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549화>
“적합도 23퍼센트…….”
“저번 기록에 비해 1퍼센트 상승했습니다!”
김지훈의 청검을 재측정하던 엘프들은, 적합도가 상승한 걸 보고 눈을 반짝였다.
윤세아의 공허 부여로 인한 적합도 성장은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아레나의 주인이 그 전에 테스트했던 청검 10자루는, 모두 적합도가 2에서 3퍼센트 정도 떨어졌습니다.”
“2자루는 검의 형태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김지훈이 1퍼센트 성장한 것보다.
그 전의 청검 10자루의 적합도가 빠진 게 수치상으로만 보면 훨씬 더 크긴 했다.
이렇게 되면 윤세아의 공허 테스트는 종합적으로 보면 막대한 손해라 볼 만했지만.
“괜찮다. 어차피 최하급 청검은 중요치 않아.”
이들은 김지훈의 성장을 훨씬 더 중요시하게 여겼다.
저 정도의 청검이야 어차피 계속 적성 검사 할 때마다 나오는 제품.
그런 것보다, 확실한 하나를 만들어 내서.
녹색의 관리자, 이그드라실이 직접 쓸 물건을 완성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그때.
“어…….”
“거, 검이 부서집니다!”
파아아앗……
적합도가 2-3퍼센트까지 떨어졌던 청검 10자루가.
하나둘씩, 빛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런…… 쓸모없는 불량품 같으니라고.”
“김지훈, 정밀 검사 다시 해 봐. 확실히 이상 없나 확인하고 되돌려야지.”
그렇게 검이 사라진 걸 보고, 검사실에서 김지훈을 재점검하고 있을 때.
“성공입니다!”
결과를 전달받은 미아 총독은, 화색이 된 얼굴로 윤세아에게 말했다.
“적합도가 무려 1퍼센트나 올랐습니다.”
“그 정도면 많이 오른 건가요?”
“예. 앞으로도 종종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글쎄요. 저도 그렇게 한가한 몸은 아닙니다만.”
그러면서 윤세아는 다리를 꼬았다.
공허의 쓸모가 입증되자, 바로 갑의 자세로 태도를 전환하는 그녀.
총독은 그럼에도 표정 변화 없이 웃는 낯으로 대응했다.
“당연히 아레나의 주인께서 바쁘신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적색의 관리자는 성지한 님을 제압한 원수 아니겠습니까? 연합에서 여기 계시는 동안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으니, 시간이 되실 때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응…… 지금도 딱히 불편한 점은 없는데.”
“총독부는 인류에게 명령을 할 권한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시킬 일이 있으면, 저에게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인류야 뭐 별로 관심 없어요. 자기 살겠다고 삼촌을 잊는 걸 택한 이들이니까.”
“아. 그럼 성지한 님에 대한 기억…… 되찾는 프로젝트를 일찍 가동시킬까요?”
“아니. 당신들이 지워 놓고 기억을 되찾게 한다구요?”
윤세아가 어처구니없단 얼굴로 그리 반문하자.
“물론, 원래대로는 아닙니다. 조금의 각색이 들어갔죠.”
지이잉…….
미아 총독은 미소 띤 얼굴로, 화면 하나를 띄워 올렸다.
“이건…….”
“청검에게는 벌써 교육을 시키고 있는 영상입니다.”
그러고는 재생되는 화면.
거기서는.
-오래전, 우주수께는 인류 출신의 정원사가 계셨습니다.
이그드라실의 정원사로 왜곡된, 성지한의 일대기가 나오고 있었다.
-정원사는 그분의 짝으로. 머지않아 하나가 될 상대였습니다만…….
그걸 무표정한 얼굴로 보고 있던 윤세아는.
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목청을 높였다.
“당신들…… 미쳤어요?!”
“……아니, 왜 그러십니까?”
“누가 누구 짝이에요? 뭐, 정원사? 하나가 돼? 돌았네 진짜.”
“잠시 진정하십시오. 이건…… 청색의 관리자께서 영광 아닙니까? 비록 영상 속이라지만, 무려 이그드라실님의 짝으로 선정되었는데.”
“뭐라구요?”
“지금껏 이그드라실께 짝으로 인정된 존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는 가문, 아니 더 나아가 인류라는 종의 영광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그드라실의 정원사가 되었으면 영광으로 알 것이지.
왜 기분 나빠하는지, 총독 미아는 전혀 이해하질 못했다.
‘……그래. 엘프들은 원래 죄다 광신도였지.’
윤세아는 새삼 이를 다시 깨닫고, 그녀에게 확실하게 말했다.
“그 프로젝트…… 시행하면 전 이번 일에서 빠질 겁니다.”
“네? 아니 왜…….”
“외숙모가 우주수인 꼴은 도저히 못 보니까요. 그러니까 그 건은 다신 꺼내지 마세요.”
“……일단은 알겠습니다.”
윤세아가 신신당부하자, 미아 총독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청검의 적합도가 성장하지 않고 정체될 경우. 언제든 이 프로젝트는 가동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딴 거 한다고 무슨 적합도가 좋아져요?”
“직접적인 연관 관계는 없지만,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위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에서 참, 생각이 없군요.”
윤세아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전, 확실히 이야기했습니다.”
스스스스…….
그러더니 보랏빛 연기로 변해, 사라지는 그녀.
총독 미아는 윤세아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런 반응이지? 사실, 이쪽이 기분 나빠야 하는데.”
우주수의 정원사이자 짝.
세계수 연합의 창설부터 지금까지, 그분의 옆에 설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영상 속이라 한들 성지한을 그러한 존재로 만들어 줬으면.
당연히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총독은 윤세아의 반응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이에 대해 보고하자.’
윤세아가 검을 성장시킨 걸 포함해서.
이 건에 대해서는, 상부에 일단 모두 알리기로 했다.
* * *
한편.
‘빨리 돌아왔군.’
청검의 검사가 끝난 후. 성지한은 김지훈의 육체로 다시 돌아왔다.
성장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청을 세계수의 문양 안으로 흡수하는 일은 안 시킨 건가.
‘그래서 레벨은 안 올랐네.’
성지한은 김지훈의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그간 잠을 자면서 1, 2씩 레벨이 올라서 어느덧 레벨 22에 도달한 그였지만.
오늘은 작업을 안 해서 그런지, 레벨이 정체 상태였다.
대신.
‘공허가 2 추가되었네.’
윤세아의 공허 주입으로 인해, 스탯창에서 공허 카테고리가 새로 생긴 상태였다.
“응…… 공허? 이건 뭐지?”
김지훈이 이를 보고는, 아리송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엘프 호위가 이에 반응하여 다가왔다.
웬만해서는 먼저 나서는 일이 없던 그녀였지만, ‘공허’라는 단어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 건가.
“그, 상태창에 못 보던 스탯, 공허가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김지훈이 스탯을 띄워 보여 주자.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보고하겠습니다.”
엘프 호위는 상부에 보고한다며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금방 돌아왔다.
“그 공허는 김지훈님을 위해 특별히 혜택이 주어진 것으로, 이로 인해 적합도도 1퍼센트 상승했다고 합니다.”
“오…… 적합도가 또 상승했다구요?”
“예. 그러니 다른 하프 엘프의 경우와는 다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십니다.”
“다른 하프 엘프라니…….”
“이에 대해선 저도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을 다무는 엘프 호위.
‘공허가 추가된 다른 하프 엘프면, 적합도 낮은 이들을 말하는 건가.’
윤세아가 맨 처음 테스트했던 10자루의 청검.
안 그래도 적합도 5퍼센트 짜리들이었는데, 거기서 더 떨어졌을 테니까.
부작용이 나타난 건가.
‘근데 저렇게 신경 쓰지 말라고 할 정도면, 뭐 이야기가 나돌았나?’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스마트폰을 열어 보았다.
그러자.
[속보 - 남자 하프 엘프 이명훈, 인간으로 돌아오다]
[외국에서도 속속 되돌아간 케이스가 밝혀져]
[패닉에 빠진 남자 하프 엘프들. 그들의 공통점은 ‘공허’]
-?? 이게 무슨 일이야
-공허…… 그게 여기서 왜 나옴? 그리고 그거 때문에 왜 인간이 되지 ㄷㄷ
-이명훈 망했네; 이럼 광고 다 파투인가
-초반에 남자 하프 엘프 빨리 돼서 광고 죄다 선점하더니…… 어떻게 함?
-저기요 누가 누굴 걱정해요 ㅋㅋㅋㅋ 이명훈은 이미 삼대가 쓸 돈 다 벌어 놨구만.
10개의 청검이 남자 하프 엘프에서 인간으로 되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아까 검이 빛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지더라니…… 그게 인간화가 되는 신호였나.’
청검의 소실이, 본체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이런 식으로 알게 됐군.
이럼 적색의 관리자로 청검 다 부숴 버려도 인간이 되는 선에서 끝나겠어.
‘그래도 나 대신 스탯 청을 모아주는 애들을 부수긴 아깝지.’
적합도 5퍼센트, 세계수 연합 애들은 뭐 테스트하고 버릴 정도로 하찮게 취급하는 모양이다만.
그래도 성지한에겐 이들도 소중한 일꾼이었다.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한, 청검을 부술 필욘 없겠지.
그가 그렇게 생각할 즈음.
스스스스…….
위층에서, 공허가 강렬히 회오리치는 게 느껴졌다.
‘세아가 부르는군.’
강한 공허의 흐름.
이건, 윤세아가 성지한을 부를 때 움직이기로 한 신호였다.
그는 엘프 호위를 바라보았다.
총독처럼 자꾸 말 걸거나 하진 않지만, 명령을 받으면 다짜고짜 슬립 마법을 갈기던 상대.
이 엘프, 확실하게 제어할 수단이 필요했다.
‘환염.’
[환염이 대상의 감각을 왜곡합니다.]
총독이 감시할 때는, 하이 엘프가 여기 왜 있나 꺼림칙해서 쓰지 않았던 환염.
하나 이 엘프 호위는 양산형으로 붙은 감시자기에, 환염을 적용할 만했다.
[스탯 적이 50 소모됩니다.]
‘좀 나가네.’
그래 봤자, D급 세계수 반쪽 정도니까.
성지한이 그렇게 환염을 사용하자.
“…….”
엘프 호위의 눈빛이, 금방 흐리멍덩해졌다.
‘이럼 급발진은 안 하겠지.’
성지한은 그렇게 호위를 놔두곤, 김지훈의 몸에서 빠져나와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하아. 진짜…… 어, 삼촌 왔어?”
마루에서 잔뜩 굳은 얼굴로 앉아 있던 윤세아가, 성지한을 맞이했다.
“왜 불렀어. 총독이 뭐라고 했어?”
“아니. 얘네 미쳤나 봐.”
총독 이야기가 나오자, 금방 표정을 찌푸린 윤세아는.
조금 전 들었던 이야기를 성지한에게 해 주었다.
“……정원사 성지한? 그걸 전 인류의 기억에 새로이 각인시키겠다고?”
“어. 내가 그거 하면 빠진다고 분명히 이야기해 두긴 했는데. 아예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있더라?”
청검 김지훈으로 인트로 들어갔을 때, 왜 이딴 영상 만드나 싶었는데.
‘인류의 적합도를 성장시키기 위한, 계획 중 하나였나.’
아니.
근데 예전엔 던전 소환 더 한다느니, 인류를 살육해서 청검을 끌어내겠다 이러더니.
이 프로젝트는 아예 방향이 180도 다르잖아?
“세계수 연합…… 원래 계획은 평화 통치에서 압제로 뒤바꾸는 것일 텐데. 방향성이 바뀌었군.”
“그래? 압제를 한다고 했어?”
“어. 던전 더 소환해서 인류에게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을 거야.”
“그럼 방향이 완전 반대네? 아. 그거…… 적색의 관리자 안에, 삼촌이 있을지도 몰라서 그런가.”
적색의 관리자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성지한.
그를 거기서 끌어내기 위해선, 윤세아나 인류의 역할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본 것 같았다.
“어쨌든, 삼촌. 나 좀 더 세계수 연합에서 중요한 역할이 되어야겠어. 지금은 날 좀 대우해 주지만, 적합도 올린다고 정원사 성지한 각인시키면 어떻게 해?”
“중요한 역할? 야, 전투에 나가는 건 안 된다.”
“아…… 왜. 삼촌이 나 공격 안 하면 되잖아.”
“전투가 격해지면 괜히 휩쓸릴 수도 있어. 그냥 정원사 성지한 소리 듣고 말지, 너 참전하는 건 절대 안 돼.”
“그래도. 나 그렇게 약하진 않은데…….”
성지한은 그 말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네가 강해져 봤자, 관리자끼리의 격돌에선 살아남지 못해. 전투 참여는 절대 안 된다.”
“……으, 알았어. 그럼, 다른 방법 생각해 보는 건 괜찮아?”
“뭐, 생각이라면야. 대신 실행은 나한테 허락받고 해.”
“당연하지!”
윤세아는 이에 고개를 끄덕이자, 성지한은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이 문제는 일단 이렇게 가고…… 나. 연합 털러 갔다 올게.”
“또?”
“네 얼굴을 한 청기사가 준비되기 전에 최대한 털어야지.”
“아. 맞다. 그거도 있지…….”
“이번엔 그림자여왕 구출할까 해.”
“여왕을…….”
성지한의 말에, 윤세아의 표정이 묘해지더니.
그녀가 목소리를 한 톤 낮추었다.
“삼촌,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뭐?”
“그…… 여왕이랑 비밀리에 사귀었어?”
“……뭔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