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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62화 (56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62화>

세계수 연합의 원로원.

“……개척 행성에서 정식으로 승격한 연합의 소속 행성들이 78곳 파괴되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행성들은, 예전에 배틀넷 게시판에 올라왔던 연합 행성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곳이었습니다.”

“…….”

상석에 앉은 이그드라실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연합의 정식 소속 행성.

개척 단계에서 한 단계 발전하여, 세계수 연합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행성이.

요 며칠 사이에 너무나도 손쉽게 파괴되었으니까.

“저번엔 영역의 절반을 잃었는데, 이젠 실질 전력의 반이 날아갔네.”

“……아직 군단의 힘은 보존되어 있습니다만. 이대로라면 전력이 손실되었을 때 이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래…… 최근, 적색의 관리자의 행동이 너무 빨라졌어.”

“맞습니다. 마치, 청검의 양산 소식을 아는 것 같았습니다.”

“맞아. 아무래도 이쪽의 정보가 새어 나가나 보네. 지구에 끄나풀이 있는 건가…….”

탁. 탁.

의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이그드라실이 입을 열었다.

“오늘 적성검사가 시행되나?”

“네.”

“그럼 SS급 기프트를 지닌 이에게도 기프트 슬롯을 줘야겠어.”

“그, 그러면 우주수께서 너무 많은 힘을 쓰시는 것…… 아닙니까?”

“과하지.”

기프트 슬롯 추가.

이건 관리자인 이그드라실이라고 해도, 상당히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SSS급 기프트를 지닌 이들에게만, 선제적으로 기프트 슬롯을 부여했던 건데.

SS까지 이를 추가하면, 이그드라실이 인류에게 투자한 비용이 너무 커진다.

그럼에도.

“적색의 관리자가 등장하고 잃은 게 너무 많아. 이 전투, 오래 끌수록 우리만 손해야. 과하더라도 일찍 끝을 내는 게 맞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남은 행성 사이엔 항시 포탈을 개방해 둬. 언제든 출동할 수 있게. 나도, 이 아바타로 직접 나서겠어.”

“우주수께서 직접……!”

“알겠습니다……!”

세계수 연합의 막심한 피해를 보고, 친정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그드라실은.

“검사가 끝나면, 결과를 나에게 보고하도록. 나는 이제부터 후원에 들어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이번엔 기존 기록, 경신을 했으면 좋겠네.”

자리에서 일어나, 원로원 회의장에서 나갔다.

그렇게 이그드라실이 직접 SS급 기프트를 지닌 남자 플레이어에게도, 기프트 슬롯을 1개씩 추가한 지 얼마 안 되어.

인류의 적성검사가 시작되었다.

* * *

적성검사 당일 날.

“와…… 시청자가 평소에 비하면 아예 없는 수준이네.”

“그러게. 진짜 없다.”

윗집에서 가족들과 이를 지켜보던 성지한은 눈을 크게 떴다.

적성검사 때만 되면 셀 수 없이 몰려들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한국 국가 채널에 몇만 명 정도로 숫자가 확 줄어든 상태였다.

-와, 사람 왜 이렇게 없음?

-평소 보던 사람들 죄다 검사받으러 갔잖아 ㅋㅋㅋ

-그럼 지금 이거 보고 있는 분들은 죄다 하프 엘프들이신가요?

-남자 하프 엘프 이제 어떻게 하죠…… 지금까지 꿀 빤 거 경쟁자 팍팍 생기면 다 사라질 텐데 ㅠㅠ

-그래도 우린 꿀이라도 빨아 봤지 쟤네는 그런 거도 없음…….

-여자들은 남자처럼 혜택 많이 누리지도 못했는데 ㅡㅡ 여기가 더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배출 인원도 여자 하프 엘프가 훨씬 많을 텐데 왜 호들갑이야.

채널에는 하프 엘프들끼리 모여서, 누가 더 망했냐를 가지고 싸우는 사람들.

숫자가 여자 하프 엘프가 훨씬 많아서 그런지, 남자들의 우는 소리는 배부른 투정으로밖에 취급을 못 받았다.

그렇게 한참 채팅창에서 키보트 배틀이 벌어질 무렵.

적성검사장의 줄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근데 많아도 너무 많네;

-주말에 놀이공원 가도 이거보단 줄 덜 서겠다…….

-하, 저는 이만 볼랍니다 봐 봤자 뭐 해요 이거 어차피 경쟁자들만 대거 양산될 텐데.

-ㄹㅇ 줄서는 거만 보니까 노잼 ㅋㅋㅋ

사람이 바글바글한 적성검사장을 보고, 시청자들이 하나둘씩 리타이어하고 있을 때.

-어?? 근데 저 사람 검왕 아님?

-헐, 진짜네??

시험장에서 검왕 윤세진을 발견한 시청자들에게서, 채팅이 주르륵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리 기프트 슬롯 한 개 추가됐다고 해도…… 검왕급 플레이어가 남자 하프 엘프가 된다고?

-남자 하프 엘프 되면 레벨 2부터 시작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로 알고 있음;

-헐, 미국의 배런도 적성검사장에 나타났다네요

-인류는 누가 지킴 이러면 ㅋㅋㅋㅋ

-누가 지키긴 연합에서 보호해 주잖아.

-아 맞네 어차피 식민지라 상관없구나.

남자 플레이어 중, 쟁쟁한 이들이 대거 참석한 적성검사장.

그 중에선 국가대표에서 중추를 맡고 있는 플레이어도 여럿 있었다.

“아니…… 아빠. 진짜 저기 간 거야? 내가 어제 전화로 그렇게 말렸는데.”

“네가 말렸어?”

“응. 기프트 슬롯 추가됐다고 이건 성좌님이 도전하라는 뜻이라고 이야기하기에, 그러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있자고 해도 말 안 들으시더라…… 에휴.”

“네 아빠, 뭐에 빠지면 거기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라 그래. 이제 지한이 닮은 사람들 거리에 바글바글하겠네…….”

“그래도 이종친화 있어 봤자 남자 하프 엘프가 될 확률은 1퍼센트 미만 아닌가?”

“35억 중에 1퍼센트만 돼도 3500만이니까. 뭐.”

인류의 반이 남자고.

그중에서 1퍼센트만 돼도 청검이 3500만 자루 나오는 건가.

‘……이거, 청 금방 모으겠는데?’

1년이 뭐야.

3500만 자루면 한 달도 안 돼서 끝나는 거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A급 세계수에게도 공세를 취할 걸 그랬나.’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스탯창을 살펴보았다.

‘적은 900을 꽉 채웠고. 영원도 90…… A급 세계수를 친다고 해도, 크게 실익은 없긴 하다만.’

B급을 싹 다 돌면서, 길가메시에게 투자했던 영원은 이미 회수를 넘어서서 더 늘린 지 오래.

스탯 적도 900을 맞춘 이후론, 더 늘릴 수도 없었다.

A급 행성은, 굳이 무리해서 칠 필요가 없는 상황.

‘차라리 길가메시의 파편이 있다는 연구소 본진을 치는 게 낫겠네.’

3500만 청검이 양산되고.

이게 하이 엘프들에게 보급되면, 그땐 공세를 취하기 어려워질 테니까.

성지한은 적성검사가 완료되기 전에, 연구소 쪽을 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칼레인이 처음 말해 주었던 연구소는, 통칭 ‘세계수의 뿌리’라 불리는 S급 세계수가 있는 행성이라.

지금도 방비가 단단하기 짝이 없었지만.

‘검사가 끝나고 나면, 엘프 군단이 검을 배정받기 위해 지구로 이동하겠지. 그때를 노리면, 오히려 전력이 분산된 틈을 잡을 수 있겠어.’

청검의 양산이 끝나고.

엘프 군단이 이를 받기 시작할 때.

그 시기를 노려서 길가메시의 파편이 있는 연구소 본진을 노리자.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으으…… 뭔 줄서기만 나오냐. 삼촌, 계속 볼 거야?”

“어, 타이밍 잡을 게 있어서.”

“타이밍?”

“세계수의 뿌리 중 하나를 치게.”

“헐, 거기를? 위험하지 않아?”

“검 나눠 줄 때, 빠르게 치고 빠지려고.”

“그래도…….”

윤세아는 그 말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차하면 성지한이 잠시 정신 차렸다 하면서 검 흡수하고 도주하면 돼.”

“아, 그럼 뭐…… 괜찮겠다.”

성지한의 해법에 고개를 끄덕이곤, 적성검사 화면을 계속 시청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생각보다 검사 통과율이 높지 않은 거 같은데?

-지금까지 카운트해 본 결과 남자는 0.1퍼센트도 안 되는 듯,

-여자도 1퍼센트가 채 안 되는 거 같아요

-님들 그걸 세고 있었어요? ㄷㄷㄷ

-내일이면 실질적 실업자가 될 판국인데 당연히 세죠 ㅡㅡ

-역시 태생부터 이종친화가 없는 친구들은, 전환이 낮은가 봐 ㅎㅎ

-근데 0.1퍼센트라고 해도 남자 300만은 넘게 나오겠는데요……,

-300만, 하 ㅋㅋㅋㅋ 미쳤다 진짜

밥그릇이 걸린 문제라, 줄 서는 게 전부인 방송도 눈 빠지게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하프 엘프가 된 이들을 카운트해 가면서, 자체적으로 확률을 계산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확률이 더 낮게 나왔네.”

“높게 나와야 청을 빨리 모을 텐데, 아쉽군.”

아예 3500만 자루가 튀어나왔어야, 청도 그만큼 빨리 모였을 텐데.

이종친화를 강제로 부여한 게 원인인지, 하프 엘프로의 전환률은 생각보다 퍼센테이지가 낮았다.

거기에.

-우리나라는 높은 편이래요. 미국 같은 데는 집계결과 0.03퍼센트? 이쯤이라는데.

-헐, 왜 우리만 3배가 넘어;

-총독부가 있어서 그런 건가…….

-한국만 경쟁 박 터지겠네 ㅡㅡ

이 확률도, 다른 나라랑 비교하면 한국만 높은 편에 속했다.

다른 쪽은, 남자 하프 엘프가 0.03퍼센트로 훨씬 낮았으니까.

‘이러다가 한 청검 100만 개 정도 생기고 끝날지도 모르겠군.’

100만 개도 기존에 비하면 훨씬 많은 편이긴 하지만.

성지한은 기존의 3500만 개일 것이라는 예측에 비해 숫자가 확 줄어들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검이 많아야 청의 흡수도 빨리 끝날 텐데 말이야.

‘그건 그렇고. 서서히 남자 하프 엘프가 된 사람들도 나오니까…… 준비를 해야겠군.’

성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리엘을 소환했다.

“김지훈의 몸으로 수면을 취해서 검의 전당에 가 있어. 그래서 새로운 검들이 꽂히고, 엘프 군단이 오기 시작할 때 알려 줘.”

“알겠다, 주인.”

“이제 갈 거야, 삼촌?”

“어. 이번 침공이 적색의 관리자로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네.”

엘프 군단이 대량양산된 청검을 장착하게 되면, 그때는 확실히 ‘적색의 관리자’로는 쳐들어가기가 힘들어질 테니까.

성지한은 그렇게 타이밍을 잡기로 하곤, 배틀튜브를 보며 아리엘의 소식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의 전당에 검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엘프 군단도 속속 도착 중이다.”

“……고엘프, 참 많네. 하이 엘프는 발에 치일 정도고.”

아리엘은 엘프 군단이 검의 전당으로 도착 중이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어, 삼촌. 방금 속보 떴는데…… 남산 주변의 사람들에게, 일제히 대피령이 내려졌어.”

“남산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나 보군. 검의 개수는 그 정도면 충분히 많아진 거 같은데…….”

검의 전당이 실제로 자리한 곳은 남산의 총독부 쪽.

거기에 검이 죄다 꽂히고도, 자리가 더 필요한 건지 총독부는 사람들을 물리고 있었다.

“이제 슬슬 가야겠네.”

이쯤이면, 청검을 받기 위해 저들의 전력도 꽤 공백이 생겼을 터.

물론 고엘프 정도면 검을 받고 되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테지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적 900을 달성한 적색의 관리자의 힘을 모두 발휘하면.

연구소까지 길을 뚫는 건 금방이겠지.

‘그럼, 좌표를 다시 확인하러 죽은 별에 들렀다 가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죽은 별에 이동했다.

그리고 칼레인에게 연구소의 위치를 다시 한번 물어보자.

“아, 좌표는 이건데…… 오늘 거기 가게? 세계수의 뿌리는 방어 태세가 장난 아닐 텐데.”

“지금이 제일 방비가 약할 때거든.”

“그래…… 거기 가는 게, 그때 가져온 파편 찾으러 가는 거지?”

“어.”

“아, 그럼 잠깐만 기다려 봐.”

그는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길가메시의 머리를 가지고 왔다.

“얘는 왜?”

“탐색용으로 개조하고 있었거든. 근데 탐색 범위가 영 늘어나지 않아서, 무슨 실험을 더 해 볼까 생각했는데…….”

툭. 툭.

그러면서 그가 길가메시의 머리를 두드리자.

파아아앗……!

그의 두 눈에서, 푸른빛이 강렬하게 번뜩였다.

그러곤 주변을 스으윽 둘러보더니.

“파편. 없음. 파편. 없음.”

파편이 없다고 외치는 길가메시의 머리.

성지한은 이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이거, 탐색 작동한 건가?”

“어. 행성 전체는 스캔이 안 되겠지만, 연구소 안 정도는 이놈으로 감지가 가능할 거야.”

그 정도면 충분하지.

성지한은 머리를 들고, 칼레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 잘 쓰지.”

“뭘, 여차하면 튀어. 아무리 방비가 약해도 세계수의 뿌리는 연합의 중추니까.”

“그래.”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곤.

파아아앗……!

머리를 든 채로, 포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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