, 조심스레 계약서를 건네주었지만.

휙. 휙.

대강 종이를 넘겨 본 그는.

“좋네요. 사인하겠습니다.”

바로 자리에 마련된 펜을 꺼내 들었다.

* * *

“아니…… 그래도 좀 자세히 보시고…….”

“알아서 잘 맞춰 주셨겠죠.”

오히려 이하연 쪽에서 김지훈을 보고 계약서를 보라고 말렸지만.

슥. 슥.

이미 성지한은 김지훈 이름으로 사인을 끝낸 후였다.

“혹시 기자회견 같은 거 있습니까?”

“아…… 네, 워낙 많이들 오셔서요.”

그러면서 이하연이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입단속을 시킨다고 노력했는데, 직원 중 일부가 이번 일에 대해 밖에서 이야기를 했나 봐요.”

“어쩐지 너무 많긴 하더군요.”

“혹시라도 불편하시면 제가 대신 기자분들께 답변드릴게요.”

“아니, 왜 여기 들어온 거냐고 질문할 텐데 제가 대답해야죠. 대신 짧게 끝내겠습니다.”

“아…… 네! 그럼 준비 끝나는 대로 바로 이동할게요.”

김지훈이 바로 사인을 한 덕에, 아직 세팅이 다 끝나지 않은 회견장.

이하연은 김지훈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리고…… 계약서에도 나와있지만, 이제 김지훈 님도 대기 길드 지분 5퍼센트를 지니게 되셨어요.”

“아, 그래요? 뭐 그렇게 많이 주셨습니까?”

이하연에게 주었던 대기 길드 지분이 총 40퍼센트쯤이었나.

거기서 5퍼센트를 떼 준 거면, 엄청난 출혈인데.

“아니에요. 여기서 더 드리고 싶지만, 지분 담보로 얽혀 있는 게 있어서…… 이게 제 최선이었어요. 죄송해요.”

“그런 사정이면 더 괜찮습니다만. 그냥 1퍼센트만 주시죠.”

“그럴 순 없죠! 아무리 그래도 ‘특별 관리 대상’을 영입하는데,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죠.”

그러면서 이하연이 주변을 슬쩍 보다가, 김지훈을 향해 작게 말했다.

“그런데…… 혹시 조금 전에 소피아랑 만나셨나요?”

“예. 아까 저희 집에 왔었습니다. 예전에 거기 사셨다고 하던데.”

“아…… 네. 한때 거기 살았었거든요. 아까 길드 놀러 와서 우린 대기 길드의 10배 줄 수 있는데 김지훈 님이 거절했다고 신기하다고 그랬었어요.”

“뭐, 저도 생각한 바가 있는지라.”

사실 소드 팰리스를 떠나서, 미국에 갈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게 크지만.

성지한은 피식 웃곤, 이하연에게 말했다.

“길드의 성장률 버프. 지금 그럼 제게 적용되나요?”

“아…… 아니요. 지금 바로 길드 초대 넣을게요.”

이하연이 시스템 창을 띄워, 이리저리 터치를 하자.

[대기 길드에 가입하시겠습니까?]

성지한의 눈앞에 길드 가입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가 예를 누르자.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플레이어가 길드에 가입했습니다.]

[대기 길드의 총독부 평가 등급이 B-에서 A로 상승합니다.]

‘총독부 평가 등급은 또 뭐야.’

예전엔 없었던 등급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뒤이어 올라왔다.

이거 때문에 각 길드에서 하프 엘프들 영입하려고 목을 맸던 건가.

성지한은 그렇게 별 감흥 없이 이 메시지를 보았지만.

“와…… 한 번에 A라니!”

이하연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많이 오른 건가요?”

“네. 네……! 최대한 올라 봤자 B+일 줄 알았는데, 어떻게 4단계를 한 번에……!”

총독부 평가가 뭐 그렇게 중요한 건지, 거의 울 기세인 이하연.

“잘됐네요. 근데 저, 성장률 버프 적용된 건가요?”

성지한은 무덤덤하게 답하며, 길드 버프에 관해 물어보았다.

“아, 네. 적용됐어요. 거기에 집중 성장도 부여해 드릴게요!”

[‘집중 성장’의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성장률이 크게 증폭합니다.]

[경험치 보너스를 1200퍼센트 얻습니다.]

[경험치 보너스가 한계치에 다다릅니다.]

“1200퍼센트…….”

12배 증가라니.

저레벨 구간은 순식간에 돌파하겠네.

성지한이 버프 효과를 보고 웃음을 짓자.

“어. 혹시 경험치 버프, 1200퍼센트로 나오시나요?”

“네.”

“원래 1000퍼센트가 한계였는데…… 평가 등급이 오르면서 상한이 올라갔나 봐요!”

버프를 준 이하연이 덩달아 놀랐다.

“그게 한계치도 올려 주나 보죠?”

“네…… 평가 등급에 따라, 길드 버프 성능이 움직이거든요! 이 정도로 효과를 보일 줄은 몰랐는데……!”

그녀가 흥분한 표정으로 길드창을 열어 제반 사항을 확인하고 있을 때.

똑똑.

“길드 마스터님, 회견장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 알았어요.”

기자회견 준비가 끝났단 소식에, 둘은 그리로 이동했다.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하연과, 덤덤한 얼굴로 그 옆에 서 있는 김지훈.

회견장에 있던 기자들은 둘의 표정만 보고도, 계약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저희 길드에 이렇게 기자분들이 많이 모이신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웃으면서 말문을 연 이하연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기자들에게 김지훈과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김지훈 님과 계약을 한 결과, 놀랍게도 저희 길드의 총독부 평가 등급이 A로 올랐습니다.”

그리고 총독부의 평가 등급이 A로 올랐단 사실까지 밝히자.

“A?”

“대기 길드 평가 등급은 분명 B-일 텐데…….”

“아무리 남자 하프 엘프라고 해도, 한 명 영입했다고 4등급이나 오를 수기 있나?”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면, 그렇게 가산점이 높아?”

회견장에 모였던 기자들이 이를 듣고,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남자 하프 엘프가 가산점이 높다고 해도.

어떻게 B-에서 A까지 확 오를 수가 있지?

‘총독부에서 저렇게 평가를 올릴 정도면…….’

‘김지훈이 그 정도로 중요한 인재인가?’

‘20퍼센트가 한국 최초긴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그 이상도 여럿 있는데…… 확실히 이 사람, 특별 관리 대상인 이유가 있나 봐.’

평가 등급 급상승을 두고, 기자들이 김지훈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때.

이하연의 브리핑이 끝나고, 김지훈에게로 마이크가 넘어갔다.

그러자 이걸 본 기자들이 일제히 질문을 하려 들었지만.

김지훈은 그들을 스윽 둘러보곤.

“질문은 3개만 받겠습니다.”

손가락을 3개 폈다.

“3개는 좀……!”

“그럼 그냥 가죠 뭐. 레벨 업 해야 해서요.”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김지훈.

구름떼처럼 모인 기자들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고,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히 느껴졌다.

“아니, 잠만 자도 레벨 업 하는 하프 엘프면서……!”

“저 사람, 근데 왜 저렇게 익숙해? 하프 엘프 되기 전에도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아뇨,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기자들이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즈음.

“자. 이제부터 손을 드시면 제가 랜덤으로 고릅니다.”

김지훈은 팔짱을 낀 채, 빨리 질문하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하나둘씩 손을 드는 기자들.

“왜 수많은 길드들의 제안을 듣지도 않고, 대기 길드를 선택하셨습니까?”

“예전부터 팬이었고, 성장률 버프가 좋아서요.”

“특별 관리 대상은 어떻게 선정되셨습니까?”

“아, 이 건은 패스하겠습니다. 총독부에서 지정해 준 거라.”

“아메리칸 퍼스트에서는 위약금을 지불해서라도 김지훈님과 계약을 진행하길 원합니다. 기존의 조건이 어떻든, 10배 이상을…….”

“아, 안 가요. 전 여기 그냥 있을 겁니다.”

김지훈은 그렇게 속사포로 대답을 끝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레벨 업이 바빠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저, 두 번째 질문은 패스하셨는데……!”

“패스도 대답이죠.”

피식 웃으면서 기자의 질문을 넘긴 그는.

옆에 있는 이하연을 바라보았다.

“마스터, 길드 내에 하프 엘프용 배틀넷 커넥터 있죠?”

“아, 네. 그리로 안내해 드릴게요!”

“갑시다.”

마치 제집처럼 먼저 걸어가는 김지훈과, 그 뒤를 황급히 따르는 이하연.

기자들이 이거라도 건지려고 플래시 세례를 터뜨리고 있을 때.

‘……아. 왜 이렇게 둘이 비슷해 보이지?’

길드 관계자들과 함께 서 있던 소피아는.

김지훈이 피식 웃던 모습과, 아까 그에게서 받은 사진 속의 성지한을 비교하며.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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